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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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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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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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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정신의학계에서 떨어져 나온 중독포럼이란 단체가 있어.”

“거기도 신흥우파 계열이에요?”

“크게 연관은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정신의학계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가 게임 중독 관련 위원회나 보건복지부 산하 게임 중독 부처가 만들어지는 거야.”


후우.


김석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는 인과 없이 뜬금없이 뭔가 튀어나오는 것은 없다.

모든 일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양상이 드러날 때가 많다.

그것도 매우 구린내를 풍기면서.

특히 정부사업과 관련해서는 뭐 하나 투명하고 합리적인 것이 없다.

이전 삶에서 이 시기부터 게임 중독과 관련해 4대 중독 어젠다가 일부 정신의학 의사 출신 국회의원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중독포럼, 신흥우파 계열 경제연구소, 우익신문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었다.

새로운 이익카르텔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셧다운제를 아동청소년의 수면권,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상 중독세를 걷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말입니까? 아니죠? 설마 여가부가 그렇게 치밀할 수가.....없잖아요. 그 무능한 집단이!”

“게임업계를 둘러싸고 최근 몇 년 간 정치인, 민간단체, 언론, 정신의학계 등에서 보인 일련의 흐름을 보면 그렇게 순수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

“게임산업 규제나 탄압이 아니라... 겨우 밥그릇 싸움이란 말입니까?”

“게임산업을 죽이려고 했다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찬성할 리가 없고, 과학기술부, 콘텐츠진흥원도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처신할 리가 없잖아.”


생각해보니 이상한 면이 많았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연 5조원의 수출을 기록하는 문화수출 효자상품이다.

문화부와 과기부가 효자 수출산업이자 고용창출이 막대한 게임산업을 다른 부처에서 탄압하게 놔둘 리가 없다.


“보건복지부 일부 부서에서 정신의학계와 소위 4대 중독법이란 걸 입법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첩보가 있어. 마약, 알코올, 도박 중독에 이어 게임을 포함시키려고 하는 거지.”

“그렇게 해서 그 사람들이 얻는 게 뭔데요?”

“지금까지 관례로 봤을 때... 만약 4대 중독법이 만들어진다면 국가중독관리위원회 같은 관리감독 기구가 설치될 거야. 그곳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중독관련 사안이 다루어지게 되겠지. 정신의학 관련 지식과 면허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가 수도 없이 만들어지겠지. 새로운 이권이 형성된다는 의미야.”


기존 알코올, 도박, 마약 중독과 관련한 연구 및 치료 기관이나 매뉴얼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

거기에 게임 중독이 하나 더 추가되면 실태조사 및 연구, 예방, 처방, 중독센터, 학회, 후진양성 등 정식으로 국가예산을 타내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가 있게 된다.

부족한 예산은 법률에 의거해 중독세 같은 명목으로 업계에서 뜯어내면 되고.

게임에 질병 딱지 붙여 의료화가 진행되면 관련 의학산업 종사자들 특히 정신의학계 고위급 인사들이 그 수혜를 받을 수가 있다.


“음모론적 해석은 아니겠죠?”


김석민은 조준열 이사의 말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

차라리 차기 대선주자가 학부형단체, 보수교원단체, 보수기독계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해 그들이 좋아할 만한 어젠다를 제시했다고 하면 믿음이 갈까.

겨우 정신의학계와 신흥우파 떨거지들의 이권을 위해 여가부와 보건복지부가 휘둘린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언젠가 의장님이 그러셨지. 일본에서 자민당 내각이 다시 집권하게 되면 창조경제라는 기치를 내걸게 될 것이라고. 따라쟁이 한국의 보수정부는 그걸 또 벤치마킹하게 될 것이고. 내가 볼 때 게임 중독 이슈와 관련한 이권이야말로 창조적 경제가 아닐까 싶어.”

“에이 설마요.”

“설마가 항상 사람을 잡는 법이지.”

“후우. 저와 스펙트럼 스튜디오 선에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던 거네요?”

“서울대 나와서 꽃길만 걸으면 김 대표처럼 나이 먹어도 순수함을 간직해?”


