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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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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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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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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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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포츠담 광장에서...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가 공식기자회견장에 도착했다.


“.....?”


류지호는 의아한 눈길을 기자석을 향해 던졌다.

기자들의 표정이 어딘지 비장해보였기 때문이다.

잘못 입을 놀리면 자신의 살점이 갈가리 뜯겨나갈 것만 같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떼들의 흉흉한 시선 같았다.


‘둘 중에 하나겠지....?’


전작들에 비해 형편없었거나.

논쟁을 불러 일으킬만한 문제작이거나.

부디 후자이길 기대할 수밖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군요.”


특유의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류지호가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한국어다.

류지호는 영화제를 비롯해 한국인으로 공식석상에 나설 때는 언제나 통역을 대동했다.

기자 한 명이 마이크가 아닌 육성으로 외쳤다.


- 디렉터. 통역을 거치는 것보다 다이렉트로 영어로 말해주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자 누군가가 모국어로 말하고 통역을 거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또 누구는 통역을 거치면 정확한 감독의 의도를 전달받지 못할 것이라고 떠들었다.

영화제 관계자까지 나서서 입씨름을 벌였다.

보다 못한 류지호가 나섰다.


“신사숙녀 여러분. 진정하세요.”


류지호는 똑같은 말을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로 차례로 말했다.

그러자 장내가 약간 진정되었다.


“Danke schön~”


마무리는 독일어로 감사를 표했다.


“나에게 어느 나라에서 영화를 찍는 것은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언어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도쿄다라카와 작업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것이 중요할 뿐이다.”


류지호의 소감이 시작되자, 언제 입씨름을 벌였냐는 듯 장내가 조용해졌다.


- 일본에서의 작업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나?

“좋은 파트너십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 유럽에서 영화를 찍게 된다면 그 나라 언어를 배울 용의는 있나?

“그렇다. 적어도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존중과 고마움을 표현할 줄은 알아야 할 테니까. 그러니 나의 말을 여러분에게 전달해 주는 통역사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근사한지 한번 들어보기 바란다. 내 목소리보다 좋다.”


사소한 신경전이 있었지만, 류지호의 설득조의 말이 통한 듯싶었다.

마땅찮은 요구를 한 기자와 그와 신경전을 벌인 기자들이 눈총을 받았다.

잠시 소동이 일었지만, 류지호의 중재로 장내가 안정됐다.

다만 류지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기자들이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시작됐다.


- 3년 만에 베를리날레를 찾았다. 감회가 궁금하다.

“벤야민이 그랬다. 피카소의 그림이 특권층에게만 향유되었다면 채플린의 영화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물론 거꾸로 그것이 파시스트의 정치적 선전도구가 될 수도 있고, 싸구려 패스트푸드처럼 사람을 망칠 수도 있다. 베를린 영화제는 묵묵히 영화가 세상을 바꾸리라는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나 나는 이 영화제를 응원할 것이다. 내 영화를 초청해 준 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다시 한 번 표하는 바이다.”


발터 벤야민.

독일 기자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영화 기자들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인물이다.

유대계 독일인 사상가다.

20세기 초기 혁신적인 예술경향을 지닌 소수의 아방가르드적 지식인의 대표주자다.

유대계 부르주아 집안 출신이었으나 스스로 ‘좌파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지식인의 정치적·사회적 역할 기능에 대한 신랄한 자기비판적 성향을 피력했던 인물이다.


- <샤모>는 일본영화인가 아니면 한국영화인가 또 그것도 아니면 할리우드영화인가?

“서두에 밝혔지만, 국적은 상관없다. 그냥 영화다.”

- 개인적으로 최근 일본의 젊고 반항적인 영화들 뒤에서 한숨을 쉬어야 했다. 그들은 다소 현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디렉터 류의 이 영화가 매우 많은 이야기를 농축하고 있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기자석 한쪽에서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결코 아름다운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비꼬는 것으로 이해한 모양이다.


“정말 고맙다. 이건 내가 처음으로 받은 공식적인 찬사다. 당신의 펜은 분명 사람들의 삶을 바꿀 것이라 확신한다.”


또 웃음이 터졌다.


킥킥.


초반 전투적이었던 기자들의 날카로움이 조금 더 유해지기 시작했다.


- 관객을 고통과 폭력, 피와 절망으로 점철된 여행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는 체험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한다. 도대체 그것이 뭔가?

