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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1.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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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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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6화. 핫토리 한조를 잡아라.

DUMMY

*


검은 옷으로 감싼 핫토리 한조의 척후대 50명.

이들의 목적은 김해읍성의 정찰.


본대인 9만 병력이 김해읍성에 다다르기 전, 김해읍성을 살펴보고 보고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바로 그 일을 위해 핫토리 한조와 50명의 닌자, 그리고 길잡이를 자처한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내달리고 있었다.


사각, 사각, 사르륵,


이들이 내달릴 때마다 풀잎이 흔들렸고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발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소리가 없었다.


은밀함.

닌자를 척후대로 사용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어서 따라오시오. 발걸음이 그렇게 느려서야···”


핫토리 한조는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바라보며 질책을 하였다. 예전 같으면 할 수 없는 면박.

칠본창 중 하나인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촉망받던 무장 중 하나였다.

하지만 모시던 주군이 연이어 죽어버리고 이제는 어디 하나 몸둘곳 없는 떠돌이 무사가 된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그건 다른 칠본창도 비슷했다.


“하아-. 금방 따라갑니다. 발걸음이 너무 빨라서...”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얼굴은 땀 범벅이 되었고 그럼에도 발걸음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렇게 달리다가 보니 김해읍성에 가까워진다. 저 멀리 성의 윤관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못 보던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건?!”


눈을 크게 떴다. 수풀 사이에 가려져 안 보이던 화포 진지.

그 화포를 지키는 조선군이 보이고 그들 옆으로 검술이 뛰어난 군관들이 대거 숨어있는 걸 알았다.


“아케치 놈이 회전會戰을 준비합니다. 어서 본대에 알려야 합···.”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낸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입이 틀어막히고 핫토리 한조에게 꾸중을 들었다.


실수.

분명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숲 안은 조용하기만 해 자칫 발각될 뻔했다.


핫토리 한조는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와키자카를 보려 보았고,

와키자카는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한껏 몸을 낮춰 기척을 숨기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조선놈들이 들었다면 소리치고 난리를 피웠을 텐데··· 놈들에게서 그런 기척은 없었다.


다행이다. 놈들이 알아차리지 못했어.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핫토리 한조를 보았고

한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깊숙이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정찰해야 해. 아케치가 어떤 수를 썼는지 낱낱이 파악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핫토리 한조는 입모양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50십여 닌자들이 저마다 자리를 옮겨가며 정찰을 이어간다.


그리고 파악된 광경.


함정, 은밀히 숨겨진 화포 진지,

교차 사격을 위한 조총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미 회전會戰은 기정사실이고 9만 병력과 맞상대를 놓을 것이다.


‘겁도 없군. 배포가 대단해. 이래서 아케치가 걸물인가.’


핫토리 한조는 두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사방으로 퍼졌던 닌자들이 정보를 물어오자 자기가 할 일을 다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바라보며 외곽으로 빠져나가자고 말하려는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천천히 물러서던 발걸음.

그러나 와키자카의 어설픈 움직임 때문인가? 걸리고 말았다.


“적이다! 저기 왜적이 있다!”

“아는 얼굴이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분명하다!”


검은 닌자복을 걸쳤으면 좋았을 것을.


사무라이 복장을 고집한 와키자카가 제일 먼저 걸리고 이어서 검은 옷을 입은 닌자들도 걸리기 시작했다.


“여기도 있다! 닌자들이다.”

“그때 그놈들이다!”


“헉! 한두 놈이 아니야.”

“최경회 장군께 알려야 한다.”


외곽 경계를 맡은 의병들이 먼저 움직였다. 2백여 의병들이 사방에서 조여오고 닌자들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개인 무력으로 닌자들을 이길 순 없고, 와키자카 야스하루도 발군의 검술로 의병들을 베어내며 추격을 떨쳐냈다.


“서둘러! 빨리빨리!”

“어서, 파악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핫토리 한조는 그렇게 소리쳤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발각되지 않고 빠져나왔으면 좋았을 것을.


아케치 놈의 허를 찌를 수 있었는데, 놈들이 함정을 팠듯이 아군도 그걸 이용했다면, 완벽한 승리를 자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걸렸으니 어쩔 수 없다. 멍청한 와키자카 야스하루 때문에 들켰으니.


‘하아-. 돌아가야지.’


