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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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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0.04.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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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주유강호-귀주편[제6화]

DUMMY

"루주…… 상태…… 인가?"

"마지막 단계……"

"종지행…… 믿을……"

"화산파…… 청성파를 도울…… 없……"

천강의 귓속으로 낯선 음성들이 들어왔다. 그에게 있어서는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에 불과했지만, 곧 의식을 회복할 것이라는 신호였다.

"…… 하지만…… 의외야 이자…… 살아온 것……"

"화산…… 적전제자…… 죽일…… 없었다…… 생각해 볼 일이군"

혼몽에서 깨어난 천강의 눈에 낯선 천장이 들어왔다. 주위를 살펴보기 위해 머리를 움직이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미동도 하지 못했다. 몸이 열기에 휩싸인 듯 하면서도 몽롱한 상태였다. 또한 몽롱한 막 뒤에 극심한 고통이 웅크리고 있을 것 같은 불안감도 내재되어 있었다.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져 있다는 증거다. 한편 그의 손끝에 묻은 피는 아직 채 굳지 않고 있었다. 상향루의 소동에서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다는 의미였다.

천강의 변화를 알았는지 이제까지 그를 앞에 두고 대화를 이어가던 중인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 중 한 청년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먼저 한가지 주의를 주겠다. 대답만 해라. 질문은 용납하지 않는다. 알겠나?"

천강에게는 매우 낯익은 음성이었다. 바로 정신을 잃기 전 자신 앞에 버티고 서 있던 자였다.

"알겠소."

천강이 힘없이 대답했다. 푸른 장삼의 청년은 심문을 시작했다.

"이름은?"

"주 천강이오!"

"소속은?"

"사천 웅묘파에 소속되어 있소. 여긴 어디요?"

청년의 눈빛이 싸늘히 식었다. 그는 천천해 팔을 들어 손가락을 천강에게로 향했다.

퓻!


가벼운 파공음이 들렸다.

청년은 손가락을 세워 격공지(隔空指)의 수법으로 천강의 혈도를 점했다. 직접 몸에 닿지도 않았는데 천강의 모든 감각세포가 갑자기 민감해 졌다. 동시에 몽롱한 막 뒤의 무지막지한 고통이 실체를 드러냈다. 천강은 입에서 나오는 신음을 스스로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직업은?"

가까스로 신경의 끈을 유지한 채, 천강은 대답을 하려 했지만 몸의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직업!!"

다시 차가운 음성이 들려온다. 천강의 온 몸이 자신의 땀으로 젖어 들었다.

"수…… 수금일을……"

청년은 손을 써 다시 천강의 혈도를 막았다. 고통이 잦아든 천강은 욕지기를 느꼈다. 청년이 특별히 사혈을 누르거나 분근착골의 수법을 쓴 것은 아니었다. 이미 천강의 온몸은 상처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빠른 치료가 없으면 목숨까지 위험한 지경이었다. 그것을 혈도를 봉쇄함으로써 상처의 악화를 일시적으로 틀어 막은 상태였다. 청년은 단지 막혔던 혈도를 풀어 기혈을 소통시켰다. 정상으로 돌아온 천강의 몸은 자신의 주인에게 온 몸의 이상신호를 한꺼번에 보냈던 것이다. 청년은 냉정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누가 시켰나?"


"무엇을 말이오?"

다시 고통이 찾아왔다.

"누가 시켰나?"

결국 천강은 대답을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그런 불행한 안식도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청년에 의해 강제로 깨워진 그는 재차 질문을 받았다.

"난, 단지 손 영감의 부탁을 받았을 뿐이오."

"내용은?"

천강은 자신이 새벽에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청년의 심문은 계속 되었다. 두 번의 교훈이 효과가 있었는지 천강은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자신이 무엇을 대답하는 지 모를 정도로 횡설수설할 때도 있었지만, 자신의 인지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대답을 했다. 심문이 끝나자 청년은 천강을 기절 시켰다.

"들으신 바와 같이 이 자에게서 달리 캐낼 것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얘길 하지 않았나. 그는 평범한 수금원일 뿐일세."

손불여였다. 그의 말을 가로채듯 반박하는 자가 있었다. 서하루 세 장로 중 한 사람인 상 문호였다.

