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페모아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페모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0.05.22 19:1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630
추천수 :
195
글자수 :
57,453

작성
20.05.21 17:52
조회
138
추천
18
글자
12쪽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10

DUMMY

“음식은 입에 맞으시는지요?”

“네, 맛있네요.”


한 상 가득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 김권진은 원호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오늘 뵙자고 한 건 뭐 특별한 건 아니고······.”


김권진의 말에 원호가 고개를 들었다.


“앞으로 돈도 많이 버실텐데 인맥 하나 미리 만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여기 강PB가 부동산 쪽으로는 한국에서는 이거에요, 이거.”


김권진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아휴, 그 정도는 아닙니다.”


자신을 추켜올리는 김권진의 모습에 강성호는 민망한 듯 웃었다.


“뭐, 주식이나 채권 같은 투자도 잘하긴 하지만, 강PB 하면 역시 부동산이죠. 아무튼 알아두면 큰 힘이 될 겁니다.”

“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성호는 아까부터 별 말이 없었다.


대화를 주도하는 건 김권진이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연결고리이기도 했으니 당연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원호는 어딘가 이상해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말이 별로 없으신가?’


그리고 그때, 원호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강성호는 살짝 입을 뗐다.


“박 대표님은 따로 투자하시는 곳이 있으신지요?”

“투자요?”

“예, 주식이나, 부동산, 아니면 채권이라든지······.”

“음, 딱히······. 아, 주식은 조금 하고 있습니다.”


원호의 입에서 ‘주식’이라는 말이 나오자 강성호의 눈빛이 반짝였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쪽에 투자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케미시스코라고 반도체 관련 회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케미시스코 말입니까?”

“예, 들어간 지는 아직 며칠 안 됐습니다.”

“혹시 투자 관련해서 자문 받으시는 곳이 있으신지요?”

“아니요. 없습니다. 주식 투자도 이제 막 시작했는걸요.”

“그렇군요.”


강성호는 살짝 움찔했지만 이내 평정을 유지하고는 다시 입을 닫았다. 그리고 한동안 유지되는 침묵.


“······.”


김권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보다가 원호에게 말을 건넸다.


“아, 그리고 저희 이번에 신제품이 하나 나오는데요.”

“그렇습니까? 이번에도 뷰티 디바이스입니까?”


원호의 적극적인 반응에 김권진의 표정이 사뭇 밝아졌다. 몸을 앞쪽으로 기울이고는 살짝 높아진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번에는 탈모 크림인데, 이게 좀 그래 보여도 시장이 꽤 큽니다.”

“탈모크림 좋네요.”


원호는 얼마 전 읽었던 기사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적 탈모 인구는 1,000만 명 수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사람은 103만 명을 넘어섰으며, 연령별로 30대(24%), 40대(22.4%), 20대(20.4%) 순으로 20~30대 젊은 층이 탈모 치료 인구의 4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9만 4543명의 여성 환자가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는 전체 환자 중 45%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탈모는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현상임이 밝혀졌다.


즉, 탈모 시장은 지금도 꾸준히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커질 시장이라는 뜻.


“이제 곧 임상시험 성적서만 나오면 바로 판매 가능합니다.”

“시험 성적서는 언제쯤 나올까요? 맞춰서 작업해두게요.”

“아마 늦어도 다음 주 내로는 나올 것 같습니다. 제품 샘플은 미리 보내드리겠습니다. 사업자등록증에 나온 주소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예. 거기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원호로부터 확답을 받아낸 김권진은 오늘 제 할 일을 마쳤다는 듯 후련한 표정이었다.


‘이 얘기 하려고 만나자고 하셨구나.’


원호로서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어차피 피부 마사지기 단일 제품으로 매출을 증대시키기엔 한계가 있었으니까.


‘흠, 근데 강PB님은 아까 이후로 계속 말씀이 없으시네.’


원호는 강PB 쪽을 흘긋 쳐다봤다.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뭐, 안면만 트는 것도 나쁘지 않지.’


원호는 관심을 거두고 다시 먹는 것에 집중했다. 이후로는 이런 저런 가벼운 얘기들이 오갔다.


마침내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세 사람.


“그럼 다음에 또 뵙죠.”


김권진은 원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원호도 그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예.”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강성호는 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아까 제가 명함을 드리는 걸 깜빡했습니다. 혹시 투자 건으로 자문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예.”