“나는 사회와 그것이 품고 있는 인간 개개인의 모순된 행태에 의심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태도는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세상을 결코 바꿀 수 없다고 믿는다.”

- 영화가 도달한 지점이 다소 허무하다. 원죄에 대한 반성을 주장하지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 비난도 하지 않는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이미 악을 행하기로 작정했다는 태도다.

“내 영화 속 인물들이 다음엔 무슨 행동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나는 신이 아니고 인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 주인공이 자신의 죄과를 여동생을 통해 속죄하는 방식은 이해할 수가 없다.

“난 나루시마 료가 속죄한다고 보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카오스다. 그리고 계속 카오스 상태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그의 정신과 본능은 16살에 멈춰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자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 헌법상 일본은 다른 나라에 군사개입을 할 수 없는 나라다. 그러나.... 전후 수차례의 '편법 개헌'으로 만신창이가 된 일본의 평화 헌법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의 중의원을 통과한 신 가이드라인 관련 법안이 그것이다.

“과거에 머물거나 집착하게 되면 오늘을 살아가기가 너무 고통스럽다. 또 내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시간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것이다. 지금 시간이 내 시간이라는 오만을 버린다면 우리 모두가 옳은 일을 할 수 있다.”


적당히 피해가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런 대답은 기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자칫 왜곡된 기사가 나갈 가능성도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한편으로 발뺌을 할 여지도 있다.

나중에 내가 말한 내용을 곡해 했다고 해버리면 되니까.


- 이 영화에서도 비록 출연빈도는 적지만 중요한 여성 캐릭터가 다수 나온다.


질문이 여배우들에게 향했다.


- 스기와라의 약혼녀는 감독의 다른 영화에서와 달리 매우 또렷한 의지를 가지고 나루시마 료를 죽여 달라고 자신의 연인에게 부탁한다.

“악마의 달콤한 유혹 같은 것은 아니다. 감독님도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난 사랑을 확인하는 방식이자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 몸부림이라고 이해했다. 난 그녀가 모두가 불행해지는 방식을 택한 것이 안타깝지만, 그 또한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


한국어, 일본어, 독일어, 영어가 난무했다.

그래도 류지호는 고집스럽게 한국어로 대답했다.


- 미치광이 주인공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폭력을 일삼고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암시된다. 마치 과거 일본군들의 만행이 연상되지 않을 수 없다. 디렉터 류는 지금까지 여성을 다루는데 있어 매우 예민했는데, 이번만큼은 그 태도가 지나치게 가학적이다. 혹시 한국의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어떤 의도가 들어가 있나?

“너무 나갔다. 이 영화는 국제관계 속에 있지 않다. 일본이 배경이고 배우의 언어가 일본어이지만 어떤 사회에 대입해도 해석이 가능하다. 영화가 담지 않은 것까지 상상해서 해석하는 건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 영화 전반부에 존속살인의 죄를 저지른 주인공이 미성년이란 이유로 고작 2년 형을 받고 출소한다. 그 문제 역시 굉장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 올 수 있다.

“그 부분은 내 영화가 다루려는 부분이 아니다. 내가 소유 기업이 백화점 사업도 하지만, 내 영화가 백화점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한 가지 문제만 다루기에도 벅찬 것이 사실이다.”

- 영화를 보고 나서 신나치주의자를 떠올렸다. 나는 친절한 나라 일본에서 그런 일이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줄 지금에서야 알았다.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를 보자. 각자 자신의 주장만 딴 곳을 향해 말하고 있지 않나? 마찬가지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사회 구성원들이 정말 진지하게 민감한 문제를 이야기하는지 보라. 그리고 시민들의 반응을 보라. 배려인지 혹은 복잡한 문제를 후대에게 떠넘기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 일본만 그럴까? 아닐 것이다.”


또 다시 질문이 배우들에게 향하며 류지호에게 여유가 주어졌다.

처음 시작할 때 300여 명 정도 기자들이 있었다.

어느 틈엔가 기자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다.

자리가 없어 회견장 바닥에 앉아서 열심히 류지호의 대답을 받아 적는 기자가 많았다.

베를린 영화제를 취재하는 모든 기자가 몰려든 것만 같았다.

그리 좁은 회견장이 아님에도 사람들이 발산하는 열기만으로 히터를 틀어놓을 것 같았다.


