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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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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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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4,577

작성
11.07.0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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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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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9쪽

주유강호-사천편[제17-1화]

DUMMY

그날 저녁에는 화과(火鍋)가 나왔다. 낮에 잡은 아어가 두툼한 속살을 자랑하며 끓고 있었다. 천강이 이곳으로 실려온 이후 처음으로 모두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의 먹는 모습을 효기가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았다. 시선을 느낀 천강은 아주 맛있다며 사례를 했다. 그제서야 웃음을 짓고 젓가락을 들었다. 다른 두 사람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저 너무 신세만 져서 죄송한데 제가 도울 일이 없겠습니까?"

천강이 무노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흠. 우리 세 사람으로 충분하네만. 그런 데다 신경 쓰지 말고 몸이나 추스르게나."

"아이 할아버지 그러지 말고요. 그래! 내일 나 도와주면 어때요?"

무노인의 눈빛이 싸늘해 졌다. 효기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적당히 몸을 움직여 주는 게 주형의 상처에도 좋을 거 같습니다."

무노인은 '이것들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팔 저 놈이야 효기 말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따르는 놈이라 치고 효기는 갑자기 왜...... 혹시?'

천강이 다시 한번 노인에게 부탁했다. 어쩔 수 없었는지 내일 효기와 아팔을 따라 취죽(翠竹) 삶는 작업을 도우라 했다.


한 장이 조금 안 되는 커다란 찜통에 김이 솟아 오른다. 근처에만 가도 열기로 후끈했다. 아팔이 찜통위로 올라가 노처럼 생긴 기다란 장대로 휘휘 젓고 있다. 그 안에는 올 해 마지막 대나무가 석회와 함께 끓고 있다. 이미 엿새 넘게 찜통 속에서 지낸 대나무는 시간이 지날 수록 원래의 성질을 잃어갔다.


그의 억센 팔에 의해 장대가 부러질 듯 휘어지며 내용물을 들어 올린다. 보통 장정 예닐곱이 달려들어 할 일을 아팔 혼자서 해치우고 있다. 이미 십 수년을 해왔기에 몸에 익을 대로 익었지만 오늘따라 대나무들이 엉켜 장대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열기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찜통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효기가 대나무 밟기에 열심이다. 잘박잘박 소리를 내며 '도두'라고 하는 작은 통 위에 올라가 경쾌하게 발을 움직인다. 무릎 아래로 드러난 가늘고 쭉 뻗은 종아리가 자꾸 아팔의 시선을 괴롭힌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천강에게 몇 마디를 하고는 하얀이를 드러내며 스스럼 없이 웃는다. 여태껏 그가 본적이 없는 표정이다. 천강은 옆에서 물을 길어 통에 부어주고 있다. 원래라면 효기 혼자서 하는 작업이다. 끈이 달린 물통을 개울가로 수면을 긁듯이 던져 물이 차면, 다시 줄을 당겨 회수한다. 무노인이 효기에게 화경을 익히게 할 요량으로 가르쳐 준 기술이었다. 그런 효기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열기와 싸우는 것이 아팔의 일과였다.


'내가 미쳤지 왜 그런 말을 한 거지. 그냥 방구석에 처박아 놓았다가 쫓아 버릴걸.'

효기를 거든 자신의 입을 저주하고 싶었다. 가끔씩 드러나는 그녀의 맨발이 그의 가슴을 헤집어 놓고 있었다. 여인의 맨발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죽지작방이라는 특성상 맨발을 드러낼 일이 많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있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녀의 맨발 옆에 외간 남자의 얼굴이 바짝 붙어있었다. 그 광경만으로 아팔의 흉중에는 살기에 가까운 충동이 끓어 오르고 있었다.


당사자인 천강은 죽을 맛이었다. 그 역시 어제 한 말을 후회하고 있었다. 물을 긷는 작업은 생각 외로 고되었다. 그녀의 가벼운 발짓에는 자연스럽게 천근추의 수법이 녹아 들어 있었다. 결과 그녀가 물을 짜내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상인 몸이었더라도 그녀의 작업속도를 따라가기 벅찼을 것이다. 하물며 지금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반시진도 채 안되어서 몸은 땀으로 절었고 가벼운 현기증까지 났다.

"안되겠다 좀 쉬자."

가까스로 물을 통에 붓고 주저 앉았다.

"킥킥킥, 뭐예요? 도와준다면서...... 힘 좀 내봐요 대형."

효기의 핀잔에 천강이 손사래를 쳤다.

"기매도 내 나이 돼봐. 에구 죽것다."


효기는 잠시 쉬라면서 끈 달린 물통을 들고 와서 다시 통 위로 올라갔다. 노래졌던 하늘이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천강은 한 숨을 돌린 뒤 효기를 쳐다 봤다. 물통을 날리며 대나무를 밟는 품이 마치 진기한 기예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짝짝짝.

