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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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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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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2.12.2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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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추천
6
글자
12쪽

제 12편

DUMMY

제 12편







”징글징글하네 진짜······”


나는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난 파랑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얼굴이 이쁘장하게 생기면 뭐하는가?

사회부적응자? 검에 미친 여자? 그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와도 어울릴 것 같은 여자였다.


질렸다는 기색의 나에게 검을 뽑아들어 겨누는 아이린.

그런데 그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너··· 어떻게 그렇게 할 수있는 거지?”


“또 뭘? 그리고 왜 자꾸 반말이야?”


“이걸 어떻게 한 거냐고 묻잖아.”


나를 향한 그녀의 검에 푸르스름한 불길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익스퍼트라는 경지의 증명.


“오해야.”


나는 급구 변명하였지만, 믿지 않는 기색의 파랑이였다.

귀신을 상대하기 위해서 장군신에게 힘을 빌렸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하기 곤란해 하고있는데, 갑자기 파랑이가 검을 거두었다.


-툭.


그러면서 내 발치에 던져지는 목검.


“진검이 싫다면 그걸로라도 해.”


하필이면 에이든도 보이지 않는 상황.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그녀의 마음이 꽉 깨문 입술에서 드러났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힘없는 병사들은 오히려 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



“휴우··· 이번만이야.”


결국 한숨을 내쉰 나는 파랑이의 대련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미운 정도 정이라고,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을 연무장에서 보내었기 때문인지 나를 다치게 할 것이라는 예상.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은 무참하게 무너져내렸다.



-퍼어억


“끄어억···”


시작하자마자 허벅지를 강하게 얻어맞은 내가 비틀대는 사이 그 틈을 파고들어오는 파랑이의 검.


유연함을 강조하는 디트리히 검술이나 제국의 검술과도 다른 공격이었다.


마치 십 여개의 검이 찔러오는 듯한 공격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변화를 일으켰다.

갑자기 내 정수리를 향해서 떨어져내리는 목검.


저걸 맞으면 최소 한달은 입원이었다.



“이익!”


때문에 검을 들어서 틀어막으려는 찰나, 또다시 변화하는 파랑이 검의 궤도.


갑자기 사라진 그녀의 검이 내 비어있는 옆구리를 후려쳤다.



“엌!!!”


외마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나.


그런 나를 보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려다보는 파랑이.


나와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조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의 아이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실망한 말투.



“···약한데?”


“······”









*****








그 이후,


두 번을 더 도전했지만 비오는날 먼지나듯 얻어맞은 나는 연무장의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다.



나름의 자신감에 차올라 있었건만 이세계로 넘어와서 남자도 아닌, 한참은 어린 여자에게 얻어맞고 나니 몹시 우울했다.


지금이야 갓 20살이 된 팔팔한 몸이지만, 원래 내 나이는 30대 중반.


띠동갑도 넘게 차이나는 어린 여자에게 맞은 곳이 몹시 쓰라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 주변을 항상 맴돌던 척준경놈이 때마침 없다는 점.


놈이 있었다면 칼날같은 혓바닥으로 나의 정신마저 구석구석 난자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찰나, 지금껏 눈치만 살피던 누군가가 다가왔다.



[저기··· 괜찮아요?]


“······”


[미안해요. 우리 딸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 대신 사과하고 싶은데······]


말을 걸어온 것은 파랑이를 졸졸 따라다니던 삼십대 여자귀신.

들어보니 파랑이의 엄마인 모양이었다.


[내가 미안해서 그래······]


“하아. 누굴 바보로 아십니까? 그래서 그쪽은 저한테 바라는게 뭔데요? 왜? 제가 모를 줄 알았어요?”


영혼이 응당 가야할 곳으로 가지 않고 이승에 머무는 이유.

그것은 간단했다.


한(恨).

내게 정곡을 찔렸는지, 머뭇거리기 시작하는 파랑이의 엄마귀신.


