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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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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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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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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뉴멕시코주의 Jay & Leo Bell Ranch는 비행기나 헬기 이동이 아닌 경우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캠프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제주도의 2/3 면적에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다섯 곳에 불과하고, 캠프에 거주하는 이들도 몇 가구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전에 약속되지 않는 손님이 방문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전 소유주들은 목장 내에 세 개의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콘차스 호수가의 별장, 본부가 있는 메인 캠프 지역의 저택, 목장 북쪽에 위치한 가장 규모가 큰 캠프 지역의 별장 등이다.

류지호의 가족은 본부 캠프의 저택에서 주로 지냈다.

사설 비행장과 가깝고 목장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헤드쿼터가 있기 때문이다.


“삼촌~”


류시아가 막 저택으로 들어서는 중년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넘어져. 천천히 와.‘


중년남자가 류시아를 번쩍 들어 안았다.

과거 J&L Bell Ranch에는 백인일색이었다.

Rehman Bros 사태 이후로 아시아계와 흑인들이 많이 유입되었다.

흑인들은 빈민가 청소년 캠프 출신 대학생들이다.

주로 여름방학 동안 머물며 일을 한다.

아시아계는 전부 한국계 미국인들이다.

금융위기 때 경제적인 절망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했던 사람들이다.

류지호가 그들을 불러다가 일을 시키며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있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막 남쪽 게이트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남자의 말에 류지호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남쪽 게이트를 통과해서 이곳 헤드쿼터 캠프까지 쉬지 않고 달리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승용차 기준이다.

한국에서 손님들이 방문하기로 했다.

보통은 사설 비행장으로 방문하는데 오늘은 도로를 통해 찾아왔다.


부우웅!


광활한 비포장도로를 풀카고를 장착한 트레일러 두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두 대의 민간 순찰차가 트레일러를 선도하고 있다.

JHO Security Service 소속 대원들이다.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두 시간이나 달려 본부 캠프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택 2층 서재에서 트레일러가 도착한 것을 확인한 류지호가 걸음을 옮겼다.

현관을 빠져나온 류지호의 시선에 목장을 관리하는 총책임자 제프 로건(Jeff Logan)이 트레일러를 몰고 온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들어왔다.


넙죽.


제프 로건과 대화를 나누던 한국인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먼 길 오느라 고생들이 많았어요.”


한국인들의 인솔자로 보이는 인물이 대표로 인사를 받았다.


“고생은요. 말로만 듣던 Bell Ranch를 구경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떠나기 전에 헬기 타고 목장 한 번 돌아볼래요?”

“그래주시면... 감사합니다.”


인솔자는 추진욱이라는 이름의 GAON Mobility Corp의 미주지사장이다.

북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경일자동차그룹 캐나다 법인장과 미주 판매법인 부사장을 역임한 추진욱을 스카우트해왔다.

한국 자동차업계에서 흔치 않은 북미시장 전문가다.

가온모터스의 북미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재규어-랜드로버스 시장 확대라는 중책을 맡았다.

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는 사이, 트레일러를 몰고 왔던 기사들이 카고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차량 발판을 카고에 연결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 끝에.

카고에서 각각 두 대의 SUV를 꺼냈다.

랠리 경주용으로 튜닝된 카이언과 코란도-C 모델이다.


“의장님 전용 뉴체어맨W 커스텀 리무진은 벨에어 저택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통관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예. 체어맨은 편하게 타시면 됩니다. 다만 오늘 가지고 온 랠리용 차량은 사유지에서만 운행하셔야 합니다. 차를 몰고 공도로 나가시면 법에 저촉됩니다.”

“오프로드 전용으로 개조되었는데, 공도로 나갈 일이 뭐가 있겠어요.”


랠리용으로 개조된 카니언은 본래 지옥의 밸리라고 불리는 ‘다카르 랠리’를 위해 준비되었던 차량이다.

아쉽게도 최종 테스트간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폐기처분될 수 있었던 차량을 류지호가 구입했다.

