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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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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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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주유강호-사천편[제4화]

DUMMY

그녀는 준비해 온 은침을 천강의 백회혈에 찔러 넣었다. 상단전 수련의 기점이 되는 혈이었다. 은백색으로 빛나야 할 한치 남짓의 가는 침은 독 때문인지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천강의 몸에 극독이 침범하기 시작했지만 그의 몸은 평온을 유지했다.

"순양지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려 몸 속의 균형을 인위적으로 무너뜨리지. 그럼 당연히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극음지기(極陰之氣)를 필요로 한단말야, 그것도 대부분의 음공(陰功)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심한 걸로 말야. 생각해 봐. 극성의 삼양귀원공을 받쳐줄 만한 내공이라면 아미의 적하공(赤霞功)정도 인데, 무림의 대종사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전혀 상반된 내공을 한 몸에 지닌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그래서 나온 게 음독(陰毒)을 정제하는 거야. 순수하게 정제할수록 독기는 세지지만 더불어 극음지기도 더욱 정순하게 된다 이거야. 그걸 신공(神功)과 해독제로 중화하면서 극음지기를 체내에 계속 공급하는 거지."


당숙영은 설명이 끝난 후 상단전과 주위의 혀에 촘촘하게 박혀있던 은침을 빼내었다. 시꺼멓던 은침은 독기가 다 빠져나갔는지 원래의 광택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부지런히 놀려 이번에는 가슴 어림의 중단전에 새로운 은침을 찔러 넣었다.


중단전을 일주천하는 데 필요한 모든 혈에 은침을 찔러 넣는 그녀의 솜씨는 거침없었고 또한 능숙했다. 이어 은침을 모두 회수한 후, 하단전으로 손을 움직였다. 일견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는 듯 했지만, 그녀는 정확히 삼양귀원공의 심법에 따라 은침을 다루고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강은 몸 속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공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지만, 그 기운이 가져다 주는 효과는 비슷했다.


"지금 시전한 건, 극음지기(極陰之氣)를 몸에 심은 거야. 덤으로 극독까지 들어가긴 했지만, 삼양귀원공을 그대로 따랐으니, 불편한 건 없을 거야. 어때? 기해혈(氣海穴)에 입은 상처도 별 지장 없지?"

천강은 그녀의 말을 계속 무시하면서, 십 수년 전의 부상 이후 일찍이 잊고 있었던 편안함을 맛보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극독에 의한 지극히 짧은 순간의 마비에 가까운 증상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당장은 이 상태를 즐기는 것에 몰두했다. 그의 편안해진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당숙영은 입을 삐죽인 후, 빠르게 시침을 해나갔다.


침과 독으로 극음지기를 억지로 유통 시키는 방법은 결코 수월한 작업이 아니었다. 그녀 자신이 이 심법에 정통해 있기는 했으나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운기를 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반쯤 망가진 상태의 타인을 대상으로 억지로 기운을 운행 시키는 행위는 전자에 비해 몇 배의 수고가 들어갈 것임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당문의 심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천강에게는 이 모든 것이 치명적인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극음지기를 몇 주천 시킬 즈음에는 고수의 반열에 오른 그녀도 거의 탈진할 지경이 되었다. 반대로 천강의 몸 상태는 더욱 편안해졌다. 천강은 슬며시 자신이 알고 있는 심법으로 내공을 일주천 시켜보았다. 그 기운은 마치 자신의 진기를 대신하는 양, 자신의 혈맥을 타고 자연스레 움직였다.


천강의 변화를 알아챈 숙영은 사납게 노려보았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여기서 틀어졌다간 극독때문에 온몸의 혈맥이 다 녹아 내린단 말야. 그렇게 되고 싶어?"

말을 마친 당숙영은 아차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강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순간 당숙영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갔다.

"누가 죽게 놔둘 줄 알아?"

