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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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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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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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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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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Think The Unthinkable!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First Attack>.


<스타크래프트>의 실사화 영화의 워킹타이틀이다.

류지호는 Snowstorm 삼인방과 함께 대략적인 스토리 라인을 합의했다.

주인공은 제임스 유진 레이너(James Eugene Raynor), 사라 루이스 케리건(Sarah Louise Kerrigan & 칼날 여왕), 제라툴(Zeratul) 삼인이다.

전체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각각의 사연을 엮어내는 것은 짐 레이너가 하게 된다.

즉 메인 주인공 짐 레이너를 중심으로 사라 케리건과의 순탄치 않은 사랑과 엇갈린 운명이 큰 줄거리다.

로그라인만 놓고 보면 뻔한 로맨스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들의 운명에 간웅 아튜러스 맹크스가 끼어들게 되면서 정치성을 띠게 된다.

민주주의, 봉건군주제, 정교일치를 상징하는 테란, 저그. 프로토스 종족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이념의 문제와 사회·정치·경제 체제의 불완전성을 꼬집기도 한다.

SF장르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 시각적 쾌감, 철학적 담론을 담기 좋다.

다만 비주얼이 탁월하고 스토리가 흡입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무런 가치를 전달하지 않거나 폭력적, 차별적인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범작의 범주를 절대 넘어설 수 없다.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 장르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인류의 역사를 암시한다.

외계인이 등장하지만 지구역사에서의 종교적 개념, 사회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으며, 결국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둔다.

<스타워즈>에 왜 미국인들이 열광할까?

미국에 없는 ‘역사(신화)’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사는 짧다.

그로 인해서 역사적 전통은 물론이고 전설과 민담이 없다.

아메리칸 네이티브의 역사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에.

과거에는 그 같은 것에서 유럽인에 대한 막연한 열등감에 시달려왔다.

<스타워즈>를 통해 미국인들만을 위한 가상의 역사 혹은 전설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할 때 나오는 문구의 시작이.


[A long time ago....]


로 시작하는 이유다.

<스타워즈>가 서부의 총잡이와 사무라이 그리고 중세 기사단의 개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한 화면에 올려놓고 지극히 대중적인 코드로 풀어냈다면, <First Attack>은 스페이스 오페라판 <반지의 제왕>으로 풀어낸다.

즉 중간계 혹은 아제로스 사가의 우주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SF와 판타지 사이의 경계는 불명확하다.

고대에는 과학이 상상에 많은 부분 의존했다.

SF와 판타지 모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다.

그런데 과학이 발전하면서 신화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했듯이, SF 역시 판타지와 분명히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판타지는 아예 실현할 수 없는 것을 다룬다.

반면에 SF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잠재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들을 다루고.

주제면에서 판타지는 소망을 형상화하고 대체로 권선징악을 통한 질서(안정)의 회복을 추구한다면, SF장르는 특정한 과학기술로 인해 변하게 된 인간 사회의 새로운 질서의 수립 혹은 질문을 주로 다룬다.

SF는 주인공들의 이익이나 욕망을 위해서 역사(질서)를 바꾸려 들고, 온갖 암투가 벌어지고, 대재앙에 버금가는 혼돈을 겪게 된다.

혼돈 후에 정립된 질서가 과거와는 다르다.

그것이 바로 SF 장르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다.

판타지는 어떤 환상적인 모험을 하더라도 결국은 평화와 안정된 상태로 회귀한다.

반면에 SF는 이전의 안정된 상태에서 미지의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화두로 삼는다.

새로운 질서.

또는 과학으로 구현될 미래에 대한 인류에게 던지는 질문들.

류지호가 <워크래프트> 실사화 대신 <스타크래프트>를 선택한 이유다.


“2015년에 실사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게임을 모르는 이들도 쉽게 세계관과 설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입문가이드 애니메이션이 완성되어야 해.”

“6부작으로 충분할까?”


