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인데 좀비에게 왕따 당함

91화. 좀비 웨이브 (3)

91화. 좀비 웨이브 (3)

- 쾅. 퍼엉!

- 화르르륵.

“역시 특수부대 출신이라 다르긴 다르네.”

“뭐...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고 해도 수천마리의 놈들을 더 상대해야 됩니다.”

“크흠... 김대위. 너무 걱정하지마. 우린 철민이가 돌아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거야.”

“반장님. 아무리 철민씨가 대단하다고해도 수천의 좀비들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2차 작전이 시작되는데로 몸을 피하는 것이...”

“중대장님. 놈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적어도 한나절 정도는 더 걸릴 줄 알았는데...”

간간이 들려오는 폭음 소리를 들으며 철민을 향한 무한 신뢰를 보내는 반장님을 설득하려는 순간 좀비들의 진격 소식을 전해들은 김현중 대위는 어쩔 수 없이 다음 작전을 지시했다.

- 치이직. 치직.

“각자 정해진 위치에서 대기하시고, 최중사와 연주 선생님은 놈들이 각 포인트를 지나는 즉시 보고 부탁합니다.”

“네. 알겠어요.”

1시간 후...

김남규의 지시를 받은 좀비들이 가로등불에 날아드는 부나방처럼 화염이 이글거리는 불길을 뚫고 연주 쌤이 지켜보고 있는 무궁화 아파트 3단지에 첫발을 들였다.

- 치이직. 치직.

“중대장님. 놈들이 무궁화 아파트 2단지로 진입했습니다.”

“김 대위님. 좀비가 무궁화 아파트 3단지에도 들어왔어요.”

“네. 두 분은 이제 복귀하시고, 박상병. 김하사. 준비됐지? 지금부터 15분후로 타이머 설정하고 빠져나와.”

“네. 알겠습니다.”

1천 마리에 달하는 좀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좀비가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연주 쌤과 최중사가 김현중 대위에게 각각 무전을 보냈다.

- 쿵. 쿵. 퍼억!

“케에에엑.”

“캬캬캬캬.”

좀비들이 괴성을 지르며 각층을 난입해 굳게 닫힌 현관문에 온 몸을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급히 타이머 설정을 마친 김하사와 박상병이 스킬 투명화를 사용해 빠르게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00:03] ... [00:02] ... [00:01] ... [00:00]

- 삑!

김하사와 박상병이 설정한 타이머가 종료되는 순간.

- 콰쾅! 쾅! 쾅!

- 콰콰콰콰콰쾅!!

정화조 메탄가스를 조정하는 배기장치에 연결한 기름통과 밸브를 열어놓은 가스통이 폭발하며 전날 반장님과 일행들이 반쯤 부숴놓은 지하 주차장의 기둥이 무너졌다.

- 와르르륵!

- 쿠콰콰쾅!

“크르...륵..?!”

“케아...아.?!”

이미 반쯤 부서져 있던 지하 주차장의 주요 기둥이 정화조에 가득 들어찬 메탄가스가 폭발하는 충격에 무너지며 아파트의 하중을 버티지 못한 다른 기둥들도 와르르르 무너졌다.

기둥이 무너진 쪽으로 아파트가 옆으로 기울어지며 무궁화 아프트 2단지와 3단지가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거대한 씽크홀을 만들며 폭삭 내려앉았다.

- 펑! 쾅!

- 화르르륵!

“크르..륵.”

“케아..엑.”

아파트 단지에서 생존자들을 수색하던 좀비들은 하늘 높이 치솟는 회색 먼지 구름과 함께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육편으로 변해버렸다.

[띠링!]

[일반 좀비를 처치했습니다.]

[일반 좀비 처치 보상으로 1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띠링!]

[변종 좀비 독을 처치했습니다.]

[변종 좀비 독 처치 보상으로 5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띠링!]

[변종 좀비 롱암을 처치했습니다.]

[변종 좀비 롱암처치 보상으로 5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기름통이나 가스통을 폭파시킨 직접 공격이 아닌 광역 화염 공격에 당한 좀비들은 포인트로 환산되지 않았지만, 무너진 아파트에 매몰된 수백 마리의 좀비들은 고스란히 포인트로 환산되어 들어왔다.

[띠링!]

[보급관 아마노자쿠를 처치했습니다.]

