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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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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모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0.05.22 19:1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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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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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글자수 :
57,453

작성
20.05.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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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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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4

DUMMY

다음 날, 집 근처의 한 카페.


"누나, 여기!"


원호는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리고 그 여자도 화답하듯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자의 이름은 방세나.


원호의 고등학교 친구인 방세준의 누나로, 원호를 친동생처럼 챙겨주었다. 와튼 스쿨을 졸업하고 미국의 한 투자은행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나야 잘 지냈지."

"나 한국 들어온 건 어떻게 알았어?"

"세준이한테 들었지. 뭐 마실래? 내가 시키고 올게."


방세나는 원호의 앞에 놓인 커피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나도 똑같은 걸로."

"오케이."


원호는 카운터로 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받아들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여기."

"땡큐."


오느라 목이 탔는지 한 번에 반을 들이키는 방세나. 잔을 탁 내려놓고는 말했다.


"용건은?"

"뭐야, 근황 토크도 없이 그렇게 바로?"

"근황이라고 해봐야 너나 나나 별거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방세나는 새삼스러운 말을 한다는 듯 원호를 쳐다봤다.


"일은 어때? 할만 해?"

"좀 빡세긴 한데 일이 다 그렇지 뭐. 배울 것도 많고 해서 좋아."

"그렇구나."

"넌 계속 쇼핑몰 하고 있고?"

"응, 그렇지. 어디 다시 취업하기도 그렇고."

"옛날 생각나네. 초반에 너랑 나랑 세준이랑 작업 했던 거 생각난다."

"그러게. 그때 재밌긴 했지. 그때 정말 고마웠어."

"뭘."


세나는 원호의 의자 옆에 놓인 상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게 그거야?"

"아, 이거?"


원호는 옆에 놓인 상자를 꺼내 세나에게 내밀었다. 세나는 상자를 열어 제품을 꺼내 이리저리 살펴본다.


"피부 마사지기?"

"응. 내가 원래 피부 관리를 안하다보니까 써봐도 확 와 닿지 않더라고."


세나는 원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는 피부가 타고 났으니까 그렇지. 니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하냐? 나 한창 피부과 다닐 때."

"내가? 무슨 말?"

"그때 니가 나보고 아침에 세수 안하면 피부 좋아진다고 했잖아. 세수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아······."

"나 진짜 그때 너 죽일까 생각했어."

"헤헤."


세나는 장난스럽게 인상을 찡그렸다. 원호는 세나를 바라보며 머쓱하게 웃었다.


"근데 이건 진짜 구성이 괜찮긴 하네. 갈바닉이야?"

"응."


베르파의 피부 마사지기는 갈바닉 이온 마사지기였다. 양이온과 음이온을 번갈아 피부에 쏴서 피부 탄력을 높여준다는 원리였다.


세나는 제품을 보자마자 단번에 제품에 대해 파악했다.


"혹시 다른 거 써본 적 있어?"

"어. 나도 집에 하나 있지."

"그거랑 비교해보면 어때?"

"일단 내가 집에서 쓰는 건 갈바닉 나온 완전 초기에 산 거라 크기도 좀 큰 편이고, 일단 피부에 닿는 부분에 이런 캡 같은 게 없어서 매번 소독해서 닦고 쓰거든. 그게 좀 불편하긴 해."

"그렇구나."


'역시.'


원호는 답변을 들으며 세나에게 물어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세나의 말.


"근데 이건 캡도 있어서 좋네. 위생적이고. 근데 이건 교체할 수 있는 것들이야?"

"응, 바꿔 끼울 수 있는 거야."


세나는 본체 옆에 나란히 놓인 네 개의 헤드를 꺼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오, 필링도 되는 거야? 기대 이상이네."


세나는 어느새 흥미가 인 듯 설명서까지 꺼내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런 세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원호.


'신났네.'


세나는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얼굴이 환해졌다. 한참을 살펴보던 세나는 입을 열었다.


"이거 좋은데? 판매가는 얼마야?"

"169,000원."

"마진은?"

