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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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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0.05.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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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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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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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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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8

DUMMY

— 카톡!


핸드폰에서 경쾌한 알림음이 들렸다. 막 비행기에 탑승한 세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액정을 쳐다봤다.


— 원호 : 새로운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액정에 보이는 '원호'라는 두 글자에 세나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가 이내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흐으, 내가 뭘 기대한 거야?'


어제 원호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새로 생성한 흑역사를 떠올리는 세나. 이불을 펑펑 차고 싶은 심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세나는 메세지을 차마 읽지도 못하고 그저 손톱만 물어뜯었다. 그리곤 결심한 듯 카톡 메세지를 확인한다.


— 원호 : 누나, 비행기 탔어? 어제 내가 한 말 잊지 말고.


원호의 카톡에 잠깐 들떴던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그럼 그렇지.'


세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썼다 지웠다 하던 세나는 '알았다' 이 세 글자를 적은 후 비행기모드를 하고 액정화면을 껐다.


'근데 어제 그 얘긴 뭐지?'


세나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내가 아는 분이 있어서 그분께 들은 얘긴데, 제임스 리가 횡령을 했다고 누명을 쓰게 된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누나도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어제는 너무 당황해서 원호에게 제대로 묻지도 못했다.


'뭘까? 어디서 그런 정보를······만약 사실이라면 막아야 해.'


세나는 미간을 손으로 꾹 누르고는 눈을 감았다. 비행기가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


원호는 여느 때처럼 사무실로 출근했다.


절로 휘파람이 나온다. 몸도 왠지 모르게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이다. 바로 열흘 전까지만 해도 이 사무실에 나오는 게 정말 고역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어디 오늘은 얼마나 들어왔나 볼까?"


모니터에 떠오르는 판매자 페이지.


— 신규주문 34건

— 배송준비중 114건


"오오."


원호는 작은 탄성을 터트리곤 들어온 신규주문 건들에 대해 발주확인 처리를 했다.


오늘 넣을 발주건은 총 148건.

그리곤 익숙하다는 듯 계산기 어플을 켜고 계산을 시작했다.


"끄흡!"


저도 모르게 괴상한 탄성을 내지르고는 오른손으로 입을 막았다.


오늘의 순수익은 10,004,800원.

하루 만에 천만 원을 벌었다.


월 천만 원은 들어봤어도, 일 천만 원이라니.


원호는 숫자를 확인하고는 제 볼을 힘껏 꼬집었다. 믿기지 않았다. 리듬을 타는 듯 오른발을 까딱거렸다.


'발주서도 다 됐고.'


원호는 서둘러 발주서를 정리한 뒤 베르파 측에 메일을 보냈다.


주문이 알아서 잘 들어오고 있었으니 원호가 할 일은 딱히 없었다. 배송, AS는 전부 베르파 측에서 전담해주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원호는 발주서 정리와 약간의 CS만 처리하면 됐다. 그나마 CS도 웬만하면 베르파 측으로 넘기면 됐으니까 실질적으로 하루에 원호가 일하는 시간은 채 한 시간이 되지 않았다.


'꿈같은 삶이네, 진짜.'


발주서를 보내고 원호는 의자에 잠시 몸을 기댔다.


'이제 주식으로 넘어가볼까?'


원호는 아카이브가 주었던 정보를 다시 생각해내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주알못이지만,'


이전에 잠깐 주식을 했던 적이 있었지만 10만 원 정도로 10번 남짓 매매해본 것이 전부였다.


'이젠 상관없지.'


하지만 원호에게는 이제 아카이브가 있었다. 지금 원호에게 필요한 능력이라고는 제때에 주식을 사고, 파는 것 뿐. 원호는 수첩을 꺼내 다시 한 번 정보를 확인했다.


— 5월 15일 오후 2시 30분 케미시스코. 구리 기반 투명전극소재 국산화에 성공 발표.


그리고 시선은 다시 달력을 향했다.


'5월 15일이면 금요일. 장 마감 1시간 전에 정보가 풀린다. 오늘이 12일이니까, 4일간 사모을 수 있겠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친 원호는 자신이 예전에 쓰던 영웅문 HTS를 켰다.


