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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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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0.05.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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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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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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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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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7

DUMMY

월요일 오전, 원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무실에 출근해서 발주서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 신규주문 19건

— 배송준비중 466건


"흐흐."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웃음.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은 셈이었다.


원호는 마우스를 움직여 새로 들어온 주문들의 발주 확인 버튼을 눌렀다. 오늘따라 유난히 마우스의 '딸깍' 소리도 경쾌하게 들렸다.


저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며 발주서 메일을 베르파 측에 전송했다.


'아직 모르시나?'


원호에게 딱히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아마도 나혼자살다에 베르파 제품이 나온 것을 모르는 듯 싶었다.


'하긴, 방송을 오래 탄 것도 아니고.'


하민영이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를 사용한 장면은 약 2분 남짓이었다. 협찬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굳이 부각해서 길게 잡아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시청자들은 여배우 하민영의 피부 관리에 관심이 높았고, 그 덕에 원호의 쇼핑몰에서는 주문이 폭주했다.


'근데 오늘 다 출고 가능할까?'


원호가 지금 걱정되는 것은 피부 마사지기의 재고.


만약 재고가 없다면 오늘 발주건 뿐만 아니라 앞으로 들어올 주문들을 감당할 수 없을 터였다. 게다가 일일이 구매자들에게 품절을 알리는 CS도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원호는 두 손을 합장하듯 모으고 얼굴에 가져다댔다.


'제발 재고가 충분하기를······!'


원호는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금쯤이면 발주서를 확인하고 그만큼의 재고가 없다면 바로 연락을 줬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원호의 예상을 맞추기라도 하듯 전화가 울렸다.


RRR -


발신자를 확인한 원호의 목울대가 크게 출렁였다. 스마트폰을 집어든 원호의 손바닥에는 어느새 땀이 흥건했다. 조심스레 전화를 받는 원호.


"여보세요?"

— 아, 대표님! 베르파 김권진입니다. 지금 혹시 통화 가능하신지요?

"네, 가능합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원호는 속으로 '제발, 제발!'을 외치며 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다.


— 그게··· 발주서 오류가 있는 게 아닌가 해서요. 갑자기 주문이 엄청나게 늘었네요.

"아, 오류는 아닙니다. 혹시··· 재고가 부족한가요?"

— 아니요, 아닙니다! 일단 오늘 발주 건은 전부 출고 가능합니다.


김권진의 말을 들은 원호는 "후!"하고 짧은 숨을 뱉었다. 다행이었다. 몇 백 건의 CS는 정말 괴로운 일이었으니까.


— 근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주문이 들어온 건가요? 무슨 이벤트라도 하신건지······.


'역시 모르고 계셨구나.'


원호는 희미하게 웃으며 김권진에게 말했다.


"혹시 나혼자살다라는 TV 프로그램 알고 계세요?"

— 나혼자살다요?


김권진의 반응을 보아하니 잘 모르는 듯 했다.


"예, 거기 하민영씨가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와서 주말에 주문이 폭증했습니다."

— 예? 하민영 씨가요?


나혼자살다는 모르더라도 하민영은 아는 눈치. 김권진의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다.


"한동안은 주문이 지금 수준으로 들어올 겁니다."

— 재고는 저희가 책임지고 확보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 대표님. 언제 한 번 찾아뵙고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하지요."

— 허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예,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 웃으며 끊어진 전화. 원호는 긴장이 풀린 듯 흐물거리는 몸을 의자에 푹 기댔다.


'재고는 확보 됐고. 4일 동안 얼마를 번 거지?'


원호는 스마트폰을 꺼내 계산기 어플로 계산을 시작했다.


'오늘 발주가 485개에, 개당 67,600원 마진이니까······.'


멍하니 계산기를 두들겨보던 원호가 의자에서 튕겨져 나오듯 몸을 일으켰다.


— 32,786,000


스마트폰에 떠 있는 선명한 숫자.

4일 간 원호가 벌어들인 금액은 약 3300만 원.

하루에 800만 원을 벌어들인 셈이었다.


그리고 다시 계산을 시작하는 원호.

판매가인 169,000원과, 곱하기, 그리고 판매 건수인 485개를 순서대로 찍는다.


— 81,965,000


4일 간의 매출이 계산되어 나왔다.

하루에 2천만 원의 매출이 나온 셈.


판매가가 10만 원 대 중반 정도로 높은 걸 감안하고서도 이 정도 매출은 엄청난 성과였다. 보통 판매가가 높아질수록 그에 반비례하여 판매 개수는 적어지기 마련이니까.


"미쳤다······."


원호의 손이 조금씩 미세하게 떨렸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달 매출 1억을 목표로 했었는데, 내일 발주분까지 하면 이미 매출 1억은 달성한 셈이었다.


5일 간 매출 1억.


그것도 직원 한 명 없이 원호 혼자서 해낸 일이었다. 원호는 가슴 한켠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원호는 주머니에서 수첩과 펜을 꺼냈다. 그리고 몇 장을 휙휙 넘겨 메모된 부분을 찾아냈다.


— 909회차 로또 3등 당첨번호 1, 11, 17, 21, 35, 39

— 5월 10일 나혼자살다 하민영. 베르파 피부마사지기

— 5월 25일 제임스 리 500억대 횡령 누명


원호는 위 두 줄에 가로줄을 쭉 그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 5월 25일 제임스 리 500억대 횡령 누명


세나에게 어떻게든 전달해야하는 정보였다.


"흠······."


원호가 고심에 빠진 그때 눈앞에 익숙한 글자가 떠올랐다.


