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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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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0.05.22 19:1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638
추천수 :
195
글자수 :
57,453

작성
20.05.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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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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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0쪽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1

DUMMY

"후우······."


서울 금천구 소재의 한 사무실.


한 남자가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끝없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박원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29세의 청년이다.


"진짜 이제 접어야 하나."


15평 남짓 되는 사무실, 책상과 컴퓨터는 5개가 있었지만, 사무실 안에 있는 사람은 원호 한 명뿐이었다.


갈수록 떨어지는 매출 때문에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요즘 원호는 혼자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 신규주문 0건


원호는 가만히 모니터를 노려보면서 애꿎은 새로고침 버튼만 누르고 있었다. 모든 일을 혼자 한다고는 하지만, 그마저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니 원호는 그다지 바쁘지도 않았다.


'포기해야 할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쇼핑몰을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조금 남아있던 희망마저도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원호는 머리를 한껏 헝클어뜨리고는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펼쳐지는 과거.


창업 첫 달, 월 매출 4천만 원, 순수익 천만 원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쟁자가 늘어나고, 시장 가격이 무너지면서 매출은 곤두박질 쳤다.


— 따르릉!


그리고 그의 상념을 깨기라도 하듯 걸려오는 전화. 원호는 느릿느릿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원호의 미간이 한껏 찡그려진다.


한 달 전 구매한 제품이 고장 났으니 환불을 해달라는 전화였다. 평소 같았으면 말도 안 된다며 환불이 불가하다고 했을 원호였지만 오늘은 그럴 기력도 없었다.


"···네, 네, 환불 해드릴게요."


전화를 건 상대방은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원호에게 자신의 화를 쏟아내었다. 원호는 대꾸할 힘도 없는 듯 알겠다는 말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지금 원호에게는 그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세요.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이 날카로운 한 마디만 남긴 채 끊어진 전화. 쇼핑몰을 운영하며 수도 없이 받았던 클레임 전화였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마지막 한 마디가 원호의 가슴에 박혔다.


'나 정말 잘 살고 있는 건가?'


원호는 이제 자신이 벼랑 끝에 몰린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원호는 착잡한 마음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



**



다음 날.

오늘은 토요일이었지만 원호는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고 무작정 집밖으로 나와 걸었다.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원호는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그저 걷는 것이 습관이었다. 보통은 한두 시간 걷다보면 마음이 정리되고 다시 의욕이 생기곤 했는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막막하다······.'


도무지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정처 없이 걷던 원호가 향한 곳은 마포대교.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찾는 곳이었다.


"후우······."


끝없이 새어나오는 한숨. 이제 모아두었던 돈도 거의 다 떨어져가고 있었다. 다리 중간에 우뚝 멈춰 서서 멍하니 시선을 옮겼다.


한강을 따라 반짝거리며 빛나는 아파트. 평소 같으면 그저 야경이 예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저 야속할 뿐이었다.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었으니까.


"나도 보란 듯이 잘 살고 싶었는데."


한참 침묵을 지키던 원호는 저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푸념하듯 툭 내뱉었다. 그리고 그때, 마치 원호의 바람을 들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눈앞에 뭔가가 떠올랐다.


[837642 평행우주의 아카이브 접속 권한이 부여됩니다.]


"뭐, 뭐야!"


원호는 붙잡고 있던 난간에서 반사적으로 몸을 떼었다.


— 빠앙!


그 바람에 몸이 차도로 쏠려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 했다. 미친 듯이 내달리는 심장. 원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원호는 눈을 비벼보기도 하고 머리도 흔들어봤지만, 그런 원호를 비웃기라도 하듯 글자는 오히려 더 선명히 떠올랐다.


'드디어 미친 건가'


이어서 떠오르는 새로운 글자.


[아카이브 접속권 일일 체험을 진행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밑에는 두 개의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 YES / NO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원호는 그저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아카이브라니······. 그리고 일일체험?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온몸에 소름마저 돋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몹쓸 호기심이 일었다.


'이게 뭘까?'


저도 모르게 허공을 향하는 원호의 손. 그리고 푸른빛의 'YES'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스크린이 하나 떠오른다.


— 909회차 로또 3등 당첨번호는 1, 11, 17, 21, 35, 39입니다.


"뭐?"


원호는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로또 3등 당첨번호라니.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려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윽고 원호는 무언가에 홀린 듯 떨리는 손으로 항상 가지고 다니던 수첩과 펜을 꺼내 번호를 적어 내려갔다.