'와 오랜만이다.'


익숙한 화면에 원호는 희미하게 웃었다. HTS 화면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원호. 아직 모르는 기능들이나 용어들이 꽤 있었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모두 알 필요는 없었다.


— 케미시스코


원호는 종목 검색창에 케미시스코를 검색했다. 그러자 화면에 떠오르는 주가 그래프. 전체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흠, 아직은 별 반응이 없네?'


지금까지 케미시스코의 주가는 0.21% 오른 것에 그쳤다. 호가창도 뜨문뜨문 누군가 1주, 2주, 그리고 가끔 10주씩 사고 팔 뿐 조용한 편이었다.


'아직 주가에 반영은 안 된 건가?'


원호는 턱을 괸 채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근데 뭐하는 회사지?'


원호는 인터넷에서 DART(전자공시시스템)으로 들어가 케미시스코를 검색했다. 그리곤 '분기보고서 (2020.03)'를 열어 '회사의 개요'를 차근차근 살펴봤다.


— 마. 주요사업의 내용 및 향후 추진하려는 신규사업

- 당사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하 "반디") 검사장비 사업과 전기차 사업(2016년부터)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 반디사업부 제품군은 크게 플라즈마 검사장비와 유리 기판 검사장비 및 인쇄전자 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전기차사업부 매출은 2018년부터 매출이 발생하였습니다.


'반도체 관련 기업인가 보네.'


정확히 모든 말을 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어차피 주식매매에 필요한 정보는 이미 아카이브에서 얻은 상태였으니까.


그보다 지금 원호에게 중요한 것은 투자금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였다. 수익률이 10%로 같다고 해도 투자금에 따라 수익금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100만원을 투자한 사람은 10만원의 수익을 얻는 반면, 1억을 투자한 사람은 천만 원의 수익이었다.


원호가 이렇게 살펴보는 사이 케미시스코의 주가는 음봉으로 전환되어 -1.25%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원호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 케미시스코 4,490 (-1.25%)


원호는 결심을 내린 듯 펜을 들어 종이에 무언가를 적으며 계산에 몰두했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베르파에 판매 대금을 정산해줘야 하는 날짜는 매달 20일.


그리고 원호는 선정산 시스템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배송이 확인된 다음날 먼저 판매대금을 입금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일정 부분 내고 있긴 했다. 하지만 선정산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판매대금이 최소 2주, 최대 40일 이후에나 정산되었기 때문에 자금회전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차라리 수수료를 내더라도 자금회전율을 높여 투자를 통해 더 큰 수익을 내는 것이 이득인 셈.


'지금까지의 총 판매 건수는 651건. 선정산 받으면 내일까지 들어오는 돈은······.'


재빠르게 계산을 마친 원호.


109,850,000


오늘 발주 분까지 배송처리가 잘 된다면 원호의 사업자 통장에 내일까지 쌓이게 될 금액이었다.


지금까지 정산된 금액은 약 2500만 원. 그리고 거기에 로또 당첨금 1500만원을 더하면 원호가 지금 쓸 수 있는 금액은 약 4천만 원이었다.


'일단 오늘 4천만 원, 내일 7500만원.'


거기까지 계산이 끝난 원호는 망설임이 없어졌다. 바로 비상금, 정산금 할 것 없이 증권사 계좌에 입금하기 시작했다.


— 41,352,229


"후"


짧은 숨을 내쉬고는 마우스를 잡았다. 그리고 쉼 없이 클릭을 반복한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저 기계적으로 클릭할 뿐.


— 매수체결

— 매수체결

— 매수체결

— ···


그리고 원호의 클릭에 맞추어 순조롭게 매수가 체결되고 있었다.


긴장감도, 현실감각도 사라질 무렵, 원호의 증권사 계좌에 들어있던 약 4천만 원의 금액은 주식으로 모두 바뀌어 있었다.


— 케미시스코 9,128주

— 매수 4,490(-1.25%) 금액 40,984,720


"끄으"


원호는 제 할일이 끝났다는 듯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오늘 할 일은 어느 정도 끝난 셈이었다.


