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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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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0.05.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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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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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11

DUMMY

다음날 아침.

원호는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 원호는 걸으면서 오늘 할 일을 머릿속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오후 1시에 오신다고 했으니까, 오전엔 발주 넣고, 주식 매수하고. 그분 가시고 나면 탈모 크림 상세페이지 기획안도 좀 짜야겠다.’


사무실 건물 1층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직 8시가 채 안되어서 그런지 건물은 평소와 다르게 고요했다.


‘이렇게 일찍 출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원호는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곧, 엘리베이터는 10층에 도착했다. 코너를 돌자, 사무실 문이 보이고 그 앞에는 소포가 하나 놓여 있었다.


‘샘플인가? 벌써?’


택배 박스에 붙은 송장에는 ‘베르파’라고 적혀있었다. 접때 김권진이 이야기했던 탈모 크림 샘플인 듯 했다.


‘일처리 속도가, 어우.’


원호는 속으로 나직이 감탄하고는 사무실로 박스를 가지고 들어와 바로 뜯어보았다.

박스 안에 담겨 있는 건 탈모크림 완제품과 문서 파일 하나.


원호는 제품부터 들어 올려 이리저리 살폈다.


‘디자인은 깔끔하네. 뭐, 효능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제품의 일차적인 이미지는 꽤 괜찮았다.


‘이건 뭐지?’


그리곤 이번엔 문서 파일을 펼쳤다. 베르파 측에서 정리해서 보낸 제품 설명서 및 시장 분석 자료였다.


보통 제조사 측에서 이런 것까지 알아서 보내주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원호로서도 자료를 확인하며 눈이 동그래졌다.


‘대박.’


원호는 의자에 앉지도 않은 채 문서를 휙휙 넘기며 빠르게 탐독했다.


‘탈모야 뭐, 결핍이 워낙 확실하니까. 어렵진 않겠네.’


사실 마케팅은 사람들의 결핍을 누가 더 날카롭게 파고드느냐로 판이 갈리는 분야라고 할 수 있었다.


결핍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은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 그리고 그 다음이 외모와 관련된 것이었다. 후자에는 대표적으로 다이어트 시장과 탈모 시장이 있었다.


‘작업하는 게 문젠데.’


원호의 머릿속에서는 벌써 큰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다만, 문제는 원호의 계획을 실행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지난번에는 하민영이 있었기에 원호가 해야 할 작업량이 적은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연예인의 후광이 없다면, 몇 배의 노력이 더 들어갈 터였다.


‘직원을 다시 뽑아야 하나?’


만약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할 작정이라면 직원을 뽑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원호의 마음 한켠에서는 ‘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카이브가 쇼핑몰뿐만 아니라 투자 전반에 걸쳐 유용한 미래 지식을 알려주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더 이상 쇼핑몰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흠.”


원호로서는 앞으로 아카이브가 자신을 어디까지 데리고 갈지 예측이 쉽사리 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아카이브가 갑자기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직원을 뽑을지는 조금 더 고민해보자.’


한참을 고민하던 원호는 결론을 내렸다.


직원을 뽑게 되면 돈도 돈이지만, 지금처럼 마냥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마케팅 작업 자체는 덜하게 되지만, 직원 관리 업무가 추가되기 때문에 원호가 하는 일의 성격만 바뀔 뿐 일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것도 아닌 상황.


‘일단 이번까지는 외주로 가고, 추가로 맡을 아이템이 더 생기면 그때는 직원을 뽑는 걸로.’


원호는 지금이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는 생각에 마침표를 찍듯 손뼉을 한번 짝하고 쳤다.


‘일단 기획안부터.’


원호는 맹렬한 기세로 상세페이지 기획안을 짜는 데 집중했다.



***



그 시각, 아침 일찍 출근한 것은 원호뿐만이 아니었다.


“역시, 아침은 일찍 시작해야지.”


MH미디어랩의 한명훈 역시 사무실에 앉아 한가로이 커피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컴퓨터 전원을 켠다.


요즘 그에게는 매일 체크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흠, 이후로 딱히 움직임이 없네.”


화면에 띄워진 것은 원호의 쇼핑몰이었다.


명훈의 MH미디어랩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였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신경이 쓰였다.


