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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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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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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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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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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모렌씨. 아시아의 새로운 카지노 호텔 후보지로 한국도 검토 중입니까?”

“Jim이라 부르십시오. 보스.”


류지호는 MSM-Mirage Resotrs의 오너가 아니다.

아직 MSM Entertainment의 자회사로 편입된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경영진들은 류지호가 자신들의 상관인 양 행동했다.


“궁금하신 점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한국의 사정에 대해서 검토할 사항이 많습니다.”

“어떤 사정....?”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한 해 200만 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또한 경쟁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지역이 사업타당성이 있을 것인지. 보스께서 개발 중인 간척지에 정부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가해 줄지 등. 올해 안에 부사장급이 지휘하는 팀을 한국에 정부 파견해 고위급들과 관련 사안을 논의해보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 시기 한국에서는 모두 17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영업 중이다.

내국인이 출입 가능한 곳은 강원랜드가 유일하고.


“도쿄와 오사카가 유력 후보지 아니었어요?”

“부상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아시아의 몇 곳을 리서치 중입니다.”

“리서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지요?”

“사회학자나 건축가·환경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에게 각 나라의 상황, 도박 산업의 배경과 환경에 대해 인터뷰와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있습니다.”

“전문팀은 구성되어 있구요?”

“물론입니다. 아시아 지역 전문가와 글로벌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새만금간척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구요?”

“카지노를 제외한 복합리조트 형태가 될지,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될지... 한국정부의 협조에 달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류지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새만금간척지에 온갖 종류의 대중문화예술 및 오락산업을 유치할 계획이지만.

도박산업과 외국인 전용 유흥산업까지 들어오는 것은 탐탁지 않았기에.


“해외진출 호텔은 카지노 위주로 기획하고 있진 않습니다. 다른 경쟁자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저희는 훨씬 진화된 형태의 복합리조트 모델을 연구 중입니다.”


조슈아 올슨 MSM 사장이 입을 열었다.


“카지노에만 방점을 찍는 비즈니스 모델은 동북아시아에서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과 함께 찾아올 수 있는 복합리조트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민 중입니다.”


그제야 류지호가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카지노 산업의 추세가 기존의 틀을 점차 벗어나고 있다.

도박 위주의 도심형 혹은 호텔 카지노 사업에서 벗어나 관광산업의 한 축으로 보고 다른 산업과 연계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족 단위 모객을 목표로 각종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철저하게 오픈카지노를 금지하고 있고, 이미 많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도 영업 중이라 경쟁이 치열할 터인데...”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기 시작하면서, 본토 공략이 힘든 미국의 빅4 카지노 기업들이 한국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이 즈음이다.

오픈카지노(내국인 이용)를 철저하게 막는 한국정부에 로비를 해보곤 있지만.

쉽지가 않다.

결국 한국 진출을 포기하고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로 진로를 선회하게 된다.


“일본과 함께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인식과 평가가 좋습니다. 도로·철도·공항 같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교육 수준도 높지요. 특히 한국에서 컨벤션을 중심으로 한 MICE산업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MICE 비즈니스는 저희 MSM의 핵심 사업입니다.”


조슈아 올슨이 말을 받아 부연설명을 보탰다.


“카지노 사업이 부동산 임대와 엄청난 현금이 도는 산업으로 인식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유지비용이 많이 듭니다. MSM-Mirage 역시 계열의 호텔과 리조트를 전부 소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부는 임대와 위탁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Rehman사태 때 채무상환을 위해 매각한 호텔과 리조트가 주로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임대료만 따져도 어지간한 중소기업 연매출에 버금갑니다.”


류지호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신경 쓰이진 않았다.

차차 알아 가면 되니까.


“한국은 약 170억 달러 규모의 합법적인 게이밍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적인 게이밍 시장은 700억 달러 이상이라고 합니다. 카지노와 관련해서 국가마다 규정이 다 다릅니다. 한국의 경우는 싱가포르 모델을 참조하길 정부에 로비를 하고 있습니다. 게이밍 산업에 있어서 규제가 강해야 운영이 투명해지고, 운영이 투명해야 투자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라.....”


MSM-Mirage가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싱가포르로 진출시킬 때 내국인 카지노 허용에 대한 논란이 상당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호텔카지노 기업을 받아들이면서 강력한 규제를 만들었다.

