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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40,257
추천수 :
1,830
글자수 :
294,577

작성
11.05.24 20:41
조회
3,547
추천
33
글자
7쪽

주유강호-사천편[제11-1화]

DUMMY

천강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제법 사람이 살만하게 꾸며진 자그마한 석실 안 이었다. 벽에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등롱이 걸려있어 어둠을 밝혀 주었다. 한쪽에는 사람이 편히 누울만한 침상도 있었다. 현재 그 침상 위를 숙영이 차지하고 있었다. 독 때문에 엉망이 되었던 그녀의 얼굴은 어느 정도 제 모습을 찾았다. 다리에는 부목을 대어놓았고, 늑골이 부러진 부위도 천으로 싸매어 통증을 줄여주고 있었다. 완치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터이지만, 안정된 호흡과 편안한 표정으로 보아 제대로 된 처치를 받은 것이 확실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천강도 마찬가지였다. 만신창이가 된 오른손 손가락 뼈는 하나하나 접골을 하고 단단하게 고정했다. 회복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뜯겨나간 왼쪽 귓바퀴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상처가 덧나지 않게 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모든 일을 노승이 손수 처리했다. 노승은 자신의 법호가 묘상이라고 소개했다. 천강은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고수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묘상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니 우선은 정양에 힘쓰라고 하며 즉답을 피했다. 천강의 상태가 한가롭게 이야기나 듣고 있을 만큼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외상도 외상이었지만, 진기를 다스리는 문제가 더 컸다. 주화입마의 입구에서 묘상의 사자후 신공으로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했으나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몰랐다.


석실은 의외로 쾌적했다. 습기가 많기는 했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한편 미로 곳곳에는 지하호가 산재해 있었다. 호수 근처에는 버섯과 이끼류가 풍부했다. 맛이 썩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물고기와 가재 등도 있어 생존에 필요한 식수와 식량확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묘상의 이야기로는 미로의 양 쪽에 각각 엄청난 열기와 한기를 내뿜는 지역이 있고, 이 곳은 그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 사람이 비교적 쾌적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다고 했다. 지하호 역시 영향을 받아 열수가 펄펄 끓는 곳이 있는 반면 어떤 곳은 얼음으로 덮여 있는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호수는 모두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호수와 그 주변에는 동식물이 풍부하게 자라고 있어, 햇볕이 들지 않고 고독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도원경(桃源境)에 가깝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아직도 번민이 가시지 않으셨습니까?"

묘상이 석실로 들어오며 물음을 던졌다. 천강은 그녀가 언제 정신을 차릴 지가 궁금하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무래도 이 사람 좋은 노승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 노승은 얼굴을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며 미소를 지었다. 천강은 늙은이의 주름투성이 얼굴이 이리도 편하고 좋아 보이는 것도 참 별스럽다 여겼다. 아마 친할아버지의 웃음을 목도할 수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했다.

"글쎄요, 외상은 거의 수습이 되었습니다. 부러진 뼈들은 모두 제자리를 찾았고 장기가 다치지도 않았습니다. 내상이 있지만 그녀의 심후한 공력을 봐서는 이 또한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다만?"


천강의 물음에 뜸을 들이 말문을 다시 열었다.

"아미타불. 어쩌면 스스로 깨어나기를 거부 하는 것 같습니다."

묘상이 불호를 외며 천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뻔히 알았지만 별다른 반감 같은 것은 생기지 않았다. 이미 일의 시종(始終)을 치료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이야깃거리로 삼은 지 오래였다. 귀주 청성의 살변에서 사천으로 돌아와 당문에 감금되어 숙영에게 당한 이야기까지 소상히 알려 주었다. 노승의 책망에는 연민과 회한 등의 감정이 녹아 있었다. 어찌하여 그런 표정을 짓는지 천 강으로서는 전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의 행동만을 나무라지 않는 것은 확실했다.


