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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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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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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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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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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의 호출을 받자마자, NeTube의 스티버 챈과 찰스 헐리가 센추리시티로 달려왔다.

서비스 초창기만 해도 피곤에 절어 있던 두 사람이었다.

1년이 흐른 현재는 사람다운 몰골을 하고 있다.

보안절차를 통과한 두 사람은 곧장 최고층으로 올라갔다.


“......”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세심한 부분까지 세련되고 호화롭게 꾸며진 집무실을 보며 두 사람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호화판 집무실을 통해 새삼 류지호가 미국 최고 부자임을 실감하는 두 사람이다.


“뭐 마실래?”


류지호의 물음에 두 사람이 얼른 정신을 수습했다.


“아, 아무거나... 아니 콜라.”

“찰리는?”

“시원한 커피.”


비서에게 마실 것을 주문한 류지호가 두 사람을 창가 쪽 소파로 안내했다.


“성 패트릭 대성당 결혼식 영상이 벌써 백만 조회수를 넘겼어.”

“댓글도 엄청 달렸지.”


NeTube의 인기가 높아지자, 서서히 각종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악성 댓글과 키보드 배틀이다.

NeTube 댓글란은 포럼형에 가까웠다.

댓글에 대댓글이 달린 후에 한동안 묻혀 있다가도 어느 순간 맨 처음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때로 대댓글이 계속해서 달리면서 악성 댓글이 계속 맨 위에 위치하기도 한다.

스팸이나 악용사례 신고를 할 순 있다.

심사 후 댓글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다.

신고자만 댓글을 보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방식이다.

물론 사용자 차단도 있고, 사용자 신고도 준비되어 있긴 했다.

사용자 신고의 경우는 신고 절차가 꽤나 복잡했다.

이용약관부터 서비스에서 발생할 법률적 문제까지 꼼꼼하게 적용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어떤 식으로 회사에 소송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기에 초창기에는 최대한 방어적으로 서비스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수십 억 명이 이용하게 되면 현재의 기술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결국 AI가 대안이 될 것 같은데....’


그 때문에 JHO Company 산하 GMG Digi Lab의 AI 연구팀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NeTube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기세가 너무 무섭다.

때문에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류지호는 관련 언급을 가급적 삼가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로 인해 NeTube의 미래가 출렁일 수 있기에.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류지호가 잠시 뜸을 들였다.

언뜻 고민의 기색이 역력한 류지호를 보며 두 사람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두 군데 빅테크에서 인수제안을 해왔어.”

“......”

“Googol과 Yaaho야.”


스티버와 찰스가 고개를 돌려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듣고 놀라지 마.”


꿀꺽.

스티버 챈이 다시 한 번 침을 삼켰다.


“최대 25억 달러 주겠대.”

“어, 얼마?”

“Yaaho가 17억 달러, Googol이 23억 달러를 불렀어. 다만 Googol은 25억 달러까지 쓸 준비가 되어 있는 모양이야.”


스티버 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에 찰스 헐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두 사람은 억만장자가 된다는 것에 현실감이 없었다.

그들이 개발하고 서비스한 NeTube가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에 흥분했다.

어마어마한 인수가격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현금과 각각의 회사 주식을 섞어 합병하는 조건이야. 니들은 억만 장자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지.”


참고로 이전 삶에서 Googol은 16억 달러를 제시했었다.

7억 달러 이상 껑충 뛰게 된 것은 회사 규모가 이전 삶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 이 시기 NeTube 직원은 7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300여 명에 이른다.

매달 3배 이상 쑥쑥 성장하고 있다.

이전 삶에서는 데이터 센터가 없었다.

데이터가 폭증하고 있음에도 관리자가 단 4명뿐이었다.

현재는 JHO Company 계열사 Big Daddy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관리팀도 따로 가동되고 있다.

해외 사용자의 비중도 50%가 넘는다.

본격적으로 해외 서비스도 준비 중에 있다.

회사가 무섭게 성장함에 따라 실리콘밸리의 유능한 엔지니어를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비밀리에 모바일 서비스까지 준비되고 있다.

류지호의 특별지시 때문이다.

Googol은 자체 데이터센터는 물론이고 뛰어난 비디오 인코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에 비해 손색은 있지만 Yaaho!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GMG Technologies의 기술력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현존 최고의 비디오 인코딩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GMG다.