[조건을 충족하여 아카이브 접속권 1회가 주어집니다.]

[아카이브 접속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글자를 확인한 원호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밝아진다. 망설임 없이 활성화하는 원호.


— 5월 15일 오후 2시 30분 케미시스코가 구리 기반 투명전극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합니다.


'이번엔 주식인가?'


케미시스코라는 회사와 투명전극소재 자체가 뭔지는 몰랐지만, 이 정보로 인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좋아······!'


원호는 망설임 없이 펜을 들었다. 그리고 휘갈겨 써내려가는 글자.


— 5월 25일 제임스 리 500억대 횡령 누명

— 5월 15일 오후 2시 30분 케미시스코. 구리 기반 투명전극소재 국산화에 성공 발표.


원호는 수첩을 탁 덮고는 만족스러운 듯 씩 웃었다. 그리곤 스마트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그날 저녁, 원호의 연락을 받은 방세나, 이현민, 방세준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장소는 홍대의 한 술집.


"야, 이번에 하민영 피부 마사지기 그거 니가 작업한 거라며? 완전 난리 났던데."


조금 늦게 도착한 이현민은 어디서 들었는지 인사도 없이 원호에게 곧장 직구를 날렸다.


"세나 누나한테 들었어?"

"아니, 세준이한테. 그나저나 아직도 쇼핑몰 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야, 잘했어. 난 니가 언젠가 터질 줄 알았어."


현민은 자신이 더 기쁘다는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원호의 어깨를 두어 번 쳤다.


"고맙다."


원호도 그런 현민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저기요?"

"으응?"

"저희는 안보이시나 봐요?"


줄곧 원호에게 관심이 쏠려있는 현민을 보며 세나가 현민의 얼굴에다 손을 휘휘 흔들어보였다. 현민은 멋쩍은 듯 세나에게 배꼽인사를 했다.


"으휴."


세나가 못말린다는 듯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나 근데 지금 머리가 훨씬 잘 어울리는 거 같아. 뭔가 커리어우먼의 냄새가 나."

"야, 칭찬을 해줄 거면 제대로 해주면 안 되냐? 커리어 우먼 냄새는 또 뭐야."

"헤헤, 그럼 향기?"

"뭐래."


현민은 활달한 성격답게 오자마자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원호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저게 이현민이지.'


이현민과는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사이였다.

요리사가 꿈이라며 한동안 요리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는지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고 했다.


그 때문에 원호로서도 이현민과는 오랜만에 만난 셈이었다.


"세준아, 이번에 웹툰 공모전 나가?"

"어? 어떻게 알았어?"


현민의 물음에 세준은 토끼눈을 뜨고 되물었다.


"엥? 공모전?"


원호의 물음에 세준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그 옆의 세나는 현민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날리며 말했다.


"너······진짜 공무원 준비하는 거 맞냐? 어떻게 우리보다 그런 걸 잘 알지?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


세나는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현민에게 물었다.


"에이, 누나 나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어. 지금 다크서클 안 보여? 흐응"


현민은 제 눈을 가리키며 울상을 지었다. 현민의 너스레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현민도 밝게 웃었다.


'행복하다.'


원호는 그 분위기에 스며들어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술자리 분위기는 무르익어 어느새 다들 조금씩 취기가 올랐다. 술이 제일 약한 세준이는 식탁에 머리를 박고 잠들어있었고, 현민이는 기분이 좋은 듯 몸을 양쪽으로 흔들거리고 있었다.


"에휴, 이것들 다 취했구만."


세나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혀를 쯧쯧 찼다.


그나마 술이 센 편인 세나와 원호만 말짱한 상황. 원호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고 진지한 얼굴로 세나에게 말을 걸었다.


"누나."

"어?"


갑작스런 원호의 부름에 세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묘하게 더 뜨거워지는 것 같은 볼.


세나는 대답을 하고는 괜히 냉수를 들이켰다.


"왜, 뭐."


원호가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자 세나는 괜히 퉁명스런 말투로 원호를 재촉했다.


"나랑 잠깐 얘기 좀."


원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세나는 원호의 뒤를 따랐다. 세나는 심호흡을 하며 왼쪽 가슴께를 꾹 눌렀다.


밖으로 나온 원호는 가게 앞에서 세나와 마주섰다.


"누나,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원호의 말을 듣던 세나는 괜스레 오른손을 꼼지락거렸다. 그런 세나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어지는 원호의 말.


"내가 아는 분이 있어서 그분께 들은 얘긴데, 제임스 리가 횡령을 했다고 누명을 쓰게 된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누나도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가만히 말을 다 들은 세나의 얼굴이 민망한 듯 붉게 달아올랐다.


"아하하, 걱정하지 마. 누나가 잘 처리할게."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원호의 어깨를 툭 치고는 삐걱대며 걸어가는 세나. 원호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제대로 이해한 거 맞겠지?'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너무도 쉽게 받아들이는 세나의 모습에 왠지 더 걱정되는 원호였다.



**



다음날, 원호는 지난 밤의 숙취 때문인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머리맡에 있던 스마트폰을 들었다.


'비행기 탔나?'


원호는 조금 불안한 듯 세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 누나, 비행기 탔어? 어제 내가 한 말 잊지 말고.

— 알았다.


'엥? 화났나?'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딱딱한 말투에 원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이어서 걸려오는 전화. 김권진이었다.


"여보세요?"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원호.


"아, 정말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도착하실 즈음 연락 한 번 더 주세요. 네. 내일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원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작가의말

오늘 저녁 7시 15분에도 연재분 1편이 더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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