명백히 비꼬는 말이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미국에 계신 의장님이 하신 말씀이야.”

“.....?”

“게임업계에서 정치권이나 정부에 큰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냐? 자기 보신하기도 바쁘고 높으신 양반들 눈치 보기 급급한 스타트업 출신의 애송들밖에 없지 않냐. 그런데 뭘 믿고 맡기겠냐? 의장님께서 어제 전화통화로 내게 하신 말씀이야.”

“나름 서울대 선배들 찾아뵙고 의논도 하고....”

“서울대 선배가 밥 먹여 주진 않지. 나도 서울대 나왔지만 월급은 UCLA 졸업하신 의장님이 소유하신 기업에서 받고 있잖아.”

“이제 와서 법사위 회부될 걸 어떻게 막아요? 국회위원들 한 명 한 명 찾아가 사정할 수도 없고.....”

“일단 업계의 뜻과 의지를 모야야 하겠지. 그리고.....”


조준열이 잠시 말을 끊었다.

대체로 중요한 말을 강조할 때 쓰는 화법이다.


“게임 스튜디오에 그룹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해 줄 테니 한국의 쓸 만한 게임개발사 쇼핑하라고 하셨어.”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그런 시국에 게임개발사를 M&A 하라니.


“의장님 개인과 가온투자파트너스에서 국내 빅 파이브 게임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알지?”


끄덕.


“그거 스펙트럼에 몰아줄 수 있다고 하셨어. 그렇게 되면 스펙트럼 스튜디오가 한국 게임업계 빅원이 되는 거지.”

“그러면 뭐가 달라져요?”

“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1회 대회에 맞춰서 스펙트럼 스튜디오 본사와 자회사들 전체를 스펙트럼-리볼트가 있는 LA로 이전할지도 모른다고 연기를 피워야지.”

“한국에서 게임 개발사 못해먹겠다고요?”

“그런 사인이 되겠지.”


스펙트럼 게임 스튜디오는 연매출 7,60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게임업체 부동의 2위다.

이전 삶에서와 같이 <리그 오브 레전드>가 북미, 한국에 이어 유럽, 중국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 가볍게 매출 1조 원을 넘기게 된다.

매출 1조 기업의 해외로의 이전은 가볍게 볼 사안이 절대 아니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가 이전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본사가 해외이전하면 바로 매출 직격탄을 맞을 걸요?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배신으로 받아질 텐데.....”

“스펙트럼 게임 스튜디오 매출 점유율 대부분이 해외 아니었어?”


한국 매출은 전체에서 15%선 정도다.


“차라리 가온그룹을 해외로 이전한다고 하는 게 더 충격적이지 않을까요?”

“최후에는 그럴 생각도 있다고 하셨지.”


김석민이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웃자고 던진 말이었다.

헌데 돌아온 대답이 꽤 충격적이었다.

그룹의 본사를 옮긴다니.....


“아일랜드나 스위스, 네덜란드로 법인을 옮기게 되면 가온그룹은 매년 9,000억 정도 법인세를 절약할 수가 있지. 만약 가온그룹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대주주인 의장님 지분을 일부 처분해야만 한다면 한국보다 네덜란드가 안성맞춤이고. 네덜란드가 대주주 의결권을 두 배로 인정해 주거든.”

“우와! 그렇게 되면 우리 의장님 말 그대로 수 십 조의 현찰을 손에 쥐게 되는 거네요?”

“김 대표도 알다시피 의장님 입장에서 가온그룹이 힘들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생기거나 하는 일은 없잖아. 아마 가온그룹을 SANYO처럼 조각조작 내서 매각처분한다면 중국에서 엄청난 돈을 싸들고 달려들 걸.”


김석민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SANYO는 아직도 구조조정 중이다.

일부 사업을 부문별로 분리해서 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곳이 중국 기업들이다.

백색가전 부문은 벌써 중국 기업에 팔아치웠다.

그 외에도 많은 사업 부문을 중국기업들이 노리고 있다.