천강이 박수를 치자 물통을 손에 든 효기가 우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물을 긷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효기도 킥킥거리면서 석회기가 다 빠진 대나무를 통에서 꺼내었다.


아팔이 찜통에서 꺼낸 대나무는 산을 이루었다. 효기는 그것을 가져오기 위해 찜통 근처로 왔다. 마침 아팔도 땅에 내려와 있었다.

"어! 팔가가, 벌써 끝났어요?"

아팔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밀었다. 자기가 대나무 밟는 일을 하겠단다.

"통 무너져요."

그녀의 대답에 아랑곳 않고는 씩씩거리며 개울가로 내려갔다. 아팔의 뒤에 대고, 효기가 들릴 듯 말듯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손을 거친 대나무는 다시 디딜방아로 찧어 결을 곱게 만들어야 한다. 아팔은 통에 올라서는 대신 물기가 빠져 숨이 완전히 죽어있는 대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이거 미안하외다 팔형. 도와준다는 게 방해만 되는 것 같으니 말이오."

천강이 멋쩍게 웃었다. 아팔은 자기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아 주저하더니 별 대꾸도 없이 대나무 더미를 들어올렸다.

"팔가가. 공연히 대형에게 심술부리지 말아요."


아팔은 목이 메었다. 눈앞이 약간 뿌예졌다. 입 속으로 '빌어먹을'을 수십 번 되뇌며, 발끝에 힘을 주었다. 곰 같은 신형이 흐려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디딜 방앗간 앞에 가 있었다. 궤적을 따라 드문드문 뭐라도 흘리듯 떨어져 있는 대나무가 그의 심정을 대변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였다.

"미안해요 대형,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


눈칫밥 인생의 천강은 '아차'싶었다. 무노인의 배려로 맡은 일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를 너무 가볍게 여긴 게 실책이었다. 자신을 성심 성의껏 돌봐준 아팔에게 못할 짓을 한 셈이다.

"기매 난 이만 좀 쉬어야겠다. 너무 무리한 거 같아."

"어머. 어떡해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천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아팔의 방으로 향했다. 효기는 그런 천강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다시 작업에 전념했다.


천강은 진기를 일주천 시켜본 후 몸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격한 움직임은 무리지만 이 정도면 다시 길을 떠나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의 편안한 분위기에 젖어 자신의 처지를 잊었던 것일까? 당장이라도 그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싶었지만, 자칫 일만 더 꼬이게 할까 하여 하루만 더 신세를 지기로 했다. 앞으로 또 언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푸근한 화과를 입에 댈 수 있을지, 마음이 답답해졌다.


문밖이 소란스럽다. 여러 명의 발자국 소리가 났다. 천강은 바짝 긴장하고 문가로 다가갔다. 소리가 안 나게 주의하며 문을 열고는 밖의 동향을 살폈다. 효기가 중년의 장한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뒤를 두어 명의 사내가 뒤따르고 있었다. 효기와 그자가 서로 웃으며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을 보고 긴장의 끈을 늦추었다.


"조호 어르신, 신수가 훤해지셨습니다. 어디 새 장가라도 가시나 봅니다 그려. 허허허"

"원 신소리는. 그런데 어쩐 일인가 사나흘은 더 있어야 온다고 하지 않았나?"

그자는 근처 죽지작방의 사고로 예정이 어긋났다고 하며, 준비된 것만이라도 좋으니 종이를 달라고 했다. 무노인은 그러마고 대답하며 아팔을 불렀다. 쭈뼛거리며 들어오는 아팔을 보며 그자가 말을 건넸다.

"아팔 자네 어디 아픈가 얼굴이 왜 그래?"

"장대인 어른 오셨습니까? 미리 인사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팔이 딴청을 피우며 대답을 않자 장대인이란 자는 더 묻지 않고 그를 따라 나섰다.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무노인에게 물었다. 그는 어느새 뜰채로 종이를 뜨고 있었다.

"새 일꾼을 두셨나 봅니다."

"곧 떠날 자라네, 나도 아는 것은 이름석자 밖에 없어."

"그러시군요. 혹시 이름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글쎄 뭐라더라. 주천강 이라고 했을 거네."

그자의 눈에 기광이 스쳐갔다. 무노인은 등을 돌리고 있어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삽화의 천지입니다
지금의 천강처럼 저도 현실을 잊고 약간 편안하고 고요한
시간들을 보내고 싶은 맘이 생기는 시기입니다ㅎㅎ
폭풍전야처럼 고요한듯 하면서도
무언가 꿈틀 거리고 있는듯합니다

항상 봐주고 잊지않고 글남겨 주신분들께
일일이 감사는 못드립니다 ㅎㅎ
던 조금더 보기좋은 꺼리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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