[보급관 아마노자쿠 처치 보상으로 25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심지어, 선봉에서 좀비들을 진두지휘하던 잿빛 외뿔 괴물 아마노자쿠 마저도 무너진 아파트와 함께 매몰되어 죽음을 당해버렸다.

아파트와 함께 매몰되었지만, 운 좋게 살아남은 좀비들의 살점을 불쏘시개 삼아 더욱 덩치를 키운 불길이 아파트 매몰 현장을 뜨겁게 달구며 죽음의 향연을 계속 이어갔다.

* * *

- 두두두두두.

“케에에에엑!” “캬아아아악!”

“중대장님! 3시 방향에서 좀비가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기름 주머니 장전! 모두 준비!”

“장전 완료했습니다!”

메탄가스와 LPG 가스 폭발의 여파로 인한 불길이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않는 무궁화 아파트를 우회해 강철 방벽이 있는 회전 교차로를 향해 좀비들이 들이닥쳤다.

지난 두 달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좀비 사냥을 한 일행들이었지만, 광대뼈가 함몰되고, 무언가에 눌리기라도 했는지 훤히 드러난 갈비뼈가 부러진 체 맹렬히 달려오는 좀비떼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절로 손에 땀이 차올랐다.

- 쉬~익. 퍼억! 퍼버벅!

“기름 주머니 발사!”

“케아아..컥!”

탄성이 강한 넝쿨을 엮어 만든 소형 발석기에 기름을 채운 주머니를 좀비들에게 쏘아 올렸고, 좀비들은 자신과 부딪혀 터져버린 주머니 속의 기름을 잔뜩 뒤집어 썼다.

- 쉐에엑! 쉐엑!

- 화르르륵! 퍼펑!

“불화살 발사!”

“크르륵...큭.”

강철 방벽 위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김현중 대위의 지시에 맞춰 발사된 불화살이 도화선이 되어 좀비 쓰나미의 잿빛 물결을 붉은 화염으로 물들였다.

- 두두두두두.

“중대장님! 놈들이 기름 주머니를 돌파했습니다. 곧 방벽과 부딪칩니다.”

“거리는?”

“20m... 18m... 15m!"

“운철, 재민, 동건 그리고 유진, 유정이는 하던 걸 계속하고 나머지 인원은 모두 방벽으로 올라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반장님! 거점 방어를 가동해주세요!”

김현중 대위가 지시를 내리는 동안에도 좀비떼는 가까워졌고, 강철 방벽과 불과 10m를 남겨두고 거점을 방어 모드로 전환시켰다.

[띠링!]

[거점을 방어모드로 전환합니다.]

[현시점부터 허가되지 않은 외부침입자를 배제합니다.]

- 끼릭. 끼끼릭.

- 슈슛. 슈슈슛!

- 쉬이익! 퍼억!

- 퉁! 투퉁! 퉁. 퉁.

“캬아아...악.”

“케이이익....”

거점이 방어모드로 전환되며 2개의 발사구를 가진 강철 방벽을 따라 설치된 5개의 방어타워에서 작살처럼 생긴 화살이 끊임없이 발사됐고, 강철 방벽을 둘러싼 끈끈이주걱에 좀비들의 발목이 붙잡힌 사이 파리지옥처럼 생긴 거대 식물이 좀비의 머리통을 덥석 집어 삼켰다.

“반장님! 좀비가 방벽을 올라옵니다!”

“김 대위와 연주 선생님이 방벽에 올라 온 놈들을 맡아 주세요!”

“네! 고속이동!”

좀비들이 방벽을 올라오지 못하게 창과 칼을 이용해 놈들을 밀어내고 있었지만, 좀비들의 시체가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하자, 놈들의 사체가 디딤돌이 되어 하나, 둘 방벽에 오르는 것에 성공한 좀비들이 나타났다.

- 서걱! 퍼억!

“케아아..크.”

“크루.....커.”

김현중 대위와 연주 쌤이 스킬 고속이동을 사용해 방벽을 오가며 좀비들의 목을 베어내고 있었지만, 방벽에 오른 좀비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자 슬슬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어...?! 저...저게 뭐야?!”

“유정아! 위! 하늘을 조심해!”

