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40,256
추천수 :
1,830
글자수 :
294,577

작성
11.05.17 20:30
조회
3,588
추천
28
글자
16쪽

주유강호-사천편[제10화]

DUMMY

엄청난 열기가 천강의 몸을 태울 듯이 휘감는 가 싶으면, 바로 모든 것을 얼려버릴 기세로 냉기가 그의 몸을 유린했다. 추락은 수만의 유순을 넘어 팔대와 팔한의 모든 지옥을 한꺼번에 통과라도 할 것처럼 오래 계속되었다. 의식은 몽롱했지만 고통은 또렷했다. 이것이 저승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일 것이라 생각했다.


'첨벙!'

물소리가 들렸다. 이어 그의 몸은 커다란 바위에 처박힌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모든 근육과 뼈들이 비명을 지르며, 금방이라도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았다. 물이 입과 코를 막아 호흡을 방해하자, 정신 없이 들이켰다. 청량한 계속이나 샘의 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적지근하고 텁텁하며, 무엇보다 썼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추슬러, 호흡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다행이 한 없이 내려만 가던 몸이 어느 순간엔가 멈추는가 싶더니 점점 위로 떠 올랐다. 잠시 후 수면 위에 다다랐는지 공기가 콧속을 파고 들었다. 천강은 가쁘게 숨을 몰아 쉬며 주위를 확인 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만이 천강을 에워싸고 있었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답답하고 끈적끈적한 공기였지만,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랄 수 있었다.

'삼도천이 아닐까? 물이 흐르지 않는 것을 보니 천(川)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가본적도 없는 곳을 쓸데없이 상상하며 죽음의 냄새를 맡아보려 했으나, 고통은 아직 그가 이승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천강은 부지런히 팔을 움직였다. 암흑과 물이 주는 공포는 상상 외로 컸다. 빨리 단단한 땅을 딛고 싶었다. 제대로 앞으로 가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지만 가까스로 지하호(地下湖)의 가장자리에 다다랐다. 더듬어 보건대 벽처럼 되어 있어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몹시 미끄러워서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쪽 손을 암석에 대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기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불안한 진행을 계속하다 구원의 빛을 발견했다. 문자 그대로 먼발치에서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는 푸른 빛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뭐지, 모란등롱을 든 여인들이라도 있는 것인가?"


천강으로서는 귀신을 만나도 반가울 지경이었다. 빛은 잠시 한곳에 머무르더니 위로 떠올라 사람이 걷는 정도로 천천히 움직였다. 정체가 무엇이든 상관 없었다. 암흑 속에서 목표가 생겼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손발을 움직였다. 물보라가 일었다. 거리가 좁혀지자 빛의 주인은 물소리를 들었는지 움직임을 멈추었다가 호수 쪽으로 움직였다. 천강은 빛의 정체가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어떤 낭패를 볼지 몰랐다. 물 밑에서 먹이를 꾀는 아귀 같은 괴물일지도 몰랐다. 천강은 곧 움직임을 멈추고 호흡까지 죽여 기척을 지운 후, 어둠 속으로 빠르게 동화되었다.


어둠은 고요를 되 찾았고 넓은 공동(空洞)에서 어스름한 푸른색만이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것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천강의 흔적을 찾았다. 일다경이 넘게 미동도 없었다. 신중의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마침내 푸른빛이 흔들리며 천강에게서 멀어졌다. 미세하게 땅을 딛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마침내 완전히 흔적을 감추었다. 천강은 최대한 물소리를 내지 않으며 기슭으로 헤엄쳤다. 여전히 미끄러웠지만 올라서는 데는 무리가 없는 높이였다. 조심스럽게 뭍으로 올라온 천강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둠에 익숙해져 사물을 분간한다거나 내공을 익힌 자가 어둠 속에서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것은 암흑이라 생각되는 곳이 실제로는 미세하게나마 빛이 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지금 천강이 있는 곳처럼 완전한 암흑에서는 절세의 고수라도 눈을 통해 사물을 분간할 수는 없었다. 절세고수의 발가락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가 빛을 확보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었다.