- 이번 작품은 ‘일본적인’ 한편 ‘반일본적인’ 인물을 통해 일본 사회의 단면을 찌른다는 의미에서, 용감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넣은 것은 아닌가.

“난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그저 절망하고 분노한 한 미치광이를 영화에 풀어놓은 것뿐이다. 관객이 불편하길 원한다. 왜 그가 그렇게 되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와 다음 세대가 왜 전 세대의 엉터리 같은 짓을 떠안아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걸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질문하고 싶을 뿐이다.”

- 당신의 영화에서 폭력 묘사는 양면성이 있다. <REMO>에서는 우아한 판타지를 제공하고 <The Killing Road>와 <복수의 꽃>에서는 적나라한 야만성을 드러냈다. <군계>에서는 그 둘이 만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미치광이는 미치광이다워야 하고, 사무라이는 사무라이다워야 하지 않을까. 강 건너에서 불구경 하는 걸 상상해 보라. 우리는 명분과 이유가 있는 악당을 원하는 것 같지만, 실상 뭔가 제정신이 아닌 듯한 언행을 보일 때 즐거워한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제정신이 아닌 듯한 말과 행동이 사람들을 매혹시킨다는 것. 그것이 코미디이자 풍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  낯설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내가 지금 여기 온 이유가 바로 그거다. 유럽 관객의 반응이 궁금해서다. 관객 반응을 직접 체크하고 싶다. 그 낯설고 불편함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 지금까지 시점이 명확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싸우는 사람들, 투쟁이 있었고, 그 상대가 있었다. 하지만 <군계>는 균형을 잡아야 하는 영화다.

“맞다. 좀 무섭고 곤란한 주제다. '개인'은 없고 '집단'만 강조하는 전체주의 '집단 최면'··· 과거 나치의 독일처럼 ‘독재‘와 '노예의 길'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 어떤 사회.... 나는 19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달콤한 말로 국민을 현혹하고 때로는 폭력으로 정권을 휘어잡으며 경제를 철저히 통제하는 어찌 보면 사회주의 시도를 통해 독재정권을 합리화시키고 국민을 집단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전체주의의 전형....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알고 살았다. 지금에 와서는 집단주의가 민주주의를 지배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불가피하게 스스로를 파괴시킬 것이란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아시아의 많은 정치인들이 국민 통합을 역설한다. 난 그 길이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길은 자유의 길이 아닌 독재와 노예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서구에서는 당연한 생각이다.

집단보다 개인이 우선시 되는 사회이니까.


- 나루시마 료의 범죄적 행동을 정당화 하려는 것인가?

“아니다. 그는 스기와라라는 현대판 사무라이와 함께 지옥으로 끌려간다.


본의 아니게 영화의 결말을 해석해 주고 말았다.

실수 아니다.

사무라이와 지옥이란 단어를 일부러 기자들에게 각인시켰다.


- 영원히 영화를 끝내고 싶지 않았나. 아니면 현재진행 중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나. 크레디트 스크롤이 끝날 때까지 계속 된다.

 “해피엔드였다면 좋았겠지만,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성 혹은 성찰 같은 것은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가 깊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때문에 해피엔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난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담론을 이끌어내는 것에 만족한다. 여러분들이 내 영화를 가지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수도 있고 서재에 꽂아 놓을 수도 있다. 악의 기원이 어디서부터 기원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미 탄생한 악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하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나쁜 일을 외면하고 덮어두고 거짓으로 회피하려고 한다. 그건 악과 다른 문제다. 양심과 정의의 문제가 아닐까.”

- 관객은 애매모호한 결말보다 명확한 걸 선호한다.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중으로부터 답을 듣고 싶다. 영화감독은 현자나 스승이 아니다. 탐구하는 사람이고 말을 거는 사람. 그리고 대중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 사이 어딘가에 예술이 존재할지 모르겠다. 동양화에는 채색하지 않고 남겨두는 ‘여백’이라는 것이 있다. 그 안에는 심오한 예술세계와 사상이 존재한다. 나는 어려운 이야기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그런 경험이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영화를 더욱 알차게 만들어 줄 것이고, 반대로 할리우드에서의 작업이 다시 내게 돌아와 내 성찰을 도울 것이다.“


계속해서 영화 엔딩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 같았다.


“더 이상 영화의 엔딩을 언급하는 건 좋지 않다. 누군가 우리의 대화를 염탐한다면 영화를 다 본 셈이 된다. 우리 모두는 결말을 알고 영화를 보길 원치 않는다.”