코란도-C 랠리용 튜닝카 역시 내년 1월에 네덜란드에서 열릴 예정인 ‘스캔커버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개조되었다.

성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어 폐기될 예정이었던 것을 류지호가 구입했다.

가온모터스에서는 랠리 대회 출전에는 미흡하지만 아마추어 오프로드 마니아가 타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두 대의 개조 차량을 류지호에게 판매했다.


“픽업트럭만 타시는 줄 알았는데, 오프로드 차량도 즐기시나 봅니다.”

“친구들과 목장에서 즐기려고 혹시나 싶어 구입했어요. 어쨌든 경주용으로 개조된 것이니까.”

“간발의 차이로 탈락한 것이라서 성능은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카르 랠리는 어떤 브랜드가 나가게 되는 거죠?”

“렉스턴 모델이 결정되었습니다.”

“2008년 이후로 3년 만이지요?”

“예.”


(주)신진지프 자동차 시절 첫 번째 랠리참가는 지중해 동부에 위치한 섬나라 키프로스(Cyprus)에서 시작되었다.

1990년 2월18일, 제10회 키프로스 랠리에서 국내 자동차 제조사 최초로 코란도 차량이 국제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었다.

이 대회에서 같은 모델로 1995년까지 세계 최초 6년 연속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다카르 랠리에는 코란도 훼미리가 1994년 개조차 부문인 그룹 T3에 출전했는데, 국내 최초로 공식 완주기록을 세웠다.

무쏘 모델의 경우는 1994년 파라오랠리에 출전해 종합 2위, 4WD부분에서는 1위로 들어왔다.

당시 대회에서 T3부문 출전차량 34대중 경기를 끝까지 마친 차는 16대뿐이었는데, 세계적인 SUV들을 제치고 무쏘가 1위로 들어오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후 1996년 다카르랠리에 무쏘가 또 다시 참가했는데, 최초의 한국인 완주자가 탄생한 기념비적인 대회였다.

멕시코에서 개최된 ‘제32회 BAJA 1000 랠리’에서 뉴코란도 모델이 우승을 차지한 바 있고, 세계 6대 랠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르헨티나 팜파스 랠리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액티언이 중국 로브노르 사막 자동차경주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기록했고, 2009년에는 카이런이 제31회 아르헨티나-칠레 다카르랠리에 참가해 완주에 성공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칠레 다카르랠리에서는 사상 최초로 장애인 팀이 완주하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다.

금융위기와 가온그룹의 자동차 사업부문에 인수합병 되는 어수서한 분위기 속에서 내실을 다져오다가 마침내 이번에 다시 랠리에 도전하게 됐다.


“다카르 랠리가 시작인 거죠?”

“올해부터 다시 적극적으로 해외 모터스포츠에 참여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 재고와 글로벌 판매망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결국 재규어-랜드로버스와 가온모터스 판매망을 따로 운영하기로 했다고요?”

“역시너지효과가 매우 우려된다는 판단입니다.”


재규어-랜드로버스는 고급차 이미지가 강했다.

차량 가격이 비싸 일반 대중에게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온모터스 모델들로 시너지효과를 내보자고 제안했는데, 경영진들의 판단은 역효과를 우려하는 모양이다.

정직하게 말하면 영국 현지 경영진들이 봤을 때 재규어-랜드로버스 브랜드가 손해를 본다고 판단한 것이겠지만.


“요새 재규어-랜드로버스 노조는 어떻게 하고 있대요?”


영국의 Swallow Motors의 노조는 자동차 업계에서도 강성노조로 유명했다.

인수합병 초기 류지호는 노조와 타협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정책을 펼치라고 당부했다.

그에 따라서 한국 모기업과 영국 현지 경영진 모두 노조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노사가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곤 있지만 그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과도한 구조조정을 피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아예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서구권 기업들처럼 무작정 내쫓는 정리해고 방식을 철저히 피했다.


“몇 달씩 무급휴가를 주거나 연휴 때 조별로 돌아가며 개인별 근무시간을 축소하는 식으로 해고 인원을 최대한 줄이려 했고. 부득이하게 감원할 때는 정규직 대신 파트타임 직원들을 먼저 내보내는 식으로 노조 반발을 달랬던 것이 주요했습니다.”