90년대부터 이미 관련 기술을 연구해오고 있다.

자회사인 NeTube가 그 기술의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보스는 어떤 결정을 내렸는데?”

“너희들 생각을 말해봐.”


창업한 회사를 빅테크에 파는 것은 실리콘밸리에서 일반적인 성공 루트다.

회사와 기술을 대기업에 팔고, 그 자금으로 다른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

실리콘밸리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분명 NeTube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 만큼 적자도 상당하다.

언제 흑자로 돌아설지 예상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


두 사람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머리가 몹시 복잡했다.

류지호가 결정을 해주고, 통보해주길 바라는 마음까지 있었다.


“내가 NeTube를 비싼 돈을 받고 팔아먹으려고 했다면, GMG의 인큐베이팅에 넣지도 않았을 것이고, 자회사로 편입시키지도 않았을 거야.”


류지호의 낮고 또렷한 음성이 두 사람의 귀를 통과해 심장에 박혔다.


“언젠가 너희들이 GMG가 아닌 더 크고 넓은 세상으로 나갈지도 몰라. 그 전에 너희가 창업한 NeTube를 세계 최고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만들어 놓았으면 좋겠다.”

“....!”

“아마 그 때가 되면 Googol이 제시한 23억 달러를 누군가에게 제시하는 입장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23억 달러짜리 메가요트 대금 지불을 위해 수표책에 서명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르고.”

“....!”

“나와 딜런은 NeTube를 당장 다른 빅테크에 팔 생각이 없어. 그들이 두 배를 배팅한다고 해도.”


찰스 헐리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결정했으면서 왜 우리에게 물었는데?”

“얘들아... 대기업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합병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사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재를 선점하는 것이기도 해. 두 대기업은 NeTube뿐만 아니라 너희들을 탐내는 거야. 너희들을 다른 경쟁회사에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우리 의견도 보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물론.”

“고민해볼 시간은?”

“며칠이고 몇 달이고 고민 해. 칼자루는 NeTube가 쥐고 있으니까.”

“고마워 보스.”

“고맙긴. 그런데... 사소한 것 하나 부탁 좀 해도 되냐?”

“뭔데?”

“와이프가 내 NeTube 채널에 달린 댓글을 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봐. 악성 댓글들... 완전히 삭제해 주면 안 되냐?”


두 사람은 못들은 척 했다.


“알았어. 자식들이.... NeTube 방침대로 해.”


냉정하게 봐서 NeTube가 시행하거나 할 예정인 규제와 정책들은 유저와 크리에이터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NeTube를 위한 친플랫폼 전략일 뿐이다.

댓글 관련 정책도 마찬가지다.


다음날.


세기의 결혼식 동영상에 달려있던 악질적인 댓글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오너 찬스가 발동되었다.

일부 남아있는 악플은 레오나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악플이 사라진 걸 확인한 레오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 ❉ ❉


류지호는 LA로 넘어온 김에 몇 가지 일을 처리했다.

그 중에는 Snowstorm과 관련된 사안도 있었다.

마이클 모하임은 류지호에게 엄청난 꾸중을 들어야 했다.

<디아블로Ⅲ>에 적용하려고 기획되고 있는 현금화폐경매장 시스템 때문이다.

이 시기 개발에 관여하거나, 시리즈를 이끌어온 이들의 모든 관심이 합법적인 현금거래 시스템을 <디아블로>에 이식하는데 쏠려있었다.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파밍 가능한 골드 이외에, 현금으로 살 수 있는 게임 머니를 판매하는 시스템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발진이 제시한 <디아블로Ⅲ> 경매장 시스템은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 머니를 다시 현금으로 환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전 삶에서 이 이슈로 인해 Snowstorm이 욕을 엄청 먹었다.

한편으로 노이즈마케팅이 되어 홍보효과를 톡톡 누리기도 했었지만.


“이미 전작에서 조단 링 같은 아이템이 게임 내에서 대체통용화폐로 작동하는 등 아이템 거래와 시장이 활발했어. 통제되지 않는 현실세계 현물거래는 위험하다고 생각해.”