- <복수의 꽃>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담아낸, 화려한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매우 밀도 있는 미장센을 추구하는 것 같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그런 것과 달리 다소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인상을 받곤 했다. 아시아에서 영화를 하는 것은 스탠다드한 비주얼에 대한 반작용인가?

“나는 다른 종류의 영화는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토리에 맞춰 스타일을 정한 것이다. 단순하고 진솔한 복수극, 그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아름다운 배경이 필요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슬프지만 역설적인 스토리도 함께 자라나는 거니까. 단순한 이야기일수록 표현하기 힘들다. 표면적으로 단순한 이야기지만, 정치적인 배경과 연관시킬 때 간단치 않다. 주인공들의 배경이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얘기가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시점에 그간 정치적 변화도 많았고 적잖이 역사가 흘렀다. 현대인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복수의 꽃>은 그랬던 것 같다.”

- 서로 잘 섞이지 않을 것 같은 테크닉을 자주 섞는다. 이번에도 핸드헬드와 여백 많은 화면이 극단적으로 대비되거나 때로 합일 된다.

“<군계>는 결코 우아한 영화는 아니다.”

- 당신은 카메라와 색채, 음악이 모두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걸 아는 감독이다. 이번에도 꽤나 불협화음으로 머물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만족하나?

“영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감독들은 모두 기본에 집중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들의 영화가 반드시 그러해야만 했던, 꼭 그 만큼의 영화를..... 나는 현재의 영화들이 보여주는 흐름이 중요하고, 영화라는 거대한 강을 풍요롭게 만들 거라고 믿지만, 그 강물이 항상 맑은 것만은 아니다. 또한 흐려졌다가도 맑은 기운을 회복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삶과 같다. 혹은 삶은 영화와 같은 것일까. 당신 마음에 드는 답을 선택하길 바란다.”

- 츠마부키 료타가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그는 수상하고도 남을 만한 좋은 모습을 <군계>에서 보여주었다. 그처럼 자기 일에 온 영혼과 마음을 다하는 배우는 몇 없다. 여러분도 봤지만 영화 속에서 츠마부키라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나루시마 료만 보일 뿐이다.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그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배우 연기 지도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배우들과 가능하면 많은 대화를 나눈다. 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영화 스토리보다는 인간과 삶에 대해 배우와 토론하는 것을 즐긴다. 배우는 관객의 눈에 그럴싸하게 비칠 만큼 믿을 만해야 한다. 너무 복잡하거나 지쳐 보이면 안 된다. 난 배우들을 혹사시키는 게 싫다. 촬영 강행군으로 쉴 틈을 안 주는 일은 가능한 피하려고 노력한다. 늘 열려 있고 자유롭길 바라며, 생생하게 깨어 있길 바란다.”

- 당신은 독일영화에 투자하고 있다. 독일이 유럽의 할리우드가 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할리우드는 할리우드다. 독일 영화는 독일영화이고. 합작하고 개방하는 지금의 추세가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뭔가. 관객의 취향이다. 관객은 뭔가 유럽적인 것들을 갈구하고 JHO Company는 현지 제작사들과 그것을 이끌고 있다.”

-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제작사로써 아시아에서 영화를 하는 것은 어떤가.

“해외 제작사와 합작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제작비의 출처가 어딘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큰돈을 투자할 만큼 내 영화를 믿어 준다는 사실이 기쁘다. 누군가의 영화에 투자한다는 것은 일종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 영화적 정체성으로 보면, 미국 쪽인가 아시아 쪽인가.

“내 자신을 분석하기 싫다. 솔직히 말하면 돌이켜 볼수록 우울해진다. 누군가 종잡을 수 없다고 했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내길 바랄 뿐.”


류지호는 생수를 한 모금 마셔서 건조해진 입안을 적셨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어디서나 영화를 만드는 일은 꽤나 복잡하다. 미국에 있다고 해서 내 것을 버리고 미국적인 영화를 만든다거나, 지금에 와서 굳이 한국영화만을 만들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우습다. 내 영화 인생에서 스케줄은 따로 없다. 영화가 나를 찾아올 때가 있고, 내가 찾아갈 때도 있고. 모든 영화에는 각기 어울리는 때와 장소가 있는 거다.“

- 다양한 국가에서 영화를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극복하지 못할 이질감이라던가.

