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승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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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다 히데이에가 눈을 크게 뜨고 어쩔 줄 몰라하자 휘하 장수들이 고함을 질렀다.
[주군, 이대로 모두 죽습니다. 어서 명령을 내리셔야 합니다.]
[맞습니다. 미친 나가히데와 맞서라고 하던가? 아니면 도망쳐야 합니다.]
“미쳤어. 맞서라고? 아군 지휘관과 싸우라고?? 모두 머리통이 돌아버렸구나.”
[주군! 어서! 명령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
우키다 히데이에는 눈만 깜빡거렸다. 뭘 어떻게 할지 몰랐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그 과정에도 우키다 히데이에의 병졸들은 죽어간다. 생때같은 병졸이 무더기로 죽어버렸다.
그걸 보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가만히 쳐다보니 니와 나가히데의 병졸이 많지 않다. 3만 병졸 중 1만이 전부였다. 이는 우키다 히데이에의 병졸과 비슷해서 싸운다면 맞설 수 있는 숫자였다.
그리고 두 눈이 흔들린 과정 중에도 명령은 내렸다.
“맞서라! 앉아서 죽지는 않겠다!”
“놈이 칼을 휘두르면 우리도 휘두른다.”
“자리를 고수해! 상황은 그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아.”
그 명령에 싸움이 일어났다. 가만히 당하기만 하던 우키다 히데이에의 병졸들은 살기 위해 버텼다.
그러자 니와 나가히데의 군졸들이 더 맹렬해진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친 듯 파고 들었다.
[죽여! 우키다 히데이에의 병졸들을 죽여!]
[놈들은 배신자 새끼들이다!]
“배신은 너희가 했지, 미친 놈들아! 왜 아군을 공격하고 그래?!”
[아케치의 개! 놈들의 말을 듣지 마라! 말이 필요 없다. 모조리 죽여!]
피바람이 불었다. 오해가 만들어낸 붉은 피였다.
그리고 그걸 바라본 정여립은 웃고 있었다. 제대로 걸렸다고 웃음을 보였고, 더 많은 우키다 히데이에의 깃발을 흔들라고 명령했다.
“잘했어. 제대로 걸렸다. 적의 적은 아군이 아닌가?! 이제 우리 병력은 7만 이상이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화통하게 웃어버린 정여립과 그걸 바라보는 조선군은 혀를 내둘렀다.
참으로 대단한 위계僞計라고, 정여립과 정이대장군이 만든 위계의 거대함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나 대동계 수뇌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주군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훌륭합니다. 주군과 군사의 기량이 하늘에 닿았습니다. 제갈량이 와도 이 정도 능력을 보이진 못할 겁니다.”
“하하하. 그런가. 내가 제갈량처럼 보이는가?”
정여립은 감탄을 뱉은 길삼봉과 운봉의 승려 의연, 해주의 지함두를 바라보며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전쟁에 참여한 곽재우의 사형 최영경(길삼봉으로 의심되어 옥고를 치른)과 곽재우의 동서 김우옹을 바라보며 어떠냐고 웃음을 보였다.
대단했다. 이런 전쟁은 한 번도 본적 없는 괴이한 일이다.
6만 니와 나가히데의 병졸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일.
적이었던 자들이 깃발을 거꾸로 잡고, 후미에 진을 쳤던 우키다 히데이에는 정이대장군을 위해 갑자기 배신했다(배신한 것처럼 보인다.)
거대한 장기판에 놓인 졸병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명령에 따른다.
“되었어. 이제 돌진이다. 난전은 그만두고 니와 나가히데를 붙잡아보자.”
“공격하라!”
“니와 나가히데의 수급을 베어오라!”
정이대장군의 명령. 지금껏 전장을 바라보던 정이대장군이 근엄한 명령을 내렸다.
그것에 함성을 지른 6만 병력이 한꺼번에 달려들고 혼란에 빠진 적병을 버려두고 니와 나가히데를 향해 집중했다.
그러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밀려오는 파도처럼 길을 열었다.
도망치는 니와 나가히데를 붙잡는 일.
다른 말로 우키다 히데이에와 싸우던 놈들이 뒤통수를 맞게 생겼다. 앞에는 길을 막는 우키다의 병력이요, 뒤에는 아케치의 부하들이 달려든다.
그걸 본 니와 나가히데는 어쩔 줄을 몰랐다.