2004년 새로 취임한 총리의 결단으로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자본을 유치, 지난해 카지노 복합리조트 2곳이 싱가포르에서 개장했다.

그곳 중 하나가 MSM-Mirage가 투자한 카지노 호텔이다.

그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에는 국민 설득이 주요했는데, 싱가포르 국민들이 해외 나가서 카지노를 이용하느니 그 돈을 국내 카지노에서 쓰자는 여론을 형성했다고 한다.


“가령 이런 겁니다. 가족이 중독 신고를 할 경우 특정인의 카지노 출입이 금지된다거나 본인이 요청할 때에도 카지노 출입이 금지됩니다. 만 21세 이상 출입도 엄격하게 지켜야 하고, 하루 100 싱가포르달러의 입장세도 내야 합니다. 연간 입장세가 2,000달러, 베팅 총액이 1만 달러를 넘어가면 신용조회를 통해 충분한 재력이 있는지 평가도 받아야 합니다. 미국 못지않은 강력한 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라스베이거스가 자유방임처럼 풀어져 있는 것 같아도 미국 정부의 규제는 아주 강력합니다. 저희는 그런 규제를 엄격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는 정부에서 파견한 감독관이 상주하고 있다.

감독관들은 카지노 주위에서 벌어지는 아주 사소한 일들도 일일이 보고서에 써서 제출한다.

카지노 업체는 이런 보고서에 어떠한 간섭도 할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만약 정부 규제를 따르지 않거나 감독관의 업무를 방해할 경우 카지노 업체가 받게 될 처벌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피아가 지배하던 시절과 다르게 경영도 아주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카지노 기업들은 주식시장에도 공개되어 있다.

또한 법적으로 모든 장부를 언제든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카지노 사업을 할 수가 없다.

다만 어디나 편법과 줄타기는 있게 마련이다.

법을 잘 알고 그 허점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유능한 변호사와 회계사들 또한 카지노 업계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 진출 가능성은 얼마나 봅니까?”

“전적으로 한국정부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연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약 900만 명입니다. 반면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1,400만 명이라고 하죠. 단순히 호텔만 짓는다고 외국인 방문객이 늘지 않습니다. 보스께서 진행하고 계신 간척지의 테마파크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밖의 관광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끄덕.

류지호도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은 사실 글로벌 빅4 카지노 기업 한 곳만 적당한 곳에 건설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인 때문에....?”

“예. 라스베이거스 빅4 중 한 곳의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면 수만 명의 신규 고용이 만들어집니다. 세탁, 택시영업 같은 생활서비스 분야에도 일감이 많이 만들어지지요. 기본적으로 객실 수 수천 개의 초대형 호텔과 리조트가 세워지기 때문입니다. 보스께서 개발하시는 간척지가 되었든 국제공항이 있는 섬지역이 되었든 카지노 호텔이 일단 만들어지면 한국을 아시아의 엔터테인먼트 수도로 만들겠다는 한국정부의 야심도 꿈만은 아닙니다.”


한국의 대통령이나 고위관료가 들었다면 매우 좋아했을 언변이라고 할 수 있다.

류지호로서는 가소롭기 그지없었지만.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카지노 게이밍 비즈니스와 비카지노로부터 나오는 수익이 50대50입니다. 거의 비율이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아주 중요합니다. 저희는 라스베이거스 호텔들에서 쌓아온 가족 중심 서비스 요소를 다른 지역에도 전파할 계획입니다.”


류지호가 의욕에 가득 차 있는 제임스 모렌 사장을 한 번 눌러주었다.


“한국을 다른 아시아 국가의 정서나 국민성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면 안 됩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국에는 K-pop을 중심으로 한 한류 콘텐트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그 아이돌 스타들을 위한 전용 공연장이 없다는 것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복합리조트는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습니다. 각 나라마다 복합리조트 성격이 다르고 유전자가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돌 산업과 영화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가보면 알지만, 실제 카지노 공간이 차지하는 공간은 그렇게 크지 않다.

대부분의 공간을 객실이 차지한다.

그 외에 뷔페, 쇼·오락 공간, 각종 레스토랑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차지한다.

즉 카지노가 아니더라도 고객을 유인할 요인이 많다.

문제는 라스베이거스에는 그 같은 호텔들이 수십 곳이 모여 있다는 점이다.

