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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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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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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4,577

작성
11.07.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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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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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8쪽

주유강호-사천편[제18-2화]

DUMMY

아팔의 방문 앞에는 네 개의 인영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모두들 매화문양의 수실이 달린 검을 손에 빼어 들고 있었다. 그들은 공력을 극도로 끌어올려 최대한 기척을 감추고 방문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그 중 앞장선 이가 막 방문을 열려는 찰라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누구의 입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낮은 목소리로 좌중에게 명령했다.


"쳐랏!"

네 사람은 빨려 들어가듯 방안으로 날아갔다. 문이 열릴 새도 없었다. 나무살로 만들어진 문들은 순식간에 잘게 부스러져 바닥으로 소리 없이 주저앉았다. 그들이 방안으로 들어가자 뒤쪽으로 난 창문에서도 두 사람이 추가로 들어왔다. 여섯 개의 그림자가 목표로 여겨지는 한 사람을 향해 검을 집중했다. 그런데 그 목표는 너무 컸다. 코고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명령을 했던 자는 다른 이들을 제지하고 뒤이어 들어온 두 사람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들은 들어왔던 창문을 통해 다시 날아갔다. 옷깃 스치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이어 누워있는 아팔을 제압하기 위해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수혈을 짚기 위해 지풍을 날렸다.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다. 이미 등불 하나 없는 방안이라 더 어두워질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술 냄새와 함께 날아든 엄청난 경력과 함께 산산이 날아가 버렸다.


그가 장대인이라는 상인의 방문을 받은 건 점심식사를 끝내고 차 한잔을 마시려 할 때였다. 옷은 땀과 먼지에 범벅이 되어있었고 무릎아래부터 신발은 온통 흙탕으로 더러웠다. 그가 부임한 은화지단은 작은 죽지공방 몇 개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객잔 하나 없는 궁벽한 산촌에 불과했다. 외지인이라고 해봐야 장대인 같은 수구상인들 정도로 그것도 종이가 출하되는 봄과 가을에나 몇 번 드나들 뿐이었다.


그러던 곳이 정백련의 지단까지 들어설 정도가 된 것은 장족들의 습격 때문이었다. 지역 상권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명문거파에 대응해 장족들은 독자세력을 구축하여 활동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주요 성의 지배권과 경제권을 독점하고 있는 그들의 연합을 깰 방법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주변 생산 거점의 방해였다. 처음에는 미미했던 그들의 활동도 시간이 흘러 그 효과가 입증되자 점점 대담해졌다.


아예 장족의 몇 개 부락이 연합하여 마을 한두 개를 싹쓸이 하는 식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은화촌은 장족지역의 경계에 위치하며 값비싼 죽지의 생산 거점이기도 했다. 그들은 항상 이곳을 노리고 쳐들어 왔다. 그들의 주 목적은 작방에 피해를 입히는 것이었기에 결국은 장족들의 손바닥에서 놀아날 수밖에 없었다. 생산 시기를 놓친 죽지는 상품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정백련으로 탄원이 들어가고 수익감소에 안달하던 몇몇 파가 합세하자 은화촌에 지단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초기에는 청성, 아미, 당문등 사천에 세력을 둔 이들이 주축을 이루었으나 후일에는 구파 일방이 돌아가면서 맡아보게 하였다. 한 지역의 패권이 특정 집단에게 집중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한 정백련의 안배였다. 순번에 따라 지금은 화산파에서 신임단주를 맡게 되었다.


오문광(敖文光)

은화지단의 단주이며, 화산파의 일대제자인 그는 장대인이라 불리는 자의 방문이 불쾌했다.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수선할 때 장족의 대대적인 공세에 변변히 대처하지 못해 작방이 불타버렸다. 지단의 존재이유가 무색해 지는 순간이었다. 상인 대표로 대책회의에 참가한 그는 은화촌의 촌장과 합세해 은근히 돌려가며 문광의 무능력을 질책했다.