비용절감 명목의 일방적인 해고를 하지 말 것.

류지호가 소유한 기업들의 경영원칙 중에 하나다.

그로인해 무자비한 해고나 피도 눈물도 없는 구조조정을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한 기업이 JHO와 가온그룹이다.


“고급차 이미지와 명성에 매몰되지 않고 혁신을 추구한 것도 체질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과감한 기술 혁신과 트렌디한 디자인의 신차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도 주요했구요.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고객층을 넓힐 수 있는 신차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압니다.”


대표적인 신차 라인업 중에 하나가 프리랜더의 후속 모델이다.

도시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레인지로버스 기본 기능과 함께 첨단 사양을 갖췄음에도 판매가격에서 한화로 7,0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고민하고 있다.

프래랜더의 후속으로 얼반 스포츠 모델이 새롭게 출시된다면, 럭셔리 SUV 레인지로버스와 대중적 레저 모델의 투 톱 체제로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재규어 브랜드 역시 디자인 총괄디렉터 칼럼의 주도로 만들어진 5가지 라인업을 더욱 발전시켜 Swallow Motors 역사상 가장 넓은 스펙트럼의 라인업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고급화에 소홀해선 안 됩니다. 그렇기에 한국의 신진지프를 인수한 것이니까.”

“그렇지 않아도 갈수록 높은 사양을 원하는 고객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특별한 차량만 전담하는 부서를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고성능 차량과 개별 주문, 한정판 모델 개발 등을 전담할 예정인데, 브랜드별로 최고 성능 차량과 하이퍼 럭셔리 차량을 전문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차량이 이번에 한국에서 가져 온 체어맨W 커스텀 리무진입니다. 재규어 X351을 기반으로 한 커스텀 리무진은 석 달 안에 인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진욱 사장이 이번에 새롭게 제작된 류지호 전용 리무진의 사양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놨다.

반 만 알아들었다.

미국 대통령의 공식의전 차량 부럽지 않다고 하니.

그런 줄 알 수밖에.

영국 여왕의 의전차량은 벤틀리지만, 재규어도 종종 사용된다.

총리를 비롯해 국가 서열 고위급 인사들도 재규어를 의전차량으로 사용하고 있고.


“특별 차량 전담 부서를 위해 영국에 새로운 테크니컬 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0만 파운드를 투자할 것이라고....”


내년에 영국의 코벤트리 근처에 특별 차량 전담 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150명의 전문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이 고성능 차량 개발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참고로 전기자동차는 모회사 GAON Mobility Corp이 있는 한국(새만금) 그리고 TESLAS와 협력을 위해 실리콘밸리 두 군데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개발될 예정이다.

생산시설 역시 한국의 새만금간척지와 미국의 프리몬트에 갖출 예정이고.


“내가 듣기로 올해부터 5년간 신차 개발에만 120억 파운드(약 17조4,000억 원)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고 하던데. 자체적으로 감당이 된다고 하던가요?”

“중국, 멕시코, 유럽의 스페인 혹은 동유럽 국가 중 한 곳 정도에 생산시설을 신설하는 것까지 포함된 투자금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모회사가 일정 부분 책임지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를 위한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이 예정되어 있다.


“SANYO 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전장사업 부문까지 갖춰지게 되었고, 가온그룹의 사내 벤처를 벤치마킹해서 자체적인 스타트업 지원도 고민해 보라고 하세요. IT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좋겠어요.,”

“자동차 관련한 IT 부문을 가온그룹에 맡기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영국보다 한국의 IT 분야 인건비가 저렴하다 보니. 영국 공장의 IT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운영 관련 업무를 가온그룹에 맡기면서 연간 수백만 달러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온그룹은 직원 그리고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모토로 삼고 있어요. 사업장마다 복지에 차별이 있어선 안 됩니다. 협력사와의 상생도 늘 소홀히 하지 말길 바랍니다.”

“예!”