지금은 도망쳐야 한다.
어떻게든 길을 열고 도망쳐야 한다.
“길을 열어! 어서!!!!”
“이러다가 잡힌다. 어서 부산으로 돌아가자!”
니와 나가히데가 선두가 되어 고삐를 내리쳤다.
도망질. 병졸이고 뭐고 그런 것 없이 도망치는 허둥거림.
니와 나가히데와 그를 따르는 호위병이 빠르게 치고 나가자 나머지 병졸들도 허둥지둥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수의 병졸(2천에 가까운)이 도망치자 그들과 싸우던 우키다 히데이에는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그도 무섭게 치고 들어오는 아케치의 군졸에 놀랐다.
“도망쳐! 아군도 도망가야 해!”
내질러진 비명.
우키다 히데이에도 도망쳤다. 지금껏 잘도 싸우던 우키다와 니와 나가히데의 군졸들이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그들을 쫓는 아케치의 군졸들은 이삭을 줍듯 저들의 수급을 취한다.
대승이다.
4만에 이르는 적병을 박살을 낸 것이다.
멀리 도망친 숫자는 고작 5천도 넘지 않았고 나머지 3만 5천은 고립된 채 박살이 났다.
대승. 엄청난 대승을 거둔 정이대장군의 병졸은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 이겼다.
-와아아아아아!!! 니와 나가히데를 이겨냈다.
모략과 기습으로 거둔 승리였다.
*
거대한 전장터에 전리품이 가득하다.
도망친 자들이 버리고 간 무기와 방패 등 거기에 더해 김해읍성을 공격하기 위해 모아둔 군수물자가 산처럼 쌓였다.
군량, 공성을 위한 자재 등 그걸 보자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하하하. 이렇게 많다니.”
“형님, 축하드립니다. 이 물자들은 김해읍성을 공격하기 위해 모아온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원래 9만 병력이 사용할 물품이었어.”
“니와 나가히데가 좋은 선물을 주고 갔습니다.”
“하하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듣는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지.”
“그렇습니다. 이에야스가 빼앗긴 걸 안다면 괴로워서 배가 아플 지경일 겁니다. 그런데 이에야스가 알 기회가 있겠습니까? 신립을 상대하느라고 바쁘다고 들었는데...”
“나도 들었다. 이에야스의 3만 군병이 밀양을 향해 진군한다지.”
“밀양까지 올라가지도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양산에서 한판 붙지 않겠습니다.”
“신립이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이에야스는 신중한 자야. 승산 없는 싸움은 걸지를 않지.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는 3만 병졸로 나아가지 않았을 텐데.”
“혹여 유인계를 생각하십니까? 3만 군졸로 신립을 유인한 뒤 포위하는.”
“그럴지도 모르지. 노부나가의 25만 군졸 중 9만을 잡았지만, 남은 병력이 16만 이상이다. 경계해야 할 병력인 건 분명해.”
“신립이 실수만 치르지 않는다면 해볼만 한 병력입니다.”
“그건 그렇지. 신립의 7만 병력과 아군이 가진 6만2천이 있으니 잘만 지켜내면 노부나가는 물러갈 수밖에 없을 테지.”
“아무튼, 변수가 많습니다. 신중히 싸워야 하겠지요. 그리고 이번 전쟁으로 승기를 잡았습니다. 사기가 치솟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콧대를 꺾었으니 더 강하게 부산을 압박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부산과 동래성에 숨었을 노부나가를 압박해야지.”
정여립과 주고받는 이야기.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런 이야기 중에 수리검이 다가왔다. 그는 척후대가(닌자) 알아낸 정보를 말하고 있었다.
“둔덕에서 버티던 모리 나가요시의 1만 병졸이 진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후미에 남겨둔 놈이 움직이는 건 이미 예상한 일이었고 그보다 궁금한 건 모리 나가요시를 붙잡고 있으라고 명령한 호소카와 다다오키가 궁금할 뿐이었다.
놈이 잘 하고 있는지? 아니면 9만 병력으로 출진한 니와 나가히데에게 항복할 마음을 품었는지?
그게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타타오키는 어떻게 하고 있는데? 분명 막아내라고 명령했을 텐데??”