더듬거리며 나아가다 보니 방금 전 빛이 사라진 곳으로 보이는 통로를 발견했다. 그는 왼손을 통로의 한쪽 벽에 대었다. 이십여 장을 나아갔을까. 갈래길이 나타났다. 왼쪽을 선택하고 계속 나아갔다. 제대로만 한다면 미로 같은 이 곳의 지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 번을 반복하는 동안 기억에 혼란이 생겼고 결국 호수로 가는 길마저 잃어 버렸다. 천강은 다급해졌다. 괴물이든 귀신이든 좋으니 그 청광(靑光)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무턱대고 뛰다가 몇 번을 넘어지고 부딪혔는지 모른다. 시간의 진행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는 거의 착란직전까지 몰렸다. 주저앉고 싶었다. 체력에 한계가 왔다.


다리가 풀려 쓰러지기 직전 천강의 눈앞에 푸른색이 어른거렸다.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기사회생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의 거친 숨소리와 동굴을 울리는 발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의 빛은 흔적을 길게 남겼다. 천강은 오래지 않아 따라 잡았다. 빛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것의 윤곽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우려했던 괴물의 발광(發光)기관 같은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입은 옷의 일부가 어둠 속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빛을 통해서 확실하게 옷 주인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옷은 엉망이 되어 원래의 행색을 찾아 볼 수 없었지만, 꿈에라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자였다. 숙영이었다. 천강과 마찬가지로 폭발에 휘말려 이곳까지 온 것이라 추측할 수 있었다.


그녀 역시 공포에 질려있었는지 천강을 보자마자 반대쪽으로 달아났다. 천강이 전체 여정을 파악하고 있던 것에 비해, 숙영은 동사(東舍)에서 정신을 잃은 후 눈을 뜬 곳이 이곳 이었다. 이렇게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물체에 겁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천강의 정체를 살필 생각도 못하고 냅다 뛰었다. 그 속도는 천강이 쫓는 속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천강은 혹시 놓쳐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숙영은 처음의 속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마비된 다리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절름거렸다. 그는 여유를 되찾고 추격을 멈추었다.


"이 빌어먹을 계집애야, 어딜 그리 달아나는 게냐? 무서워서 어미 치마폭에라도 숨을 생각인가? 크하하하하하!"

숙영은 괴인영의 정체가 천강임을 확인하자 바로 돌아서서 쏘아붙였다.

"쓰레기자식 명줄 하나 질기구나! 너야말로 허둥대는 품이 가관도 아닌걸."

"흥, 계집 곧 죽어도 입만 살았구나, 그런데 어쩌나 여긴 네 년의 냄새 나는 엉덩이를 닦아줄 애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걸."

"파렴치한 자식. 이 판국에 여인을 잡고 희롱이나 하다니, 그 나이 드시도록 예의 따윈 뒷구멍으로 팔아 자셨나 봐?"

"네 년 또한 예의 운운할 처지가 아닐 텐데. 어때? 입 아프게 떠들기만 할 셈인가?"

"너 같은 호래아들하고 의견이 같다니 구역질이 나겠구먼. 퉷!"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 들었다.