웨딩스튜디오 시절부터 열린 경영, 상생, 직원과 함께 성장한다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왔기에 기업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음에도 직원을 존중한다는 인식이 사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가온그룹 직원들은 어느 기업보다 충성심 애사심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번 타보시겠습니까?”

“좋죠!”


먼저 카이런 모델부터 시승했다.

랠리 대회 참가용이기 때문에 차량 내부는 안정장치 외에는 단출했다.


부아앙~


랠리용 카이런을 타고 메인 캠프 주변을 가볍게 돌고 왔다.

이어 코란도-C 모델까지 시승을 마치고, 일행과 함께 본부 건물로 들어갔다.


“차량은 어디에?”


제프 로건이 직원들을 데리고 J&L Bell Ranch 본부 캠프 오너 저택의 차고로 향했다.


“......!”


랠리용 차량들을 몰고 차고로 온 가온모터스 직원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지간한 관공서 주차장 크기를 방불케 하는 차고의 규모에 놀랐기 때문이다.


“픽업트럭 모터쇼에 와 있는 것 같지 않냐?”

“그러게요. 웬만한 픽업트럭 모델은 다 있는 것 같은데요?”

“참 우리 의장님은 특이하시다니까.”

“원래 부자들은 클래식 자동차나 스포츠카를 수집한다던데, 우리 의장님이 좀 많이 유별나시긴 하죠.”


픽업트럭의 본고장 미국 브랜드부터 일본, 유럽산 모델까지 이십 여 개 모델이 차고에 보관되어 있다.

산악험지 풀 튜닝 차량도 여러 대 소유하고 있고.

본래 차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머슬카 종류나 대형차에 환장한다.

절친 윌리 워커는 스포츠카를 좋아함에도 종종 류지호와 함께 J&L Bell Ranch에서 몬스터트럭으로 개조된 차량을 타고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즐기곤 하는 것처럼.

류지호와 추진욱 사장이 캠프의 헤드쿼터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고 티타임을 가졌다.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군 지휘차량 교체 사업에 가온모터스가 지원하기로 했다던데... 뭐 아는 거 없어요?”

“내년에 국방부가 지휘 차량납품업체를 새로 선정할 예정이랍니다. 3,000대 이상을 납품받을 거라고 하는데. 대략 800억 원 규모의 계약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렉스턴 스포츠가 군지휘차량으로 선정되었던 것 같았다.

정확히 몇 대가 납품되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꽤 오랫동안 군에 납품했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2004년에 렉스턴을 싱가포르군이 사가서 폭탄 탐지 장치와 지휘관과 연락할 수 있는 군용 특수 통신장비를 설치해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코란도까지 두 가지 차량을 일반과 개조 두 가지 모델로 납품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국방부로부터 납품업체로 선정된다면 본사는 차량만 납품하고 군사장비는 군에서 알아서 탑재하는 방식일 것 같습니다.”

“전술차량은 KS 자동차가 맡고 있죠, 아마?”


대한민국 군 전술차량은 아세아 자동차부터 시작해 90년대 후반부터 KS 자동차가 열심히 연구개발 중이다.


“예. 본사는 기존 차량을 개조해서 사용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따로 방산부문으로 진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군납의 경우 대략 10년 간 최대 3,500대를 꾸준히 납품할 수 있다.

확실한 거래처가 있다는 점이 군납의 매력이다.


“따로 연구개발을 할 필요는 없겠죠?”

“예. 각종 장비나 도색은 군에서 알아서 하게 되니까요.”


이전 삶에서 인도기업에 넘어간 (주)신진지프에 군용 지휘차량 납품을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 논쟁이 있었다.

전술차량과 달리 기존 SUV를 개조해서 사용하는 지휘차량의 경우 (주)신진지프 차량이 KS와 경일자동차보다 좀 더 뛰어났다.

수십 년 동안 4WD만 팠던 메이커였으니까.

정부차원에서 사정이 어려운 (주)신진지프를 돕자는 취지도 없지 않았고.

게다가 레토나가 엔진 결함 등 최악의 품질로 정평이 나있어서 이번 기회에 업체를 바꿀 필요도 있었고.