원호는 명함을 받아들고는 한번 슥 훑어보았다. 검은색 배경에 금색으로 쓰여진 글씨. 강성호의 이미지에 맞는 고급스러운 명함이었다.


원호는 명함을 지갑에 고이 넣어두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예.”



**



원호가 돌아가고 난 후.


김권진과 강성호는 마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근처 맥줏집에 들렀다.


두 사람은 김권진이 LT 부사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 세월이 자그마치 30년.


처음에는 공적인 관계로 시작된 인연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직접 보니 어떤가? 그 명함까지 주고 꽤 맘에든 것 같던데.”

“예.”


김권진은 강성호의 마음을 읽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호가 쓰는 명함은 두 가지.

일반 대외용 명함과 VIP 전용 명함이 있었다. 원호가 받은 것은 후자였다. 즉, 원호가 강성호의 눈에 들었다는 뜻.


“그 친구, 돈의 흐름을 보는 눈이 탁월해.”

“그런 것 같네요. 케미시스코라니, 솔직히 놀랐습니다. 어디서 찌라시를 미리 들어 알고 있던 건지.”

“케미시스코가 왜? 무슨 호재가 있나?”

“오늘 오전부터 증권가에 찌라시가 하나 돌고 있습니다. 조만간 메탈메쉬 투명전극용 구리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할 거라고요.”

“사실이라면 일본 무역 제재랑 맞물려서 크게 터지겠군.”

“예.”

“만약 찌라시를 들었다면 그만큼의 인맥이 있다는 거겠고, 스스로 투자한 것이라면 그만큼 안목이 있다는 거겠지.”


강성호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꽤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구만. 자네 성격에 나 같은 노친네들 노후 관리만 하는 것도 성에 안찰 테고.”

“그런 말씀 마십시오. 섭섭합니다.”

“아닐세. 아무튼 자네가 관리한다면 박 대표는 확실히 성장할 수 있겠지. 혹시 누가 아는가? 자수성가한 대기업 재벌이 자네 손에서 나올지.”

“······.”

“솔직히 그래서 박 대표와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한 게 아닌가? 궁금했겠지. 안 그런가?”

“그건 그렇지요.”

강성호는 말을 꺼내기 조심스러운 듯 말을 아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냥 놀고먹으면서 못사는 팔자인거야. 자네나 나나 평생 쓸 만큼 벌어놓고도 이렇게 일을 붙잡고 있으니.

나이가 들다 보니까 말이야, 가장 후회되는 게 딱 하나더군. 기회가 왔을 때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못한 것. 자네가 확신이 선다면 뛰어들어 붙잡게.”


강성호는 김권진의 말을 그저 잠자코 들으며 앞에 놓인 맥주잔 손잡이만 만지작거렸다.



**



다음 날.


원호는 여느 때와 같이 사무실로 출근했다. 오늘 들어온 주문 건은 총 187건.


‘오늘도 비슷하네.’


매출은 더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아이템을 새로 소싱한 것도 아니고,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에 대한 추가적인 마케팅 작업이 없었으니까.


다만 다행인 것은 떨어지지도 않았다는 것.


보통 한번 ‘빵!’ 뜨고 나서는 갈수록 주문이 조금씩 줄어들게 마련이었다. 게다가 피부 마사지기는 음식이나 소모재가 아니라서 재구매도 없는 제품.


그런데도 이 정도의 판매량이 유지된다는 것은 그만큼 하민영의 셀링 파워가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원호는 발주서를 보내고 밀린 Q&A 답변을 달았다. 얼마 안 되어 작업이 끝났다. 자연스럽게 HTS를 켜는 원호.


“엥?”


원호는 평소처럼 생각 없이 보유 주식 현황을 보다가 무언가 발견한 듯 눈이 살짝 커졌다.


― 케미시스코 29,369주

― 매수 4,350(-0.78%) 금액 127,755,150

― 현재 4,500(+3.44%) 금액 132,160,500

― 손익 +4,405,350


주가가 150원 정도 올랐을 뿐인데, 약 450만원의 수익이 생겨있었다.


‘슬슬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나보네.’


뉴스가 나오는 것이 불과 하루 뒤.


원호는 망설임 없이 매수를 눌렀다. 오늘은 약 3천만 원 어치의 주식을 구매할 예정이었다. 주가가 살짝 올라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제보다 약간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매수를 마친 원호.


