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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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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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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주유강호-귀주편[제8화]

DUMMY

세 장로의 얼굴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천강을 뇌옥으로 보낸 후, 곧이어 분타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을 대동하고 기세 좋게 루주의 연무실로 향할 때까지는 좋았다. 주천강의 처리는 당초 계획과는 달라졌으나 취금의 존재 등을 볼 때 결코 범상치 않은 정황을 파악해 낸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게다가 이번 계획의 주축인 루주(樓主)의 실각과 서하루의 탈환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장로들은 중인(衆人)을 이끌고 루주의 연무실 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사람들의 인상이 근육이 허용하는 최대치까지 구겨졌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때문이었다.


세 장로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루주를 기대했다.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그래야만 했다. 종지행이 가져온 모종의 책자는 루주를 나락으로 빠뜨리고, 자신들의 서하루를 탈환에 강력한 원군이 되어주어야 할 터였다.


루주는 그들의 기대를 산산이 깨뜨렸다. 그는 두 다리로 땅을 단단히 딛고 서 있었으며, 그 기세는 지옥문을 박차고 나온 야차(夜叉)와도 같았다. 루주의 눈길을 마주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해야 했다. 사람 대 사람에서 느끼는 감정과는 전혀 달랐다. 이제는 사라진 인간의 천적을 만났을 때와 같은 공포는 의식의 심연에서 끓어올라 끈적하고 난폭하게 개개의 심장을 옥죄어 들어왔다.


제일 먼저 공포를 극복한 것은 상장로였다. 그는 안간힘을 쓰며 루주에게 무엇인가 말하려 했다. 비록 자신은 목소리가 성대를 울리기 전에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 막다른 국면에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그 대가로 상 장로는 역신(疫神)을 혈혈단신으로 맞이 해야만 했다.


공기를 가르는 미약한 파공성만 들렸을 뿐이었다. 루주와 상 장로 사이의 공간이 순간적으로 생략되었다. 청성의 신법인 환환미종보(幻環迷踪步)의 극의가 루주를 통해 펼쳐진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호신강기를 끌어올린 상 장로는 가까스로 루주의 일격을 받아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상 장로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공력이 가득 실린 권을 루주를 향해 내질렀다. 주위의 공간을 찢어버릴 듯한 기세를 담은 권풍이 루주의 얼굴을 짓뭉개버릴 듯했다. 반 치만 더 뻗으면 루주의 얼굴은 형체를 잃어버릴 것 만 같았다. 그럼에도 루주는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권의 주인은 자신의 공격이 성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크헉'

심각한 타격을 받은 듯, 둔중한 신음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신음의 주인공은 상 장로가 아니었다. 그는 권을 보기 좋게 허공에 내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루주의 신형은 어느새 분타에서 온 한 문도를 향하고 있었다. 이미 그의 손에는 아무렇게나 들린 검이 들려 있었다. 신음의 주인공이 들고 있던 것이었다. 검은 검집에 그대로 있었지만, 그 주위에는 담황색 기가 감싸고 있었다..

"대라강기!"

곡자백의 놀란 외침이었다. 수십 년 전 절전되어 이제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이름뿐인 최상승 무공. 청성의 양대 기공 중 하나인 대라신공(大羅新功)이 자아내는 강기(强氣)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된 일인가? 어찌 저자가 대라신공을 완성할 수 있단 말인가?"

손불여의 망연자실한 음성이었다.

"장로 어찌된 일입니까? 대라신공이 루주의 손에 펼쳐지다니요?"

공격받은 문도를 돌보던 자가 곡 자백에게 쏘아 붙였다. 그자는 이곳 분타의 분타주였다.

"타주. 아마 루주는 몰래 대라신공을 연마하고 있었던 듯 하오."

"흠. 어찌 그런 일이. 루주가 본파의 제자이기는 하나, 상부에 보고도 없이 사사로이 가로채다니......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오."


곡 자백은 내심 쾌재를 불렀으나,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우선은 저 괴물로 변한 루주를 처리해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터였다. 이런 곡 장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주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처에 허점투성이였지만, 강기를 뚫고 섣불리 공격을 감행할 자는 없었다.


대치의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 틈을 이용해 부상자를 옮길 수 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루주는 미망의 상태에서도 적의를 확연히 구분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행동은 대부분 허용하는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서하루의 일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하룻밤 운우지락을 맛본 손님들이 기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자리를 일어설 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좌중의 그런 초조감에 먼저 반응한 것은 루주였다.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이 다시 담황색 빛을 내뿜었다. 사람들은 긴장하며 공력을 한껏 끌어 올렸다. 언제 어디서 루주의 칼날이 자신을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루주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얼굴에는 괴이한 웃음이 떠올랐는데, 흡사 먹이를 앞에 둔 맹수의 그것과 같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아무렇게나 들어올린 검이 빠르게 마루를 쳤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삼장로와 분타주를 포함한 여남은 명의 고수가 한 자루의 장검에 핍박당해 끊임없이 뒷걸음질 쳤다. 루주의 성명절기인 건곤검(乾坤檢)의 흔적 따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무초식의 검이었다. 대신 형(形)이 없는 검은 그만큼 빨랐다. 그리고 그 한 초 한 초에는 가공할 만한 강기가 담겨 있었다. 루주는 대라신공을 기반으로 검강까지 시전하는 경지에 올라있었다. 속절없이 밀린 장로들은 몰리듯 접견실까지 물러나왔다. 이곳을 지나면 일반 손님들이 머무는 전각으로 이어진다. 더 이상 물러 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세 장로는 서로를 쳐다 보았다. 곧바로 상 장로를 중심으로 곡 장로와 손 장로가 품(品)자 형으로 늘어섰다. 뒤쪽에 서 있는 곡 장로와 손 장로가 각각 한 팔을 상 장로의 견정혈에 붙이고 격체전공을 시전했다. 상 장로는 다른 두 장로의 공력을 빌어 루주에게 권풍을 날렸다.