류지호는 게임 <스타크래프트 : 오리지널> 이전의 스토리를 프로토스를 중심으로 지구에서 6만 광년 떨어진 코프룰루 은하의 역사와 신화를 소개하면서 지구인들이 찾아와 테란 연합이라는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과 이에 반기를 든 코랄의 후예의 탄생, 그리고 테란 연합의 고스트 요원으로 이용만 당하는 사라 케리건의 비극적인 삶, 연합군 최고 해병대원에서 범죄 조직의 대장으로 각종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 짐 레이너 등의 설정과 배경이 소개된 애니메이션을 먼저 소개하길 바랐다.

그리고 마지막 화에서 저그 및 프로토스들의 존재를 깨닫게 된 테란 인류가 패닉에 빠지고, 테란, 저그, 프로토스. 세 종족의 만남으로 코프룰루 은하의 역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에서 끝이 난다는 것에서 영화에 기대감을 끌어올리길 기대했다.

<스타크래프트> 실사영화 트릴로지에서는 무법자 생활을 접은 짐 레이너가 보안관 생활을 하고 있는 마 사라 행성에 저그들이 침략을 해오면서 본격적인 SCU(Snowstorm Cinematic Universe)의 막이 열린다.


"트릴로지는 Brood War까지만?“

“글세.... 프랜차이즈화가 된다면 <자유의 날개>부터 <공허의 유산>까지 3부작이 더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


다만 후속 삼부작까지 류지호가 메가폰을 잡을지는 미지수지만.

Snowstorm 삼인방은 후속 트릴로지까지 욕심을 내지 않았다.

당장은 첫 번째 영화가 기대만큼의 흥행성적을 거두는 것이 문제이기에.


“빌은 스튜디오 세팅하는데 집중하고, 올해 안에는 미디어믹스를 포함한 가칭 SCU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걸로.”

“알겠어.”

“로빈은 따로 할 말 없어?”

“없어.”


빈스 미첸이 사실상 Snowstorm의 게임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참고로 로빈 팔도는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를 총지휘하고 있다.

한편으로 아기자기하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Team5라는 프로젝트 팀을 따로 구성했다.

지난 2006년 판매되기 시작한 트레이딩 카드 게임을 온라인 게임화 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 프로젝트가 바로 <WoW>의 기본아이템 ‘귀환석’을 뜻하는 <Hearthstone>이란 이름의 온라인 트레이딩 카드 게임이다.


“빈스는 디렉터 레이미와 <워크래프트> 작업을 마치면 합류하도록 하고.”

“그러지.”

“<HOS>는 그대로 개발을 진행할 거야?”

“왜? <LoL>에 밀려 인기를 끌지 못할까봐?”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Helve가 출시할 ‘DoTA2‘에 Snowstorm이 캐릭터를 라이선싱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은데.”


류지호가 보기에 스펙트럼-Revolt의 <LoL>에 대항하기 위해서 모그룹인 Snowstorm과 Helve Corp이 힘을 모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는데.

퍼블리싱부터 두 회사 사이의 이해충돌을 정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FPS의 강자 In Demand Soft를 인수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나?”

“......”

“Helve가 그쪽 장르에서 꽤 강한 개발사고 Snowstorm이 자회사 매출 깎아 먹을 걸 생각해서 FPS를 개발하면 안 된다는 것도 웃기잖아.”

“알겠어. 더는 그 문제를 가지고 뭐라 하지 않을 게. 다만... 게임만 내놓고 끝이 아니라 이후 관리운영에도 신경 좀 써. 고객과 커뮤니케이션도 소홀히 하지 말고. Snowstorm이 Soft-Arts나 Arktronics처럼 이윤에 매몰되어 돈 되는 게임만 밀어주다가 망가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걱정 마. 우린 안 그래.”


Snowstorm Entertainment는 모든 자사 게임의 세계관, 배경, 각종 설정, 캐릭터에 대한 점검과 정리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류지호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Timely를 인수한 후에 수년에 걸쳐 대대적인 세계관을 정리했던 것을 Snowstorm Entertainment에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방대한 세계관의 명확한 설정집과 가이드라인 없이 중구난방으로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스토리 설정에 구멍이 뚫리고 충돌도 발생하면서 그 문제를 단편소설이나 코믹스 같은 게임 외적인 미디어에서 땜질식으로 해결해 왔다.

