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페모아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페모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0.05.22 19:1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635
추천수 :
195
글자수 :
57,453

작성
20.05.18 17:42
조회
207
추천
16
글자
12쪽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6

DUMMY

드디어, 5월 10일이 되었다.


— 딸깍!


원호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마우스를 딸깍거린다. 원호가 한번 클릭할 때마다 새로고침되는 화면.


"오!"


— 신규주문 1건


원호는 방금 새에 새로 들어온 주문 하나를 눌러 발주확인 처리를 했다. 신규주문 1건이 배송준비중으로 넘어갔다.


— 신규주문 0건

— 배송준비중 17건


오늘 오전까지 들어온 주문을 12시에 발주 처리 한 후, 오후부터 지금까지 새로 들어온 주문이 17건이었다.


'이대로도 좋지만,'


발주 이후 원호가 약 7시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은 1,149,200원.


계속해서 주문은 매일 늘어나고 있었고, 이대로만 가면 순수익 월 3천만 원은 거뜬할 법 했다.


'오늘 매출이 얼마가 터질까?'


원호는 책상 앞으로 의자를 바짝 끌어다 앉고는 허리를 꼿꼿이 폈다. 눈빛을 반짝이며 책상을 검지로 톡톡 두드리는 원호.


묘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원호의 온몸을 휩싸는 듯 했다. 원호의 시선은 화면을 향했다가 시계를 향했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제 10분 남았네.'


지금 시각은 저녁 7시 50분. 나혼자살다는 8시에 방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 것 같지?'


유독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은 시계 초침이 원망스러울 지경.

원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왔다갔다 걸어 다니다가 리모컨을 집어 TV를 켰다.


"후우······."


그리고는 손을 들어 가만히 가슴팍에 가져다댔다. 사정없이 뛰는 심장박동이 손에 전해져왔다.


원호는 자신의 지금 상태를 되돌아보곤 허탈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 듯 소파에 걸터앉는 원호.


결과가 정해져있음을 아는데도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TV에서는 수많은 광고가 흘러나왔지만 원호의 생각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8시 정각.


"어머나, 반갑습니다."


박나라의 경쾌한 목소리가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방송 나가고 아주 기연84님 삼행시가 아주 난리가 났어요."


저번 주 방송을 되돌아보며 각 패널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하민영은 언제쯤 나오는 거지?'


원호는 애꿎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TV를 응시했다. 평소 같으면 재밌게 봤을 테지만 오늘은 온 신경이 한 곳에 쏠려있었다.


"그럼 오늘 게스트를 모시겠습니다. 요즘 가장 핫하신 분이죠. 요즘 대세 여배우, 하민영 님을 모시겠습니다~"


박나라의 멘트가 나오자 TV에는 하민영의 자료화면이 떠올랐다.


'예쁘긴 진짜 예쁘네.'


하민영.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대표 여배우. 그녀가 들고 다니는 가방과 신발 등은 세간의 화제가 되며 완판 행렬을 이어갔고, CF 계에서는 끝없는 러브콜이 쏟아졌다.


최근 한 달 새 찍은 CF만 4개에 이르렀으니, 그녀의 셀링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원호는 TV에 나오는 하민영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이 살짝 벌어졌다가, 이내 자각한 듯 헙 하고 입을 다물었다.


'드디어 나왔다.'


원호는 가만히 숨소리조차 낮추고 TV에 맹렬히 집중했다.



**



그 시각 방세나 역시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TV에는 하민영의 일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와 진짜 예쁘네."


여자가 봐도 감탄할 만한 미모. 하지만 세나는 그녀의 미모 뒤에 숨겨진 수많은 노력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하민영은 6살 때 이미 아역배우로 연기 생활을 시작해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후 청소년기에 들어간 작품에서는 줄줄이 고배를 마시며 실패를 거듭했다.


그리고는 연기를 제대로 다시 배우겠다며 다른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입시에 뛰어들었다. 스스로의 실력으로 중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뒤에도 연극판부터 다시 시작한 케이스.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후광 없이 다시 스스로 일어선 배우였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하민영에게 더 열광했다. 스토리가 좋았으니까.


그런 내력을 알고 있는 세나였기에 하민영에 대한 호감도는 지극히 높았다.


