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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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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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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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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Think The Unthinkable!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데이브 보우먼은 류지호가 웨스트우드에 설립한 벤처투자회사 GARAM Ventures의 투자팀장으로 영입된 이후로 꾸준히 류지호의 대리인 노릇을 해 왔다.

지금은 미국의 개인신탁회사 중에서도 수위권에 드는 GARAM trust company의 최고경영자로써 수 십 조의 자금을 운영하고 있다.

신탁투자업무 외에 데이브 보우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류지호의 패밀리 오피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류지호의 재무담당 집사라고도 할 수 있다.

좀처럼 해외출장을 하지 않던 데이브 보우먼이 중국 항저우에 와 있다.

캐서린 & 윌슨 로펌의 기업전문 법률가와 류지호의 해외투자담당 비서를 대동했다.

두 사람 다 중국 관련 업무를 맡고 있고, 중국어도 매우 능통했다.

이들은 Aliba 그룹의 제이크 마를 만나기 위해 무려 6,500마일을 날아왔다.

제이크 마를 대면한 데이브 보우먼이 유감부터 표했다.


“보스께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계십니다.”


제이크 마는 차만 홀짝거릴 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데이브 보우먼 또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제이크 마가 답을 내놓을 때까지 인내했다.

며칠 전이었다.

Aliba그룹이 최대주주의 승인을 받지도 않고 그룹 산하의 온라인 결제지불서비스 Aliba-Pay의 분사를 발표했다.

그 여파로 Yaaho!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일주일 만에 11%가량 떨어져 시가총액 약 27억 달러가 증발해버렸다.

그에 Yaaho!가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처한 것으로 해석했다.

Aliba-Pay의 분사 문제는 지난 2009년 7월 이사회에서 처음 논의되었다.

당시 최대주주들은 관련 안건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이크 마는 Aliba-Pay를 분사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주주들과 경영진 사이의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한폭탄처럼 남아 있었다.

그리고 2년이 채 흐르기도 전에 Aliba그룹이 온라인 결제서비스 분사를 강행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기업관련 사건 가운데 외국투자자에게 가장 의미 있는 사건 중 하나로 남게 될 이른바 ‘Aliba-Pay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 동안 중국에 대해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던 외국기업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기업과 기업가에 대해 의심과 불신을 가지게 된 단초를 제공한 사건이다.

또한 그 동안 중국기업들이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업 지배구조의 한 모델인 변동지분실체(VIE : Variable Interest Entities)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사건이다.

중국정부는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하여 일부 업종(인터넷, 통신, 온라인 게임)에 대해 외국인 투자를 제한, 또는 금지하고 있다.

해당 업종의 기업은 해외상장을 위해 VIE의 계약통제방식을 이용했는데, Aliba를 비롯한 중국의 인터넷기업 대부분이 그 방식을 활용해왔다.

중국의 인터넷기업들은 창업주가 해외 조세피난처 등에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지주회사를 설립한 후, 다시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특수목적 외자법인을 중국에 설립한다.

외자법인은 중국 로컬 기업을 설립할 중국인 대리 주주와 지분관계가 아닌 계약을 통해 지배관계를 설정한다.

이때 외자법인은 로컬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자금을 빌려주기도 하고, 중국인 대리 주주가 로컬기업의 지분을 팔 수 없도록 질권(質權)설정계약을 하기도 한다.

외자법인은 중국인 대리 주주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하기도 하고, 의결권을 위임받는 의결권위임계약을 하기도 한다.

중국인 대리 주주는 중국 내에 로컬기업을 설립하고 사업에 필요한 각종 허가와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실질적 소유와 운영은 모두 외자법인에서 담당한다.

Aliba그룹의 경우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법인이 바로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지주회사 즉 외자법인이었다.

VIE는 중국 당국의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이지만, 중국보다 좋은 조건으로 해외에 상장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따라서 수많은 중국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업 지배 및 상장 방법이었다.

지금까지 중국정부는 VIE 지배 방식이 편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해왔다.

그러다 일명 ‘Aliba-Pay 사태’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됐다.

서방세계에서도 크게 공론화가 된다.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Aliba그룹의 모든 사업의 지주회사는 케이먼 군도의 법인이며, 중국의 법인은 지분이 아닌 계약관계에 의해 케이만군도 법인의 통제를 받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내자기업에서 지주회사의 허락도 없이 자기 멋대로 자회사를 분사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알짜 자회사를.

온라인 결제서비스 Aliba-Pay는 지난해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51.2%를 차지했다.

1일 거래액이 25억 위안(한화 약 4,500억 원)에 이르는 압도적인 1위 업체다.