독립적인 호텔과 리조트 한 두 개로는 그 효과를 누리기 쉽지 않다.

참고로 중국인들은 자국 내에서 카지노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주로 마카오와 싱가포르를 찾는다.

특히 마카오는 라스베이거스 못지않다.

그런데 마카오와 상가포르는 중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6시간 거리에 있다.

반면에 한국은 그 절반의 시간이면 올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빅4 카지노호텔 브랜드가 한국진출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한국인의 정서상 내국인 카지노 허용은 도박중독 조장을 국가가 나서 한다고 인식될 수 있어요. 도박산업은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중독될 가능성이 매우 크죠. 한국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만들고 투명하고 체계적인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지노호텔을 허가할지 의문입니다.”

“다른 빅4 카지노호텔들은 카지노를 통한 수익이 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을 겁니다.”


당연한 것이다.

카지노 빼고 한국에서 무엇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좋아요. 한국정부의 태도와 사업성 검토가 완료되어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이니까 좀 더 두고 보기로 하고. 라스베이거스에 따로 E-스포츠 전용 스타디움을 마련하는 아이디어에 대한 검토는 어떻게 되고 있지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음.”

“E-게이밍 베팅사업에 대한 실체적인 데이터도 없고, 무엇보다 현재는 E-게이밍 베팅이 불법입니다. 설령 합법화가 된다고 해도 E-게이밍을 즐기는 연령대가 17~30세로 베팅이 21세부터 합법이라고 봤을 때, 시장성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10여 년 후를 보면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분야다.

그때 가서는 E-스포츠 베팅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까지 커지게 되니까.


“내 제안은 E-스포츠 게임에 베팅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스타디움 대관과 티켓 판매, 그 외 라스베이거스 엔터테인먼트와 결합된 새로운 수익 모델에 있지요.”


제임스 모렌 사장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손가락으로 턱을 쓸었다.

반면에 조슈아 윌슨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내가 듣기로 라스베이거스 방문객의 15% 정도가 겜블링이나 엔터테인먼트 때문이 아닌 컨벤션 참석자였어요.”


라스베이거스는 도박의 도시로 대중들에게 익숙하지만, 매 주마다 각종 전시회, 박람회, 국제행사 및 신제품 발표회, 기업체 행사 등 각종 컨벤션이 열리고 있다.


“매년 평균 500~600만 명이 순수하게 컨벤션에 참석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다지요. 이미 UFC가 자리를 잡았고, 다음 차례는 E-스포츠가 될 있을 것 같은데. 그를 통해 젊은층의 관광객을 발굴할 수도 있을 듯 싶은데 말이죠.”


MSM-Mirage가 각별히 신경 쓰는 분야가 MICE 사업이다.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 관광(Incentive tour),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 및 이벤트 (Exhibition&Event)에서 따온 MICE산업은 일명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린다.


“혹시 가봤는지 모르지만, 오렌지 카운티의 SnowStorm 아레나나 Playa Vista의 스펙트럼 스타디움의 방문객 수가 상당합니다. 라스베이거스 빅이벤트에 E-스포츠를 추가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LoL>이란 게임도 보스와 연관이 있습니까?”

“내가 소유한 한국기업의 미국법인에서 개발해서 서비스하고 있지요.”


제임스 모렌이 허탈하다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온 사방에 미스터 할리우드의 손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는 것만 같았다.

<LoL>은 자신의 자녀들도 즐기는 게임이다.

회사의 직원들도 상당수 즐기는 게임이기도 했고.

최근 가장 뜨거운 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LoL>이었기에.

오죽하면 평소 게임을 잘 몰랐던 자신까지 알 정도일까.


“혹시.... 말입니다.”

“MSM 계열 호텔에서 <LoL>대회를 유치하고 싶다면 올해는 힘듭니다.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겁니다.”

“그것이 아니라... 혹시 MSM-Mirage를 JHO에서 탐냈던 것이..... 게이밍이 아닌 다른 부분 때문인지...?”

“맞아요. 나는 라이브쇼를 원했어요.”

“......?”

“성인 대상 쇼와 퍼포먼스만 하진 않죠. MSM 호텔에서는 가족들이 볼 수 있는 퍼포먼스 쇼도 있지 않던가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텔에서는 매일 다양한 쇼와 볼거리들이 공연되고 있다.