긴 숨을 삼켰다. 그 과정에도 다가오는 의병에게 표창을 던지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빠른 발걸음으로 빠져나오니 쫓아오지를 못한다. 때는 늦은 저녁이요,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져 으스스함이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닌자에게 최상의 조건.

정찰도, 암살도, 적정 파악도, 훌륭한 조건이 오늘 밤이었다.


그걸 망쳐버린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야속하기만 했다.


“물러서라! 더는 의병들이 쫓지 못할 것이다.”


핫토리 한조의 외침에 닌자들이 한쪽으로 뭉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 조선군의 함정에서 빠져나왔고, 이제부터 핫토리 한조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숲속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모르는 의병 놈들이 쫓아온다. 숫자만 믿고 까부는 꼴이 우스웠다.


‘온단 말이지.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고.’


한조는 손을 들었다. 50명의 닌자들을 일렬로 세우고 무기를 뽑으라고 명령했다.


저마다 표창을 집어든다. 한 손에 3개 이상의 표창을 들었으니 한 번에 150발 이상의 표창이 허공을 가를 것이다.


200명의 의병들이 쫓아오고 있었으니 단 한 번 공격에 얼마나 죽을지가 눈에 들어왔다.


씨익.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핫토리 한조는 승리를 자신했다.


표창을 던진 후 달려들어서 섬멸한다. 최경회라고 했던가? 저번에 놓쳤던 의병장의 수급을 베어갈 것이다. 그걸 보면 주군께서 기뻐하시겠지.


그 생각으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이제 내리기만 하면 의병들의 비명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다가오지를 않는다.


분명, 가까운 거리에서 함성을 내지르는 소리는 들었는데?


‘어째서 오지 않는 게지?’


핫토리 한조는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보이는 또 다른 사람.


놈은 최경회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사람. 그리고 놈이 든 깃발에 대동계라고 쓰인 걸 읽었다.


놈이 홀로 나와 뭐라고 뭐라고 소리친다.


“의병 대장을 찾나?! 어째서? 수급이라도 베어가게?”


그 말에 조선 말을 아는 부하에게 일러 대답하게 했다.


“누구냐?! 네놈은 누군데 건방진 소리를 하는 게냐?”


“내 이름은 길삼봉. 조선 왕에게 역적으로 찍혀서 팔도를 도망치던 사람이지. 그러고 보면 참 많이도 도망쳤어. 다른 말로 네놈들 쫓는 것은 일도 아니란 말이야.”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가 올 것을 예상했단 말인가?

어떻게?

혹시 정보가 빠져나갔나?


핫토리 한조의 두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주군이 우려하던 말이 떠올랐다.


‘배신자가 있어. 진중에 숨어든 세작이 있을 것 같단 말이야.’

‘아무래도 규슈의 수리검이 제일 수상해.’


설마?


그 설마가 사실처럼 다가왔다.


핫토리 한조가 한 걸음 물러서자 대동계 병졸들이 와아아아! 하고 함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이에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자 어디선가 표창이 날아왔다.


핫토리 한조가 준비했던 표창보다 더 많은 수의 표창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피해! 기습이다!!!”

“조선군 중에 닌자들이 있다!”


하지만 부하들의 대응은 말보다 빠르지 못했다.


“으악!”

“표창이다!”

“수리검을 피해!”

“어디서 던지는지 찾아?!”


피한다고 피해지던?


앞에서 달려드는 건 대동계의 병졸이고, 좌우에서 표창을 던지는 건 처음 본 닌자들.


그들과 뒤엉켜 싸움이 났다.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대동계 사람과 검을 나눴고, 한조의 부하들은 때아닌 닌자들과 표창을 던졌다.


“크아악!”

“등, 뒤에도 있어.”

“사슬낫을 피해!”


사방에 비명이다. 혼란도 이런 혼란이 없었다. 50명의 닌자 중 40명이 사라지고 남은 10명의 닌자로 겨우 빠져나왔다.


그 과정 중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비명이 울렸다. 검계라고 불린 대동계 무사에게 포위당해 비명을 지른다.


“이놈들! 저리가라!”

“이놈들! 내가 시즈가타케 칠본창이다!”


야스하루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고, 그걸 듣고도 검계들의 검날은 무정없이 베어졌다.

오른팔을 베고, 허벅지를 찔러내고, 의병 중 몇몇은 죽창을 푹 찔러서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무릎을 꿇렸다.