'이제 뭐 하지.'


원호는 남아도는 시간이 생기자 저도 모르게 뭔가 붕 뜬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먹고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쉴 시간이 생기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뭘 해도 괜찮겠지.'


원호는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는 오랜만에 걷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



"흐아! 좋다."


원호는 간만에 마포대교를 걸으며 휴식을 만끽했다. 예전에 마포대교를 찾을 때는 항상 마음이 무거운 상태였는데 오늘은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마포대교 중간에 멈춰 풍경을 바라보는 원호.


'이렇게 달라 보이네.'


아카이브가 자신의 손에 들어오기 전, 강을 따라 세워진 아파트를 바라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던 것이 불과 2주 전.


지금 원호의 눈에는 저 반짝거리는 건물들이 자신과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다.


'기다려라! 형이 곧 사러 갈 테니까.'


원호는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며 씩 웃었다. 그리곤 다시 천천히 발길을 옮겨 한강공원으로 내려갔다.


아직 채 4시가 되지 않은 시각인데 한강공원은 벌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벤치 하나를 잡고 앉아 멍하니 구경하는 원호.


'여유롭다.'


이런 여유가 얼마만인지 원호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발 한쪽을 까딱거렸다.


"어, 어어!"


그런데 그때, 한참 여유를 즐기던 원호의 앞을 지나가던 중년의 남자가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픽 쓰러졌다.


"어어, 뭐야."

"뭐지? 갑자기 쓰러졌어."


사람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원호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지만 서둘러 중년의 남자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아저씨, 아저씨!"


원호가 남자를 수없이 불렀지만 의식이 없었다.


"누가 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 원호는 바로 자세를 잡고 흉부압박에 들어갔다. 곁에 서 있던 한 여자가 119에 전화를 한 후 원호에게 들리도록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 지금 저희 출동하고 있으니까 그때까지 제가 하는 말에 맞춰서 흉부압박 부탁드립니다.

"예."


원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맞춰 수차례의 심폐소생술을 해냈다. 원호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곧 119가 도착했고, 구급대원들이 이어받아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이마에 난 땀을 훔치고 있는 원호에게 다가왔다.


"언제 발견하셨어요?"

"한 15분 전쯤이요. 갑자기 쓰러지셔서 일단 바로 신고한 겁니다. 아까 통화하면서 말씀해주신 대로 심폐소생술은 진행했고요."


그때, 옆에서 누군가 외쳤다.


"커헉!"

"됐어요! 살았어요!"


중년의 남성이 기침을 뱉어내며 의식을 차렸다. 그리고 이어서 터지는 박수소리.


"선생님께서 초기 대응을 잘 해주셔서 다행입니다. 심정지가 의심됐었는데, 이렇게 다시 깨어나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주변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원호는 괜히 머쓱한 듯 꾸벅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도로로 나와 택시를 잡아탄다.


손을 내려다보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원호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몸이 솜에 젖은 듯 무거웠다. 겨우 집으로 와 씻고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원호는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으응?"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멍하니 액정을 바라보던 원호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56 개스바
    작성일
    20.05.19 19:54
    No. 1

    주인공사업장이 제가 이해를 못해서 그러는데 그냥 딱 주문만 받고 받은주문을 업체에 발주만 하는 사업장인가요?? 업체에서 as부터 배송까지하는데?? 이러면 그냥 업체에서 주문받고 배송하는게 더 이득아닐까요? 저는 이런쪽을 잘 몰라서 물어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페모아
    작성일
    20.05.19 20:04
    No. 2

    안녕하세요 해당 방식은 위탁 방식으로 보통 제조사의 경우 잘 파는 벤더를 끼고 도매를 주는 형식을 많이 취합니다. 보통 마케팅 및 제품 판매의 경우 벤더사가 더 잘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엔 제조사들도 마케팅을 잘 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직접 온라인 판매를 맡아서 하는 곳들도 많고요. 서로 잘 하는 부분을 나눠 담당하는 분업형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거 같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개스바
    작성일
    20.05.19 20:10
    No. 3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초사악
    작성일
    20.05.19 23:59
    No. 4

    잘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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