특히나 명훈이 의문을 갖는 점은 쇼핑몰에 등록된 상품이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 한 가지라는 것.


“왜지? 왤까?”


명훈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턱을 괴곤 입을 다셨다.


벤더들마다 스타일이 약간씩 다르긴 했지만, 보통은 아이템을 늘릴수록 수익도 그에 비례해서 증가하곤 했다.


그런데 박원호는 단일 제품만 판매하고 있는 상황.


“···설마 직원도 없이 혼자 하는 건 아니겠지?”


명훈은 잠깐 그 가능성을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김권진을 설득하고, 하민영을 동원할 정도면 꽤 규모가 있을 것이었다.


한명훈은 종이에 ‘박원호’, ‘베르파’ 같은 단어를 몇 개 적어보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으으, 모르겠다."


그리곤 이내, 머리가 복잡한 듯 펜을 마구 휘갈겨 지워버린다.



**



명훈이 자신의 쇼핑몰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원호는 그저 자신의 일에 집중할 뿐이었다.


한동안 맹렬하게 집중하던 원호는 의자에서 튕겨져 나오듯 몸을 일으켰다.


“끄으!”


그리곤 맹수가 포효하듯 탄성을 내뱉으며 기지개를 켜는 원호. 어느새 탈모 크림에 대한 작업 기획안이 완성되어 있었다.


‘흐흐.’


잠깐 기획안을 내려다보며 뿌듯하게 웃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손님이 오기로 한 1시 전까지 웬만한 작업을 다 끝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보다 집중력도 꽤 좋아진 거 같네. 이것도 아카이브의 힘인가?’


사실 아카이브는 그저 미래 예지만 도울 뿐 원호의 몸에 딱히 다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었다. 바뀐 것은 원호의 마음가짐이었을 뿐.


하지만 원호는 그저 아카이브 덕분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오늘 주문도 비슷하려나?’


원호는 판매자 페이지를 켜 눈으로 훑었다.


― 신규주문 33

― 배송준비중 168


밤사이 들어온 주문은 33건. 오늘 발주건은 총 201건이었다.


‘점점 주문이 조금씩 늘어나네?’


아직도 하민영 피부 마사지기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국내 온라인으로 풀린 물량이 얼마 되지 않았고, 원호가 독점으로 판매하고 있어서 그런 듯 했다.


‘그래도 판매량은 언젠가 떨어지게 마련이니까. 여기에만 너무 의존하고 있으면 안 돼.’


원호는 다짐하듯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경쾌하게 울리는 알림음.


― [Web발신] [KB] 스피드페이 FBS 입금 33,574,834 잔액 33,574,834


어제 발주분에 대한 선정산 금액이 입금되었다는 문자였다. 언제 받아도 기분 좋은 문자였다.


원호는 전액 증권사로 이체하고는 평소처럼 HTS를 켰다.


오늘은 드디어 3일간의 매수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원호는 수첩을 꺼내 다시 한 번 정보를 확인했다.


― 5월 15일 오후 2시 30분 케미시스코. 구리 기반 투명전극소재 국산화에 성공 발표.


‘2시 반.’


원호는 속으로 새기듯 한 번 더 읊조리고는 화면을 응시했다.


― 케미시스코 36,316주

― 매수 4,500(+3.44%) 금액 163,422,000

― 현재 4,750(+5.55%) 금액 172,501,000

― 손익 +9,079,000


‘벌써 입질이 오고 있구나.’


장이 시작되고 1시간 동안 주가는 5.55%p 상승했고, 거래량도 꽤 올라오고 있었다.


원호는 서둘러 시장가로 매수주문을 냈다. 호가창을 보니 이미 매수 잔량은 꽤 쌓여 있었고, 그 때문인지 체결 속도가 며칠 전보다 더뎠다.


“흠.”


초조한 듯 검지로 책상을 딱딱 두드리는 원호.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다행히 약 3300만 원은 무사히 체결되었다.


“후.”


짧은 탄성을 내뱉고는 화면을 응시한다.


― 케미시스코 43,384주

― 매수 4,750(+5.55%) 금액 206,074,000


‘2억!’


그동안은 기계적으로 매수를 하느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번 케미시스코에 원호가 쏟아 부은 금액이 무려 2억이었다.


쿵쿵거리며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으으, 지금은 못하겠다.’


