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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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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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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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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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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KBC 1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리얼 휴먼 다큐멘터리다.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20명의 젊은 한국 청년들의 화려한 성공 뒤에 감춰진 피나는 노력과 인내의 시간, 꿈과 도전, 좌절과 실패, 재기와 재도전으로 이어지는 굴곡진 삶을 조명하고 있다.


“의장님의 삶은 그 자체가 극적인 드라마입니다. 삶의 고비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어떤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도전과 희망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일반 대중들이 잘 모르는 땀 냄새는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이미 꿈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는 진취적 용기를 선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PD가 한 말이었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는 의장비서실 차원에서 거절했다.

모시는 분이 도저히 프로그램 출연자들과 같은 선상에 둘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한다고 하세요.”


류지호가 고심 끝에 출연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차기작 일부를 공개할 수 있다고 하세요.”

“<퍼니셔> 말씀이십니까?”

“촬영현장은 공개할 수 없어요. 대신 프리프로덕션과 일부 비즈니스 과정은 조금 공개할 수도 있어요. 대신 제니퍼가 매 사안마다 논의를 해야 하겠죠.”

“알겠습니다.”

“가온 비서실은 제니퍼와 방송국을 연결시켜주기만 해요. 남은 것은 미국의 비서실에서 알아서 할 겁니다.”


류지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한국의 비서실이 KBC 교양국 국장과 미팅자리를 가졌다.

프로그램 출연과 관련해 제니퍼 허드슨이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방영 시기는 <군계> 개봉에 맞추기로 했다.

류지호는 제작진에 조건 하나를 더 걸었다.

바로 G.O.M International CEO 오동석 편도 따로 한 편 제작하는 것이다.

당초 20명으로 기획된 방영횟수가 한 회 더 늘게 됐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어서 와요.”


KBC 다큐멘터리팀을 류지호가 반갑게 맞이했다.

또 한 팀이 함께 했다.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


일본의 푸지TV 다큐멘터리팀이다.

<군계> 개봉을 앞두고 <류지호는 어떻게 미스터 할리우드가 되었나>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로 한 푸지TV다.

이번에 보충촬영을 위해 LA로 넘어왔다.


“촬영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칸도쿠상!”

“두 분 PD는 여기 제니퍼와 논의하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세요.”


제니퍼 허드슨이 경고를 잊지 않았다.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들을 몰래 촬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예!”


사실 류지호 단독 다큐멘터리를 편성할 수도 있었다.

헌데 여동생 류아라가 간곡하게 조언을 했다.


“하도 주위에서 의장님이니 회장님이니 떠받들고 억만장자니 하니까, 사람들이 오빤 매 식사마다 캐비어 먹는 줄 알아. 얼굴 없는 가수도 안 먹히는 세상에 너무 신비주의로 가면 대중들에게 환영 못 받는다구.”


사실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출연자들은 글로벌 리더까진 아니다.

그럼에도 나이와 성별을 떠나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 받아 마땅한 젊은이들이다.

6년 연속 득점왕이라는 초유의 기록으로 독일 핸드볼계의 신화를 쓴 선수라든가, 파리 오페라 발레단 동양인 최초의 솔리스트 발레리노, 아시아 최빈국 라오스에서 식량 원조와 긴급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엔 세계식량계획 국제공무원, 1천여 명의 주방 인원을 책임지고 있는 두바이 초특급 호텔 수석 주방장 등.

한국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가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값진 성공을 이룬 이들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꿈꾸는 젊음, 도전하는 젊음은 그 자체로 전하는 감동이 있다.


“시청률도 나름 잘 나온대.”


낯선 땅에서 외국인들과 경쟁하며 세계에 ‘한국’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은 청년들의 치열한 삶이 매주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류지호가 조건으로 내세운 오동석 사장은 두진 인프라코어 유럽 법인장, 금성전자 에콰도르 지사장, 오성중공업 오슬로 지점장 등과 함께 경제인 편에 들어가기로 했다.

류지호가 출연하게 됨으로써 지구촌을 누비는 젊은 한국인 끝판왕의 퍼즐이 맞춰지게 됐다.

예고편조차 나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한국에서 기대가 뜨거웠다.