'만약 이게 진짜라면······.'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한켠에서는 묘한 기대감이 일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었다. 당첨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런데 909회차면 언제지?'


원호는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 검색창에 '로또'를 검색했다.


— 908회차 당첨번호(추첨 2020. 04. 25) 3, 16, 21, 22, 23, 44 + 30

— 방송시간 :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 MBS 방송

— 판매시간 : 매일 6시부터 24시까지 판매. 추첨일(토요일)에는 오후 8시에 판매를 마감


'908회차가 4월 25일이면 지난주 토요일이고, 909회차는 이번 주 토요일?'


원호는 황급히 홈 화면의 날짜와 시간을 찾았다.


— 2020. 5. 2. 토요일 7시 45분


'뭐야, 909회차가 오늘? 15분 남았잖아!'


시간이 1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원호. 더 이상 망설일 시간조차 없었다. 원호의 지갑에 들어있는 건 딱 만 원. 현금을 더 뽑고 싶었지만 시간이 별로 없었다.


황급히 지도 어플을 켜 로또 판매점을 검색하는 원호. 가장 가까운 곳은 마포역 주변의 로또 판매점이었다. 도보로 약 18분 거리.


'갈 수 있을까? 아니, 가야 한다.'


생각할 시간도 원호에게는 아까웠다. 전속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원호였다.


그리고 7시 56분, 원호는 로또 판매점에 도착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지금, 로또, 되나요?"

"4분 남았으니까 얼른 해서 주세요."

"허억, 네."


원호는 떨리는 손으로 로또 용지에 마킹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뛰어온 탓도 있었지만, 이 상황 자체가 묘하게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여기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과 같은 번호로 마킹된 두 장의 로또용지를 건네는 원호. 아슬아슬하게 1분을 남겨놓고 로또 구매에 성공했다.


"감사합니다!"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로또 용지를 받아들고 가게를 나섰다.


'추첨은 이따 8시 45분이네.'


원호는 스마트폰에 뜬 검색결과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원호는 도저히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아 일찍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늦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MBS 방송을 틀었다. 로또 방송을 보는 건 생전 처음이었다.


— 현재 시각 8시 46분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의 로또 추첨 시작하겠습니다. 버튼을 눌러주세요!

— 공이 나오는 순서와 관계없이 번호만 맞으면 당첨입니다. 복권 발행을 통해 조성된 기금은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사업 등 복지사업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됩니다.


두 MC의 멘트가 끝나자 로또 추첨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어지럽게 돌아가는 공들 사이에서 공 하나가 뽑아져 나온다.


— 첫 번째 행운의 숫자는 35번!


그 말과 함께 원호가 자신의 손에 들린 로또 용지를 내려다보았다.


'있다···!'


원호는 저도 모르게 로또 용지를 쥔 손에 꽉 힘을 주었다. 점점 커져가는 원호의 기대감. 그리고 이어서 발표되는 숫자들.


— 제 909회 로또 당첨 번호입니다. 35번, 11번, 17번, 1번, 21번, 36번이 나왔구요, 보너스볼 당첨 번호는 28번입니다!


원호는 자신의 로또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 1, 11, 17, 21, 35, 39


그리고 다시 당첨번호를 체크한다.


— 1, 11, 17, 21, 35, 36 + 28


1, 11, 17, 21, 35.

이렇게 5개의 숫자가 일치해 정확히 3등이었다. 당첨 금액은 약 150만 원가량. 10개를 구매했으니 원호가 수령할 당첨금은 약 1500만원이었다.


'대박······!'


적다면 적은 돈이었지만, 자금난에 시달렸던 원호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후아!"


원호는 그동안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로또 방송이 끝나자 자연스레 원호의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 찼다.


'대체 아까 그건 뭐였을까?'


원호는 예의 그 글자를 떠올렸다. 그러자 원호의 마음을 읽은 듯 다시 한 번 떠오르는 글자.


[아카이브 튜토리얼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아카이브 접속권 1회가 주어집니다.]

[아카이브 사용자 등록을 하시겠습니까?]


아까와 같이 YES와 NO라는 버튼이 함께 눈앞에 떠올랐다. 원호는 아까와는 달리 망설임 없이 YES 버튼을 눌렀다.


['박원호' 사용자 등록 되었습니다.]

[아카이브 접속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원호는 망설임 없이 YES를 선택했다. 익숙한 스크린이 떠올랐다. 굶주린 맹수처럼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원호.


입 꼬리가 씩 올라간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페모아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당분간 연재시간을 정하지 않고 월~금 1회분씩 업로드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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