숙영의 옷이 어둠에서 빛나는 것은 안에 입은 연위갑(蓮衛甲)때문이었다. 천잠사와 운석을 혼합해서 만든 당문 신기거의 역작 중 하나이며, 대부분의 도검과 암기를 막고, 피독 기능이 탁월했다. 제작 당시 사용했던 운석에 야광성분이 들어있던 탓인지 완성 후에도 그대로 남아 어둠 속에서는 은은한 청광(靑光)을 띄었다. 평소에는 비단을 덧대어 그 빛을 차단하였다. 가볍고 착용감이 좋아 숙영은 어렸을 때부터 이 연위갑을 속옷 대신 입고 있었다. 단지 이곳까지 오는 도중 열기와 냉기에 의해 비단천이 그을려 거의 다 떨어져 나가 안에 있던 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천강을 이곳까지 불러들이게 되었고 둘의 대치 상황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지만 속옷을 벗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부득불 입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 숨은 천강은 완전히 노출된 숙영을 비교적 여유 있게 상대하며 그녀의 상태를 파악했다. 늑골의 골절과 왼쪽 다리의 마비는 여전했고, 내상도 가볍지 않아 보였다. 암기와 독은 이미 신농거에 있을 때 품을 뒤져 바닥에 버린 다음이었고, 독룡편도 난리 통에 분실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초식의 정묘함과 기본 체력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천강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몸 안을 날뛰던 독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상처 입은 혈맥들은 통증과 고열을 안겨주었다. 유리한 점이라고는 암흑밖에 없었지만, 그것도 지근거리에 들어가면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시간이 흐르자 체력의 불리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처음의 여유는 온데간데 없고, 숙영의 날 선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힘에 부친 천강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숙영의 허리를 잡아채고 바닥을 굴렀다. 자세가 무너진 숙영의 공격이 등과 목덜미에 작렬했지만, 살이 찢어지는 수준에 멈췄다. 의도했던 공격이 먹히지 않자 그녀의 손발이 엉켰다. 그 틈을 타 숙영을 바닥에 완전히 찍어 누르고, 위로 올라탄 천강은 오른손 하박을 이용해서 그녀의 기도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녀는 목을 졸리자 양손으로 천강의 팔을 잡고 밀어내었다. 그 바람에 숙영의 상체가 완전히 비었고, 천강의 왼손이 수 차례 그녀의 골절된 늑골 부위를 강타했다. 숙영은 꺽꺽 거리며 선혈을 토해내었다. 그러다 천강의 오른손이 느슨해 졌다. 무리한 공격으로 인해 체력이 급격히 빠져나간 탓이었다. 숙영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목을 누르고 있는 천강의 손에 깍지를 끼고 위로 비틀어 올렸다. 우드득 소리가 나고 그의 손가락이 부러져 나갔다.


천강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위로 튀어 올랐다. 겨우 압박에서 벗어난 숙영은 몸을 웅크리고 숨을 몰아 쉬었다. 손가락의 고통은 천강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은 반쯤 돌아가 있었다. 간간히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숙영에게 다가간 천강은 그녀의 불편한 왼쪽 다리를 걷어차 부러뜨렸다. 비명이 주위에 가득 찼다. 효과를 본 천강은 계속해서 그녀의 다리를 찍어댔다. 숙영은 연이은 고통에 정신을 놓기 직전이었다. 천강은 결판을 내기 위해 다시 그녀 위에 올라탔다. 양손으로 그녀의 목을 죄려다 오른 손의 통증 때문에 다시 거두었다.


그 때였다. 기절한 줄 알았던 숙영이 눈을 번쩍 뜨고 양팔을 천강의 목덜미에 두르고 바짝 끌어 당겼다. 눈앞에 천강의 목덜미가 보였다. 그녀는 입을 벌려 경동맥을 물어 뜯으려 했다. 천강은 즉시 몸을 움츠렸다. 숙영의 입 속으로 목 대신 귓불이 물렸다. 천강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숙영의 늑골을 가격했다. 숙영 역시 지지 않고 그의 부러진 손가락을 짓이겼다. 마침내 숙영은 늑골 몇 대가 더 부러졌고, 대신 천강의 귓불을 전리품으로 챙겼다.

'끄아아아악!'

귓불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은 상상이었다. 마치 커다란 불쏘시개를 귓구멍에 박아 넣고 마구 휘젓는 것 같았다. 천강은 귀를 감싸고 바닥을 굴렀다.

"퉤퉤! 시끄러운 자식, 계집애처럼 소리지르기는......"