그로인해 Timely가 겪었던 곤란을 Snowstorm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

류지호는 빈스 미첸 등이 쓴 소설판과 Epic Comics가 출간한 만화판을 모두 확인했다.

인 게임 스토리와 다른 부분이 많았다.

게임과 소설 중 어떤 것이 오리지널인지 헛갈릴 정도다.

이전 삶에서 <스타크래프트Ⅱ> 개발팀은 명확하게 정리된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 가이드가 없어서 전편에 숨어 있는 내용이나 디테일한 부분을 확장팩에서 놓치기 일쑤였다.


“짐 레이너 엄마 눈동자 색이 뭐였지?”

“글쎄. 뭐였더라....?”


새로 합류한 개발팀원들은 그때그때 궁금한 점을 전작의 디자이너 팀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부터 스토리를 짜왔던 Snowstorm 창작책임자들도 후속작 게임 안에서 스토리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만큼 스토리들이 복잡하게 엉키거나 삭제되었거나 바뀐 부분이 여기저기 산재했다.

스토리에 게임성을 적용해야 하는데, 게임성 때문에 스토리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더 이상 Snowstorm Entertainment는 하나의 게임 타이틀에만 집중하는 회사가 아니다.

매 달 적어도 하나의 프로젝트가 입안되었다가 폐기 되는, 좋게 말하면 매우 역동적인 개발 환경과 분위기의 회사가 되었다.

그런데다 기업의 규모도 엄청나게 커지고 조직도 분화되었다.

그로인해 회사 내 복잡해진 커뮤니케이션 체계, 느려진 피드백 속도, 소극적인 게임 밸런스 조정, 개발진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관리운영지원팀 인원 등 유저 중심의 게임개발사에서 관료주의 매너리즘에 빠진 게으른 대기업 행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도 슬슬 관료주의가 스며들기 시작하는 거겠지.’


사내 관료주의는 어떤 기업도 피해가지 못할,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실리콘밸리 5년짜리 스타트업도 사내 관료주의는 피해가지 못하거늘.

Snowstorm Entertainment 같은 글로벌 게임업체가 창업 초창기 분위기를 고스란히 유지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 동안 새롭게 내놓는 게임 타이틀이나 후속작마다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승승장구해 왔다.

그 성공신화에 회사 내부 문제와 고객들의 불만이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았다.

류지호와 레오나 부부는 Snowstorm 게임의 빅팬이다.

<WoW>에 접속해서 게임을 하다보면 유저들의 비판과 비난을 자주 듣게 된다.

벌써부터 개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자존심 상하는 말까지 들려온다.


‘<WoW>가 벌써 7년이나 됐네.’


작년 연말 출시한 확장팩 <대격변>이 호불호가 좀 갈렸다.

MMORPG라는 장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게임사는 라이트 유저와 코어 유저, 둘 모두 놓칠 수 없다.

문제는 둘 다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인데.


‘오래된 게임을 유지하고 다듬고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 추가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쉽지 않겠지. 일관된 기조와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대규모 신규 콘텐츠 공개가 연 단위로 이루어진다면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90년대처럼 한 개 프로젝트에 수백 명의 인원이 집중된다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Snowstorm Entertainment는 글로벌 빅3 게임사로써 <WoW>의 버금가는 빅 프랜차이즈 타이틀이 한 두 편이 아니다.

산하에 자회사도 많아지고, 타사게임을 유통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점이 실패한 패치나 신규게임 출시에 대한 면피가 되지 못한다.

결국 사내문화를 역동적일 수 있게 꾸준히 유도하면서 소통과 운영·유지 서비스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개혁이 필요했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류지호다.

하나만 명심하면 되니까.


‘개발자들이 연봉 가치를 하기 위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본인들도 게임 플레이어의 한 사람으로써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을 즐기게 될 유저 행동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게이머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것.’


본래는 2000년대 들어서며 핵심 개발자들이 대거 이탈한 후 새로운 디렉터급 개발자들이 대거 유입되어 일이 벌어졌어야 했다.

이전 삶에서는 윌리엄 로퍼와 로빈 팔도도 떠나고 없을 시기다.