Aliba-Pay의 지분은 케이먼 제도에 설립된 Aliba법인의 100%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온라인결제와 관련해 공산당식 막무가내 입법이 예고됐다.


“중국인민은행이 온라인지급결제업무에 대하여 라이선스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 법의 초안에 외자가 지배하는 기업에는 라이선스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지요.”


즉 중국의 사정이 바뀌기 때문에 자신으로써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난해 Aliba-Pay의 지분 70%를 제이크 마씨가 소유한 기업으로 옮긴 것입니까? 그것을 정상적인 분사라고 할 수 있습니까?”

지난해 7월이었다.

제이크 마는 사실상 자신의 회사라고 할 수 있는 저장알리바전자상무회사로 Aliba-Pay의 지분을 이전했다.

한 달 뒤에는 남은 지분 30%까지 자신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기업으로 모두 넘겼다.

Aliba-Pay의 지분이 제이크 마가 소유한 중국 내자기업으로 모두 옮겨가게 된 것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케이먼군도의 Aliba 홀딩스와 Aliba-Pay는 계약통제(VIE) 모델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주 전에 제이크 마 회장이 일방적으로 두 회사의 계약을 해지했다.

한마디로 주주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갈겨버린 것이다.


“VIE계약에는 내자기업이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는 조항을 두게 되어 있고. Aliba의 두 기업 역시 관련 조항이 있지요. 그걸 일방적으로 파기한 명백한 위약행위입니다.”


지금까지 중국 내자기업이 자산을 빼돌린 경우는 수차례 있어왔다.

이런 식으로 계약통제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한 것은 중국의 해외상장기업 중 첫 사례였다.


“미스터 마에게는 세 개의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첫째, Aliba-Pay의 VIE에 관해 사실대로 중국인민은행에 보고하는 것, 둘째, Aliba-Pay의 VIE에 대해 숨기고 외국자본의 참여가 없다고 보고하는 것. 셋째, Aliba-Pay에서 외자를 실질적으로 퇴출시켜 내자기업화한 후 라이선스를 신청하는 것. 안타깝게도 미스터 마는 세 번째 방식을 채택했지요.”


당연히 Aliba 홀딩스의 최대주주들이 그 같은 조치에 동의할 리가 없다.

제이크 마는 그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VIE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계약위반까지 저지르며 이를 추진하고 있고.


“미스터 마. 당신은 아마 이 결정으로 인해 해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 VIE구조를 취한 중국 기업, 중국에 투자하는 해외 사모투자펀드, 벤처캐피탈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것이란 걸 몰랐을 겁니다. 유감이지만 당신은 이번 Aliba-Pay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 동안 쌓아왔던 신뢰와 명망이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추락할 겁니다.”


조용히 차만 마시고 있던 제이크 마 회장이 입을 열었다.


“협박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내 결정은 번복되지 않습니다.”

“보스께서는 엎질러 진 물이니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

“보스께서는 이번 사태가 원활히 해결되길 바라십니다.”

“미스터 류의 바람대로 될 것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제이크 마 회장이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류지호의 비서가 나섰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제이크 마씨가 우리에게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Aliba-Pay 지분의 실제 가치를 계산해 주주들에게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둘째, VIE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단절한 두 회사 사이의 계약통제관계를 회복시켜 이전의 기업 지배체제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보스를 포함해 주주들이 제이크 마씨를 계약위반으로 제소하고 법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제이크 마는 생각보다 더욱 완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불법을 계속해서 용인할 수 없습니다.”


이전의 계약통제관계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첫째와 셋째 방법만 남습니다.”


제이크 마는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최대 주주들 입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만약 법적분쟁으로 몰고 간다면 승패를 떠나 Aliba-Pay의 중국 라이선스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사자들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 부분에서 제이크 마도 피해갈 수가 없다.

법적분쟁으로 인해 드러난 VIE와 외자지분으로 인한 문제를 트집 잡아서 중국 국무원에서 라이선스 허가를 내주지 않게 된다면, 중국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Aliba-Pay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결단코 제이크 마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혹시 미스터 류가 소프트인프라를 설득해줄 순 없겠습니까?”

“Yaaho는요? 그들은 첫 번째 방식에 동의하고 있습니까?”

“그들은 처음부터 Aliba-Pay가 이전 계약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비열하게 나와 Aliba를 공격하고 있지요.”


두 회사 사이의 갈등이 생각보다 훨씬 심한 것 같았다.

Yaaho! 경영진은 책임 회피를 위해 자신들의 실책과 어려움까지도 모두 제이크 마와 Aliba그룹에 떠넘기고 있다.