숙영은 뜯어낸 귓불을 뱉어냈다.

"자라새끼 주제에, 감히 나에게 대들어? 어디 다시 덤벼 보시지!"

탈진하여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큰 대자로 뻗어 악을 써대는 그녀였다.


천강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면서도 그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머릿속에서 뭔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통 따위는 저 멀리 날아갔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숙영에게 달려들어 미친 듯이 걷어찼다.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더욱 웅크릴 뿐이었다. 천강이 숙영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끈 떨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사지를 축 늘어뜨린 그녀가 가까스로 목을 가누며 천강을 쳐다보았다. 피와 땀, 먼지로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경멸과 야유가 가득했다.

"다 했냐, 병신아? 그냥 달린 거 떼고 죽어 이......"

숙영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천강이 엉망이 된 주먹 대신 팔꿈치로 그녀의 턱을 날렸다. 그 충격으로 혼절한 숙영이 바닥에 쓰러졌다. 천강의 눈은 완전히 뒤집어져 이성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바닥을 더듬어 큰 돌덩어리를 집어 들고 힘껏 내리쳤다. 그녀의 머리는 두부처럼 으깨져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튀어, 십 수년간의 짧은 생이 이름 모를 지하미로에서 끝나는가 싶었다.


천강은 그녀가 무슨 요법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에 빠졌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되찾았다면 자신의 손에 돌이 없어졌다는 것쯤은 능히 눈치챘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는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다. 이미 돌이 사라져 허공만 쥐고 있는 손으로 숙영의 머리를 쳤던 것이다. 힘이 실리기는 했으나 상대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위력은 없었다. 그의 정신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빈손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겨우 돌이 없어진 것을 알아챘다. 그가 다시 돌을 찾으며, 이번에야 말로 저 사갈 같은 계집애의 숨통을 끊어 놓으리라 다짐했다.


굳이 돌로 치지 않아도 목을 조른다거나 혈도를 점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었지만, 그녀에게 귀를 물어뜯긴 공포로 직접 손을 대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렸다. 쉽게 말해 겁에 질린 것이다. 확실히 평소와는 달랐다. 목숨을 반쯤 내놓고 항상 초연하며 냉정한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비굴하면서도 단순 무식한 모습에 무척 놀랐을 것이다. 천강은 지금 정신 착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귀주부터 이어지는 수많은 사건을 겪으며 쌓였던 엄청난 압박이, 칠흑의 어둠과 흥건한 피, 살을 뜯기는 고통, 숙영의 비아냥을 기폭제 삼아 그를 주화입마의 초입에 빠뜨린 것이다. 그는 오로지 돌로 숙영을 쳐 죽이는 것에만 집중했다. 바닥을 더듬어 다시 적당한 돌을 찾아내어 머리 위로 쳐들었다.


"시주! 손속에 정을 두시지요."

천강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숙영의 연위갑에서 나오는 약한 빛에 의존하여 간신히 시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횃불에 바로 대응을 못한 탓이다. 천강의 귀속으로 다시 목소리가 파고 들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잠시 살행을 멈추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온화하며 청아한 목소리였다. 고함을 치는 것도 아닌데 천강은 머릿속이 울렸다.

'사자후!'

광기에 물들어 탁했던 눈동자가 제 모습을 찾는가 싶더니 바로 긴장으로 가득 찼다.

"시주께서는 경계심을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천강이 몸을 천천히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횃불에 서서히 적응 가사라고 여겨지는 다 헤진 천 쪼가리를 걸친 비쩍 마른 노승이 들어왔다. 한겨울 버려진 논에 남겨진 허수아비에게 옷을 걸쳐놓으면 저런 몰골이 될 것이다.