이직률이 높기로 유명한 업계가 게임업계다.

메이저 업체 중에서 Snowstorm Entertainment의 퇴사자가 가장 적었다.

<WoW>의 개발팀만 해도 기획개발, 게임 설계, 프로그래밍, 미술, 음향, 시네마틱, 제작지원 등 32개 팀 15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십여 개의 프로젝트 팀이 따로 가동되고 있다.

시네마틱 부서에 소속된 직원만 무려 130명이다.

가장 큰 부서는 지원팀으로 250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원팀 가운데 품질관리팀이 210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수를 자랑하는데, 이들이 모든 패치와 퀘스트, 버그 등을 관리하고 있다.

해외와 고객센터 직원까지 포함해 5,000여 명 중에서 품질관리팀이 겨우 250명뿐이라는 사실이 류지호를 짜증나게 했다.

겨우(?) 210명이 <WOW>의 수만 개의 퀘스트, 수십만 개의 버그, 주기적인 패치 등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팀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유저 피드백과 유저 행동 및 관리 팀원 숫자도 대폭 늘리도록 했다.

<WOW>의 개발·서비스 부문에서 지금까지 4,000명 이상의 인원이 4만 대 이상의 컴퓨터를 사용해 1.3페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만들어냈다.

인사팀, 재무팀, 설비팀, 법무팀, IT팀까지 모두 32개 부서가 <WoW> 서비스에 참여 및 지원하고 있다.

Snowstorm Entertainment은 매출 30억 달러를 훌쩍 넘기는 글로벌 기업이다.

COO(최고운영책임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새로운 인물로 교체해 마이클 모하임의 경영부담을 덜어주도록 조치했다.

COO였던 윌리엄 로퍼는 미디어믹스 사업 부문을 총괄하면서 Snowstorm Studios 사장을 겸임하도록 하고, CCO(창작책임자)인 빈스 미첸과 로빈 팔도는 개발 중인 게임의 장르를 나눠서 맡도록 업무를 조정했다.

사실 운영 및 재무책임자를 좀 더 경험 많고 노련한 전문가들로 교체하고, 조직을 통합하고 개편한다고 해서 기업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류지호는 그 동안 Snowstorm의 모든 게임의 세계관, 캐릭터, 백스토리 등을 총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지시했다.

그 과정에서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너무 빠르게 성장했거나 예상치 못하게 퀀텀점프를 하게 된 경우 기초가 부실하게 마련이다.

류지호는 Timely가 과거의 결과물을 정리하고 그를 통해 혁신을 이뤄낸 것처럼 Snowstorm 역시 그렇게 되길 기대했다.

21세기에 입사한 개발자들은 그렇게 정리한 것을 토대로 과거 영광을 모방하고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로부터 탈피해 더 새롭고 더 참신한 게임 아이디어를 내놓길 바랐다.


✻ ✻ ✻


5월 1일.

동부시간으로 자정을 25분 앞둔 시각.

서부시간으로는 오후 8시 30분.

미국의 모든 TV방송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를 내보냈다.

류지호와 레오나 역시 TV 앞에서 CNN 뉴스 속보를 시청했다.

지난 10년 간 미국인들이 간절히 기다려왔던 바로 그 소식....


- 나는 오늘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게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을 사살한, 9.11 테러의 배후인 빈 라덴이 사살됐다고 공식 발표합니다. 지난 10년간 계속된 미국 군과 정보 당국의 쉼 없는 노력으로 우리는 미국민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고 지켜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빈 라덴의 사망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지만 이것이 이슬람권을 향한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뉴스속보는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 한 작은 도시에서 미국 특수부대가 빈 라덴을 사살했다는 바룩 오밤 미국 대통령의 공식 발표였다.

이어 CNN 뉴스는 뉴욕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이렇게까지 기뻐할 수 있는 경우가 또 있을까?

뉴욕 시내는 삽시간에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모습이다.

자정을 넘긴 시간임에도 뉴욕 시민들이 쌍둥이 빌딩 건물터인 ‘그라운드 제로’와 맨해튼의 타임스 광장에 몰려나왔다.