그녀는 재빨리 손을 뻗어 천강의 혈을 짚어나갔다. 그가 자살하기 위해 내공을 끌어올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실험체가 한낱 고기 덩어리로 변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그녀 자신의 손가락이 천강의 몸에 닿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어느새 그녀의 손은 검푸른 기운을 띄기 시작했으며 얼굴에는 연신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피곤함의 영향이었던가 그녀는 간발의 차이로 천강의 운공을 저지하지 못했다, 게다가 천강의 몸속에는 생각지도 못한 강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강한 진기는 그녀의 손가락을 통해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극독 또한 그녀 몸속으로 퍼져 나갔다. 자신이 시전한 독에 꼼짝 없이 당하게 된 숙영은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원인을 파악하려 애썼다. 지금 바닥을 굴러야 하는 자는 자신이 아니라 저 실험체였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그의 반탄지기에 당한 꼴이 되었다.


분명 무언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것이 있었지만, 창촐간의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상념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런 수치스러운 꼴을 당했다는 사실에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그래도 당문의 직계손이라는 위치는 명불허전 이었다. 치사량을 훨씬 넘는 극독이었지만, 그녀는 억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가까스로 해독제가 놓여있는 선반까지 기어간 후, 병을 집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약효는 즉시 발휘되었다. 한숨 돌린 그녀는 본격적으로 독을 몰아내기 위해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섭을 시작했다.


한편, 독이 퍼져 죽기만을 기다리던 천강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숨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오히려 몸 속에 불쾌하지만 강한 기운이 요동치고 있음을 느꼈다. 그 기운은 마치 수십 년을 쌓아 올린 공력이라도 되는 양 그의 혈맥을 따라 힘차게 흘렀다. 전에 없이 온 몸에 기운이 충만함을 느낀 그는 자신의 사지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끊기 위해 공력을 집중했다.


뚜둑하며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실이 끊어 지듯 두꺼운 쇠사슬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쪽 손의 자유를 찾은 천강은 이어 반대 쪽 손과 양 발을 자유롭게 했다. 너무나 쉽게 끊어진 쇠사슬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했지만, 곧 미소를 떠올렸다.


얼마만의 자유인가?


이 기운이 정상적이지도, 심지어 조만간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지긋지긋한 구속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 천강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방안을 살펴 보았다. 이어 자유를 찾았다는 기쁨 따위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광경이 그의 눈을 자극했다. 며칠 동안 자신을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 헤매게 했던 장본인이 가부좌를 틀고 운기행공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땀을 뻘뻘 흘리며 독기를 몰아내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당연히 천강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먹이를 발견한 비호처럼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당숙영은 쇠사슬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을 때부터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느꼈다. 한철로 만들어진 사슬은 어지간한 공력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연속으로 쇠사슬의 단절음이 났다는 것은 천강의 상태를 가늠케 하고도 남았다.


당장 운기를 중단하면 그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우선은 눈 앞의 사태를 피하고 볼 일이었다. 부랴부랴 내공을 갈무리했으나 내상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상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힘들게 눈을 떴을 때, 천강은 그녀의 눈앞까지 임박해 있었다.


급하게 몸을 빼내려 했으나, 그보다 천강의 발이 먼저였다. 머리에 강한 통증을 느끼고 그녀는 바닥을 세차게 굴렀다. 천강은 발차기 이후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그녀 앞까지 달려간 후 그대로 배를 걷어찼다.

'퍼어억'

'허억'

둔탁한 충격음과 그녀의 답답한 숨소리가 동시에 방안을 울렸다. 당숙영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입가로는 선홍색의 피를 뿜었다. 천강의 일격은 그녀의 내상을 더욱 악화 시켰다. 것이다. 그렇다고 사정을 봐 줄 천강이 아니었다. 배를 움켜쥐고 모로 누운 당숙영의 얼굴을 그대로 발로 찍어 내렸다.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의 일부가 파였다. 그녀가 고개를 틀어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했다.



