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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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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0.05.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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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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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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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3

DUMMY

미팅 장소로 향하는 차 안.


원호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미팅이 잡히기까지가 떨렸지, 잡히고 나서부터는 딱히 긴장도 되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수도 없이 했던 미팅이었으니까.


이번도 예전과 같은 그런 미팅이라고 생각하니 원호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여긴가?"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용인에서도 좀 더 외곽으로 빠진 공장 부지였다.


'근데 너무 일찍 도착했네.'


늦지 않기 위해 여유 있게 출발했던 터라 미팅시간까지는 30분가량 남아있었다.


원호는 근처 편의점에 차를 대고 커피를 한 잔 샀다. 그리곤 텅 빈 편의점 의자에 걸터앉는다.


'으으, 피곤하다.'


어제 미팅 준비를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잔 터라 온몸이 찌뿌둥했다.


인터넷에 정보가 많이 없어서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하기에 경쟁사 제품들을 분석해서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원호는 막간을 이용해 다시 한 번 베르파를 검색했다.


'온라인 쪽 벤더는 없는 것 같고.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건 정말 여기 한 곳인가?'


원호는 스마트폰 화면에 뜬 베르파 자사몰을 살펴봤다. 상품 판매보다는 회사 소개 페이지 같은 느낌이었다.


'특이하네.'


온라인 매출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경우는 드물었다.


믿을만한 온라인 벤더에게 판매를 일임하거나, 제조사에서 직접 인터넷에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 최근에는 후자의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베르파는 그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듯 보였다.


'잘만 잡으면 오히려 기회다.'


만약 온라인에 아직 제대로 진출하지 않은 상황이고, 물건의 품질만 좋다면 확실히 원호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건 그렇고 아카이브 접속권이 오늘은 안 뜨려나?'


그제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아카이브 접속권은 어제 이후로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아카이브 접속권은 매일 주어지는 게 아닌가?'


— 2020년 5월 10일, 시청률 1위 예능 '나혼자살다'에 여배우 하민영 씨가 '(주) 베르파'에서 새로 출시한 피부 마사지기를 사용하여 화제가 됩니다.


아카이브를 떠올리자 눈앞에 떠오르는 건 이미 봤던 글자 뿐.


원호는 상념을 떨치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내 앞에 있는 것부터 잘 처리하자. 저녁때쯤 나타날지도 모르지.'


원호는 남은 커피를 한 입에 털어놓고는 다시 차에 올랐다.



**



경기도 용인 베르파 사무실.


원호가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김권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마중을 나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미팅이 있어서 왔습니다. WH컴퍼니 박원호입니다."

"아, 오셨군요. 저는 베르파 대표 김권진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원호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김권진을 따라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작은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둘을 좇는 김주영의 시선.


'이번엔 과연······.'


김주영은 원호를 보며 일말의 기대감을 품었다.



**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형식적인 인사를 마친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회의실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음, 뭔가 느낌이 다른데.'


그동안 미팅을 많이 진행해본 원호였지만 김권진은 뭔가 그동안 만난 사람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묘하게 풍기는 기운이 방 전체에 스며있었다. 원호를 쳐다보는 눈은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마치 호랑이의 안광처럼 형형했다.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원호의 직감은 '뭔가 다르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원호가 김권진을 탐색하는 사이 침묵을 먼저 깬 것은 김권진이었다.


"보내주신 자료는 잘 봤습니다. 회사소개서도 인상 깊었고요."

"네, 잘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원호의 말에 굳어있던 김권진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 그리곤 부드럽게 이어가는 말.


"저희가 사실 국내 유통보다는 해외 수출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온라인 유통은 거의 손을 못 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군요."


원호는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원호의 모습과는 달리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갔다.


이건 원호의 습관이었다. 상대에 대해 판단이 서기 전까지는 자신을 먼저 내보이지 않는 것. 사업을 진행하며 수많은 뒤통수를 경험하고 얻은 습관이었다.


'그래서 온라인에 판매하는 업체가 없었구나.'


원호는 왜 인터넷에서 베르파의 제품이 거의 판매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갔다.


김권진은 말을 이었다.


"자료에 나온 작업들은 직접 다 하신 건가요?"


김권진은 자신의 앞에 놓인 파일을 짚으며 말했다. 원호가 어제 보낸 파일을 프린트해 직접 읽어본 모양이었다.


원호가 보낸 메일에는 그동안 WH컴퍼니가 진행한 마케팅과 판매 성과, 피부 마사지기 시장에 대한 분석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단순한 장사꾼은 아닌 모양이군.'


김권진은 어제 그 메일을 김주영에게서 전달받은 후 박원호에게 흥미가 돋았다. 성과도 탁월했지만, 무엇보다 김권진의 마음에 든 것은 시장 전체를 보는 시야.


'돈이 흘러가는 원리를 꿰고 있다.'