자신들이 살기위해 Aliba그룹을 공격하고 있었던 것.


“이런 말 하는 것은 그렇지만.... 소프트인프라 손 회장은 모기 다리에서 살을 발라먹을 철공계입니다. 그는 여전히 이전 계약통제 모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 상황변화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지요.”


철공계(鐵公鷄)는 쇠로 된 수탉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털 하나 뽑히지 않는 구두쇠라는 욕이다.

제이크 마는 멘토 혹은 친구라고 믿었던 손 회장마저 이번 사안에서 한 발 물러나 있자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이상 합리적으로 선택 가능한 방안은 첫째 방안뿐.

사실 그걸 모두가 알고 있다.

최대주주들은 각각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갖 짓을 물밑에서 하고 있다.

Yaaho!는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미국언론까지 동원해 Aliba그룹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소프트인프라의 손 회장은 중국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예전 방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타부타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우유부단한 태도로 제이크 마의 애만 태우고 있다.

답답해진 제이크 마는 중국 언론을 통해 소프트인프라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래도 손 회장은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숨구멍이라도 열어 놓은 것일까.

반면에 류지호에 대한 언급만큼은 극도로 조심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마치 중재자가 되어달라는 듯이.


“미스터 류가 원하는 것은 뭡니까?”

“Aliba-Pay를 늦어도 10년 안에 상장시키길 원하십니다. 상장 혹은 45% 이상 지분매각이 이루어지 않을 경우, 또한 Aliba-Pay의 평가금액이 10억 달러가 넘게 된다면, 강제로 현금화하며, 이때 Aliba-Pay가 케이먼군도의 법인에 45%만큼의 금액을 지급할 것을 명문화하길 원하십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무리한 권리 주장이 아니다.

제이크 마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없지 않았고.


“만약 Aliba-Pay가 상장하게 되면 Aliba는 IPO 발행가 기준으로 현금 45%를 지급합니다.”

“.....”

“또 Aliba-Pay는 매년 세전이윤의 49.9%를 지주회사에 지적재산권 라이선스료 및 기술서비스료로 지급해야 합니다.”


류지호의 협상안을 전달한 비서를 향해 제이크 마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변호사와 동석할 걸 그랬습니다. 너무 엄청난 말을 들어버려서....”


제이크 마는 45% 매각 지분이라든지, 세전이윤의 49.9%라는 기준이 어디서 연유했는지 묻지 않았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제안을 들었으니, 그 안을 가지고 협상안을 마련하면 될 일이니까.


“나와 일행은 항저우에 이틀을 머물 겁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묵고 있는 호텔은 비서에게 일러두겠습니다.”


데이브 보우먼은 할 말을 끝내고 제이크 마의 집무실을 떠났다.

이틀 동안.

제이크 마 회장은 데이브 보우먼 일행을 찾지 않았다.

류지호의 대리인이 어떤 협상결과도 얻지 못하고 돌아감으로써.

Aliba-Pay 문제가 극단으로 빠지는 것처럼 보였다.


✻ ✻ ✻


중동과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이른바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이집트, 리비아 등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는 중동 국가들에 투자와 각종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시위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가온그룹 역시 일부 사업이 중동, 아프리카, 남유럽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비상대응팀을 가동했다.

리비아에서는 한국의 건설업체 공사현장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일까지 벌어졌다.

J&L Bell Ranch에 미니 비서실을 꾸린 류지호의 비서들은 시시각각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전해지는 정보들을 취합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실 JHO와 가온그룹 입장에서 ‘아랍의 봄’ 이슈보다 더욱 심각한 사안이 따로 있었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로 확산할 조짐이 보이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그리스발 악재 혹은 유로존 위기는 JHO와 가온의 금융부문이 예의주시하던 흐름이었다.

일찍부터 9~10월 유로존 위기를 감지하고는 현지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세상이 복잡다난하게 흘러가는 것과 달리.

또 JHO와 가온이 그룹 차원에서 비상대응체제로 굴러가는 것은 자신과 하등 상관도 없다는 듯이.

오너 류지호는 천하태평이었다.

외부상황은 대충 보고서만 훑어보고 말았다.

그저 J&L Bell Ranch에서 가족과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열중했다.

낮에는 주로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아이들이 낮잠을 자거나 유모와 놀 때는 레오나와 함께 취미생활을 즐겼다.

밤에는 시나리오를 손봤다.


“어서 오세요.”


류지호가 반갑게 에드윈 터너를 맞이했다.

워너-타임 이사회에서 쫓겨나고 한량처럼 살 것처럼 여겨졌지만, 여전히 자신의 회사 경영과 공익활동으로 분주한 에드윈 터너다.