자비를 행동원리로 하는 노승이 구하는 대답이야 한결 같겠지만, 천강으로서는 번민에 대한 결론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일에는 때가 있으며 흐름도 타야 한다. 결판을 내려면 일전의 싸움에서 끝을 봐야 했다. 그 때는 어떤 일이 닥쳐도 이 미친 계집애의 숨통을 끊어 놓는 것에 일말의 고민도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정신을 잃고 쓰러져 거동도 못하고 있는 꼴을 보자니 어린애 데리고 뭐 하자는 건지 하는 생각도 들고, 나름 충분한 보복도 했다는 생각도 들어서 분노가 약간 사그라진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다시 쌍 욕을 날리며 대들면 가차없이 시궁창에 처 박아 목숨을 앗아버릴 의향이야 확고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미친 실험에 당한 것을 생각하면 온몸에서 뿜어 나오는 살기를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오락가락해서 심히 괴로울 지경이었다. 묘상이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 이제는 내상을 치료하겠다고 했다. 천강은 별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취했다.


천강이 막 석실에 도착했을 때, 헌신적으로 자신과 숙영을 치료하는 묘상을 보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대사께서는 무엇을 바라십니까? 저기 나가떨어진 계집은 당가의 딸이니 몸값이라도 제대로 받겠지만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습니다."

노승은 모든 것은 부처님의 은덕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 천강이 공짜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냐고 하자, 노승은 그런 무서운 업을 태산처럼 쌓아놓으면 자기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어지니 그 또한 좋은 일이 아니냐며 잠자코 치료나 받으라 했으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기어코 후일 필요한 일이 생기면 꼭 부탁하겠다는 묘상의 언질을 받아냈다. 그 다음부터는 노승이 무슨 일을 하던 감사만을 표했다.


묘상이 천강의 맥문(脈門)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이미 그의 상태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으나 치료에 앞서 정확히 파악하고자 정신을 집중했다. 노승의 조용하고 안정적인 호흡이 마치 명상을 하듯 이어졌다. 반 시진 정도의 생각보다 긴 시간이 흘렀다. 묘상의 이마에는 굵은 땀이 맺혀있었다.

"아무래도 시주의 내상을 완전히 낫게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천강은 그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고질화 된 하단전의 내상을 원상으로 돌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별반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몇 번의 기연(奇緣)때문에 전 보다는 나아질 것입니다."


작가의말

이번화(10화)의 모티프가 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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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주유강호-사천편[제19-1화] +4 11.07.22 2,820 2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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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주유강호-사천편[제18-1화] +5 11.07.15 2,822 22 9쪽
33 주유강호-사천편[제17-2화] +2 11.07.12 2,854 27 10쪽
32 주유강호-사천편[제17-1화] +4 11.07.08 2,871 28 9쪽
31 주유강호-사천편[제16-2화] +7 11.07.05 2,987 33 8쪽
30 주유강호-사천편[제16-1화] +7 11.07.01 3,055 26 8쪽
29 주유강호-사천편[제15-2화] +4 11.06.28 3,186 31 9쪽
28 주유강호-사천편[제15-1화] +3 11.06.24 3,256 27 11쪽
27 주유강호-사천편[제14-2화] +4 11.06.21 3,431 31 10쪽
26 주유강호-사천편[제14-1화] +5 11.06.17 3,295 29 8쪽
25 주유강호-사천편[제13-2화] +3 11.06.15 3,522 32 9쪽
24 주유강호-사천편[제13-1화] +5 11.06.10 3,238 27 8쪽
23 주유강호-사천편[제12-2화] +5 11.06.07 3,339 35 8쪽
22 주유강호-사천편[제12-1화] +5 11.06.03 3,525 27 8쪽
21 주유강호-사천편[제11-2화] +5 11.05.31 3,428 32 7쪽
» 주유강호-사천편[제11-1화] +7 11.05.24 3,548 33 7쪽
19 주유강호-사천편[제10화] +3 11.05.17 3,589 28 16쪽
18 주유강호-사천편[제9화] +4 11.05.10 3,894 38 12쪽
17 주유강호-사천편[제8화] +2 11.05.03 4,177 28 12쪽
16 주유강호-사천편[제7화] +2 11.04.26 3,7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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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주유강호-사천편[제2화] +1 10.07.07 4,465 25 11쪽
10 주유강호-사천편[제1화] +5 10.05.20 4,782 28 11쪽
9 주유강호-귀주편[제10화][完] +6 10.05.11 4,580 26 12쪽
8 주유강호-귀주편[제9화] +10 10.05.05 5,145 25 14쪽
7 주유강호-귀주편[제8화] +6 10.05.02 5,302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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