“고전하고 있습니다. 사력을 다해서 막고는 있지만, 2천 병력으로 부족합니다. 거기다가 모리 나가요시가 진을 친 곳이 둔덕이 아닙니까?! 둔덕 위에서 쏘아낸 조총 공격에 많은 자가 상한 것으로 압니다.”
“그래도 배신하지는 않았군.”
고개를 끄덕였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고 있다니 예전의 잘못이 조금은 상쇄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대승을 거둔 마당에 못 도와줄 것도 없지.
나는 전장 정리가 끝나가는 병졸를 바라보다가 수리검과 사이토 도시미츠 그리고 대동계 지휘관인 길삼봉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너희가 다다오키를 도와줘야겠다. 둔덕에 갇힌 모리 나가요시의 항복을 받아내거나 듣지 않는다면 섬멸하여라.”
그 말에 세 사람은 군례를 올렸고 6만 병졸 3만을 출정시켰다. 그리고 남은 3만 병졸은 아직도 산처럼 가득한 전리품 수거에 힘을 썼다.
하루가 더 지나 모리 나가요시의 수급을 받아왔다.
놈이 둔덕에서 버텼지만, 화포를 가진 아군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사방에서 포위한 채 쏘아진 화포와 조총탄에 벌집이 되어 너덜거렸고, 그때를 노려 돌격하니 모리 나가요시는 버티지 못하고 수급을 내줘야 했다.
이겼다. 9만 병력으로 출진한 니와 나가히데의 모든 병력을 일소해 버렸다.
그 소식이 방방곡곡에 울렸고 아군 사기는 물론 조선군의 사기까지 한층 올라가 이긴다는 자신감이 팽배했다.
나는 그 소식을 접하고 우려를 보였지만, 진다는 패배감보다는 나았기에 적당히 자중하라는 훈계를 했을 뿐이다.
***
7만 신립의 진영.
밀양에서 웅거하던 신립이 출진하여 3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잡기 위해 진군했다. 그 출진에 우려하는 말들이 많았다.
신중한 도원수 김명원은 밀양에서 성을 지키기를 바랐고, 신립은 단번에 거절하며 김명원이 겁이 많다고 혀를 찼다.
그렇게 이어진 출진.
밀양성에 도원수 김명원과 송상현, 정발 같은 자들을 남기고(신중하게 싸워야 한다고 조언했던 자들) 고집스럽게 출진했다.
신립을 따르는 자들은
순찰사 이일과 충주 목사 이종장, 조방장 변기, 종사관 김여물 등 북방에서 자기를 따르던 자들과 함께했다.
*
그에 반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3만3천 군병과 장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중군 1만.
사카키바라 야스마사 좌군 1만.
이이 나오마사 1만 우군.
고니시 유키나가와 매독에 걸린 오오타니 요시츠구 3천 병력을 가지고 유격대로 자리했다.
마쓰라 시게노부
고니시 사쿠에몬(유키시게) 척후대
오무라 요시아키
고토 스미하루 등 여러 장수가 있었다.
신립은 파악된 정보를 가지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나 고니시와 오오타니 요시츠구가 출정했단 소식에 이일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고니시에게 당한 걸 기억할 테지.”
그 말에 이일이 대답했다.
“그때는 너무 급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내주신 병력 대부분은 농민병이 아닙니까?! 그러니 이번은 다를 겁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십시오, 장군.”
그 말에 신립이 끄덕였다.
“좋다. 내주지. 내가 아는 이일이라면 고니시와 그 나병 환자에게 밀릴 사람이 아니지. 자네가 선봉대를 이끌고 놈들의 수급을 끊어오게.”
신립의 명령이 떨어졌다. 이일은 5천 병력을 가지고 선봉에 섰다.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고니시와 오오타니 요시츠구 내보내 맞서게 했다.
밀고 밀리는 접전.
북방의 맹장으로 이름난 이일이 질 전쟁이 아니었다.
이일은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며 전장을 기운을 불어넣었고, 고니시와 요시츠구는 버티지 못하고 물러섰다.
그리고 신립이 총공격을 지시하려고 하자 종사관 김여물이 반대하고 나섰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이렇게 밀릴 왜놈들이 아닌데 아무래도 함정같습니다. 도쿠가와가 유인계가 분명합니다. 추격하더라도 소수이 군병으로 움직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김여물의 말에 신립이 허락했다. 첫 승리에 흥분하기는 했지만, 신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또다시 승리하니 신립의 마음속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얕보는 마음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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