"부상이 심해 보입니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닐 듯 합니다. 소승을 따라 오시지요"

그러면서 숙영에게 다가가 잠시 상태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천강은 노승을 제지하고 싶었지만, 그가 풍기는 기도에 압도당해 후일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횃불은 멀리서 아른거리고 있어 천강은 그를 놓칠세라 서둘러 뒤를 쫓았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삽화의 천지입니다~
이번 회는 새로운 당문사람들을 작업했는데요
새로운 인물들 인지라 독자인 저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작업을 했습니다.
무리없이 표현이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주일 마다 연재를 하기 때문에 다른 작가분들에 비해
진행속도는 늦습니다만, 잊지않고 매회 찾아와 주시고
힘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회에 뵙겠습니다. 건강들 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검은수첩
    작성일
    11.05.17 23:23
    No. 1

    저는 조회수가 수 천, 수 만에 달하는 글보다 이 글이 더 탄탄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솔직히 인기작 대다수가 지겨운 내용에 질질 끌면서 여자와 맺어지고 갈팡질팡 무조건 무력남용 하는 소설 뿐이었는데 주유강호를 발견하고는 눈이 호강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단무용
    작성일
    11.05.18 04:49
    No. 2

    인물이라 삽화가 맞아떨어집니다
    너무나 잘보고 갑니다
    이 노승과 어떤 연결이??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luckyboy
    작성일
    11.05.19 21:53
    No. 3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유강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주유강호-사천편[제19-1화] +4 11.07.22 2,820 25 8쪽
35 주유강호-사천편[제18-2화] +3 11.07.19 2,796 27 8쪽
34 주유강호-사천편[제18-1화] +5 11.07.15 2,822 22 9쪽
33 주유강호-사천편[제17-2화] +2 11.07.12 2,854 27 10쪽
32 주유강호-사천편[제17-1화] +4 11.07.08 2,871 28 9쪽
31 주유강호-사천편[제16-2화] +7 11.07.05 2,987 33 8쪽
30 주유강호-사천편[제16-1화] +7 11.07.01 3,055 26 8쪽
29 주유강호-사천편[제15-2화] +4 11.06.28 3,186 31 9쪽
28 주유강호-사천편[제15-1화] +3 11.06.24 3,256 27 11쪽
27 주유강호-사천편[제14-2화] +4 11.06.21 3,431 31 10쪽
26 주유강호-사천편[제14-1화] +5 11.06.17 3,295 29 8쪽
25 주유강호-사천편[제13-2화] +3 11.06.15 3,522 32 9쪽
24 주유강호-사천편[제13-1화] +5 11.06.10 3,238 27 8쪽
23 주유강호-사천편[제12-2화] +5 11.06.07 3,339 35 8쪽
22 주유강호-사천편[제12-1화] +5 11.06.03 3,525 27 8쪽
21 주유강호-사천편[제11-2화] +5 11.05.31 3,428 32 7쪽
20 주유강호-사천편[제11-1화] +7 11.05.24 3,547 33 7쪽
» 주유강호-사천편[제10화] +3 11.05.17 3,589 28 16쪽
18 주유강호-사천편[제9화] +4 11.05.10 3,894 38 12쪽
17 주유강호-사천편[제8화] +2 11.05.03 4,177 28 12쪽
16 주유강호-사천편[제7화] +2 11.04.26 3,788 34 12쪽
15 주유강호-사천편[제6화] +5 10.09.15 4,045 41 12쪽
14 주유강호-사천편[제5화] +3 10.08.18 3,914 26 12쪽
13 주유강호-사천편[제4화] +1 10.07.20 4,120 25 12쪽
12 주유강호-사천편[제3화] +3 10.07.13 4,050 26 12쪽
11 주유강호-사천편[제2화] +1 10.07.07 4,465 25 11쪽
10 주유강호-사천편[제1화] +5 10.05.20 4,782 28 11쪽
9 주유강호-귀주편[제10화][完] +6 10.05.11 4,580 26 12쪽
8 주유강호-귀주편[제9화] +10 10.05.05 5,145 25 14쪽
7 주유강호-귀주편[제8화] +6 10.05.02 5,302 4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