"40%"


원호의 말을 들은 세나는 금세 계산을 마치고는 놀라듯 말했다.


"하나 팔면 67,600원? 이거저거 다 떼도 얼추 6만원은 떨어지네."

"와 역시 계산 빠르네."


세나는 원호의 칭찬에 우쭐한 표정을 짓고는 원호에게 말했다.


"야, 근데 이거 느낌 진짜 좋은데. 곧 건물주 되시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좋고. 크크."


세나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원호. 세나의 말을 듣고 보니 어렴풋하게 '잘 될 것 같다.'라고만 느꼈던 원호의 직감은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전에 함께 세나와 작업을 했을 때, 세나는 웬만한 제품들에도 이렇게까지 칭찬을 한 적이 없었다. 지금의 반응으로서는 정말 세나가 만족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세나는 피부 마사지기의 핵심 타겟층 중 한명이었다. 즉 , 세나가 이렇게 느낀다는 건, 실수요층에게 제대로 어필이 되고 있다는 의미.


'느낌이 틀리지 않았어.'


원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근데 이건 어떻게 알게 된 제품이야?"


갑작스런 세나의 질문에 원호는 잠시 고민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갑자기 눈앞에 글자가 나타나서 아카이브 이용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거기서 곧 하민영이 이 제품을 사용하는 장면이 TV에 나온다고 알려줬다고?


절대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미친놈 취급을 받기 딱 좋은 말이었으니까.


원호는 그냥 적당히 얼버무렸다.


"아이템 찾다가 운 좋게 얻어걸린 거지 뭐."

"운은 무슨. 니 성격에 퍽이나."


세나는 원호가 기울이는 노력의 정도를 알고 있었기에 원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오히려 하는 노력에 비해 운이 없는 편이지.'


세나의 머릿속에 원호는 그야말로 '독종'이었다. 먹잇감을 찾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 맹수. 세나 역시도 원호 못지않은 노력파였지만 원호는 세나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독종이었다.


세나가 원호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원호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그나저나, 어제는 아카이브 이용권이 안 나왔네. 매일 나오는 건 아닌가?'


첫날과 둘째 날까지는 아카이브 이용권이 하나씩 나왔지만, 셋째 날에는 아카이브 이용권이 지급되지 않았다.


'설마 그냥 2개로 끝인가?'


원호는 아쉬운 마음에 입을 쩝 하고 다셨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이만큼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 것만도 감사하지.'


원호는 다시 자신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준 아카이브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야!"

"어? 어?"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그냥."


원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황급히 화제를 돌리려는 듯 세나에게 물었다.


"누나 회사 얘기 좀 해줘."

"재미도 없는데 뭘."

"나한텐 재미있거든."


세나는 내심 기분이 좋은 듯 순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뭐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긴 해. 나야 뭐 아직 급도 안 되고. 근데."


세나는 재밌는 게 생각난 듯 한 템포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 표정을 놓치지 않은 원호. 덩달아 눈이 반짝였다.


"근데?"

"이번에 본사 대표 승진 건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진짜 살벌해. 제임스 리랑 브랜든 둘 중 한 명이 승진 대상잔데 두 사람은 와튼 스쿨 다닐 때부터 라이벌이었거든. 이번에 각자 맡은 벤처 기업 투자 건 성과로 승진이 결정된다고 하더라."

"그래?"

"그래서 지금 사내에 정치질이 장난이 아니야. 피곤하다, 피곤해."


세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원호의 말.


"근데 그 두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야?"

"야, 말도 마."


원호의 물음에 세나는 열을 올리며 그 둘의 업적을 늘어놓았다. 원호는 아직 자신과 먼 일이라 크게 와 닿지는 않았지만 세나의 말만 언뜻 들어도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다른 세계 얘기 같네.'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액이 오가는 전쟁터. 그 최전선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 중 하나가 제임스 리와 브랜든이었다.


"와, 진짜 전쟁터가 따로 없네."

"그치?"