“본사를 옮긴다고 해서 한국의 그 많은 직원과 협력업체들에 변동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물론 구조조정 명목으로 대량해고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스펙트럼 게임 스튜디오의 매출 변화는 크게 없다.

다만 규제를 풀어주진 못할망정 계속해서 규제만 만들어내는 정부와 정치권에 끌려 다닐 수만은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영상물등급 심의까지 생각하면 한국에서 게임개발사 하기 싫어지기도 하고.


“헌법소원 소송을 벌이면 승소할 수 있다고 보세요?”

“지금까지 게임 업계에서 전개한 논리로는 필패지.”

“결국 우리 위대하신 의장님을 팔아서 여가부와 국회위원들 압박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단 거죠?”

“더러운 방법을 쓰자고 들면.... 그 방법은 수도 없이 많겠지.”

“.....?”

“내가 이야기한 내용이 음모론처럼 들리겠지만, 법이란 것이 가진 자 힘이 있는 자를 위해 만들어지지. 김 대표도 알잖아. 정부 사업 중에 쿠션으로 이익 따먹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란 거.”

“법사위 심의가 끝나 표결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아무리 늦장을 부려도 보름....”

“김 회장님은 뭐라시는지 아세요?”

“가능하면 스펙트럼 수준에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시지. 그룹이 나서는 것은 좀 모양새가 그러니까.”

“의장님 말씀대로 본사 이전 소문 흘려도 그룹에선 문제 삼지 않는다는 거죠?”

“응.”

“알겠어요. 스펙트럼 대표님과 상의해서 해결해 볼게요.”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고.”


사실 재계서열 2위 대기업이 끼어들 문제는 아니다.

모양새가 많이 빠지는 일이다.

그 때문에 스펙트럼 엔터테인먼트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림이 좋다.

모그룹 전략실과 조준열 이사는 물밑에서 지원하는 것이 맞고.


❉ ❉ ❉


[▲류지호 의장이 여가부와 복지부가 준비하는 법안에 화가 많이 났다고 함. 네거티브 방식의 한국의 규제에 치를 떨어서 가온그룹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를 해보라고 그룹 전략실에 지시를 했다고 함. 때마침 gom이 국내보다 해외 사업이 너무 커져서 세금혜택이 있는 나라나 도시로 이주를 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함. 그룹의 게임 사업 부문은 LA에서 만든 게임 롤이 빅히트를 치면서 아예 본사를 류지호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플라야 비스타 지역으로 옮길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함. 강제적 셧다운제 법안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함.]

- 금융가 사설정보지 중에서.


[◆류지호 의장이 여가부 존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가온그룹의 게임사업 부문 철수까지 고려할 정도로 화가 많이 나있다고 한다. 그룹 내부 고위직이 강남 바에서 한 이야기인데 “그룹 차원에서 법인세가 12.5%에 불과한 아일랜드로 떠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고 한다. 정부가 반도체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지정하게 되면 하이닉스를 인수한 가온그룹 총수 혹은 최고경영자에 외국인이 들어올 수가 없다. 공정위에서 사실상 총수라고 보고 있는 류 의장은 이사회의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 가온그룹 내부에서 정부가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성토가 있고. JHO와 합병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 여의도 사설정보지 중에서.


[◆가온그룹의 무역부문 가온인터내셔널을 아시아 금융허브인 싱가포르로 옮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가온그룹에서 흘러나고 있음. 참고로 가온인터내셔널은 연매출 20조 원을 기록 중.]

- 여의도 증권가 사설정보지 중에서.


온갖 찌라시에서 가온그룹 관련 내용이 쏟아졌다.

족벌언론이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YNTV는 친 류지호 성향의 언론사다.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논조를 보이는 대표적인 국내 언론사다.

며칠 동안 그와 관련한 해외 반응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사 한곳에서 여당 중진 국회의원의 비리의혹을 특종으로 터트렸다.

다소 뜬금없이 보이는 특종이었는데.

연이어서 복지부 고위급 인사가 연루된 비리사건이 터지며 그 연관성이 주목을 받았다.