- America! America!


미국 전역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미국’을 외치고 국가를 목청껏 불렀다.

LA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빈 라덴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인데....’


9·11테러의 배후 조종자이자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리더의 사망은 한 명의 테러단체 수괴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행동 양태가 변화하는 계기이며, 미국의 대 테러전도 중대 전기를 맞는다.

이는 미국의 백악관이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의 출구전략을 조기에 가동하는데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미국 정부가 중동의 진흙탕에서 빠져나와 아시아, 특히 G2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견제 중심 외교로 선회하는데도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바룩 오밤과 백악관은 기본적으로 북핵문제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등 '무시'로 일관했다.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실패한 전략이었지....’


이전 삶에서 류지호가 경험한 이 전략은 명백히 실패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아프간전쟁에서의 출구전략을 가동하는 동시에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류지호는 워싱턴DC 씽크탱크들의 큰손이며 중요 후원자 중에 한 명이다.

민주·공화 양당에 인적 네트워크도 잘 갖춰 놨다.

유능한 로비스트들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류지호가 마음만 먹으면 백악관 외교라인에 조언이라 쓰고 청탁이라고 읽힐 수 있는 것을 행할 수가 있다.

적극적 개입으로 노선을 완전히 변경할 순 없어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이전 삶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순 있다.

이 시기의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국을 환율조작국가로 지정하는 문제가 매우 진지하게 논의 중이다.

10월에 가서 상원에서 위안화 보복법안을 통과시키게 된다.

미국산 닭고기에 중국이 부과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와 관련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패널 구성을 공식 요청하는 등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게 된다.

그런 일련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에서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할 터.


'중국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과 함께 습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


중국은 경제력 증진과 함께 G2의 위상에 걸맞은 군사력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능에서야 미국 산 무기에 상대가 되지 않지만, 그걸 물량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이미 한국전쟁에서 중국의 물량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미국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을 무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모른다.

미국의 싱크탱크에서 중국에 대한 다양한 대응전략에 대한 연구나 관련 시나리오가 쏟아지지만.

틀에 박힌 그대로 90년대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힘으로 찍어 눌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다자외교를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대외정책 중 아시아에서의 고민은 더 이상 북한이 아니다.

중국이다.

이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군사·외교적 문제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미국과 일본이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상황에서 중국의 몰매를 한국이 대신 맞아주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바짝 긴장해야 할 텐데....’


류지호는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일련의 흐름을 떠올려봤다.

어쩔 수 없이 배치하게 되더라도 물밑에서 중국을 달래거나 피해를 최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것만.

이전 삶에서는 무사안일로 대처하다가 그 후폭풍을 애먼 기업과 국민들이 짊어졌다.

사드를 이용해서 역으로 중국의 북한 압박을 유도하는 외교술을 펼치거나, 미국의 노림수 중에 하나인 주한미군 방위분담금이 사드로 인해 터무니없이 증액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로비를 하거나, 전적으로 북한 핵에 대한 남한 방어가 우선시 되는 것이 담보되도록 한다거나.


‘....말이 쉽지. 그게 되면 한국정부겠냐고?’


아직은 바룩 오밤 정부가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을 공식적으로 내걸지는 않았다.

본래 역사에서는 올해 10월 <Foreign Policy>라는 외교잡지에 국무장관이 기고문을 올리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외교정책이 바뀌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미국정부들은 괌과 일본의 군사기지를 근거로 한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정책을 운용해왔다.

2005년의 경우 미군 잠수함의 60%가 중국을 잠재적 견제대상으로 삼아 아시아에 배치되기도 했다.

이번 정부 들어서 중국과의 무작정 대결보다는 경쟁과 협력을 통한 사실상의 ‘협치’로 노선을 바꿨다.

실제로 바룩 오밤 집권 기간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을 계속하면서 기후변화협약, 이란핵협상 타결을 주도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시리아, 우크라이나 문제 등을 놓고 러시아와의 관계가 탈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중·러 밀착이 강화되면서 미국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더 쇠퇴하고 만다.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 속에서 당사자인 미국과 일본은 뒤로 물러나고 한국만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는 외교의 무능력.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주변국들이 워낙에 국력이 큰 나라들이라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한국이다.