Snowstorm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저 간 거래가 벌어지는 것도 일정부분 통제하고, 회사는 회사대로 수수료도 짭짤하게 챙길 수 있고, 유저는 유저대로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서로 사고팔면서 현금 이득도 보고, 게임도 편하기 즐기는 윈윈전략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 있었다.


“그런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이식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누가 알아? 그게 실질적으로 가능한지 연구가 진행되었어? 그저 사무실에서 앉아서 게임만 아는 개발자들의 몽상일 뿐이잖아. 대학 경제학과 연구실에 용역 의뢰해봤어? 어떤 연구결과가 있는데?”


유저 입장에서는 해킹과 아이템 복사 같은 것이 크게 다가올 것이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는 게임 내 경제시스템, 신규유저 진입장벽,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아이템의 소유를 유저에게 인정했을 때 생길 복잡한 문제다.

지금까지 게임회사들은 게이머의 아이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기에 약관으로 현금거래 금지를 명시해 왔다.

만약 현금거래를 게임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게이머의 현금으로 직접 구매한 만큼 게이머의 자산을 인정해주는 결과를 낳는다.

자신이 정당한 금액을 주고 산 물품을 판매사에서 제시한 방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회수당하게 되면 재산권침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편법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 등을 일삼는 유저에 대해 블럭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특정 유저로 인해 다른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에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Snowstorm은 게임업계에서 선도적인 기업이다.

콘텐츠나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현실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시도를 할 때는 관련해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디아블로> 시리즈를 망치고 싶은 거야?”

“망치다니! 획기적인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모험적인 도전이며....!”

“도전 좋아하시네. 개발자들이 생각한 엉성한 경제시스템에 게임 콘텐츠를 억지로 끼워 넣는 거잖아! 경매장을 위해 풍부하고 게임성 높은 게임 콘텐츠를 일부 포기하고 Snowstorm 위주의 편의적인 게임이 만들어지겠지.”

“그걸 어떻게 단정하는데?”

“현금경매장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 게임을 손 봐야 할 거 아니야. 유저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살 수 있게 되면 당장 캐릭터 육성 시스템이 엉망이 될 걸? 난이도 조절도 경매장에 휘둘리겠지. 자연스럽게 유저는 곳곳에서 지루한 구간을 만나게 될 거고. 돈 독이 올라 패치를 통해 개성 하나 없이 설계된 몬스터 능력치나 손댈 것이고. 경매장 위주로 돌아가니까 오직 그것만 관리하면 Snowstorm는 팔짱 끼고 수수료나 챙기겠지.”


Snowstorm 게임들은 패키지를 판매한 수익으로 배틀넷 서버를 운영하면서 유저들에게 재미를 제공하고, 그런 매력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유저가 유입되면서 수익을 얻게 되는 구조다.

보너스 요소에 머무른다면 모르지만, 현금 경매장이라는 요소가 도리어 메인으로 인식되게 만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는 꼴이다.

현금화폐 경매장 시스템은 관리자는 관리하기 쉬우면서, 동시에 철저히 유저가 경매장에 목을 매달게 하기 위한 구조로 게임을 몰고 가게 된다.

결국 친유저 중심 시스템이 아니라, 게임사 중심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Snowstorm 개발자들도 왜 <디아블로Ⅱ>가 흥행에 성공했는지 모르지 않잖아. 다양한 효과를 내장한 아이템을 수집하는 재미, 스킬, 스탯, 룬, 세트 템, 속성, 저항, 내성에 대한 조합으로 나만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가 있었어. 후속작에서 그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게임성을 고민해도 모자랄 상황에 현금거래 유도나 할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이야? 세계 최고의 게임 스튜디오를 꿈꾼다는 Snowstorm이?”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 경매장 시스템을 손대려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


류지호가 손을 들어 올려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마이클 모하임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패키지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업계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콘솔 게임 분야는 여전히 건재했지만, PC 게임업계는 온라인 게임이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흐름에 크게 일조한 게임이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다.

매달 유저 유입이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고 있다.

Snowstorm Entertainment는 이전 삶의 그 게임개발사 수준이 아니다.

1997년에 Sierra On-Line을 품은 이후로 여러 개발사를 인수했다.

2006년 매출이 14억 달러에 이른다.

