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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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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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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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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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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2

DUMMY

'앞으로 일주일.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원호는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글자를 바라보았다.


— 2020년 5월 10일, 시청률 1위 예능 '나혼자살다'에 여배우 하민영 씨가 '(주) 베르파'에서 새로 출시한 피부 마사지기를 사용하여 화제가 됩니다.


'피부 마사지기?'


아이템을 확인한 원호는 묘한 흥미가 돋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원호는 온라인 벤더(도소매 판매업자)로 일하는 지난 1년 간 많은 제품을 다루진 않았었다. 원호의 판매 방식은 3~4가지 제품의 판매량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


자신이 직접 제품들을 발굴해내고 마케팅을 기획해서 실행했었다. 하지만 곧 매너리즘에 빠졌고, 그렇게 원호의 의욕이 꺾이자, 매출도 덩달아 상승세가 꺾여버렸다.


하지만 '아카이브'라는 생소한 변화가 원호의 마음에 다시 불을 지폈다.


'재밌겠는데.'


원호는 사업 초반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간만에 재밌는 일이 생긴 듯 눈을 반짝였다. 곧 수첩을 꺼내 펜을 든다.


— 2020년 5월 10일, 시청률 1위 예능 '나혼자살다'에 여배우 하민영 씨가 '(주) 베르파'에서 새로 출시한 피부 마사지기를 사용하여 화제가 됩니다.


원호는 다시 한 번 눈앞에 더 있는 글자를 꼼꼼히 탐독한다. 그리곤 잠시 생각에 잠기는 원호.


'근데 베르파는 처음 들어보는데. 하민영씨에게는 따로 협찬을 한 건가?'


연예인이 TV에 나와 실생활에서 특정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알려지면, 순식간에 화제가 되어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했다.


'얼마 전 한보영 깔라만시도 그렇게 화제가 됐었지.'


일례로 얼마 전 연기자 한보영이 특정 회사의 깔라만시 원액을 물에 타 먹는 장면이 방송을 탔던 경우가 있었다.


30초도 안 되는 분량에, 다른 남자 배우 인터뷰 도중 뒷화면으로 나왔을 뿐이었지만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방송이 나가고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실시간 검색어는 다음과 같이 도배가 됐었으니까.


— 한보영 깔라만시

— 한보영

— 한보영 깔라만씨

— 깔라만씨 효능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원호는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미리 선점해서 작업만 해놓을 수 있으면 대박인데.’


이 정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다만 원호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어떻게 하민영이 베르파 피부마사지기를 사용하게 되었는지의 내력이었다.


'가능성은 두 가진데······.'


지금의 정보를 가지고 원호가 유추해낼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


'베르파가 직접 판을 짰거나,'


첫째는 베르파 측에서 직접 협찬을 하는 경우다. 기본적으로 업체에서 주도권을 잡고 블로그, 카페, SNS 등 밑작업을 다 마친 후 연예인에게 협찬하여 폭팔적인 유입을 만들어내는 경우에 해당했다.


비유하자면, 미리 목적지로 향하는 수로를 정교하게 뚫어놓고,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 물은 별 이변이 없는 한 미리 만들어놓은 수로를 따라 목적지까지 순조롭게 이동할 터였다.


그리고 이 경우 ‘목적지’란 작업을 한 업체에서 구매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했다.


이 경우 원호의 협상이 먹히지 않을 가능성은 잘 쳐줘야 99%였다. 그야말로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베르파가 직접 판을 짠 게 아니라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


'그냥 우연에 불과하거나.'


실제로 하민영이 직접 구매해서 소비자로서 사용하는 경우였다. 이 경우는 진짜 말 그대로 얻어 걸린 케이스. 원호의 소싱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물론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무조건 성공한다고 볼 수도 없었다. 하민영이 사용하고 있다는 건, 이미 많은 벤더사들이 물건을 공급받아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했다.


그리고 많은 벤더사들이 보통 가격 경쟁을 해서 시장의 적정 가격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원호로서는 베르파의 온라인 벤더사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유리했다.


'어느 쪽이든 무조건 해내야 한다.‘


거기까지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려본 원호는 다시금 결의를 다졌다.


이전의 나약한 박원호는 죽었다.


원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아카이브 접속권'이라는 능력의 진가를 이미 실감하고 있었다. 신이 자신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준 것이라면 죽기 살기로 매달려 성취해내야 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원호는 서둘러 컴퓨터 전원을 켜, 검색창에 '베르파'를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무리 열악한 조건이라도 꼭 성과를 내고야 말겠다고. 원호의 머릿속에는 최악의 상황까지 시뮬레이션 되고 있었다.


'엥?'


그런데 원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검색결과가 나타났다.


— 제안 : '베스파'로 검색한 결과입니다. '베르파' 검색결과 보기


'베르파'에 대한 검색량 자체가 거의 없을 때에나 나타나는 네이버 특유의 문구.

그리고 검색 결과에는 베르파와는 전혀 상관없는 '베스파', '베스파 이용권', '베스파 위치' 등에 관한 글들이 나와 있었다.


"음."


곧이어 원호는 ['베르파' 검색결과 보기]를 클릭했다. 그리고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검색결과를 본 원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간다.