“이제 우리는 테러 위협으로부터 안전해 진 걸까?”


레오나의 물음에 류지호가 고민을 멈췄다.


“글쎄....”

“테러단체 수괴가 죽었는데?”

“오히려 구심점이자 최악의 빌런이 사라지면서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지.”

“.....?”

“아마 미국은 IS, 알카에다 같은 세력들에 대한 통제는커녕 관리가 안 될 거야. 어쩌면 테러리즘이 프랜차이즈화 할 수 도 있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되면서 테러가 다국적 혹은 초국적 네트워크화 될지도 모르고.”


실제 2010년대 테러리즘의 양상이 그렇게 흘러가게 된다.

더 이상 특정 국가만의 문제이자 위협으로만 치부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슬람과격주의자만 테러리스트가 되는 시대가 아니게 될 거야. 염세주의에 사로잡힌 사회부적응자들도 얼마든지 모방테러를 하게 되겠지.”


언제, 누가, 무엇으로 테러를 저지를지 종잡을 수 없는 시대가 온다.


“인간의 탐욕이 커져감에 따라 환경이 더 많이 파괴되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처럼 인류의 정신 역시 분노와 증오로 얼룩지겠지.”

“달링이 더 잘해야겠다.”

“내가 뭘?”

“인류가 맑은 이성과 따뜻한 감성으로 스스로의 삶과 이웃의 삶을 존중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도록 일깨워주고 응원을 보내는 것. 예술가의 소명이잖아.”

“그런 소명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는데?”

“아내이자 영화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 미스터 할리우드에게 부여하는 임무.”


류지호는 아내의 명령에 ‘킥킥‘ 웃음으로 화답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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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5 이런 삶이 삼류인생일 리가 없지. +5 24.07.10 1,437 74 24쪽
904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3) +4 24.07.09 1,404 71 24쪽
903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2) +8 24.07.08 1,440 69 24쪽
902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1) +3 24.07.06 1,455 78 23쪽
901 영웅으로만 그리진 않을 거야. +11 24.07.05 1,478 93 29쪽
900 미국의 비밀병기....? +8 24.07.04 1,549 79 26쪽
899 평범해진 현재와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4 24.07.03 1,439 69 23쪽
898 0.1% 부자란....! (2) +5 24.07.02 1,452 70 24쪽
897 0.1% 부자란....! (1) +8 24.07.01 1,436 82 24쪽
896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2) +5 24.06.29 1,449 74 22쪽
895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1) +6 24.06.28 1,425 69 26쪽
894 이 사건에서 국가는 책임이 없다... +4 24.06.27 1,453 76 27쪽
893 나르시시즘의 시대. (6) +4 24.06.26 1,431 72 25쪽
892 나르시시즘의 시대. (5) +7 24.06.25 1,436 77 25쪽
891 나르시시즘의 시대. (4) +5 24.06.24 1,479 74 25쪽
890 나르시시즘의 시대. (3) +3 24.06.22 1,498 77 23쪽
889 나르시시즘의 시대. (2) +2 24.06.21 1,502 68 23쪽
888 나르시시즘의 시대. (1) +6 24.06.20 1,531 73 24쪽
887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4) +6 24.06.19 1,480 72 28쪽
886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3) +2 24.06.18 1,477 75 23쪽
885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2) +2 24.06.17 1,525 73 27쪽
884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1) +6 24.06.15 1,583 75 23쪽
883 Think The Unthinkable! (4) +3 24.06.14 1,491 71 25쪽
» Think The Unthinkable! (3) +6 24.06.13 1,532 65 24쪽
881 Think The Unthinkable! (2) +6 24.06.12 1,515 70 28쪽
880 Think The Unthinkable! (1) +8 24.06.11 1,543 79 25쪽
879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4) +5 24.06.10 1,538 78 23쪽
878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3) +2 24.06.08 1,519 85 23쪽
877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2) +5 24.06.07 1,470 80 24쪽
876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1) +4 24.06.06 1,523 76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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