[······우리 딸을 도와줘요.]


“······”


그렇게 나는 나를 죽자고 두들겨팬 여자의 엄마 귀신으로부터, 딸을 도와달라는 어이없는 부탁을 받았다.


스스로도 염치가 없는 것을 아는 모양인지 천천히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엄마귀신.


대충 간략하게 추려보자면 파랑이는 병들어 죽어가는 왕이 있는 어느 한 왕국의 왕족이었고, 차후 왕위 계승권자중 한 명으로 지목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대륙에서 방귀좀 뀐다는 군사강국 이스틴 왕국의 공주.


그런데 저쪽은 혈연간의 혈사가 비일비재하다는 풍비박산난 집안이었다.

눈앞의 여인 또한 독살을 당한 당사자.



[저는 저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 하아. 딴데 가서 알아보십쇼. 지금 내 코가 석자거든?”


[부탁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저를 알아봐주거나 제 말을 들어주지 못했습니다···]


“아니, 이쪽 세계에는 무당이나 그 비슷한 사람도 없는거야? 왜 그 성직자? 사제라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런 사람들을 찾아가지 왜 다들 나한테 오는거야?”


[그들은······ 땅 위를 거니는 영혼들은 모두 악이라고 규정하고 징죄합니다. 저같이 억울한 이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할 뿐더러 대화도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퇴마를 명목으로 죄 없는 이들에게 나쁜짓도 일삼는 자들입니다.]


더욱더 창백해지는 상대의 얼굴.

하지만 나는 매몰차게 거절하고는 돌아섰다.


“딴데 알아보쇼. 보아하니 복채도 못받게 생겼구만···”


[앞으로 귀인께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제가 딸아이를 잘 타이르겠습니다.]


“······뭐야, 딸내미 한테는 모습이 보이는거요?”


[그럴리가있겠습니까... 아이의 꿈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현몽을 말하는 거로구만···”


[앞으로 귀인의 수련에 방해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의 오지랖.


굳이 듣지 않아고 무시하더라도 되었지만, 그래도 딱한 사정을 들어보니 부탁이 뭔지는 들어보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부탁이라는 것이 말도 안되는 부탁이었다.




“안돼! 절대로 안돼!!”


[그러지 마시고 제발···]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저 파랑이를 왜 데리고 살아?!!”


[아니, 그것이 아니오라··· 신변만 거두어 주신다면 저 아이를 위협하는 이들이 감히 암수를 쓰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시끄러워! 그게 그 말이지!! 망명, 그런거 말하는것 아냐? 지금 내 코가 석자인것 안보여? 내가 죽게 생겼어, 내가! 나도 볼모 신세라고!!”


[하지만 귀인께서는 고귀한 분과 함께시지 않습니까?]


“뭐? 고귀한??”



어디서 자존심만 더럽게 세고, 도움 하나 안되는 장군신을 고귀한 분이라고 칭하는 귀신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어떤 신께서 강림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사오나··· 이 보잘것 없는 저에게도 범접할 수 없는 저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귀인.]


몇 번을 뿌리치더라도 계속해서 달라붙는 엄마귀신.

모정 때문에 이승에 남아있는 만큼, 자식에 대한 것만큼은 한이 사무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무시하고 뿌리치는데 한쪽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쯧쯧쯧··· 피도눈물도 없는 애송이 같으니라고······ 그래, 그쪽은 사정이 딱하구만, 그리고··· 고귀한 분이 어떻다고?]


어느새 우쭐한 표정의 장군신놈이 나와 내 발목을 붙들고 늘어져있는 엄마귀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다음대 왕위를 노리는 자들의 암수.

독과 암살자가 판을 치는 이스틴 왕국을 벗어나, 그 누구도 쉽게 일을 벌일 수 없는 칼투스 제국의 아카데미에 발빠르게 입학 시킨 것까지.