MSM 계열 15개 호텔에서는 마술쇼, 마임, 뮤지컬, 서커스 등 다양한 쇼와 퍼포먼스가 항시 펼쳐지고 있다.

한마디로 엔터테인먼트의 보고다.


“라스베이거스의 엔터테인먼트를 손에 쥐려고 하신 거군요?”

“그랬죠.”


사실 류지호는 카지노 사업에 큰 관심이 없었다.

라스베이거스의 3대 쇼인 MSM Grand의 ‘태양의 서커스 KA Show’와 벨라지오 호텔의 ‘오쇼(O' Show)’ 등에 관심이 많았을 뿐.

또 MSM 계열의 호텔 & 리조트의 각각의 테마와 그 걸 응용한 갖가지 콘텐츠 활용을 새만금개발유한회사에서 벤치마킹하길 바랐다.

단순히 공연만 원했다면 캐나다 퀘벡주에 사무실이 있는 태양의 서커스 측과 직접 계약해도 된다.

류지호가 원하는 것은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아니다.

거대한 규모의 서커스와 각종 쇼를 상시 공연하는 MSM-Mirage의 쇼·공연 운영 노하우와 마케팅 기법이 탐이 났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기업기밀이고 경쟁력이다.


“혹시 저희 리조트가 JHO의 IP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까?”

“헐값에 쓰겠다고만 하지 않으면 가능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요, 조쉬?”


조슈아 윌슨이 류지호가 아닌 제임스 모렌을 향해 말했다.


“나중에 그 부분은 나와 따로 대화를 나눕시다.”


제임스 모렌은 자신이 너무 나갔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굳이 실무적인 것까지 오너에게 질문할 것까진 없다.


“나와 더 나눌 이야기가 남았습니까?”

“...없습니다.”

“함께 식사라도 했으면 좋겠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오늘은 이만 헤어져야 할 것 같군요.”

“JHO 컨벤션에서 뵙겠습니다.”


다음 달에 JHO 컨벤션 최초로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지금까지는 여름엔 Rancho Palos Verdes 지역에서, 겨울엔 무주리조트에서 열려왔다.

앞으로는 라스베이거스 MSM-Mirage 계열 호텔에서도 열리게 됐다.

추후 새만금간척지 아리울에 컨퍼런스 전시장과 럭셔리 호텔이 완공된다면 선택지가 하나 더 늘게 되고.


“......”


류지호는 JHO와 가온그룹 또 각각의 자회사와 계열사들끼리도 경쟁하는 구도를 바랐다.

한편으로 사업 간 융·복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원했고.

그런 면에서 MSM-Mirage가 새만금간척지에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럭셔리 호텔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환영했다.

카지노 호텔을 허용하진 않을 것이지만.

그것 말고도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가 많았기에.

MSM-Mirage가 오랜 시간 쌓아온 MICE와 쇼·오락·이벤트 분야의 노하우는 신도시 아리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10대 컨벤션센터 중 3개가 모여 있다.

그 중 두 개가 MSM-Mirage 계열 컨벤션 센터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매년 라스베가스 가전제품 박람회(CES)를 비롯해 40건 이상의 대형 컨벤션(국제회의)이 열리고 있다.

크고 작은 회의가 연간 2만 건 이상 열린다.

컨벤션 산업으로만 약 80억 달러에 이르는 지역 경제 유발효과와 6만 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시기 한국에서는 부산 센텀시티가 MICE 복합단지로 조성되어 있다.

BEXCO에서 대형 행사가 개최되거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면 국내외에서 수많은 이들이 센텀시티로 모여든다.

그들은 박람회나 대형 이벤트만 즐기고 돌아가지 않는다.

숙박도 해야 하고, 식사도 해야 하며, 남는 시간에는 쇼핑과 관광을 즐기기도 한다.

부산에서 대형 이벤트가 벌어지는 기간 센텀시티 가온복합쇼핑문화단지 매출이 전 달에 비해 1.5배가 껑충 뛴다.

백화점의 경우 단일 매장 기준 연간 1조 원 매출을 기대하는 것도 부산의 MICE 산업 때문이다.