의료 관련 비리였기 때문이다.

더욱 여의도를 달군 루머는 다름 아닌 가온그룹의 본사 해외이전 찌라시였다.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관련 문의가 가온그룹에 폭주해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하필이면 루머가 도는 시기에 가온그룹 회장 래리 킴과 최고 수뇌부가 영국으로 출장을 갔다.

공교롭게도 아일랜드에서 가온그룹 전략기획실장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류지호는 가족과 함께 뉴멕시코 사유지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고.


- 해외서 '게임 셧다운제' 모두 실패!

- 한국보다 먼저 시행한 태국·중국 폐지.

- 선진국은 자율 통제.

- 베트남도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어가고 있다.


인권문제를 중시하는 진보언론 계열에서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기사를 썼다.

때를 같이 해서 글로벌 빅3 게임유통사들이 한국의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The Wall Street Journal 아시아판을 시작으로 해외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었다.

국내에서도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졌다.

게임 셧다운제가 청소년 인권침해라는 의견에 대해 찬성 측에서는 절대적 수면권을 보장해주는 인권보호제도라는 반론과 함께 학습권, 건강권, 궁극적으로 생명권까지 끌고 들어와 억지 논리를 전개했다.

반대측의 행복추구권, 자기 결정권, 부모의 교육권, 게임 업계의 평등권, 표현의 자유, 다양성 보장, 문화의 자율성 등의 반론과 팽팽하게 대립했다.


“셧다운제 비판은 게임업계의 이기적인 입장일 뿐입니다. 청소년들은 마약과 같은 게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합니다. 그런 마약에 중독된 아이들을 일반 가정이나 어머니에게만 맡겨야 할까요? 당연히 국가가 짐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작가가 한 말이었다.


“이기적인 행동의 끝이 어디인지, 한 번 가봅시다.....!”


김석민과 게임업계가 가온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 ✻ ✻


뉴멕시코주의 북동부에 위치한 거대한 목장 Jay & Leo Bell Ranch는 제주도 면적의 2/3에 해당하는 크기를 자랑한다.

미국만 놓고 봤을 때, 개인이 소유한 단일 목장 면적으로 10번째 순위에 들 정도다.

참고로 가장 거대한 개인 소유 목장은 CNN 창업자 에드윈 터너가 소유한 뉴멕시코 남부의 대목장이다.

그 면적이 무려 12억 평에 달한다.

대략 제주도 면적의 두 배다.

류지호는 부동산 거품이 약간 빠질 시기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Bell Ranch를 구입할 수 있었다.

대략 9,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한창일 때 5억 달러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 편이다.

매물로 내놓으면 3억~3.5억 달러 선으로 거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부동산 투자목적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류지호가 팔 리가 없지만.

뉴멕시코주를 떠올리면, 보통은 메마른 고원시대와 황량한 사막을 연상하기 쉽다.

실상은 숲이 울창한 높은 산들도 있고, Bell Ranch처럼 목초지도 있다.

주 전체가 고원지대이긴 하지만, 사막부터 숲, 산, 강까지 다양한 지형이 존재한다.

류지호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혹은 텍사스주의 목장이 아닌 굳이 뉴멕시코주의 목장을 구입한 것은 연중 300일 이상 구름이 끼지 않은 화창한 날씨 때문이다.

위도 상으로 남쪽에 속해있지만, 고원지대 특성 상 더위가 그렇게 심하지 않다.

북부 지역은 겨울에 눈도 내린다.

캘리포니아와 또 다른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제주도 면적의 2/3에 달하는 거대한 사유지는 어떤 누구의 방해나 간섭이 없는 류지호 가족만의 공간이다.

설사 살인사건이 벌어진다고 해도 신고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외졌다고 하지만 위성TV도 있고, 인터넷도 되고, 승용차로 반나절 거리에 뉴멕시코주의 최대 도시 앨버커키도 있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곳은 아니라는 소리다.

류지호는 이 목장을 노후를 대비해서 구입했다.