KBC 교양다큐 부문 최고 시청률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 ❉ ❉


뛰어난 성능의 디지털 카메라가 시장에 나오면,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가 포스트프로덕션이다.

그 중에서 편집 소프트웨어 시장에 먼저 변화가 찾아온다.

기존 편집 소프트웨어에서 다루지 않았던 HD를 뛰어넘는 화질의 등장은 편집 소프트웨어의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편집 소프트웨어가 DALLSA의 Origin 시리즈 카메라 포맷을 지원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Origin 4K Evolution 모델을 제외하고, 아비드 및 파이널 컷 프로, 프리미어 등의 유명 편집 소프트웨어가 Origin 시리즈 카메라에 얼마나 잘 적응했는지를 자사 홈페이지 대문에 개시하는 상황이다.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속속 새로운 버전을 내놓고 있기도 했다.

필름 카메라 렌즈의 주요 브랜드들 역시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의 리더로 자리한 Origin 시리즈에 적합한 렌즈를 속속 내놓고 있다.

영화 장비 분야에서 DALLSA D-Cinema는 분명한 선도 기업이다.

다만 영업용 카메라 분야 진출은 더딘 편이다.

전통의 강자인 일본의 소닉과 나쇼날이 방송장비 시장을 확실하게 점유하고 있어 브랜드 신뢰도가 뿌리 내리지 못한 DALLSA Corp.이 다소 고전을 하고 있다.

흔히 ENG(Electronic News Gathering)라고 지칭하는 뉴스, 다큐 촬영용 카메라 분야는 일본 제품들이 전 세계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EFP(Electronic Field Production) 카메라 즉 야외 스튜디오나 중계차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개발된 카메라 시스템 분야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TV뉴스 프로그램 시작 전에 잠깐 보이는 대형렌즈를 달고 바퀴가 달린 리모트 컨트롤이 부착된 스튜디오용 카메라를 스탠더드 카메라라고 한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방송 카메라를 EFP라고 한다.


“방송중계트럭 후면에 드럼이라 불리는 라인을 각각의 EFP 카메라에 연결하여 전원을 공급받고, 화이트밸런스부터 조리개조절 등 중계차 안에 있는 기술감독이 모든 걸 통제하게 되는데...”


DALLSA D-Cinema 사장 롭 험멜이 다큐멘터리팀 작가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니까 촬영기사 본인이 직접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ENG와는 다른 방식이죠. 즉 여러 대의 카메라를 드럼으로 연결해서 생방송할 때, 다양한 영상들을 촬영한 장면을 중계차 안에 있는 PD가 그림들을 적절히 사용하게 됩니다. 중계차와 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당연히 기동성보다는 고정된 위치에서 촬영하는 거죠.”


롭 험멜이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이유가 있었다.

DALLSA D-Cinema가 EFP 카메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Game Creek Video를 비롯한 미국의 메이저 방송 중계트레일러 업체들에 49대의 카메라를 판매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 숫자는 작년 기록을 뛰어 넘었다.

예약은 무려 80대가 잡혀있다.

그러니 한국의 대표 지상파 방송국에서 파견 나온 다큐멘터리팀에게 그 같은 사실을 열심히 어필할 수밖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NBA 경기 및 ESPN이 중계 하는 메이저리그 게임에 EFP 방식으로 개조된 우리의 Origin Ⅱ가 사용되었지요. 점차 미국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들과 치열할 경합이 예상됩니다. 영화 분야에서 검증이 된 Origin이 성능 및 호환성에서 일본 브랜드들에 절대 뒤쳐질 것이 없으니까요.”


낚시질에 엮인 것인지 다큐멘터리팀의 카메라맨이 물었다.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외주 업체 프리랜서가 아니라 KBC 정직원이다.


“일본 제품은 대략 9만 달러 선일 겁니다. 그런데 DALLSA가 자랑하는 Origin Ⅱ는 6만 달러면 구입할 수가 있죠.”


가격경쟁력은 차고도 넘쳤다.

디지털 카메라는 이미지센서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ALLSA Corp.은 일본의 소닉에 뒤지지 않는 이미지센서 제조기업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롬 험멜 CEO는 프랑스 전자제품 회사 Thomson으로부터 Grass Valley Inc까지 인수했다.