심지어 3m 높이의 강철 방벽을 뛰어넘어 불화살과 기름 주머니를 날려보내는 유정이와 유진이를 향해 달려드는 놈도 나타났다.

- 슈슛.

- 철푸덕.

수백의 좀비들이 빈틈없이 빼곡히 들러붙어 있는 방벽을 훌쩍 뛰어넘어 방벽 안으로 날아오는 좀비를 향해 다급히 쏜 유정이와 유진이의 화살에 맞은 좀비가 철푸덕 바닥에 떨어졌다.

- 빠각. 콰직.

“새로운 변종이라니...”

[띠링!]

[변종 좀비 점퍼 을 처치했습니다.]

[변종 좀비 점퍼 처치 보상으로 25포인트를 획득합니다.]

3m 높이의 방벽을 호기롭게 뛰어넘었지만, 유진 자매의 화살에 맞아 추락한 2마리의 좀비 점퍼에게 득달같이 달려 든 신호등 3인방의 도끼와 망치에 의해 두개골이 박살난 좀비 점퍼는 단말마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 슈슈슛.

“운철아! 정신 차려! 또 온다!”

무릎 관절이 캥거루처럼 반대로 꺾여있어 도약에 용이하게 변이된 신종 좀비 점퍼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운철이를 향해 재차 방벽을 뛰어 넘어오는 좀비 점퍼를 발견한 재민이의 외침을 들은 유진, 유정 자매가 좀비 점퍼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방벽 밖으로 기름 주머니와 화살을 날리며 좀비를 견제해야 될 신호등 3인방과 유진 자매가 좀비 점퍼에게 발이 묶여 버렸다.

- 서걱. 퍽!

“연주 쌤!”

“크롸..락.”

방벽을 올라오는 좀비의 목을 베어내는 연주 쌤의 등을 노리며 팔을 길게 내뻗는 좀비 롱암을 뒤늦게 발견한 연주 쌤이 바닥을 굴러 몸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김현중 대위의 검이 길게 늘어난 좀비 롱암의 팔을 잘라냈다.

방벽을 올라오는 좀비들을 잘 막아낼수록 하나, 둘 좀비의 사체가 방벽 아래로 쌓이기 시작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좀비들이 방벽을 올라오기 쉬워졌다.

심지어 방벽을 올라오는 일반 좀비들 사이에 좀비 롱암을 비롯한 변종들이 섞이기 시작하며 김현중 대위와 연주 쌤만으로는 방벽에 올라온 좀비들을 막아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 서걱. 푸욱.

- 쿵. 쿵. 쿵.

“반장님! 더 이상은 못 버텨요.”

“크흠... 모두 김 대위의 지시에 따라 2차 방벽으로 물러나!”

방벽에 올라오는 좀비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 반장님은 김현중 대위를 돌아보며 회전 교차로에 세운 방벽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 치익. 치이익.

“최중사. 박상병.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2분...아니 1분이면 됩니다.”

“지금부터 1차 방벽을 버립니다. 민주와 현진이부터 2명씩 순차적으로 2차 방벽으로 빠르게 이동하세요.”

김현중 대위의 무전을 받은 민주와 현진이가 방벽을 내려가 2차 방벽이 있는 교회 입구로 빠르게 달려갔고, 좀비 점퍼를 상대하던 신호등 3인방과 유진 자매도 2차 방벽으로 이동했다.

- 서걱. 퍼버벅.

“김대위! 이제 우리도 가야돼!”

- 치익. 치이익.

“중대장님. 설치 완료했습니다.”

“수고했어. 2차 방벽으로 이동해. 서둘러!”

방벽을 지키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반장님은 파도처럼 밀려드는 좀비들을 긴 창대로 후려쳐 방벽 아래로 떨어트리고 김현중 대위와 연주 쌤과 함께 서둘러 2차 방벽을 향해 힘껏 달렸다.

- 쾅. 쾅. 우지직.

“케아아악.”

“크와아아악.”

5기의 방어타워만 덩그러니 남은 방벽만으로는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좀비 떼를 얼마 버티지 못하고 온 몸이 근육으로 뒤덮인 고릴라를 닮은 좀비의 주먹질에 한쪽 방벽이 무너져 내리며 배수로에 빗물이 쏟아지듯 좀비 떼가 방벽 안으로 우르르 쏟아졌다.

* *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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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신의 파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