그렇게 세나가 TV에 빠져들어 보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방세준이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무심히 말을 걸었다.


"누나 12일 날 출국해?"

"어."

"이번에 가면 언제 들어오는데?"

"글쎄."


세나는 귀찮다는 듯 세준의 말에 대충 대꾸하고는 TV에 몰입했다. 그리고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헐."


그 한 마디를 뱉고는 황급히 스마트폰을 집어드는 세나.


"왜?"


세나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세준도 고개를 들어 세나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세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네이버 검색창 화면.


1. 하민영 피부 마사지기

2. 하민영 마사지기

3. 하민영

4. 나혼자살다 하민영

···


벌써 실시간 검색어가 '하민영 피부 마사지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세나는 다급한 손길로 '하민영 피부 마사지기'를 눌러보았다.


"왜 그래? 뭔데?"


세준은 세나의 움직임에 궁금증이 이는 듯 어느새 세나의 옆으로 바싹 붙어 앉았다.

평소 같으면 떨어지라고 세나의 발길질이 날아왔을 테지만, 지금의 세나는 그런 걸 신경 쓸 여력도 없는 듯 보였다.


— 하민영 피부 마사지기 정보!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 판매처


"미쳤네, 아주."


세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스크롤을 휙휙 올렸다. 이미 하민영 피부 마사지기가 '베르파' 제품이라는 정보 글들이 몇 분 간격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아 뭔데에!"


세준은 더 이상 궁금증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세나의 귀에 대고 소리를 빽 질렀다. 세나는 흥 하고 경쾌한 코웃음을 내뱉고는 세준에게 대답했다.


"이거, 박원호 작품이야."

"어?"

"박원호가 작업한 거라고."


약 3초 간 얼어있던 세준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이전에 원호와 같이 쇼핑몰을 운영했었던 세준이었기에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기까지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야, 난 놈이네, 이거."


세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역시 씩 웃고 있는 세나와 눈이 마주친다. 세나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원호에게 이미 전화를 걸고 있었다.



**



하민영이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자마자 원호는 미리 준비해둔 원고 하나를 바로 업로드했다.


— 하민영 피부 마사지기 정보!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 판매처


중국 시장을 위주로 판매하던 베르파의 제품이었기에, 온라인에는 베르파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하민영이 방금 사용한 제품이 베르파 제품이라는 걸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채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글이라면······.'


원호가 방금 업로드한 이 글은 하민영이 쓴 제품이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라는 걸 사람들에게 '땅땅' 하고 못 박는 역할이었다.

즉, 하민영 버프를 받기 위한 연결고리인 셈.


원호가 올려놓은 글은 예상대로 조회수가 폭발하며 검색 화면 상위에 안착했고, 다른 블로거들은 원호의 글을 참고하여 원호가 뿌린 정보를 재생산해내고 있었다.


— 하민영 피부 마사지기, 베르파 제품이었네요 :)

— 하민영도 사용하는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

— 여배우 관리 비법! 베르파 피부 마사지기!


'좋았어······!'


원호의 계획대로 착착 돌아가고 있었다. 원호는 다시 판매자 페이지로 돌아와 큰 숨을 한 번 내쉰 후 오른손을 꽉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그리곤 조심스레 마우스를 잡는다.


— 딸깍!

— 신규 주문 1건


— 딸깍!

— 신규 주문 4건


— 딸깍!

— 신규 주문 8건


미친 듯한 속도로 들어오는 주문. 지난 1년 간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해봤지만, 10만원 중반 대의 제품이 이렇게 주문이 급격하게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게···하민영의 힘인가?'


원호는 탄산을 한 번에 들이켠 듯 표정을 한껏 찡그렸다가 풀었다.


"캬-"


짜릿했다. 엄청난 쾌감이 원호의 온몸을 휘감았다.


RRR-


그리고 그때 마침 걸려오는 전화. 핸드폰 화면에 뜬 것은 방세나의 이름이었다.


"흐."


원호는 작은 탄성을 내뱉고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괴성.


— 야!!! 지금 티비 봤어? 피부 마사지기, 그거!

— 축하해!