은퇴한 후에 지긋지긋한 파파라치로부터 해방되어 아내와 함께 유유자적하게 전원생활을 즐기려고.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로 여기저기 부르는 곳이 많았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한국에서의 어리석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오던 차에 레오나가 세상사에서 벗어나 쉬고 오자는 제안을 했다.

때마침 차기작을 포함해 몇 가지 프로젝트를 차분하게 검토할 필요도 있고.

말이 나온 김에 아이들과 함께 목장으로 날아왔다.

한창 한국에서 시끌시끌한 시점에 J&L Bell Ranch에 칩거 아닌 칩거를 하게 되면서 엉뚱한 오해를 낳기도 했지만.

류지호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뉴멕시코주 사유지에서 빅보스가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게 되자.

자연스럽게 의전과 사무 비서진이 함께 뉴멕시코주로 오게 됐다.

본부 캠프에 마련된 오피스에서 각지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정리하고 시급을 요하는 것들만 추려 류지호에게 보고했다.


다다다닥.


한가롭고 평화로운 어느 오후.

J&L Bell Ranch 본부 캠프에 자리한 저택 그늘에서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유일한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류지호가 시나리오를 손보는 소리다.

그의 옆 흔들의자에서 레오나가 갓난아기 준혁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다.


“어릴 때 아라 언니랑 한국에서 놀려고 하면 정말 갈 곳이 없긴 하더라고.”


80년대만해도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놀만 한 곳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동네에서 숨바꼭질하고 딱지치기 하는 것이 다 일 정도로.


“안아줘~”


류시아가 류지호의 다리에 메달려 칭얼댔다.

류지호가 노트북을 덮고는 딸 시아를 번쩍 안아 들었다.


휘웅!

까르르르!


류시아를 비행기 태워주며 류지호가 입을 열었다.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 1위 원인이 학업 스트레스래. 나도 십대를 한국에서 보냈지만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게 진짜 없어. 솔직히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관심이나 있을까 싶고. 오로지 공부, 공부 또 공부.”


따지고 보면 어른들도 딱히 스트레스 해소할 만한 것도 없긴 하지만.

오죽하면 대머리 독재자의 3S 정책이 다 고마울 지경일까.


“그나마 있는 최소한의 여가활동인 게임 시간까지 어른들이 또 국가 권력이 제한하는 발상은 정말....”


레오나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국인의 시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법이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다.

비록 나이가 어릴지라도 자유와 기본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기에.

미국이라고 해서 학부형들이 자녀들의 게임 과몰입에 대해 고민이 없을까?

미국은 학부모단체와 민간협회, 대학 등 민간에서 인터넷 및 게임 중독 예방과 해소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민간 자율등급기관과 학부모교사연합회가 공동으로 학부모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한국인들이 비웃는 중국조차 2007년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 시간을 하루 5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1년 만에 전면 폐지했다.

도리어 게임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후 부모와 게임회사가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자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영화나 독서처럼 게임도 하나의 취미 생활인데. 뭐든 너무 심하게 빠지면 안 좋은 거지만 게임만 갖고 이러는 건 그냥 어른들의 편견 또 행정 편의주의적인 관료적 발상일 뿐이지.”


류지호는 두 번의 청소년기를 경험했다.

그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사실이 있다.

한국에서는 청소년이 여가를 보낼만한 것이 정말 부족하다는 점이다.

청소년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쩌면 한국의 청소년들은 어른보다 더한 스트레스 속에서 십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원하는 기준에 맞추려고 아이들을 몰아붙이더라도.

최소한 숨 쉴 틈은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 및 스포츠 공간 또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로가 조금만 파여도 득달같이 예산을 써서 땜질 하면서.

왜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청소년들의 부족한 것을 채워줄 생각을 하지 않을까.

게다가 어른들이 생각하는 놀이와 청소년 본인들이 정말 하고 싶은 놀이는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본인들도 청소년기를 겪어봤으니까 알 텐데도.

꼰대의 기준으로 접근하다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젠 공부나 학업성취로 직업이 결정되는 시대도 아닌데, 그치?”