이 회사는 류지호도 익숙한 디지털 카메라 Viper FilmStream Camera를 개발한 회사다.

그로써 이전 삶에서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 분야에서 족적을 남긴 업체 대부분을 류지호의 수중에 넣게 됐다.

Eye-MAX, Origin, Phantom, RED, Viper 심지어 GoPro까지.

사실 다 같은 디지털 카메라라고 해도 촬영분야의 영역과 용도가 조금씩 다르다.

겹치는 부분은 발전방향과 업계 상황에 맞춰 조정하면 된다.

롭 험멜이 다큐멘터팀을 붙잡고 자사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모범생 타입의 류지호 또래의 남자가 프로덕션 오피스로 들어왔다.


“어서 와. 데온.”

“헤이. Jay...."


류지호와 모범생 타입의 남자가 악수를 나눴다.

새롭게 류지호 사단에 합류한 촬영감독(DP) 데온 비베(Deon Beebe)다.

<마이애미 바이스>의 포스트프로덕션을 마치고, 류지호 영화에 합류했다.

할리우드 30대 연령 DP 중에서 나름 선호도가 높은 헤드스태프다.

몸값도 껑충 뛰었는데, 올 초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게이샤의 추억>으로 촬영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으로 아내가 한국계다.

아내 또한 영화감독이다.


"필라델피아 로케이션 예정지를 돌아봤다고?“


막 합류한 터라 로케이션 후보지들에게 대한 숙지가 덜 되어 있는 데온 비베였다.


“로케이션 매니저와 중요한 몇 곳을 먼저 확인해 봤어.”

“카메라는?”


데온 비베가 한쪽에 멀뚱히 서 있는 롬 험멜을 의식했다.

류지호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마이애미 바이스>에 사용했던 Origin Evolution을 그대로 쓸 생각이야?”

“렌즈는 바꿀 생각이야.”

“한국에서 재밌는 것을 보내왔어.”

“뭔데?”


류지호가 데온 비베를 이끌었다.


“따라 와봐.”


옆방으로 향하는 두 사람을 다큐멘터리팀 카메라 얼른 쫓았다.

비품들이 정리되어 있는 방에 조명기기가 몇 대 놓여 있다.


“새 제품인가....?”


데온 비베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조명기를 건성으로 살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크기는 대략 A4용지 정도다.

영상 조명이라기보다는 실내등처럼 생겼다.


“LED로 제작된 거야.”

“....!”

“60W급으로 모두 여덟 개를 제작했어.”


한양반도체의 LED 기술을 이용해 0.3W짜리 200개를 이어 붙여 만든 조명기다.


“이 조명장비들은 카메라처럼 본체에 배터리를 연결해 사용하고, 차량용 시거잭에 연결할 수도 있어. 물론 발열도 없고, 자외선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바짝 붙여서 조명을 칠 수도 있지.”


일단 이 정도가 현재 기술의 최대치다.

아직까진 LED조명의 광량이 롱 쇼트를 담아낼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넓은 실내도 무리가 있고.

색감에서도 필름 룩을 쫓아가려면 어림도 없다.


“크기가 작고 얇아서 차량 안과 같이 조명을 설치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쓰기 좋을 것 같아. 배우들의 눈에 포인트를 줘야 할 때 유용할 것도 같고.”

“배터리는 충전되어 있나?”

“응.”


데온 비베가 창가 블라인드를 모두 내리고, 실내등까지 껐다.

그런 후에 LED 조명기를 켜서 손을 대보기도 하고, 눈대중으로 밝기를 확인했다.

8개를 동시에 켜보기도 하고, 하나씩 밝혀보기도 했다.


“LED 조명기로 기존 영화 조명이 각각이 표현할 수 있는 색온도나 조명마다의 고유한 색감은 절대로 대체할 수 없을 거야.”

“너도 알다시피, 영화에서 조명기는 맡은 역할이 달라. 그럼에도 다큐멘터리 감독들에게는 유용할 것 같긴 해.”

“일단은 그렇지.”


사실 초창기 LED 조명기는 할리우드에서 전혀 쓸모가 없었다.