얼마 전 KS자동차가 공개한 차세대 군 전술차량도 좋은 소리를 못 듣고 있다.


“정부나 군에서 가온모터스더러 전술차량까지 해보라고 하진 않겠죠?”

“그럴 리도 없지만, 해도 거절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류지호로서는 생각할수록 우습고 황당한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육해공의 주요 무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방산산업국이기도 하고.

그런데 군 지휘차량이나 전술차량 하나 제대로 못 만든다.

정확하게는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안하는 것이지만.

기존 국내 자동차 메이커는 매번 군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서 의욕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는 것처럼 하고는 막상 사업권을 따내면 연구개발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다.


- 그렇게 애국자면 너희 회사가 하면 될 거 아냐!


누군가 따진다면.


“수십 년 동안 군납으로 꿀 빤 메이저 업체가 책임지라고 그러세요.”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가온모터스다.

경일자동차그룹이 정신을 차리고 방산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다.


“암튼 가온이 전술차량까지 하는 것은 오버고. 지휘차량 납품하는 김에 야전에서 차량 운용 데이터 공유 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아마 군기밀이란 이유로 어렵지 싶습니다.”

“추 사장이 보기에 가온의 픽업트럭 라인업을 어떻게 봅니까?”

“미국 시장에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미 FTA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산 픽업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사실상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시장 진출이 막혀있다고 봐야 했다.

때문에 가온모터스가 미국시장에 픽업트럭을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산으로 판매해야만 한다.

가온모터스의 하이브리드 차량 현지 생산을 위해서 TESLAS가 구입하고 남은 부지를 매입했다.

전기차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픽업트럭도 만들어 팔아볼 궁리를 해봤는데.


“아시다시피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격전지입니다. 북미에서 딜러를 확보하는 것부터 브랜드 메이킹 등 상당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요. 서두르진 맙시다. 북미 공략을 위한 맞춤 라인업이 완전히 갖춰지기 전까지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 주력해야겠죠.”

“늦어도 2015년에는 가온모터스의 차량이 북미를 누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코란도-D 개발에 대한 입장은 뭡니까?”

“.....”


추진욱 사장이 대답을 아꼈다.

올해 가온모터스는 기존 액티언을 대체할 준중형 SUV를 내놓았다.

코란도-C를 풀체인지 한 모델이다.

가온모터스 재기의 발판이 될 첫 신차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류지호가 말한 코란도-D 모델은 과거 지프 타입의 코란도를 계승하면서 도시 감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전 삶에서 랜드로버스 디펜더 혹은 6세대 브롱코와 흡사한 디자인이라고 할까.

마초적이면서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기존 코란도 스포츠 유틸리티 모델명에는 ‘Classy’가, 레트로 기반 모델에는 ‘Dynamic’이 붙을 예정이다.


"말을 아끼는 것 보니 말 못할 사정이 많은가 보네요?“

“회사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지라.”

“다른 사람 말고 추 사장은 어떻게 생각지요? 무리수라고 봅니까?”

“개인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프와 랜드로버스와 비교해 브랜드 인지도가 제로의 가까운 가온모터스의 오프로더가 북미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가온모터스 한국인 임원들에게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본 미국 대도시의 잘 포장된 도로가 익숙하겠지만, 사실 땅덩어리가 무지막지하게 넓은 미국은 국토 대부분이 시골이다.

시골길은 대체로 포장이 되어 있지 않다.

미국에서 픽업트럭과 SUV 판매량이 많은 것은 그 같은 비포장도로가 많은 미국의 환경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북미에서 정통 오프로더인 지프 랭글러가 한 해 수십 만 대씩 팔리고 있다.

랭글러의 사실상 독주라고 할 수 있다.

류지호는 그런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가온모터스에 오프로더와 픽업트럭을 주문했다.

코란도-C 같은 모델로는 세계 자동차 브랜드의 각축장이라고 불리는 미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거란 판단 때문이다.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와 경쟁 스튜디오지만 <트랜스포머> 그 외에도 인기 할리우드 콘텐츠에 PPL로 자주 노출된다면요?”