“네가 소유한 자동차 회사에서 랠리카를 선물로 줬다고?”

“선물 아니고 돈 주고 샀어요.”


직원들이 올린 SNS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함께 알려진 모양이다.

류지호가 얼마 전 가온모터스가 보내온 오프로드 랠리용 튜닝카를 에드윈 터너에게 자랑했다.


“너도 참 특이하다.”

“뭐가요?”

“재규어에 근사한 슈퍼카가 있지 않아?”

“있죠.”

“그걸 타야하는 거 아냐?”


재규어-랜드로버스 브랜드를 인수한 가온그룹은 금융위기로 좌초될 뻔했던 슈퍼카 프로젝트를 부활시켰다.

출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비싼 차라는 타이틀을 가졌던 재규어 XJ220 모델이후로 수년 동안 단절되었던 재규어의 슈퍼카 모델을 부활시키기로 한 것.

이전 삶에서 프로토타입만 제작되었던 C-X75 모델을 정규 라인업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를 통해 재규어-랜드로버스 브랜드에 무려 20억짜리 슈퍼카 라인업이 추가됐다.


“슈퍼카는 험하게 굴리기 어렵잖아요.”

“하하. 자동차를 망가뜨리려면 차라리 몬스터트럭을 타지 그래?”

“아내가 싫어할 걸요? 위험하다고.”


류지호는 스포츠카나 슈퍼카에 대한 환상이 별로 없었다.

수십 억짜리 차를 자랑하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성격도 아니고.

오성그룹 회장처럼 스피드웨이에서 스피드를 즐기는 취미도 없다.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것은 차 자체의 힘이 좋아서 막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친 길이나 길이 없는 곳을 달리는 재미는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타 보실래요?”

“그래도 돼?”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제 사유지인데.”

“그렇다면 네 목장을 한 번 돌아다녀 볼까?”


두 사람은 랠리용으로 개조된 차를 몰고 미처 가보지 못한 J&L Bell Ranch 내 다양한 장소들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비록 험준하고 높은 산악지형이 없는 광활한 평원 위주의 목장이라지만, 곳곳에 저수지와 수없이 많은 구릉과 개울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런 지역들을 뚫고 가는 재미가 있었다.

두 사람은 목장의 서쪽을 가로지르는 캐나디안 리버와 중앙을 관통하는 강의 곳곳을 돌며 낚싯대를 드리우기도 했다.

목장의 카우보이들과 소떼를 몰아보기도 했다.

일찍부터 대목장에서 소를 키우고 육류가공업을 해 온 에드윈 터너는 목장의 카우보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Jay. 이곳에서 소는 모두 몇 마리나 키우고 있냐?”

“구입할 당시 3만 마리가 넘는다고 들은 것 같은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보호종은 없지?”

“그럴 걸요.”

“들소 키워볼 생각 없어?”

“목축업에는 관심이 없어서.”

“몬테나 그릴이라고 알지?”

“에드가 설립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잖아요.”

“뉴멕시코와 몬태나주 목장주 협회에서 메시지를 아직 보내지 않은 모양이구만.”

“무슨 메시지요?”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바이슨 고기가 인기를 끌고 있지.”


American bison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들소다.

흔히 미국 들소 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 소를 바이슨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버팔로(buffalo)는 바이슨을 포함한 야생 들소 전체를 지칭한다.


“도축하는 게 불법 아니었어요?”

“도축허가를 받으면 잡아서 팔아도 돼. 멸종위기란 것도 다 옛말이야. 요즘에 35만 마리 정도로 불어나 더 이상 멸종위기 운운할 수가 없게 됐지.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나 몬태나의 국립들소피난지, 개인 목장에 가면 무리지어 노는 바이슨을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까.”

“뉴멕시코와 몬태나 목장주 협회가 나설 정도로 바이슨 고기 수요가 커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안심 스테이크가 파운드당 한 16달러 정도 하지 않나? 아무나 쉽게 사먹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일단 맛을 본 사람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곤 하지. 내 체인점이 몇 개까지 늘어났는지 알아?”


에드윈 터너의 사업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류지호다.

자신 소유 목장에서 들소를 키우든 말을 키우든, 목장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수입증대에 도움이 된다면 키우는 것이고.


“이 거대한 목장에 겨우 3만 마리 소 풀어놓고 말거냐?”

“노루도 있고 야생동물도 많아요. 자연 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 해도 좋은 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심지어 류지호는 한국의 식목일에 이곳 목장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고 있다.

J&L Bell Ranch에는 식목일마다 심은 나무로 작은 숲이 조성되어 있다.