― 케미시스코 36,316주

― 매수 4,500(3.44%) 금액 163,422,000


오늘까지 매수한 금액은 약 1억 6천. 내일 오전까지 매수하면 약 2억 원을 쏟아 붓는 셈이었다.


‘이제 끝이 보인다.’


원호는 HTS 화면을 끄고는 네이버 증권 게시판에 들어가봤다. 그리곤 케미시스코를 검색해 ‘토론ㆍ상담’ 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다.


‘아직 조용하네.’


주가가 오른 것을 보니 어느 정도 정보가 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커뮤니티에서 ‘그래핀 관련주’라는 이야기는 종종 보였지만, 내일 발표될 정보에 대한 찌라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 정보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사두는 거겠지. 나처럼.’


원호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화면을 껐다.


오늘도 할 일은 다 마친 원호. 자리를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원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RRR -


“누구지?”


발신자를 보니 등록이 되지 않은 번호였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 원호였지만 이번은 왠지 받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망설이다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아! 안녕하세요. 혹시 박원호 씨 핸드폰 맞나요?


전화기 너머로 앳돼 보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맞는데요.”

― 휴, 다행이다.

“예?”

― 아 그게 아니고··· 저번에 한강공원에서 구해주셨던 남자분 기억하세요?


여자의 말을 듣자 원호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됐다. 머릿속에 어제 본 댓글이 떠올랐다.


“아···예.”

― 제가 그 분 딸인데, 겨우겨우 수소문해서 연락드려요. 멋대로 연락해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 그러셨구나. 괜찮습니다. 아버님은 괜찮으세요?”

― 네, 덕분에요.

“다행이네요. 사례는 괜찮습니다. 제가 아니어도 다 그렇게 했을 텐데요, 뭐.”

― 혹시 한 번만 만나주실 수 있으세요? 뵙고 감사인사 드리고 싶어서요.

“예? 아···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는데.”

― 저희 아버지 생명의 은인인데 이렇게 전화로 말씀드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부탁드립니다.


‘흐음.’


간절해 보이는 여자의 목소리에 원호는 잠시 고민했다.


“예, 뭐. 그렇게 하세요, 그럼.”

― 네! 언제가 편하세요?


여자의 목소리는 한귀로 듣기에도 눈에 띄게 밝아져있었다. 원호는 속으로 살짝 웃고는 대답했다.


“저는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어디서 뵐까요?”

― 어···사람 많은 곳은 좀 그렇고······.


고민되는 듯 망설이는 목소리. 작게 중얼거린 소리였지만 원호에게 선명하게 전해졌다.


“그럼 그냥 저희 사무실로 오세요.”

― 사무실이요?

“예, 제가 온라인 쇼핑몰을 하는데 저 혼자 일하는 거라.”

― 아아, 네 그럼 내일 1시쯤 괜찮으세요?

“예. 주소 보내드릴게요.”

― 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끊긴 전화.


“흐음, 뭐지?”


원호는 좀 전의 전화에 대해 잠깐 생각하다가 어깨를 으쓱하곤 사무실을 나섰다.


자신을 만나러 오는 사람이 누군지 상상도 못한 채 그저 케미시스코에 온 관심이 쏠려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예약을 한다는 게 실수로 등록을 눌러서 미리 올라가버렸네요ㅠㅠ

내일부터는 7시 15분에 맞춰서 올라옵니다. 
아무쪼록 오늘 글도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착, 추천, 코멘트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 20.05.25 43 0 -
공지 휴재공지 20.05.23 24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내 머릿속 무한지식'에서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로 변경되었습니다. 20.05.19 25 0 -
공지 연재 시간 및 연재 주기 20.05.18 153 0 -
11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11 20.05.22 111 11 13쪽
»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10 20.05.21 139 18 12쪽
9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9 +1 20.05.20 166 16 11쪽
8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8 +4 20.05.19 188 17 12쪽
7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7 20.05.19 189 17 12쪽
6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6 20.05.18 207 16 12쪽
5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5 20.05.15 227 16 12쪽
4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4 20.05.14 260 17 12쪽
3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3 20.05.13 286 13 11쪽
2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2 20.05.12 357 22 11쪽
1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1 +4 20.05.11 500 3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