“감정적으로 사람들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이 반응한다. 극복할 차이라는 것도 별로 없다. 영화 만드는 스타일이나 경향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난 몰라도 당신들은 알 거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

- 미국 출신이 아닌 입장에서 오스카상은 어떤 의미인가.

“오스카가 중요한 오직 하나의 이유가 있다. 수상과 함께 권력을 누릴 수 있다는 것. 그 권력이 누군가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게 쇼비즈니스의 생리다.

- 비할리우드 영화와 할리우영화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생각하나.

“일반화는 위험한 것이지만...음, 내가 보기엔 이렇다. 미국영화는 엔터테인먼트가 먼저다. 만에 하나 여력이 있다면, 영혼의 탐구가 뒤따른다. 비할리우드 영화는 영혼의 탐구가 먼저다. 그리고 만에 하나 여력이 있다면, 엔터테인먼트가 뒤따른다.”


웃음이 장내에 감돌았다.


하하.


어떤 쪽을 먹이는 것이 아리송한 말이니까.


- 한국영화가 세계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신이 그 선봉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영화 약진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오해다. 누군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그건 전적으로 그의 재능 때문이다. 또한 영화 산업은 누구 한 사람이 좌우할 수 없다. 복잡한 비즈니스와 이해들이 얽혀 있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지만, 한국영화의 역사는 근 100년에 가깝다. 그 시간 수많은 영화인들이 닦아 놓은 길에 후배들이 새로운 길을 잇고 있는 거다.”

- 요즘 한국영화 산업은 어떤가.

“간단히 대답하기 어렵다. 한국영화는 언제나 할리우드 영화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예전에 한국영화 관객들은 자국 감독들의 영화를 봐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이 만큼 발전하면 할리우드는 이미 저 만치 달아나 있다. 그럴 때 슬럼프가 찾아오고 실망한다. 그런데 내 동료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고 그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다가서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고 언제나 답을 찾아낼 것이다.”

- 당신의 영화도 그렇고, 언론과의 인터뷰도 그렇고. 최연소 억만장자임에도 항상 몸가짐이 정갈하다. 세상에 대한 어떤 책임의식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 세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 나는 과거 독일처럼 분단된 나라에서 태어나 자랐다. 나의 부모님은 한국전쟁으로 큰 아픔을 겪었다. 물론 모든 한국인들이 그러하다. 어쩌면 그 때문에 나는 인간의 비극을 영화로 만드는 걸 멈출 수 없을지 모른다. 또한 이 시대를 주의 깊게 돌아보는 영화에 관심이 많다.”

- 류지호라는 감독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인정한다. 적어도 내 영화에서는 일관성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거다.”


하하...


“난 언제나 똑같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난 부자다. 하지만 여느 캘리포니아 사람들처럼 서핑을 즐긴다. 또 한국에서 나고 자란 다른 사람들처럼 인(仁)과 예(禮) 그리고 효(孝)를 중요한 가치로 삼고 살아간다. 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 이야기를 캐치하려고 노력하고 때로는 관심이 전혀 없지만 관심을 보이길 원하는 이야기를 찾는다. 다만 관객이 극장에 앉아 내 영화를 보는 내내 하품을 한다거나 뛰쳐나가지 않도록 매력적인 비주얼과 유머를 넣는다. 그리고 좋은 음악가와 함께 관객의 청각까지 훔치려고 노력한다. 관객이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나 역시 일관될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 도대체 당신은 무슨 영화를 하고 싶은 것인가.

“난 언제나 영화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고 모든 것이 상업적인 비즈니스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래는 참으로 각박할 것이다. 사람들이 내게 사회파 감독이라고 규정하는 걸 안다. 난 이 시대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언제나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관심이 많다.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알고 싶다. 그리스 비극은 모험과 귀향을 들려주면서 운명에 대항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나 역시 그것을 하고 있다. 내 영화도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 일본이 처한 사회문제와 정치를 외국인이 다루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나 두 국가는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닌가.