Snowstorm 단독으로 9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1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채산체로 운영되고 있는 계열사 Helve Corp은 작년 10월에 최초로 타사 게임 <디 워니아>를 전자게임 소프트웨어 온라인 유통망(ESD)인 Valve에 등록했다.

본격적인 게임 유통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Helve Corp의 Valve 서비스가 욕을 꽤 먹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신념만큼은 인정해줄만 했다.

바로 유저 중심의 서비스다.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온라인 유통에 뛰어들었지만, Valve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들은 자사 중심으로 서비스를 펼쳤기 때문이다.


“세퍼드 형제와 데이빗은 뭐래?”

“.....”

“<디아블로Ⅲ>도 Snowstorm North에서 개발하는 거 아니었어?”

“맞아.”


류지호가 언급한 이름들은 Snowstorm North(구 콘도르)의 책임 개발자들이다.

이전 삶에서는 폐업되었다.

류지호가 개입함으로써 독립 스튜디오로 잘 운영되고 있다.

현재 <디아블로> 시리즈를 전담하고 있다.


“차라리 개발을 홀드시키고 새로운 게임으로 현금화폐경매장 시스템을 테스트해보는 것은 어때?”


내부적으로 <디아블로Ⅲ>를 MMORPG로 개발하려던 움직임도 있었다.

결국 전면 백지화된 상태다.


“새로운 게임?”


류지호는 이전 삶에서 <디아블로> 짝퉁 게임이라고 불리던 게임 몇 개를 떠올려보았다.


“솔직히 온통 WoW에 매달려 있잖아.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나 <디아블로> 시리즈에 대해 얼마나 집중하는지 의심스러워.”


Snowstorm 내부에서는 수시로 새로운 게임 콘텐츠가 기획되었다가 폐기되고 있다.

심지어 8개월 간 개발이 진행된 게임조차 미련 없이 접는 분위기다.

돈을 먼저 생각하는 오너였다면, 중요 임원들 목을 쳤을지도 몰랐다.

왜 이전 삶에서 모회사와 Snowstorm이 갈등을 겪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이것도 개발하고 저것도 개발하고.

결국 결과물은 없고.

모회사 입장에서는 헛된 돈이 줄줄이 증발한다고 여길 수도 있다.

류지호는 개의치 않았다.

1조원을 낭비하더라도 결국 2조원을 벌어들이는 게임을 개발하기만 하면 되니까.


“너희들은 인터뷰마다 스스로 즐길 수 없는 재미없는 게임은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어. 그런데 최근 게임을 개발하는 자세는 어떻지?”

“우린 창업 때나 현재나 변함이 없어. Jay."

"현금화폐경매장은 뭔데?“

“남들이 안하는 것. 또 현실세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뿐이야.”

“중요 개발자들이 회의실에 앉아서 이상만 늘어놓고, 그걸 정리해서 억지로 게임에 욱여넣으면 되는 거야?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도 실수 한다고 핑계대면 끝?”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실패를 논할 수가 있겠어.”

“성공해도 문제잖아. 라스베이거스를 게임에 넣고 싶어?”

“....”

“내일 로빈 팔도와 Snowstorm North 개발 책임자들과 함께 이 시간에 다시 와. 그 문제를 함께 진지하게 토론해 보는 걸로 해.”

“알겠어.”

“날 설득하려면 단단히 준하고 와. 이상만 늘어놓지 말고.”


냉정하게 보았을 때 <디아블로Ⅲ> 까짓것 망해도 된다.

Sierra On-Line의 플라이트,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을 비롯해 대여섯 종의 게임 타이틀이 스테디셀러를 기록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월드 오프 워크래프트>의 전 세계 유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오버워치>의 토대가 되었던 1인칭 슈팅게임 <스타크래프트 : 고스트>를 개발하던 게임스튜디오를 작년 10월에 인수해 FPS 분야로 확장성을 기대하고 있다.

E-스포츠 분야에서 <워크래프트Ⅲ>와 <스타크래프트>는 여전히 주요 게임 종목이다.

배틀넷 유저도 꾸준히 동접자 45~50만 명을 유지하고 있다.

추후 Snowstorm 콘텐츠의 실사화와 테마파크 캐릭터 라이선싱으로 새로운 수익구조도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퍼블리싱을 자체적으로 모두 소화한다는 점이다.