금속성의 맑은 소리를 내며 루주는 검으로 권풍을 튕겼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한 저항에 의외인 듯 상 장로 쪽을 바라보았다.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한 표정이었다. 루주는 곧 검을 버리고 쌍장을 내밀어 상 장로를 공격했다. 상 장로도 하는 수 없이 쌍장을 내밀어 응수 했다. 사태는 네 사람의 내공대결로 옮겨갔다.


대라신공에 의해 급증한 루주의 공력은 세 사람을 마음대로 농락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세 장로의 패색이 짙어졌다. 주위에서 바라보는 타주와 문도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속이 타 들어갔다.


고수들의 내공대결을 강제로 떼어내려면 양측의 공력을 고스란히 받아낼 수 있는 강력하고 정교한 제어가 가능한 내공의 소유자가 필요했다. 급한 마음에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자신이 되려 내상을 입거나, 자신마저 내공대결에 휘말리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었다. 청성의 문도들은 그저 사태가 원만히 끝나기 만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장내의 모든 사람의 이목이 자연스레 상 장로와 루주의 네 손에 집중됐다.


갑자기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몇몇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려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그들의 눈은 분명 어떤 것을 전해 주었지만, 머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눈의 주인은 이미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은밀하지만, 매우 빠르게 중인들 사이로 검기가 뻗어나갔다.


고수끼리의 대결 중에 암습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것으로 간주하여 강호에서는 금기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상식이 통할 때의 이야기다. 살인멸구를 목표로 한 자 앞에서는 실없는 말장난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장내는 시체들과 그들의 가느다란 검상에서 뿜어 나오는 핏물로 가득 찼다.


상 장로의 뒤에서 격체전공을 시전하던 곡 장로와 손불여 손 장로는 이 사태를 알아챘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오히려 이런 불의의 사태에 입마지경(入魔地境)에 빠지지 않도록 진기를 조절하는데 모든 심력을 쏟는 것이 전부였다.


"좋아 좋아. 곽 근창 네놈과 더불어 저 재수없는 세 늙은이 마저 죽일 수 있으니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아. 하하핫."

서하루주 곽 근창의 등뒤에서 회의를 입은 청년이 불쑥 솟아오르듯 나타났다. 종지행이었다. 유희를 하듯 청성의 문도들을 모두 도륙한 것이 그와는 관계가 없는 일인 양, 유람이라도 나온 듯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곡자백과 손불여는 종지행에게 노기 띈 시선을 보내는 것 조차 용이하지 않았으며, 상 문호역시 루주를 상대하느라 아무것도 듣거나 볼 수도 없었다.


"그러길래, 순순히 내 말을 들었어야지. 원래라면 곽 근창 저 놈만 죽이고 당신들에게는 약속대로 서하루를 넘기려 했지만 말야. 마음이 바뀌었어. 원망을 하려거든 그 주 천강인가 하는 놈한테 하라구."

종지행은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대단하다는 건 인정해 주마. 곽 근창 네 놈이 익힌 건 대라신공이 맞긴 하지만, 성취가 오성이 넘어서는 순간 주화입마에 빠지게 끔 뒷부분을 조작해 놓은 것인데, 오히려 성취를 이뤄 공력마저 몇 배로 늘다니, 칭찬 해 주마. 이지(理智)를 상실하여 광인(狂人)이 되었지만 말이다. 크하하하."

그는 앙천대소를 하며 왼쪽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림과 동시에 검기를 쏘아냈다. 취금과의 대결에서 사용한 상청검법 중 삭일개세의 수법이었다. 당시에는 세 갈래로 방위를 점했지만, 지금은 한 갈래가 더 해져 루주와 세 장로의 목을 동시에 점해갔다. 가장 가까이 있던 루주의 목덜미에 검기가 닿았다.


피 분수를 뿌리며 곽 근창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니 쓰러진 것 같았다. 종지행의 머리는 그리 인식했다. 현실과 환상의 괴리는 종지행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루주는 주저앉으며 검기를 피하며 양 장심에 내공을 집중했다. 갑자기 강해진 공력은 세 장로를 루주의 맞은편 벽으로 날려보내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종지행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으나 그 충격이 적지 않았다. 세 명의 입가에는 선홍색 액체가 물줄기를 이루며 뿜어 나왔다.


서하루주 곽 근창은 그 상태에서 무영환퇴(無影幻腿)중 삭영와(嗽影渦)의 수법을 사용해 종지행의 하체를 쓸어갔다. 종지행은 피하려 했으나, 그 기세가 너무 빨라 미쳐 피하지 못하고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다리가 부러지지는 것은 면했으나, 격통이 뼛속까지 엄습했다. 간신히 통증을 수습하고 일어섰을 때는 루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노기등등한 세 장로의 얼굴과 상문호의 일갈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이놈!"

다짜고짜 상문호의 권이 종지행을 가격했다. 정파나 선배의 체면도 뭐도 없었다. 종지행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삼장로와 거리를 벌인 후, 경공을 시전하여 접견실을 빠져 나왔다. 다리의 고통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지 그의 연행표는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쫓읍시다."

상 장로가 다른 장로들에게 소리쳤다. 곡과 손 두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종지행이 사라진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들에게서 선혈이 떨어져 점선을 이루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만한 여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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