“1960년대 일본학생운동의 연합체였던 일명 전공투. 그 중에서도 실력투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도쿄대학 전공투는 자신들의 노선과 참 어울리지 않는 손님을 학교로 초청했다. 주인공은 바로 일왕 중심의 일본으로 회귀해 일본의 재무장을 주장한 극우 사상가이자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였다. 좌익 성향의 도쿄대 전공투는 극우의 상징인 미시마 유키오를 자신들의 본거지로 불러와 논리로 격파해 자신들의 신념을 일본사회에 알리려고 했다. 당시의 토론의 수준이나 그런 것보다는.... 그 사건 자체가 나에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지금의 일본.. 아니 사실은 내 조국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니까.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당시에 극단에 있던 이들이 서로 마주하고 대화를 나눴다. 어떤 폭력사태도 없이. 내 조국에도 분단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비슷한 과정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양 극단의 진영이 편견을 해소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 승자가 나올리 없는 의미 없는 대립과 갈등... 가치 없는 대립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한국사회가 <군계>에도 투영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대체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내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영화감독은 현실 문제에 있어서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질문하고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뿐.”


기자는 한일 관계의 특수성과 관련해 좀 더 노골적인 정치적 발언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류지호는 한일관계가 아니라 이념과 사회 갈등이란 문제로 대답을 마무리했다.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진행되는 공식기자회견.

어느덧 1시간 30분을 훌쩍 경과했다.


- 마지막인 질문인 것 같다. 이번 영화가 논란의 중심이 되길 원하나?

“좋은 쪽으로. 그래야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


류지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영화제 트로피는 충분히 수집했다.

수상에 실패해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소수의 마니아들이 즐기는 영화가 아니라 일반 대중도 즐길 수 있는 영화로 평가되길 바랐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해방된 지 60여 년.

발터 벤야민이 ‘영화가 세상을 바꾸리라’고 말했던 <기계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이 나온 지 70여 년.

<군계>가 품고 있는 파시즘과 하켄크로이츠 상징에 대해 독일 언론은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부정적인 태도는 아니다.

아시아 감독이 그걸 끄집어냈다는 것에 대한 신기함 같았다.

반면에 일본의 우익성향 언론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주제넘은’ 혹은 ‘오만한’이란 자극적인 표현을 쓴 우익성향의 일본 기자가 쓴 기사도 있었다.

인종주의적 태도로 류지호에게 야유를 보낸 기사도 있었다.

그밖에 이번 베를린 영화제 최고 문제작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기사도 있었다.

영화 기본에는 충실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기사도 있었고.

류지호는 비평적 찬사를 받든 야유를 받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영화를 통해 다 얘기했고, 더 말할 것도 없다.

류지호는 자신의 영화가 관객에게 향하지만, 결국 다시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과정에 반성과 성찰이 있는 것이고.

영화예술이란 그렇게 믿고 행할 때 드러나는 것이다.

어쩌다 얻어걸리는 예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것의 내용보다 그 내용을 다루는 방식으로 인해 좋은 영화가 되기도 하고 나쁜 영화가 되기도 한다. 〈군계〉는 단순하고 명료하고 강렬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지닌 작품이며 감정적 충격을 일으킨다. 류지호는 끝없이 자신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다. 지금까지 매 작품마다 관객은 때로 웃어주고 때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번 영화는 야유를 보내기도 할 것 같다. 그 만큼 논쟁적인 영화를 들고 나왔다.]

-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


영화제 공식 소식지 Variety는 류지호와의 인터뷰 기사를 한 면을 할애해 실었다.

연장된 한 회차 분 티켓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일찌감치 매진된 <군계> 상영회마다 로저 에버트의 예상처럼 환호와 야유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86 도뮤
    작성일
    23.11.11 10:17
    No. 1

    고봉밥 감사합니다. 한 회차에 배부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용갈장군
    작성일
    23.11.11 11:23
    No. 2

    "도뮤"님 댓글에 공감.
    이 한편을 읽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네요.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되고 확인했던.....

    60년대 일본전공투의 토론배틀은 충격이었습니다.
    60년생인 저는 몰랐던 역사 한편을 알게 되어 놀라며, 그 유연함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또 진영논리에 모든 것을 정형화하고 고착화하는 작금의 상황에 한숨만 나오기도 하고.....

    고봉밥에 감사드립니다.

    蛇足 : 작가님이 디렉팅하는 영화 한편이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ㅎㅎ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1.11 14:50
    No. 3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1.13 03:28
    No. 4

    이런 종류의 영화가 일본에서 가끔 만들어 지지만
    흥행에는 실패 핲니다.
    개봉도 못하죠.
    만화영화 만이 흥행 하는 나라가 일본 입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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