LED의 장점인 경량화는 독립영화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상업영화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여러 상황에서 사용되는 각종 장비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고, 로케이션 촬영보다 스튜디오 촬영을 많이 하는 풍토상 조명기의 크기와 경량화는 할리우드에게 그다지 장점이 아니다.


“이런 조명기 여러 개를 이어서 스튜디오에서 쓰는 방법은 어떨 것 같아?”

“넓게 펴서 천장에 올린다거나 미술 세트 밖에서 HMI 조명기 대신?”

“일단은....”


류지호는 미래에 구현될 LED 버추얼 스튜디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필터문제는 당장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몇 년 후에는 데이라이트와 텅스텐의 색감을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영화에서 LED 조명을 테스트해보고 싶어?”

“제한적으로....”

“어떤?”

“사실대로 말하면 아직 모르겠어.”

“....흠.”

“반드시 써야할 이유는 없어. 혹시 쓸모가 있다면 한 번 테스트 해 보는 정도면 만족해.”

“이 조명기로 테스트 촬영 해봐도 돼?”

“물론이야. 망가뜨려도 되니까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


데온 비베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장비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타입이다.

혁신적이면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마이크 만과 연속해서 두 작품을 디지털로 작업했다.

마이크 만을 만족시켰다는 것만으로 감각과 실력을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그의 화면들은 매혹적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아름답다.

류지호가 보기에 강력한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했다.

그의 영상이 광고처럼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하지 않을 때 광고 촬영을 열심히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연륜이 부족하다보니 리차드슨같은 대감독처럼 영상에 철학을 묻힐 정도는 아니다.


“혹시 말이야.....”

“뭔데? 나한테 할 말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말해줘.”

“이 조명기를 이용해 필름 카메라 테스트도 해봐도 돼.”

“말했잖아. 마음껏 가지고 놀라고. 대신 촬영 데이터는 공유해주었으면 해.”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에 공개해도 돼?”


미국의 유명 촬영전문잡지에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그건 곤란해. 아직 개발 중이거든.”

“알겠어. 우리 팀과 다양한 방식으로 테스트만 해볼게.”

“고마워.”


LED 영화 조명기를 테스트하는 것은 한국영화를 위해서다.

최근 충무로의 한 조명기사가 사비를 들여 손수 만들어 현장에서 적용해보았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류지호는 프로젝트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해볼 수가 있다.

류지호의 경험 상 LED 조명기가 최대 40%가량의 전력을 절약할 수가 있다.


“1kW, 10kW까지 상용화된다면 조명 시스템에 큰 변화를 일으킬 거야. 만약 영화 조명기와 똑같은 광량을 낼 수만 있다면 발전차에 들어갈 기름값을 절약할 수도 있겠지.”


현장 진행도 조금 빨라진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로 인해 제작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본 1,00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 붓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LED조명이 제작비 절감 효과가 그리 커 보이지 않을 테지만, 한국영화처럼 영세한 현장에서는 매우 크게 다가올 터.

게다가 영상 분야에서 현장보다 후반보정으로 프로세스가 옮겨가고 있는 추세와도 LED조명은 괜찮은 선택지다.


“다큐멘터리 촬영팀은 LED조명 부분은 편집에서 빼주세요.”

“.....?”

“영업비밀입니다.”


혹시 몰랐다.

미국의 영화산업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만약 류지호가 영화용 LED 조명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 온갖 곳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진짜 개발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류지호의 돈을 노리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았다.

류지호는 쓸데없는 것에 신경이 분산 되는 것이 싫었다.

또한 한양반도체의 영화용 LED 조명 사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되는 것도 싫고.


❉ ❉ ❉


한국과 일본 방송사의 다큐멘터리팀은 일주 일 동안 류지호를 따라다녔다.

류지호는 보여주기 식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일상을 담는 형식이었다.

류지호는 대부분의 시간을 <Frank Castle> 프리프로덕션에만 매달렸다.

촬영감독을 시작으로 미술감독, 스턴트팀, VFX 슈퍼바이저 등 많은 팀들과 미팅을 하고 회의를 했다.


‘뭐 이리 재미없게 살고 있지.....?’


다큐멘터리팀은 다소 실망했다.