"그렇게 속단할 수는 없지 않나. 손 장로 자네가 이 자와 친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의 모든 것을 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어 다른 세 장로 중 하나인 곡 자백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종지행 그 자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왔다는 것. 그와 친하게 지내는 기녀가 화산파 고수와 버금갈 정도의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지."

곡 자백은 잠시 뜸을 들인 후 천강을 심문하던 청년을 바라보았다.

"비연아, 그 기녀의 무공이 무엇이라 그랬지?"

"해남도의 도주의 독문무공인 남호장(攬蝴掌)이었습니다. 그런데 현 해남도주에 대한 말투를 봐서는 그녀를 전인(傳人)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무슨 원한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곡 장로님, 혹시 해남도에 방계가 있습니까?"

"글쎄다, 현재 강호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그런 이야기는 돌지 않고 있단다. 원한이 얽힌 방계라…… 이것도 흘릴 수 없는 사안이겠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을 접은 곡 자백은 다시 비연을 쳐다보았다.

"우선 이자를 뇌옥에 옮긴 후 상처를 치료해 주거라."

"죽이지 않습니까?"

비연은 의외인 듯했다.

"그래. 괜히 살려서 뭐하나 죽여버려."

"쯔쯧, 문호 자네는 그 급한 성질이나 좀 죽이게나. 아까도 말했지 않나. 한낱 수금원으로 치부하기엔 그를 둘러싼 게 너무 커. 그에게서 캐낼 수 있는 것이 적지는 않을 게야."

"그런가? 자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손 장로 자네 생각은 어떤데?"


"나야 뭐 잘 된 일이지. 자네 둘이서 알아서 결정하게, 이제 와서 새삼스레 문파의 일에 관련된 것도 번거로운데. 더 생각하고 싶지 않네."

상 장로는 그런 손 불여를 보고 한마디 쏘아 붙였다.

"대체 언제까지 그런 폐인 짓을 하고 있을 것인가? 이번 건도 다 자네를 위해서 이지 않은가?"

"나를 위해? 말은 좋군. 그래 그렇겠지. 이 서하루가 통째로 나한테 돌아오니 얼마나 좋은지 말야. 하하하"

"뭐라고, 그럼 서하루를 다시 찾는 게 불만이란 말인가?"

"그만하게."

곡 자백은 발작하려는 상 문호를 제지했다.

"벌써부터 이러면 어찌하겠는가? 손 장로 자네가 이 자를 아끼는 마음은 알겠지만,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 없다는 건 자네가 가장 잘 알지 않는가?"

손불여는 뭔가 말하려 했지만 곧 말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누구냐!"

비연이 일갈했다.


"하핫,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겁니까? 장로님들?"

"종 대협께서는 암행이 취미라도 되시는 것 같소이다."

집요하게 천강을 노리던 예의 백의 청년이었었다.

"취미라니요. 이런 시국에 굳이 남의 눈에 띄어 좋을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분이 이런 중요한 일에서 실책을 하는 거요?"

상문호의 말에 종지행은 일순 안색을 굳혔으나 곧 신색을 회복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할말이 없습니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의 잔재주가 예상 외 더이다."

"두 번만 예상외면 목숨까지 바치겠군."

상문호가 비아냥거렸다.

"뭐요?"

순간 장내는 날카로운 살기로 가득찼다.


"상 장로 자중하시게, 종 대협이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마음껏 비아냥거리고 있는 곡자백의 말을 눈치 못 챌 종지행이 아니었다.

'이 늙은이들이 나를 갖고 노는 군. 두고 봐라 이 일만 끝나면 너희들 조차도 파멸이다.'

"하핫, 불만이 많은가 봅니다. 그건 그렇고 이 자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겁니까?"

"우선은 살리고 봐야겠네."

"그를 죽이는 게 저와의 약조 아닙니까, 곡 장로님?"

"종 대협께서 직접 잡아왔다면, 약조를 어길 일은 없었을 것이오."

"호오. 그래서 살리시겠다, 화근을 남겨두잔 말입니까?"

"우리 세 장로와 종대협의 증언이라면, 이 자가 무슨 말을 해도 설득력을 가지진 못할 거라고 생각하네만."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시는 군요. 약조는 지켜야 할 겁니다."

"종 대협이야 말로 저자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뭐요?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이오?"

상문호가 슬쩍 떠 보았지만, 종지행은 쉽게 말려들지 않았다.