❉ ❉ ❉


라스베이거스를 떠나기 전, 류지호는 한국의 새만금간척지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황재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 미스터 할리우드가 연례행사로 JHO나 가온그룹 컨벤션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NeTube로 전 세계 생중계 된다고 생각해봐. 아리울이 홍보가 되겠냐, 안 되겠냐?


황재정이 새만금의 신도시 사업 한 축을 MICE산업으로 삼자며 한 말이었다.


- 무대 공포증 있어?

“있겠냐?”

- 귀찮아서?

“연설이나 강의가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주절거리는 게 다가 아니잖아. 준비하는 것도 일이야.”

- 네가 하냐? 비서실에서 하겠지.

“내가 하는데?”

- 연설만 전담하는 비서가 있는 걸로 아는데.... 아니었어?

“퇴고만 도와준다.”

- 하여간 유별난 놈. 꼭 그래야만 속이 시원하냐?


잠시 대화가 옆길로 샜다가 본래 나누려고 하던 주제로 돌아왔다.


“한국은 오성전자, 금성전자, 경일자동차, 가온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제법 보유하고 있지. 그럼에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전시회를 개최하기 쉽지 않아. 왜 그럴까?”

- ....음.

“능력이 모자라거나 참관객 모객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야.”

- 그럼 뭔데?

“전시관 규모 때문이지.”


류지호의 말을 황재정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알기로 일산 킨텍스 규모가 세계적이기에.


“국내에서 가장 큰 전시공간을 보유한 킨텍스도 CES 메인 전시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나 MWC가 열렸던 Fira Gran Via의 전시공간에 비하면 절반 정도 크기에 불과해.”

- 킨텍스가 절반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크기에.....?

“실내 전시면적만 6만 평.... 더 대단한 것은 그 면적이 미국에서 3위라는 거야.”

- 크고 좋은 시설이 갖춰져도 정작 행사 내용이 부실하다면 참관객을 모집하기 힘들잖아. 규모나 크기가 다가 아냐.


외형보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모양인데.

류지호가 보기에는 MICE 산업에서는 시설과 규모가 더 중요하다.


- 한국도 이제는 다양한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증명해 보이고 있어. 일본, 홍콩,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는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MICE산업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부산은 좀 어떠냐?”

- 영화제까지 포함해서 MICE 산업만 놓고 보면 매년 300만 명 정도가 찾아온다고 보는 것 같아.

“나쁘지 않네.”

- 부산시에서 MICE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고.

“새만금에는 여전히 신청한 기업이 그저 그래?”

- 뭐 그렇지.....


가온그룹이 전사적으로 벌이고 있는 새만금간척지 개발사업에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호텔을 짓겠다고 나선 기업이 없다.

국내 호텔 브랜드들은 새만금간척지의 미래를 그다지 긍정적으로 전망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요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너무 멀다는 이유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은 테마파크 개장 후 유동인구 추이를 확인할 때까지 호텔 및 리조트 진출의 판단을 유보했다.

황재정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 테마파크가 개장하게 되면 이미 게임은 끝나 있을 걸.... 후회나 말라 그래.


새만금간척지에서 가온그룹 컨소시엄이 개발하는 면적은 3,000만 평이 넘는다.

송도국제도시 두 개를 개발하는 셈이다.

관광·레저 및 배후도시 면적만 1,800만 평이다.

그 중에서 생태환경보호지역 250만 평을 제외하고 1,550만 평을 도시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관광·레저 지역에는 테마파크(2개)를 비롯해 호텔과 리조트(6개), 워터파크, 인공서핑장, 카트장 등 온갖 놀이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18홀 골프장만 네 개가 건설될 예정이다.

일명 'JHO Worlds'의 전체 면적은 도쿄미키마우스랜드의 2.5배에 달한다.

그 외에도 1만 5천 세대가 거주는 배후도시도 따로 조성된다.


- 솔직히 .....남을 주고 싶지도 않고.


모조리 다 가온그룹이 독차지하고 싶은 것이 황재정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새만금 기업개발사업이 망할 것 같지 않았다.


- 중국 관광객이 500만 명씩 막 쏟아져 들어온다면....


류지호가 들떠 있는 황재정을 눌러주었다.


“2010년대 후반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자취를 감출 걸?”

- ....왜?

“정치·외교적인 문제 때문에.”

- 미중갈등으로 한국과 단교라도 한다는 거야?