세나와 세준의 목소리가 한 번에 겹쳐 들렸다. 원호는 못 말린다는 듯 미간을 살짝 좁히며 웃음을 터트렸다.


"알아, 나도 방금 봤어. 축하해줘서 고마워."


원호는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엥? 왜 그렇게 무덤덤해? 안 기뻐?

"그럴 리가. 당연히 기쁘지."


세나의 어리둥절한 목소리 뒤로 세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근데 하민영 씨는 어떻게 섭외한 거야? 혹시 아는 사이? 헤헤, 그럼 나도 소개···

— 뭐래는 거야.


세나는 세준의 말을 일축하고는 원호가 말할 새도 없이 말을 쏟아냈다.


— 야, 내가 도와준 거 안 잊었지? 그때 밥 산다고 했던 거 까먹지 말고.

"하하, 알지 알지. 누나 공이 컸지."

— 흐흣


세나는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은 듯 콧소리를 냈다.


— 어? 나도! 나도 가도 돼?


세준은 세나의 말을 놓치지 않고 자신도 가도 되는지를 물었다.


"당연하지. 현민이도 부르자. 다 같이 한번 보게."

— 좋아! 아무튼 축하한다!

— 축하축하!


떠들썩한 축하가 끝나고 전화가 끊겼다. 애써 담담한 척 하던 원호의 입에서 깊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 해냈어!"



**



그 시각,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보며 씁쓸하게 웃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한명훈. 베르파와 미팅을 했었던 MH미디어랩의 대표였다.


"후우······."


오늘따라 유독 담배가 더 땡겼다. 근 세 달 간의 금연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을 만큼.


"누구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한명훈.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애꿎은 모니터만 노려보고 있었다. 한쪽 손으로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며 다른 손으로는 천천히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점점 빨라지는 명훈의 손. 먹잇감이 남겨놓은 흔적을 추적하듯 움직임이 점점 빨라진다.


'보통은 아니다.'


한참 글들을 훑어보던 명훈은 베르파 마사지기와 관련된 글들을 시간 순으로 조회해보고 있었다. 가장 처음 글이 올라온 날짜는 5월 4일. 자신이 베르파와 미팅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6일 만에······.'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동안 쌓인 어마어마한 작업량. 정보글도 교묘하긴 했지만 이쪽 업계에서 구력이 있는 명훈이 보기에는 누군가 작업을 해놓은 것이 뻔히 다 보였다.


일반 소비자가 봤을 때는 전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섬세하게 쓰인 글. 명훈은 그 글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자신을 제치고 베르파와 계약할 수 있었던 것이 이해가 갈 정도.


'대체 누굴까?'


명훈은 글들을 타고타고 들어간 결과 원호의 쇼핑몰을 찾을 수 있었다. 거칠게 스크롤을 내려 사업자 정보를 확인하는 명훈.


'WH컴퍼니. 박원호? 아직 규모가 딱히 큰 것 같지는 않은데.'


명훈은 입맛을 쩝 다시고는 가만히 턱을 괴고는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


'지금 '하민영 피부 마사지기' 검색량이 PC, 모바일 합치면 벌써 만 건이 넘어가니까······.'


명훈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이번에 한 1억 넘게 벌겠네.'


명훈은 괜히 배가 살살 아파왔다.


작가의말

연재 주기가 주7일로 전환됩니다. 

연재 시간은 내일부터 저녁 7시 15분으로 고정됩니다.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 20.05.25 43 0 -
공지 휴재공지 20.05.23 24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내 머릿속 무한지식'에서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로 변경되었습니다. 20.05.19 25 0 -
공지 연재 시간 및 연재 주기 20.05.18 154 0 -
11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11 20.05.22 112 11 13쪽
10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10 20.05.21 139 18 12쪽
9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9 +1 20.05.20 166 16 11쪽
8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8 +4 20.05.19 189 17 12쪽
7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7 20.05.19 189 17 12쪽
»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6 20.05.18 208 16 12쪽
5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5 20.05.15 228 16 12쪽
4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4 20.05.14 260 17 12쪽
3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3 20.05.13 287 13 11쪽
2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2 20.05.12 357 22 11쪽
1 무한 아카이브로 재벌까지 001 +4 20.05.11 500 3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