그들로서는 류지호가 거물만 만나고 다닐 줄 알았다.

혹시나 할리우드 톱스타를 찍을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를 했다.

그런데 류지호는 집과 사무실만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이어갔다.

뭐 이리 재미없게 사는 인간이 있나 싶을 정도다.

다만 류지호의 신혼집을 일부 촬영할 수 있었다는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감독님께서 직접 집 소개를 해주시죠.”

“싫습니다. 그냥 알아서 촬영하세요. 침실은 안 됩니다.”


어차피 영화 촬영이 끝나면 벨에어로 돌아갈 예정이다.

벨에어 집이 소개되는 것이 아니라면, 트라이베카 신혼집이 매스컴에서 노출되어도 무방했다.

일주일이 흐른 시점에서 갑자기 다큐멘터리팀이 바빠졌다.

그들이 고대하던 장면들이 매일매일 펼쳐졌기 때문이다.

Timely Entertainment 회장 샘 리버먼과 식사를 한다든가.

배런 렌프로, 윌리 워커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울린다든가.

필라델피아 주지사와 주청사에서 만난다든가.

경호원들과 뉴욕의 한 태권도장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이라든가.

뉴욕주 최대 케이블업체 사장과의 미팅, 뉴욕의 유력 언론과의 인터뷰, 에드윈 터너 같은 미디어업계 거물들과 골프를 치는 모습 등.

길을 걷다가 뉴욕시민들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타임스퀘어의 시그니처 빌딩이 류지호 소유의 금융사가 주인이란 것도 밝혀졌다.

911재단과 뉴욕 슬럼가 청소년센터 최대 후원자가 류지호라는 것도 확인되었다.

말 그대로 거물다운 행보가 연이어 이어졌다.

여전히 아침에는 <Frank Castle> 프로덕션 오피스에서 책상에 앉아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것은 똑같았지만, 간혹 바쁜 외부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가볍게 식사하는 소박한 모습부터 이탈리안 고급 레스토랑에서 레오나와 식사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한 달 간, 류지호의 다양한 일상이 담겼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는 촬영팀에게 제니퍼 허드슨 비서실장이 경고했다.


“최종 편집본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영상도 유출되어선 안 됩니다.”


KBC와 푸지TV에서 류지호에게 해가 되는 편집을 할 것을 우려해 경고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다.

가끔 자신의 보스가 이상한 유머를 구사한다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곤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검열하는 것이다.

류지호의 사소한 말 한마디로 영화 업계와 금융계가 요동칠 수도 있기에.


❉ ❉ ❉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한국영화 수출에 있어서 절대적인 시장이다.

2004-2005년도에 외국영화수입국으로 유럽예술영화를 대표하는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에 이은 2번째 수입처가 한국이었다.

일본에서 수입한 한국영화 편수가 61편에 달했다.

개봉편수로 단순 계산했을 때 일본 시장점유율 13.4%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한국 영화는 단 세편 뿐.

일본에서 영화 흥행 기준은 10억 엔이다.

<외출>을 필두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등이 20억 엔이 넘는 대히트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한국영화는 본전도 못 건졌다.

참고로 욘사마의 <외출>은 50억 원에 수출되었다.

<외출>을 제외하고, 두 편은 WaW 일본법인이 배급했다.

또한 <별을 쏘았다>와 <국제변호사>는 9억 엔의 수입을 거두었다.

표면적으로는 흥행에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결과적으로 90만 달러 미니멈 개런티 계약을 체결했기에 WaW와 일본법인 모두가 돈을 벌었다.

2006년에 들어와 일본에서 10억 엔 이상 흥행수입을 거둔 한국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그나마 하반기 개봉하게 될 <태풍>에 기대를 걸어야 할 상황이다.


‘그렇게 수출가에 거품이 끼었다고 강조했구만.’


류지호는 어설픈 한국영화를 일본시장에 무분별하게 풀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 같은 경고와 조언을 귓등으로 듣는 충무로 사람들.

전형적인 나만 살고 보자는 심보다.

WaW 혼자 일본법인과 현지 수입사의 부담을 지우기 않도록 애쓸 뿐.

<태풍>의 경우도 수입가로 45억 원을 부른 일본 수입사가 있었다.