**



그 시각 경기 용인시의 한 사무실.

사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창고 같은 곳에 머리가 희끗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베르파'의 대표 김권진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 있는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 깔끔하게 올린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MH미디어랩'의 한명훈 대표였다.


MH미디어랩.

온라인 바이럴 영상 제작 업체로 시작해서 이제는 직접 SNS 마케팅을 진행하여 벤더로도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업체였다.


"대표님, 온라인 저희한테 맡겨 주시면 잘 팔아드리겠습니다. 아! 아무래도 종이가 보기 편하시죠?"


한명훈은 테이블에 두툼한 파일 하나를 내려놓고 김권진에게 쓱 내밀었다. 그리고 두 손가락으로 파일을 톡톡 두드렸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판매 데이터입니다. 온라인 쪽에서는 저희보다 잘 파는 곳 찾기 힘들어요. 아시죠?"

"······."


한명훈은 그 뒤에 이어서도 자신에 대해 늘어놓으며 어필을 하고 있었지만, 김권진은 그저 애꿎은 종이만 쏘아보고 있었다.


'에휴, 이번에도 나가리군.'


그리고 옆에서 둘을 바라보던 김주영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곧이어 김주영의 예상처럼 곧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끼리 회의를 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한명훈은 호쾌하게 웃으며 김권진에게 살짝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김권진은 형식적인 배웅을 하고 자리로 돌아와 털썩 주저앉았다.


"후우······."


땅이 꺼질 듯 내쉬는 한숨. 김주영은 김권진의 옆으로 가 어깨를 톡톡 쳤다.


"대표님, 커피 한 잔 하시죠?"


김권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곤 김주영의 뒤를 따랐다.



**



"아부지, 이번에는 뭐가 마음에 안 드신 거에요? 데이터 보니까 실력은 있는 것 같던데. 저희도 이제 온라인 쪽도 판로를 뚫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러다가 정말 저희."

"주영아."


김권진은 쉴새 없이 쏟아지는 김주영의 말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 한 마디를 끝으로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나도 안다. 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우선이다."

"······."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도 사람을 잘 써야 한다. 사업은 사람으로 커서 사람으로 망하는 거야."

"······예."


김주영은 뭐라고 더 말을 하려다가 끝내 말을 삼켰다. 누구보다 신의를 중시하는 아버지였다.


국내 대기업 LT의 부사장까지 지냈던 김권진은 1년 전 돌연 사표를 내고 나와 회사를 차렸다. 사람들이 왜 그런 결정을 한 건지 물어봐도 묵묵부답이었다.


사람들은 퇴사 이후 사람에 대해 예전보다 몇 배는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김권진을 보며 온갖 추측을 할 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주영 역시도 자세한 내막을 듣지는 못했기에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그저 아버지가 믿었던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으신 것 같다는 정도로 어렴풋이 짐작만 해볼 뿐이었다.


'후······.'


김주영은 내색하지 않고 한숨을 속으로 깊이 밀어넣었다.



**



"남은 시간은 일주일. 시간이 없다."


원호는 눈앞에 떠오른 글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원호는 나름대로 베르파와 피부 마사지기 시장에 대해 조사를 마쳤다.


그리고 그동안의 경험을 덧붙여 계산해 본 승산은 7할 정도. 이 정도면 해볼만 했다.


원호는 심호흡을 하고는 베르파에 전화를 걸었다.


— 달칵.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원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수도 없이 걸어본 소싱 전화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긴장이 되었다.


"네, 베르파입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WH컴퍼니입니다. 도매 문의를 드리려고 하는데 혹시 담당자 분 통화 가능할까요?"


적잖이 긴장되는 듯 저도 모르게 다리를 덜덜 떨던 원호. 자신의 행동을 자각한 듯 속으로 피식 웃음이 터졌다.


'진짜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네. 왜 이렇게 떨고 있냐, 나.'


그제야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원호.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리고 원호의 말을 끝으로 상대방에서는 잠깐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예의 상냥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지금 담당자 분께서 자리를 비우셔서 그런데, 메일로 제안서랑 명함 같이 첨부해서 보내주시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흠······.’


상대방의 말을 들은 원호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좀 전의 멘트는 소싱 전화를 했을 때 많이 듣게 되는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당신에 대한 정보도 없고 믿음도 없으니, 당신을 만나야 할 이유를 내게 설득시켜 달라.'라는 뜻. 하지만 원호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설득시켜달라고 한다면 설득 시키면 그만.


원호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답했다.


"예, 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는 아까 정리해두었던 자료들과 기존에 만들어 둔 회사소개서, 그리고 자신의 명함을 첨부해 메일로 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만약 이걸 보고도 미팅조차 수락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원호는 서둘러 메일을 보내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요 며칠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정신이 맑았다. 몸도 덩달아 가벼운 느낌이었다.


자신에 대한 확신, 그것이 최근의 원호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원호는 점점 그것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할 수 있어.'


원호는 두 손을 꽉 쥐었다.


— 따르릉!


그리고 그때 걸려오는 전화. 전화를 받은 원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간다.


바로 내일, 베르파와의 미팅이 잡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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