아무리 검술이 뛰어난 와키자카라도 무더기로 덤벼든 공격에 당해낼 수가 없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붙잡히자 핫토리 한조는 두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틀렸다. 그를 구할 순 없어. 지금은 본진으로 달려가는 게 우선이다.


그럼에도 아케치의 군략을 파악했으니 알려야 한다.


아케치가 회전을 준비했다고.

교묘한 함정과 화포를 사방에 배치하여 결전을 치르려고 한다고 말이다.


“너희 중 살아남은 자는 오늘 본 것을 혼다 다다카쓰 장군에게 알려야 한다.”


핫토리 한조는 살아남은 부하들에게 말했다. 자기 포함 10명뿐인 닌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또다시 막히고 말았다. 어디서 숨었다가 나왔는지 만력쇄를(추가 달린 사슬 무기) 든 자가 길을 막는다.


놈은 핫토리 한조를 아는지 비릿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들썩거렸다.


한토리 한조를 놈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를 아나?”


“흥! 이에야스의 부하, 핫토리 한조를 모르면 섭섭할 테지.”


“말투를 보니 사츠마에서 온 놈이군. 역시 주군의 말대로 수리검이 배신했나?”


“배신자는 무슨. 우리는 원래 정이대장군의 부하들이다.”


“원래?”


“네놈은 아무것도 모르는군.”


“몰라? 뭘 모른단 말이지. 수리검이 이상하다는 건 어느 정도 눈치는 챘다. 그것 말고도 더 있단 말인가??”


“궁금한가?! 하하하. 어정쩡한 네놈 얼굴이 우습군.”


“이놈!! 날 놀리는 것도 정도껏이다. 그리고 원래라고 했다. 설마 내가 생각한 게 맞더냐?!”


“그래, 눈치 빠른 네놈 생각대로다.”


“.....설마 규슈 놈들 전체가.”


핫토리 한조는 이맛살을 좁혔다. 그가 생각하는 게 맞는다면 9만 병력 중 얼마나 많은 배신자가 숨어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이래서 회전을 준비한 것인가? 어쭙잖은 함정이 목적이 아니었어.”


“이제 알았나. 알았으니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말고.”


그 말과 동시에 만력쇄가 신호했다. 그러자 나무 그림자 속에서 꽤 많은 자가 등장한다.

30명이 넘어가는 닌자들.

저들은 바람총을(독침을 입으로 부는 총) 입에 물었고 만력쇄가 신호하자 일제히 발사해서 7명을 맞추었다. 그리고 남은 3명이 반항하자 그물을 던지고, 또 어떤 자는 수리검과 표창, 짧은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우당탕탕, 한바탕 난리가 났다.


수많은 닌자가 뒤엉켜 싸움이 났다. 그중 핫토리 한조의 능력이 발군이었다.

하지만 체력의 한계는 분명해서 오른팔은 그물에 엉키고 또 다른 팔은 사슬낫에 붙잡혀서 잡아 당겨졌다.


그리고 마지막, 만력쇄가 육중한 추로 내려치자 머리뼈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가 들리며 주저앉았다.


풀썩.

혼절한 핫토리 한조의 몸뚱이.


혼노지 변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살렸던 핫토리 한조가 조선 땅에서 잡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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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156화. 송상현, 정발의 헌신 +2 24.06.16 228 14 12쪽
156 155화. 정신이 어지러운 도쿠가와 이에야스 +2 24.06.15 252 12 13쪽
155 154화. 홍의장군 곽재우의 활약 +1 24.06.14 229 11 12쪽
154 153화. 곽재우의 활약 +2 24.06.14 223 11 11쪽
153 152화. 동래성 탈환전. +2 24.06.13 280 12 14쪽
152 151화. 노부나가의 진군과 길을 막는 사람들. +1 24.06.12 268 10 12쪽
151 150화. 노부나가의 군략을 알아차리다. +3 24.06.11 265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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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7화. 혼다 다다카쓰를 상대하다 +1 24.06.08 297 14 14쪽
» 146화. 핫토리 한조를 잡아라. +2 24.06.07 271 15 12쪽
146 145화. 노부나가의 군략에 똥을 뿌리다. +2 24.06.06 277 15 13쪽
145 144화. 노부나가와 이에야스 24.06.05 290 12 13쪽
144 143화. 규슈에서 온 지원병. +2 24.06.04 286 11 12쪽
143 142화. 2차 침공. +4 24.06.03 304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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