매수만 끝나면 상세페이지 작업부터 다시 들어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원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밥부터 먹고 오자.’


원호는 사무실을 나서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



건물 지하 1층에는 여러 식당이 입점해있었다. 그 중에서도 원호가 자주 찾는 곳은 건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구내식당이었다.


‘여기는 이렇게 해서 남는 게 있나 모르겠네.’


5천원이라는 가격에 어울리지 않게 음식 퀄리티가 좋은 편이었다. 반찬도 다양했고, 뷔페식으로 운영되어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었다.


‘뭐 나야 좋지만.’


매번 메뉴를 정하는 것도 일이라 원호는 이 구내식당을 애용하는 편이었다.


오늘의 메뉴는 소고기 미역국과 짜장 덮밥, 해파리냉채, 제육볶음, 열무김치였다. 그리고 후식으로 준비된 건 요거트와 찹쌀도너츠.


‘맛있겠다.’


원호는 자리에 앉아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마치 혀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걱정이 많아 밥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는데, 요즘은 걱정이 없어서 그런지 밥맛이 꿀맛이었다.


그렇게 한참 밥을 먹던 원호는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 원호의 시선이 벽에 걸린 TV에 고정되었다.


“어?”


TV에는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교양예능이 재방송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국사 강사 설민성이 동서양 고전이나 난이도가 있는 책들을 재미있게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서 강의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엄청난 흡입력으로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에서 요즘 가장 잘나가는 프로그램이었다.


패널들로는 국내 유명 교수 두 명과 작가 한 명, MC 정현무, 가수 이정이 있었고, 유일한 홍일점인 하민영이 있었다.


‘하민영이네.’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 사건 때문인지 어쩐지 반가운 마음이 들어 밥 먹는 것도 멈추고 TV를 보고 있었다.


이번 방송에서 다루는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이해하기 까다로운 책이었다.


― 와, 이거 보이세요?


TV 속에서 정현무는 하민영의 책을 들어보였다.


하민영의 책에는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책 곳곳에 밑줄과 메모들이 가득했다.


― 열정이 진짜 대단하네요.

― 하민영 씨는 독서스킬이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책 읽으면서 이렇게 자기 생각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게 쉬운 게 아닌데.


패널들은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하민영은 수줍은 듯 웃었다.


‘요즘 안 나오는 데가 없구나. 그나저나 대단하네.’


원호는 고개를 내려 다시 먹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옆에 앉은 사람들의 말이 원호의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와, 하민영도 대단하네요. 스케줄도 많을 텐데 저거 다 언제 읽었을까?”

“에이, 저걸 직접 다 읽었겠어요? 보나마나 누가 옆에서 다 요약해줬겠지.”

“그런가? 하긴 저 외모, 저 몸매에 머리까지 가지고 있으면 너무 불공평하긴 하죠.”

“당연하죠. 흐, 나는 언제 저런 여자 만나보나.”

“김 대리님, 이번 주말에 소개팅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


들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귀에 꽂히는 말들. 그들에게 하민영은 가벼운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짜증나네.’


원호는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언젠가 하민영의 팬인 방세나로부터 하민영에 대해 들은 말이 떠올랐기 때문.


하민영은 스포츠, 외국어, 독서 등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의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 머리가 텅 비었을 거야.’

‘얼굴로 해먹는 거지 뭐.’

‘다 주변 사람들이 해주고 혼자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을걸?’


하민영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말들.


오늘따라 원호는 그런 말에 왠지 모르게 더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피곤하겠네, 저런 삶도.’


원호는 혀를 한번 쯧 하고 찬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맛이 뚝 떨어져서이기도 했고, 시간이 다 되어서이기도 했다.



**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원호.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


책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그동안 있는지도 몰랐던 책이었다.


어쩐지 흥미가 일어 책을 집어 들고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아까 하민영의 책이 떠올라 자신의 책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깨끗하다.

새책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크흠."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고는 가만히 책을 펼쳐보았다. 차분히 첫 장을 읽어 내려가는 원호.


"으음······"


그렇게 5분 정도 읽었을까.

원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책을 탁 하고 덮었다.


‘역시 나랑 안 맞아.’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딱 맞았다.


‘대단하네.’


원호가 하민영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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