“우리 어릴 때 어땠냐? 국가차원에서 국산품 애용 캠페인 했지? 극일의 기치 아래 일본을 뛰어넘으려고 발버둥 쳤잖아. 일본대중문화 개방이 언제 되었더라?”

- ....음.

“중국의 최대 고민이 뭘 것 같아?”

- 하긴. 공산국가였지 중국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빠진 일부 덕후들이 일뽕화되는 것처럼, 중국의 젊은 세대가 한국의 K-POP과 영화·드라마에 영향을 받아 친한파가 되어가겠지. 권력을 쥐고 있는 중국의 꼰대들은 무서울 거야. 중국의 젊은이들이 한국화 되는 걸. 그리고 한국과의 외교적인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해서 뭐든지 할 걸? 터무니없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겠지. 꼬우면 맞짱 한 번 떠보시던가 하면서. 어쩌면 한국만 콕 짚어서 대중문화수입 금지, 해외관광금지,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일 수도 있겠지.”

- ....설마.


이때만 해도 한국인 대부분이 중국에 대해 큰 경계심이 없었다.

매우 안일했다.

중국이 기회의 땅처럼 여겨졌으니까.


“중국 관광객은 최대 100만 명 정도로 상정하도록 해. 몇 년 간 수백 만 명이 새만금을 찾아와도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받아들여야 하고. 새만금개발유한회사는 K-POP과 한류 콘텐츠들이 글로벌 영역을 확장하는 흐름과 발맞춰서 다른 지역에 마케팅을 확대해야 돼.”

- 한류가 가장 뜨거운 지역이 일본과 중국인데도? 그 외 동남아시아는 소비여력이 없고.

“대략 2015년 즈음부터 한류가 남미를 타고 북미로 흘러들어갈 거야. 유럽 곳곳으로 스며들 것이고. 그들을 한국, 아니 새만금으로 유인할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해.”


미래에 벌어질 대략적인 흐름을 알고 있다.

20여 년 간 류지호가 한국 대중문화예술계에 투자를 꾸준히 해왔다.

한국의 문화예술계를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TV탤런트 출신 문체부 장관도 탄생하지 않았다.

이전 삶보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좀 더 뜨거운 기세로 한국 대중문화예술이 글로벌로 나아가고 있다.


- 중국이 아닌 잘사는 서구권 나라들에 마케팅에 힘을 실어라?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한류가 확실한 서브컬처로 자리 잡은 유럽권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고민해 보라고. 필요하면 KMTV와 함께 남미와 유럽권으로 가요프로그램 콘서트 녹화투어를 돌아도 좋고.”

- 이미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의 20~30대 직장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잡고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거든.

“그 방향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거고.”


새만금에 들어설 도시의 MICE 상업과 관광객 유치 전략에 대해 오랜 시간 의견을 나눴다.

한국의 MICE 산업은 지나치게 정부 발주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국제회의 유치사업은 정부 주도로 프로젝트가 추진되어서 관련 업체들이 정부만 바라본다.

정부 지원금만 받으면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 보니 국제행사기획사(PCO)는 전시 주최자와 중장기적으로 사업관계를 유지하기보다 행사준비 서비스만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온에서는 CES나 MWC 같은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먼저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하고, 볼륨이 커진 상태에서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행사를 개최하는 구조를 고민해 봐. 당연히 도시혁신성장과 연결시킬 수 있는 융합적 시각도 녹여내야 하고.”

- 알겠어. 해외와 국내의 선순환적인 구조를 마련해 볼게.“


한국은 국제회의 유치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그런데 산업적으로 봤을 때는 반쪽짜리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자체 콘텐츠 발굴 없이 단순히 불어난 몸집만 과시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류지호는 JHO 컨벤션을 시작할 때부터 MICE 산업도 미래 먹거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사한 바 있다.

작게는 Playa Vista 지역에서 행하고 있고, 앞으로는 새만금간척지에 들어설 신도시에 대대적으로 관련 산업을 전개하고 육성할 계획이다.


“예술품과 골동품도 꾸준히 모아야겠어.”


이왕 재테크 일환으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김에 차후에 미국이나 한국에 자신의 이름을 단 미술관이나 전시관을 열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돈은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예술품은 보관만 잘하면 오래토록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전시하는 장소와 기부자의 이름 역시도.


작가의말

행복하고 보람 찬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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