모든 수익이 고스란히 Snowstorm에 들어오고 있다.

심지어 90년대 발매했던 게임이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류지호는 혁신이란 것이 반드시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JHO와 가온은 새로운 혁신으로 경계를 허무는 것과 사용자의 불만 사항을 해결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면 개발과정에서 불필요한 작업도 줄일 수가 있다.

<디아블로> 짝퉁 게임 혹은 틈새시장을 노렸던 <패스 오브 엑자일>과 <워크래프트Ⅲ>의 유즈맵 DotA에서 시작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성공한 이유는 별 것 아니다.

본류가 가진 약점과 유저가 가진 아쉬움을 동시에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두 게임의 개발자들은 업데이트와 게임 개선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정기적 인 패치와 업데이트에는 새로운 장비, 레벨, 퀘스트 및 몬스터가 포함되어 있어서 유저가 게임의 신선도와 흥미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회사 규모가 커져서 개발하는 타이틀이 많기에 운영과 관리가 미흡하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Snowstorm 경영진은 탐욕의 노예가 되지 않아도 된다.

모회사와 오너가 실적을 요구하지 않기에.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내가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것을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어려운 거 아니다.

회사의 회계장부가 아니라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 ❉ ❉


<디아블로Ⅲ> 이슈는 잠정 보류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UCLA 사회과학대학원에 게임 내부와 현실 경제시스템의 연동 및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게임과 현실 경제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납득이 가질 않아.”

“현실의 화폐가치와 게임 내 골드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책정할 건데? 또 현금 환전의 주체는 누가 될 건데? Snowstorm이 할 거야? 아니면 다른 업체가? 그것도 아니면 은행이? 그리고 유저의 개인정보와 거래 내역은 어떻게 관리할 건데? 거래 내역에는 세금 문제도 발생하잖아. 수수료만 떼어 먹으면 끝이야? 그게 너희들이 주장하는 Snowstorm의 게임 세계였어?”


윌리엄 로퍼는 대답할 말이 궁했다.

일단 현금화폐경매장 시스템은 다른 게임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 프로젝트는 부사장 윌리엄 로퍼의 지휘 아래 Snowstorm North가 전담하기로 했다.

류지호가 독설을 쏟아냈다.


“Snowstorm이 사이버 보안에 얼마나 대단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워. 맵핵이나 오토 프로그램도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하는 주제에. 배틀넷 서버는 도대체 몇 번이나 다운 시켰지? 완벽한 게임성과 유저 우선을 추구하는 게임 개발사 좋아하시네.”


작정하고 Snowstorm의 부사장들을 잡도리 했다.

로빈 팔도와 부사장들이 탐욕 때문에 현금경매장 시스템을 고민한 것은 아니었다.

자사 게임 아이템이 버젓이 아이템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것은 큰 문제였다.

불분명한 출처로 타 플레이어와 직거래를 하며 사기를 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 같은 상황을 통제할 목적으로 현금거래를 게임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하여간 공돌이 자식들....쯧.’


문제는 의도와 의지는 가상하지만, 그 준비에 있어서 매우 허술하다는 사실이다.

미국만 해도 각 주마다 법이 다르다.

글로벌 서비스를 벌이는 Snowstorm로서는 국내는 물론이고 각국의 법과 유저들의 정서까지도 면밀히 살펴야 했다.

사업성 이전에 따져야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작용도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

모두 무시되었다.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가 진행되었다고 하지만, 광범위한 리서치나 전문가 자문이 없었다.

아무도 시도 하지 않은 것을 하는 용기는 높이 사줄만 했다.

다만 역풍이 문제다.

그로 인해 십 수 년 넘게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한 순간에 추락시킬 수도 있다.

Snowstorm은 글로벌 탑3 게임개발사이자 유통사다.

이전 삶처럼 가볍게 사안을 다뤄서는 안 된다.

특히 암호화페나 메타버스 관련 확장까지 연관되어 있는 사안이라면 더더욱.


“윌리엄이 현금화폐 경매장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야. 당분간 <디아블로> 시리즈는 잊어버려. 경매장 시스템의 여러 부분을 테스트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봐.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한정해서 Snowstorm North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해. 어바인과는 <디아블로> 개발 진척상황만 소통하도록 해.”