헛발질을 한 천강은 씩씩거리며 그녀 위에 올라 타, 무수한 주먹질을 날렸다. 숙영의 얼굴은 천강의 주먹과 바닥 사이에서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개졌고, 머리는 충격으로 진탕되었다. 천강은 몸을 일으킨 후, 한 팔을 뻗어 숙영의 멱살을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피와 먼지로 얼룩져 누더기로 변한 옷을 걸친 그녀는 미동도 못한 채, 논두렁에 처박혀 제구실을 못하는 허수아비처럼 천강의 손아귀에서 대롱거렸다.


천강은 결심한 듯 반대 쪽 손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어차피 이곳을 빠져나가지도, 나간다 한 들 몸속의 독 때문에 살기는 틀린 몸이었다. 한 많은 생을 마감하기 전에 길동무 하나쯤은 스스로 마련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엉망으로 뭉개진 숙영의 얼굴을 짓이기기 위해 빠른 속도로 손을 내 뻗었다.

"앗!"

기세 좋게 뻗어가던 천강의 손이 갑자기 축 늘어지면서 신형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반대로 다시 한번 바닥으로 나뒹군 허수아비는 생기를 찾아 상체를 일으켰다.


"쓰레기 주제에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용서 못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숙영의 입가로는 계속해서 선혈이 흘러나왔다. 그것이 거슬렸는지 소매로 훔쳐내는 그녀의 손아귀에는 일전의 소오표가 들려있었다. 위급의 순간 정신을 차린 숙영은 지척까지 다가온 천강의 장심에 이 표창을 찔러 넣어 간신히 쓰러뜨렸다. 예의 개조품이 아닌 호신부(護身符)로 가지고 다니는 진품이었다. 날 전체에 극독이 발라져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난생 처음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지독한 구타를 당한 그녀는 악에 받쳐 자신의 상태를 돌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눈앞의 널브러진 천강을 향해 찢어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때마침 정신을 차린 천강이 우수(右手)를 들어 올려 숙영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


그녀는 그대로 덮쳐 들면서 천강의 손목을 잡아 채어 바닥으로 찍어 눌렀다. 이어 반대 쪽 팔을 천강이 잡힌 팔 아래로 돌려 넣은 후 그대로 힘을 주었다.


우드득 소리가 나며 천강의 어깨뼈가 탈구되었다. 여기까지는 좋았으나, 덕분에 숙영의 옆면이 천강에게 그대로 노출되었다. 대부분 탈구의 충격으로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을 것이나, 천강은 그 부분에 있어 기이할 정도로 무감각했다. 그는 나머지 멀쩡한 팔로 그녀의 옆구리를 힘껏 가격했다. 공력이 가득 실린 권(拳)은 숙영을 문밖으로 날려 보냈다. 부서진 문짝과 함께 복도로 날려간 숙영은 그날 먹은 음식을 피와 함께 게워냈다. 숨쉬기가 곤란한 것을 보니 갈비뼈 몇 대도 함께 부러진 것 같았다. 겨우 고개를 들어 방안을 보니 천강이 자신을 차갑게 비웃으며 어깨뼈를 맞추고 있었다. 공포심과 적개심이 동시에 피어 올랐다. 그녀는 다시 달려들려다 심상치 않은 파공성을 듣고 반대로 몸을 날렸다. 소오표의 금속편들이 바닥에 박히며 불꽃을 일으켰다.


천강을 공격하다 흘린 것을 그가 주워서 던진 것이다. 그녀는 수치와 증오로 뒤범벅 되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천강은 그녀와는 대조적으로 여유롭게 방안을 돌아보며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고 있었다. 숙영은 현재의 몸 상태로는 천강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그의 시선을 피해 줄행랑을 쳤다. 그런 그녀를 흘긋 쳐다본 천강은 천장에 매달린 한철 사슬을 끊어내 양손에 감아 쥐었다.


"자 이제 사냥을 시작해 볼까. 살다 보니 이런 일이 다 있군. 크하하하하"

앙천대소하는 천강의 몸속을 휘젓는 진기와 독기는 한층 강도를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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