"대 화산파의 제자가 누구의 사주나 받고 다닐 거라고 생각하시오? 나는 일에 만전을 기하자는 것이오."

"그 만전이 벌써 뚫리지 않았소? 저자의 실력이나 기녀의 일이나 모두 예상 밖의 일이 아니오?"

"그런 것으로 저자의 목숨을 살려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요?"

"그럼 없다고 생각하오? 나는 그 기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저자를 살려 둬야 하겠소."

곡 자백은 단정 짓 듯 말했다. 이미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비연아, 뭘 하고 있는 게냐, 빨리 그자를 옮기지 않고?"

비연은 곡자백의 재촉을 듣고 서둘러 천강을 옮기고자 했다.

"어딜!"

종지행은 발검(發劍)과 동시에 비연의 미간을 찍어갔다. 비연은 허리의 검을 빼 들려고 했으나, 종지행의 검은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막 비연의 미간이 뚫리려는 찰라였다. 그의 신형의 뒤로 쭈욱 물러났다. 상문호가 격공섭물로 그의 신형을 끌어당긴 것이다.

"화산은 청성을 안중에 두지 않는가? 어찌이리 경거 망동인가?"

곡 자백이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 종지행과 대치했다.

"흥. 먼저 도발한 것은 당신 쪽이지 않소. 일을 망치겠다고 하는데 어찌 가만히 두고만 보겠소?"

"모두 진정하게나."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던 손 불여가 입을 열었다.

"잠시 후에 청성 분타에서 사람들이 도착할 것이오. 주 천강을 이곳에서 살해하면 그들에게 무엇이라 할 것이오? 이미 중상으로 움직일 수도 없는 자를 죽인다? 과연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겠소? 그가 이곳에 살아서 들어온 이상 죽일 수 있는 기회는 없어졌다고 봐야 할 거요."

"그렇다면 마음대로들 하시오. 나중에 이 일로 문제가 생기더라도 나를 원망하시는 마시오."

종지행이 신경질적으로 검을 넣는 것을 신호로, 곡자백은 바로 비연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럼 나는 이만 물러가겠소, 당신들 청성의 일을 외부인이 봐서는 좋을 게 없겠지."

자신의 말만 남겨놓고 방을 빠져나가는 종지행을 남은 세 사람은 걱정스럽게 바라 보았다.

"저거 왜 저래? 왜 저렇게 수금원녀석을 못 죽여서 안달인 거야?"

상문호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어쩌면 그게 본 목적일지도 모르지."

"이곳 서하루는 단지 미끼라고 얘기하는 건가? 저 산송장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야?"

"아직은 정확히 판명된 건 아무것도 없네, 단지 저 주 천강이란 자가 차후 우리가 서하루를 장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거라는 것쯤은 예상해 볼 수 있을 거네."

"그렇게 되는 건가? 하긴 그의 주위에는 이미 당문과 해남도가 손을 뻗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니 말야."

"단순히 개인적 원한에 의한 복수극에 불과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절전 되었던 대라신공까지 출현할 정도였는데, 그저 물욕에 눈이 어두워 진 내 잘못이라고 할 수 있지."

세 명의 장로는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에 잠겼다.


"그래서 자네는 어쩔 텐가?"

상문호가 정적을 깨었다.

"끝까지 가야지."

그러면서 곡 자백은 손 불여를 쳐다보았다. '후' 하고 한숨을 쉰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미안하네, 나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네."

손 불여가 사과했다.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네. 우리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의지로 이 일에 협력한 것이니까 말일세."

"그렇게 여겨주면 고맙고. 자 이제 분타에서 사람이 올 시간이네. 준비해야겠지."

세 사람은 총총히 접객실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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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10.04.28 12:59
    No. 1

    천강이 약간의 무공이 있네요.....
    아직 선호작이 되지 않아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웅곰
    작성일
    10.04.29 05:12
    No. 2

    취금이 안나왔다!!
    취금 처음엔 그냥 비중없어 보였는데... 이제보니 확실한 여주인공인것 같네요.
    그보다. 글자들이 통으로 그림으로 되어있어서 카테고리 얻을때 문제되지 않을지 좀 걱정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돌그릇
    작성일
    10.05.12 14:35
    No. 3

    올려 주신 작품
    즐감 즐독
    건강조심

    건필 연참하여 주시기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터프윈
    작성일
    13.01.19 12:15
    No. 4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추천 꾹!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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