이미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다수의 영화에서 경일자동차가 자주 노출됨으로써 글로벌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류지호가 관여하는 모든 영화 및 드라마 콘텐츠에서 가온모터스 자동차가 꾸준히 노출된다면, 수 천만 달러를 들인 어떤 마케팅전략보다 뛰어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혹시 TCU 영화에도 PPL이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현물에다가 제작비 일부도 부담해야겠지만.”


TCU 영화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고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PPL이 쇄도하고 있다.

PPL을 따내기 위해서는 좋은 조건을 준비해야 한다.

이후로 추진욱은 TCU 영화 PPL에 어떻게 하면 접근할 수 있는지 물었고, 류지호는 관련해서 자세하게 가이드를 해줬다.

그 외에도 JHO Company Group과 가온그룹 계열 영화사들이 합작을 진행하고 있는 각국의 영화·TV시리즈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류지호와 추진욱이 가온모터스의 홍보마케팅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한국에서부터 랠리용 차량을 가지고 온 직원들이 저택 주차장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류지호의 허락을 받아서 직접 시승까지 해보는 호사를 누렸다.

여담으로 이날 직원들이 찍어서 SNS에 공유한 사진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사진 몇 장 때문에 갑자기 팔로워가 폭증하기도 한다.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는 소박하게 아우디 R8를 타고, 현실의 억만장자 미스터 할리우드는 포드 F-150 랩터나 DMC 시에라를 탄다. 과거에는 가난한 농부들의 교통수단이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던 픽업트럭이 이제는 최고 부자의 장난감이자 수집품이 되었다.]

- USA Today.


작가의말

활기찬 한 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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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5 이런 삶이 삼류인생일 리가 없지. +5 24.07.10 1,437 74 24쪽
904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3) +4 24.07.09 1,404 71 24쪽
903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2) +8 24.07.08 1,441 69 24쪽
902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1) +3 24.07.06 1,455 78 23쪽
901 영웅으로만 그리진 않을 거야. +11 24.07.05 1,479 93 29쪽
900 미국의 비밀병기....? +8 24.07.04 1,550 79 26쪽
899 평범해진 현재와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4 24.07.03 1,439 69 23쪽
898 0.1% 부자란....! (2) +5 24.07.02 1,452 70 24쪽
897 0.1% 부자란....! (1) +8 24.07.01 1,436 82 24쪽
896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2) +5 24.06.29 1,450 74 22쪽
895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1) +6 24.06.28 1,426 69 26쪽
894 이 사건에서 국가는 책임이 없다... +4 24.06.27 1,453 76 27쪽
893 나르시시즘의 시대. (6) +4 24.06.26 1,431 72 25쪽
892 나르시시즘의 시대. (5) +7 24.06.25 1,437 77 25쪽
891 나르시시즘의 시대. (4) +5 24.06.24 1,480 74 25쪽
890 나르시시즘의 시대. (3) +3 24.06.22 1,498 77 23쪽
889 나르시시즘의 시대. (2) +2 24.06.21 1,502 68 23쪽
888 나르시시즘의 시대. (1) +6 24.06.20 1,531 73 24쪽
887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4) +6 24.06.19 1,480 72 28쪽
886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3) +2 24.06.18 1,477 75 23쪽
885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2) +2 24.06.17 1,526 73 27쪽
884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1) +6 24.06.15 1,583 75 23쪽
883 Think The Unthinkable! (4) +3 24.06.14 1,491 71 25쪽
882 Think The Unthinkable! (3) +6 24.06.13 1,532 65 24쪽
881 Think The Unthinkable! (2) +6 24.06.12 1,515 70 28쪽
880 Think The Unthinkable! (1) +8 24.06.11 1,543 79 25쪽
»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4) +5 24.06.10 1,539 78 23쪽
878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3) +2 24.06.08 1,519 85 23쪽
877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2) +5 24.06.07 1,471 80 24쪽
876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1) +4 24.06.06 1,523 76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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