그 숲에 ‘허클베리핀의 모험‘ 하면 떠오르는 나무 위 오두막까지 만들어 놨다.

일부러 조악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아이들이 함께 아지트를 조금씩 완성해보려고.


“들소 키우는 것은 관심이 없구요. 한국에 제가 만든 재단에서 준비 중인 공익사업에 기부 좀 해주세요.”


돈을 바라고 기부를 요청한 것이 아니다.

에드윈 터너의 이름값이 필요했다.


“무슨 사업을 구상중인데?”

“한국에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를 세우려고 준비 중이에요. 게이츠 재단과 함께.”

“헨리와?”

“네.”


인수공통감염증(人獸共通傳染病)은 사람과 동물에 같이 감염되는 전염병을 이르는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인수공통감염증을 ‘척추동물과 사람과의 사이에 자연적으로 전파하는 질병 또는 감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관련 정의는 1952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약 250종의 인수공통전염병이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사람의 건강과 공중보건학적으로 중요한 전염병은 약 100여종이다.

대표적인 것들로는 탄저, 부루세라병,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공수병(광견병), 일본뇌염 등이다.

또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분류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결핵 등이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에는 전북대학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 전문연구 기관이나 시설이 없다.

국립질병관리본부 산하의 감염병 연구도 주요 국가들에 비해 한참을 뒤쳐져 있고.


“사스도 그렇고. 광우병도 그렇고. 동물로부터 전염되는 감염병을 연구하고 예방하고 치료제와 백신까지 개발하는 전문센터를 세우려고요.”

“미국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미국은 관련 연구기관과 법이 잘 갖춰져 있어요. 문제는 개발도상국가들이죠.”

“아시아에는 일본도 있는데?”

“아시잖아요. 일본의 지독한 관료주의와 폐쇄적인 정서를. 외국자본이 민간차원에서 연구센터를 운영하지 쉽지 않아요.”

“게이츠재단과 함께 한다는 말이지?”

“예. 헨리도 한국에 설립하는 것에 동의했어요.”


에드워드 버펫과 헨리 게이츠는 ‘The Giving Pledge‘에 류지호가 동참하지 않아 매우 실망했다.

그럼에도 비난할 수 없다.


“에이즈 치료약으로 쓰이는 다라프림 특허를 구입했다지?”

“인도와 한국 제약회사에서 OEM으로 생산하고 추후 아프리카 및 남미의 빈곤국에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어요.”


류지호 부부의 그 움직임에 대해 게이츠 부부가 찬사를 보냈다.

많은 슈퍼리치들이 류지호의 방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생색내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활동이었으니까.

헨리 게이츠는 사스, 신종 플루 등으로 인한 인류가 맞이할 팬데믹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

민간차원에서도 인수공통감염병에 대응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류지호의 취지에 공감했다.


“저와 1억 달러씩 10년에 걸쳐서 지원하기로 했어요. 에드가 십만 달러 정도 기부해 주시면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 내게 제대로 브리핑 해 봐라.”

“좋죠!”


11월에 팬데믹을 소재로 한 영화 <컨테이전>이 개봉된다.

투자자가 류지호다.

영화 개봉에 맞춰서 한국에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소 설립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게이츠 재단과 논의가 끝났다.

두 번째 연구소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세우기로 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원지 중에 하나가 아프리카 대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드윈 터너같은 세계적인 명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굳이 한국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거지?”

“가족재단이 의대를 보유한 종합대학을 인수했어요. 한국에서 의사과학자를 키워보려고요. 그리고 세계적으로 게임 중독과 관련해서 논란이 좀 있잖아요.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나라가 중국과 한국이에요. 중독포럼이라는 단체가 있는데 그곳에 소속된 의사를 의학계에서 고립시키려고 생각 중이에요. 한국의 감염내과 의사 그룹에 힘을 실어줄 겸.”

“이왕 의대를 인수하는 김에 의학계 우호세력도 구축하고, 아시아의 거점 감염병 전문 연구소도 건립하고, 한국의 감염병 전문가 양성이라는... 고민을 많이 했겠구나.”

“아시아에는 부족한 게 많아요. 제가 뭔가 해볼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니까. 설립되면 일본과 대만의 전문가들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알겠다. 나중에 뉴욕에 와서 내 친구들 앞에서 설명을 해 봐라.”

“고맙습니다.”


한국에 설립되는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는 2010년대 후반부터 아프리카 대륙의 JHO 병원과 메하리 병원 등의 감염내과 의사 필수 연수코스로 자리 잡게 된다.

그를 통해 K-방역(?) 모델을 배우게 되고.

그 모델을 아프리카 대륙에 전파하게 된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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