WaW 엔터테인먼트는 30억 정도 가격으로 수출했다.

대신 부가시장 판권에서 일괄 수출이 아니라, 극장 흥행을 확인한 후 따로 계약하기로 했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해 평균관람료가 1.5배 정도 비싸다.

영화 개봉 후 DVD, 비디오, 텔레비전 방영권, 각종 상품화 등의 부가가치 사슬은 한국보다 월등하게 발달되어 있다.

또한 저작권보호에 관한 법적 체계와 이에 대한 인식이 사회저변에 깔려 있어 해적판이 차지하는 시장비율이 극히 미미하다.

세계 어디나 수입·배급사는 똑같다.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에는 관심을 거둔다.

한국영화가 높은 수입가격에 비해 계속해서 손해만 본다면 일본에서 수입을 할 이유가 없다.

홍콩영화가 그랬다.

한국 수입사가 중국영화나 제3세계 영화를 수입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혐한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

그렇지 않다.

일본의 업자들과 방송사는 돈이 되면 혐한이고 뭐고 신경 안 쓴다.


‘일본에서 통하지 않기에 수입 편수와 흥행이 줄어드는 것을....쯧쯧.’


WaW의 일본법인은 다른 한국영화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었다.

자사 영화만 일본에서 외면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암튼 한국영화가 전반적으로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 <태풍>을 비롯해 WaW 영화들이 선전을 하고 있다.

그리고 류지호의 <군계> 개봉이 9월로 확정되었다.

3개월 전부터 푸지TV를 중심으로 프로모션에 들어갔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부터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영화를 알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군계> 개봉을 3주 앞 둔 가을 초입의 어느 날.

류지호 부부가 다시 한 번 일본 도쿄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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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 Frank Castle. (1) +11 23.12.04 1,949 103 23쪽
689 일본 침공. (3) +3 23.12.04 1,795 91 24쪽
688 일본 침공. (2) +15 23.12.02 1,917 107 22쪽
687 일본 침공. (1) +9 23.12.01 1,935 107 23쪽
»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6 23.11.30 1,983 94 23쪽
685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3) +8 23.11.29 1,963 103 22쪽
684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2) +4 23.11.28 1,944 106 24쪽
683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1) +5 23.11.27 1,988 101 24쪽
682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2) +5 23.11.25 1,985 105 21쪽
681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1) +3 23.11.24 2,001 108 24쪽
680 감독님은 판타지 스타입니다. +2 23.11.23 2,014 96 25쪽
679 세기의 결혼식. (4) +3 23.11.22 2,047 106 27쪽
678 세기의 결혼식. (3) +6 23.11.21 2,036 106 24쪽
677 세기의 결혼식. (2) +6 23.11.20 2,065 111 25쪽
676 세기의 결혼식. (1) +6 23.11.18 2,105 106 28쪽
675 TCU의 닻을 올리다! (2) +5 23.11.17 1,921 101 23쪽
674 TCU의 닻을 올리다! (1) +4 23.11.16 1,965 106 24쪽
673 뉴욕살이. +9 23.11.15 1,953 103 23쪽
672 포츠담 광장에서... (5) +6 23.11.14 1,916 101 26쪽
671 포츠담 광장에서... (4) +11 23.11.13 1,913 107 31쪽
670 포츠담 광장에서... (3) +4 23.11.11 1,899 108 28쪽
669 포츠담 광장에서... (2) +3 23.11.10 1,877 99 24쪽
668 포츠담 광장에서... (1) +3 23.11.10 1,877 83 23쪽
667 외도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4 23.11.09 2,032 101 26쪽
666 호잇 호잇... 초능력 재주꾼. (2) +6 23.11.08 1,971 101 24쪽
665 호잇 호잇... 초능력 재주꾼. (1) +2 23.11.07 2,005 92 24쪽
664 나중에 며늘아기한테 좋은 소리 못 들어. +4 23.11.06 2,060 91 24쪽
663 터무니없는 목표! (2) +5 23.11.04 2,052 102 23쪽
662 터무니없는 목표! (1) +4 23.11.03 2,085 97 24쪽
661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3 23.11.02 2,066 9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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