사실 어제 원호의 제안서를 본 뒤, 김권진은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이 넘어온 상태였다.


오늘 미팅은 그에겐 그저 형식적인 것이었다.


마지막 관문,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자리였다.


"네, 기획은 제가 하고 저희 직원들이랑 함께 작업했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김권진은 박원호에게 조심스럽게 설명을 요청했다. 김권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마친 원호는 흔쾌히 대답했다.


"네 그럼 대략적인 방향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저희 작업은 크게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우선······."


원호는 준비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김권진에게 상세한 설명을 해나갔다.


보통 미팅 때는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패를 다 까는 경우는 없었다. 지금 원호가 설명하는 하나하나가 전부 원호의 노하우였으니까.


베르파는 지금은 미팅 상대지만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바로 경쟁자였다. 원호의 노하우를 듣고 그대로 적용해서 직접 팔 수도 있을 터. 그리고 그 편이 마진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원호는 지금 자신의 패를 다 까 보이고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자신이 김권진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둘째, 이렇게 다 알려줘도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다는 단단한 자신감.


'호오······.'


그리고 그런 원호의 생각은 김권진에게도 전해졌다. 형형한 눈빛이 원호를 향한다. 만족스러운 듯 김권진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대화하던 두 사람은 일사천리로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김권진이 먼저 건넨 손. 원호는 그 손을 맞잡으며 응수했다. 미팅 초기와는 달리 묘한 긴장감은 사라지고 분위기가 한껏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회의실을 힐끗힐끗 바라보던 김주영.


'이번엔 잘 됐나보네?'


언뜻 보니 회의실 안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리 꽤 밝았다.


'흠······. 대체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한 거지?'


쉽게 사람을 믿지 않는 아버지였기에 김주영의 머릿속에는 물음이 가득 찼다. 다만, 아버지의 표정이 밝은 것으로 봐서는 아주 흡족했나보다고 짐작할 따름이었다.



**


'됐다······!'


원호는 사무실을 빠져나와 차에 앉아 계약서를 찬찬히 다시 읽었다. 원호에게 그 계약서는 마치 '인생 역전을 선언합니다!'라고 쓰인 문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베르파에 대한 이미지도 꽤 좋았다. 무엇보다 김권진 대표를 직접 보니, 더더욱 신뢰가 갔다.


'이제 남은 시간은 6일. 소싱은 무사히 됐으니 빡세게 작업해야겠구나.'


베르파는 온라인 총판을 원호에게 넘겨주었다.


그 말은 베르파의 온라인 판매권은 오직 원호에게 있으며, 베르파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려면 원호에게 도매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제품 배송 및 AS 관련 업무는 베르파에서 전부 처리해주는 위탁 방식이었다. 원호가 할 것은 주문을 취합해 발주서를 보내고,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


원호가 무엇보다 잘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해낼 수 있다. 해 낼 거야.'


원호는 운전대를 꽉 쥐었다.


*


김주영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아버지와 함께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


"어떠셨어요?"

"어떻기는. 보면 알잖냐."

"아니, 계약을 한건 아는데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냐구요."


김주영은 재촉하듯 김권진에게 물음을 쏟아냈다. 김권진은 그런 김주영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어제 그 메일, 봤어?"

"메일이요? 봤죠. 제가 전해드렸잖아요."

"보고 느낀 건?"


김주영의 두 눈을 지그시 응시하는 김권진. 김주영은 그 눈빛을 받아내다 이내 고개를 떨궜다.


'또 한소리 하시겠구나.'


김주영은 아버지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김권진은 예상외의 부드러운 말을 뱉었다.


"느끼는 게 없었다면 보일 때까지 계속해서 봐라. 배울 게 많을 거다."

"······예."


김주영은 아버지의 말에 속으로 적잖이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김권진을 바라보는 주영. 김권진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대체 뭘까?'


김주영은 박원호에 대해 더욱 흥미가 생겼다.



*


집으로 돌아온 원호.


요 근래 제일 밝은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켰다. 그리고 책상에 떡하니 놓여있는 박스 하나. 베르파에서 받아온 피부 마사지기 샘플이었다.


'직접 한 번 써볼까?'


원호는 피부 마사지기를 이전까지 사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제품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설명서를 찬찬히 살펴보며 이리저리 사용해보는 원호.


'흠······.'


제품도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편이었지만 원체 피부 관리에 관심이 없던 원호라 셀링 포인트가 확 와닿지 않았다.


'뭔가 부족해.'


대강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판매해야 할지는 감이 왔지만, 더 구체적인 포인트를 알아야 했다. 원호의 경험상 셀링 포인트가 날카로우면 날카로울수록 성과가 더 좋았으니까.


"아!"


원호는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ㅂㅅㄴ]


세 글자를 찍고는 스마트폰에 떠오른 번호로 전화를 건다. 원호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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