"지금 그래서 회사 분위기가 살벌해. 둘 중에 어느 쪽 줄을 타야 할지 다들 간보고 있어."

"미국 회사도 그래?"

"야, 거기도 다 사람 사는 데야. 거기도 한국 못지않다."

"그래서 누나는 어디로 줄 서려고?"

"어?"

"제임스 리야, 브랜든이야?"

"음."


세나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입을 뗐다.


"아무래도···제임스 리?"

"오옹, 왜?"


세나는 그 말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호오, 요것 봐라?'


원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좋아하는구나? 제임스 리."

"ㅁ, 뭐? 야! 아냐!"


세나는 마시던 커피를 켁켁대며 뱉어냈다. 난데없이 얼굴에 커피가 가득 튄 원호는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세나의 반응이 재밌는지 킥킥댔다. 얼굴에 튄 커피를 닦아내며 얄궂은 표정으로 말을 잇는 원호.


"농담인데~ 반응이 너무 격한 거 아냐?"

"응. 안녕~"


정신줄을 다시 붙잡은 세나는 얄미운 미소를 짓고는 가방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원호가 그녀를 붙잡았다.


"아, 아니 장난이야, 장난! 미안미안"


세나는 원호를 한번 흘겨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까불다가 아주 맞는 수가 있어요."

"예엡!"


원호는 짐짓 엄숙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 말에 살풋 웃는 세나. 원호는 세나를 따라 웃었다.


살짝 붉어지는 세나의 볼.

세나는 큼큼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냥······존경하는 거지. 후배들한테도 잘해주고. 그리고 내가 회사 처음 들어갔을 때 큰 실수를 하나 한 적이 있거든. 그때 내 사수가 제임스 리였어. 거의 회사 짤릴 뻔 했는데 잘 수습해주시고, 격려해주시더라고. 너무 기죽지 말라고, 처음엔 다 그렇다고."


진지해진 세나의 모습에 원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서 나도 나중에 꼭 보답하고 싶어. 아직은 내가 그런 힘이 없지만, 열심히 해서 그분한테도 보답하고, 나도 그분처럼 후임들한테 존경받는 상사가 되고 싶어."


세나는 거기까지 말을 마치고는 민망한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그리곤 다시 장난스런 표정으로 돌아온다.


"알겠냐, 색꺄?"

"뭐야? 갑자기 왜 욕을 해?"

"헤헤."


세나의 버릇이었다. 괜히 민망하면 시비를 거는 것. 그런 버릇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원호는 세나를 따라 웃었다.


그리고 그 때 떠오르는 새로운 글자.


[조건을 충족하여 아카이브 접속권 1회가 주어집니다.]

[아카이브 접속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ES와 NO라는 버튼이 함께 눈앞에 떠올랐다.


'흐읍!'


원호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숨을 삼켰다. 그리고 그런 원호를 놀라 바라보는 세나.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아니. 잠깐 나 화장실 좀."

"응. 나 이거 좀 더 보고 있어도 되지?"


세나는 피부 마사지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응! 상세페이지 기획안도 짜주면 더 좋고."

"저 날강도."


원호를 장난스레 흘겨보는 세나. 원호는 능청스레 대답을 던진 뒤 화장실로 향했다.


황급히 빈 화장실 칸에 들어간 원호. 다시 한 번 눈앞에 떠오른 글자를 바라본다.


[조건을 충족하여 아카이브 접속권 1회가 주어집니다.]

[아카이브 접속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무슨 조건?'


알쏭달쏭한 설명에 원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카이브 접속권이 주어지는 조건을 종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앞으로도 아카이브 이용권이 계속 나올 수 있겠구나.'


지금 원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한 가지.

아카이브 이용권을 계속 얻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얻는 조건이야 어찌되었든 좋았다. 원호에게는 그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으니까.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선명한 'YES'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눈앞에 새로 떠오르는 글자.


"뭐?"


원호는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으려는 듯 황급히 입을 막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는 원호의 눈이 커졌다.


— 2020년 5월 25일 제임스 리가 500억 대 횡령의 누명을 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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