“개발비 외의 비용은 보스가 주는 거야?”

“응. 나중에 경매장 시스템으로 피해를 보는 유저에 대한 보상도 내가 다 해 줄 거야. 그러니까 뭐든 시도하고 도전해 봐.”

“오케이!”


이전 삶에서는 윌리엄 로퍼와 Snowstorm 주요 개발자들이 모회사와의 갈등으로 Snowstorm을 뛰쳐나갔다.

플래그십 스튜디오라는 개발사를 설립해 게임을 개발하다가 다시 루닉 게임스에 합류했다.

그곳에서 제작한 게임이 <토치라이트> 시리즈와 <Hob>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게임이 탄생하게 된다.

다만 배틀넷과 연동되어 현금 경매장 시스템이 도입된다는 것이 다르다.

배틀넷 2.0이 원래 역사보다 훨씬 앞당겨 전개된다.

블록체인 기술까지 일부 장착해서.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콜 오브 듀티>와 <배틀필드>가 많이 아쉽네.’


FPS를 즐기는 게임 유저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게임이 <콜 오브 듀티>와 <배틀필드>다.

류지호는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 두 게임의 영화화가 무기한 연기 되었다는 뉴스만 기억하고 있을 뿐, 얼마나 많이 팔린 게임인 줄은 몰랐다.

류지호가 얼어 죽던 시점에서 누적판매량 3억장을 돌파한 게임 타이틀이었다.

액션비전과 Snowstorm이 합병되면 몰라도, 류지호가 당장 <콜 오브 듀티> IP를 확보할 길은 없었다.


‘아쉬운 대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시리즈가 있으니까.’


작가의말

어느새 한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11월 마무리 잘 하시고 감기조심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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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 Frank Castle. (1) +11 23.12.04 1,949 103 23쪽
689 일본 침공. (3) +3 23.12.04 1,795 91 24쪽
688 일본 침공. (2) +15 23.12.02 1,916 107 22쪽
687 일본 침공. (1) +9 23.12.01 1,935 107 23쪽
686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6 23.11.30 1,982 94 23쪽
685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3) +8 23.11.29 1,962 103 22쪽
684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2) +4 23.11.28 1,944 106 24쪽
»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1) +5 23.11.27 1,988 101 24쪽
682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2) +5 23.11.25 1,985 105 21쪽
681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1) +3 23.11.24 2,001 108 24쪽
680 감독님은 판타지 스타입니다. +2 23.11.23 2,014 96 25쪽
679 세기의 결혼식. (4) +3 23.11.22 2,047 106 27쪽
678 세기의 결혼식. (3) +6 23.11.21 2,036 106 24쪽
677 세기의 결혼식. (2) +6 23.11.20 2,065 111 25쪽
676 세기의 결혼식. (1) +6 23.11.18 2,105 106 28쪽
675 TCU의 닻을 올리다! (2) +5 23.11.17 1,921 101 23쪽
674 TCU의 닻을 올리다! (1) +4 23.11.16 1,965 106 24쪽
673 뉴욕살이. +9 23.11.15 1,953 103 23쪽
672 포츠담 광장에서... (5) +6 23.11.14 1,916 101 26쪽
671 포츠담 광장에서... (4) +11 23.11.13 1,913 107 31쪽
670 포츠담 광장에서... (3) +4 23.11.11 1,899 108 28쪽
669 포츠담 광장에서... (2) +3 23.11.10 1,877 99 24쪽
668 포츠담 광장에서... (1) +3 23.11.10 1,876 83 23쪽
667 외도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4 23.11.09 2,032 101 26쪽
666 호잇 호잇... 초능력 재주꾼. (2) +6 23.11.08 1,971 101 24쪽
665 호잇 호잇... 초능력 재주꾼. (1) +2 23.11.07 2,005 92 24쪽
664 나중에 며늘아기한테 좋은 소리 못 들어. +4 23.11.06 2,060 91 24쪽
663 터무니없는 목표! (2) +5 23.11.04 2,051 102 23쪽
662 터무니없는 목표! (1) +4 23.11.03 2,085 97 24쪽
661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3 23.11.02 2,066 9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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