한 해의 수익이 공중으로 날아가버려 그러는 것도 이해가 되기는 했으나 평생을 고고하게 화산파 내에서 수련만 하며 살아온 그가 세간의 손익에 휘말려 비난 받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책임의 화살은 전부 지단주인 문광에게 향했다. 그렇게 좋지 않은 첫 대면이 있은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


장대인의 눈에는 졸음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홀린듯한 기이한 열기를 띠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계심을 절로 불러 일으켰다. 그는 문광을 보고 크게 웃으며 포권을 취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서찰 비슷한 것을 꺼내어 소리를 내며 문광이 앉아 있는 탁자에 내려 놓았다. 정백련에서 상인들에게 돌린 통문이었다. 문광이 장대인을 쳐다보았다. 장대인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는 손가락을 내밀어 통문에 그려진 용파에서 남자 쪽을 가리켰다. 문광의 눈이 커졌다. 은화촌의 실책이 문제가 아니었다. 청성 살변의 주범 중 하나이며 매화검수였던 종지행의 살해에도 크게 관여하고 있는 자였다. 화산장문 악유건은 자신의 사생아인 종지행의 죽음으로 공무를 전폐한 채, 이들 두 연놈의 수색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었다. 아직 백도전체에 추살령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화산파와 정백련의 주요 인물들은 제반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다. 작금의 통문도 그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일이었다. 풍문으로는 여자의 행적은 전혀 찾지 못하고 있으나, 남자는 당문에 신병이 구속되었다가 최근 실종되었다고 했다. 당문 역시 그들 독자적으로 이 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도 했다.


"어디에서 그를 찾았소이까?"

"멀지 않아요. 근처 작방에 몸을 숨기고 있더군요."

"길 안내가 필요합니다."

"여부가 있나요. 당장 가시지요. 작방 사람의 말로는 그가 곧 떠난다 하더이다."

문광은 곧 사제들을 소집했다. 화산파를 제외한 자들은 단과 은화촌 경비를 위해 남겼다. 무엇보다 화산파 내부의 일을 외부인에게 공공연히 알리기가 싫었다.


곧 주천강을 잡기 위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장대인이 죽지작방의 구조를 설명하고 각 인물들의 거처를 설명했다. 그자는 아팔이라는 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무노인과 그의 손녀는 본채와 안채에서 각각 따로 거처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그들 세 명의 무공은 출중하여 공연한 충돌을 피해야 할 것이라 충고했다. 문광이 천강과 그들과의 관계를 물었다. 장대인은 천강이 부상을 입어 그들 손에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라 했다. 문광은 사제들에게 각자의 임무를 부여했다. 천강의 신병을 확보하는 일에는 문광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화산의 절기인 연행표가 펼쳐지며 십여 명의 사람들이 공중을 날다시피 달려나갔다. 문광은 공력이 떨어지는 장대인을 보조했다. 그들이 무노인의 작방을 올려다 보았을 때에는 이미 축시를 지나 있었다. 사방은 은은한 달빛과 고요함으로 가득했다. 문광은 뒤에 시립해 있는 사제들을 불렀다.

"손사제 자네는 당장 장대인과 함께 무노인을 방문하게, 절대 실례 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하네."

손사제라 불린 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무노인의 거처를 향했다. 장대인이 앞장섰다. 이어 다른 제자 몇 명이 따라 붙었다.

"진 사제는 건물 후위로 돌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방 사제는 작방을 수색하게나."

두 사람이 조를 나누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문광과 그의 사제 셋만 남았다. 그들은 재빨리 아팔의 방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효기의 비명이 울린 것은 그 직후의 일이었다.


아팔의 거구가 공중으로 떠올라 네 사람을 덮치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 사이 양손을 휘두르며 마구 잡이로 경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네 사람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사방으로 퍼졌다.

'아미의 반선수(般仙手)?'

생각지도 못한 무공을 눈앞에 마주했으나 놀랄틈은 없었다. 문광의 주변에 검화가 번쩍이며 경력을 받아 흘렸다. 상청검의 고매한 무섬접위(舞閃摺位) 한 수였다. 사방을 메운 검화가 사라질 때마다 아팔의 경력은 방향을 바꾸어 애꿎은 바닥을 때렸다. 나무로 된 바닥은 버티지 못하고 구멍이 뚫렸다. 커다란 아팔의 장인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작가의말

연일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언제나 성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강의 주워먹기가 슬슬 시작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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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주유강호-사천편[제17-1화] +4 11.07.08 2,871 28 9쪽
31 주유강호-사천편[제16-2화] +7 11.07.05 2,987 3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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