“그걸 모를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있으니까. 십대 시절의 학업성적으로 남은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구조가 얼마나 심플해? 그걸 바꾸고 싶지 않겠지. 그래서 공부에 방해되는 모든 것은 다 해악이 되는 것이고.”

“비디오 게임에 청소년들이 과몰입 한다면 그걸 못하게 막을 것이 아니라 게임을 대체할 만한 재밌고 더 좋은 것을 많이 만들어주면 되잖아. 그게 우선 아닌가?”


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그런 마인드로 일을 했다면.

대한민국은 남부럽지 않은 선진복지국가가 진작 되어 있을 터.

대부분의 어른은 청소년들의 놀 권리,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권리 따위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다.

본인들조차 법정근로시간을 훨씬 초과한 과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청소년의 수면권? 건강권? 그건 또 무슨 해괴한 논리람.”

“학습권도 빼면 안 되지.”

“한국의 청소년들은 어른들에게 사육되는 짐승인가?”


매우 신랄한 표현이다.

레오나가 이해하기로는 충분한 수면시간을 통해 건강한 컨디션으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면을 취해야 할 시간에 게임을 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는 논리밖에 안 된다.

법을 전공한 레오나가 보기에 그 논리 안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행복추구나 자기 선택에 대한 권리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의 여가부가 가져다 붙인 권리들에 두 권리가 앞서 보장되어야 함에도.

그저 규제라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리는 것에 급급할 뿐.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직무유기가 뭔가를 해서 망치는 것보다 나을 때도 있는 것이거늘.


“그래서 새만금간척지에다가 미키마우스월드급의 리조트형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지. 내가. 음하하하.”


풋.


레오나가 웃었다.


작가의말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면 1분 간 묵념은 아니더라도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마음으로나마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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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5 이런 삶이 삼류인생일 리가 없지. +5 24.07.10 1,437 74 24쪽
904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3) +4 24.07.09 1,405 71 24쪽
903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2) +8 24.07.08 1,441 69 24쪽
902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1) +3 24.07.06 1,456 78 23쪽
901 영웅으로만 그리진 않을 거야. +11 24.07.05 1,479 93 29쪽
900 미국의 비밀병기....? +8 24.07.04 1,550 79 26쪽
899 평범해진 현재와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4 24.07.03 1,439 69 23쪽
898 0.1% 부자란....! (2) +5 24.07.02 1,452 70 24쪽
897 0.1% 부자란....! (1) +8 24.07.01 1,438 82 24쪽
896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2) +5 24.06.29 1,450 74 22쪽
895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1) +6 24.06.28 1,427 69 26쪽
894 이 사건에서 국가는 책임이 없다... +4 24.06.27 1,454 76 27쪽
893 나르시시즘의 시대. (6) +4 24.06.26 1,434 72 25쪽
892 나르시시즘의 시대. (5) +7 24.06.25 1,439 77 25쪽
891 나르시시즘의 시대. (4) +5 24.06.24 1,480 74 25쪽
890 나르시시즘의 시대. (3) +3 24.06.22 1,499 77 23쪽
889 나르시시즘의 시대. (2) +2 24.06.21 1,503 68 23쪽
888 나르시시즘의 시대. (1) +6 24.06.20 1,532 73 24쪽
887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4) +6 24.06.19 1,481 72 28쪽
886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3) +2 24.06.18 1,477 75 23쪽
885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2) +2 24.06.17 1,527 73 27쪽
884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1) +6 24.06.15 1,583 75 23쪽
883 Think The Unthinkable! (4) +3 24.06.14 1,492 71 25쪽
882 Think The Unthinkable! (3) +6 24.06.13 1,532 65 24쪽
881 Think The Unthinkable! (2) +6 24.06.12 1,515 70 28쪽
880 Think The Unthinkable! (1) +8 24.06.11 1,544 79 25쪽
879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4) +5 24.06.10 1,540 78 23쪽
878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3) +2 24.06.08 1,520 85 23쪽
877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2) +5 24.06.07 1,471 80 24쪽
»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1) +4 24.06.06 1,525 76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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