딱한 사정을 구구절절 읊어대는 엄마귀신 샤르트 였다.



그리고 어느새 나타나 흐르지도 않는 눈물을 끼륵 거리면서 훔쳐대는 장님원귀까지.


가지가지 하는 그 모습을 보다못해 짜증이 치밀어 오른 나는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부우웅.



그러자 저 멀리서 콧방귀를 뀌며 나를 바라보는 파랑이.


대체 사지도 멀쩡해 보이는 저 여자가 왜 치료소에 붙어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알려고 할 수록 엄마귀신의 덫에 빠지는 듯해서 모른척 했다.



-부우우웅.


아까 전에 얻어맞은 것 때문인지 휘두를 때마다 삭신이 쑤셔왔지만,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사실 깨달은 점이 많았기 때문.



‘아직까지 경험이 따라가지 못해.’


이제야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하는 몸이었지만, 남의 경험만으로는 이빠진 검을 휘두르는 셈이었다.


말 그대로 흉내내기나 할 줄 알았지, 실제로 검을 맞대어본 경험은 아직도 미천했다.


‘어떻하지? 병사들부터 한 명씩 상대해봐야 하나?’


복잡해진 머리를 흔들면서 검술에 집중하려는 찰나, 혀를 차는 소리가 또다시 뒤에서 들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훨씬 더 빠르고 작게 들리는 혀차는 소리.

되돌아보니 파랑이가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었다.

차가운 표정에 차가운 말투.



“넌 성장세는 빠르지만 경험이 부족해.”


“······어쩌라고. 잘 알고있거든?”


“아래. 항상 아래쪽을 봐.”


“···?”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서는 멀어지는 파랑이.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서 내 발 밑을 내려다 보았다.


대체 무슨 소리지?


헛소리로 치부하고 훈련을 재개하려 할 때였다.




[쯧쯧쯧.]


이번에야말로 익숙한 혀차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엄마귀신 샤르트와의 대화가 끝난 척준경이었다.


[네놈은 답을 알려줘도 모르는군.]


“무슨 소리야?”


[쇠귀에 경읽기도 아니고··· 대체 너는 눈깔을 어디에 두고 싸우는거냐?]


다짜고짜 내가 시선을 어디에 두고 대결을 벌인 것인지 물어오는 척준경.

나는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칼? 맞으면 아프잖아.”


[후우.]


내 대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척준경. 놈의 어이없다는 표정이 너무도 신랄해서 다른 답변을 해보았다.


“눈빛? 아니지. 어깨 어깨가 답인가?”


[우둔한 놈······ 발이다 발. 네놈은 역시 칼맞아 죽을 명줄이로구나.]


“뭔 개소리야? 눈 앞에 시퍼런 칼이 들어오는데 발을 봐서 뭐해?”


[하··· 네놈 서있는 자세 그대로 검을 휘둘러 봐라.]


“···?”


나는 놈이 시키는대로 목검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아래로 내려 그어보았다.


[뭐가 느껴지지?]


“······모르겠는데?”


[이 천하의 멍청한놈···]


정말로 느껴지는 것이 없었기에 놈의 욕설을 듣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나, 자세가!]


“어?”


화를 내려던 찰나, 그러고 보니 우두커니 서 있는 자세로 검을 내려쳤더니 몸이 일순간 비틀거렸었다.


-스윽


때문에 발을 내밀어 디딤발을 확실히 한 다음, 검을 내려쳐 보았다.



-부웅.

-부우웅.


몇 번을 내려쳤지만 흔들리지 않는 자세.

더 강하게 내려치기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치명적인 공격이나 반격이 있을 때마다 먼저 움직였던 파랑이의 디딤발.


“······ 그런거였군.”


[쯧쯧쯧··· 제대로된 공격은 안정된 자세에서 나온다. 그러니 항상 상대의 발놀림을 주시하고 싸운다면, 적의 환검에 쉽게 속지는 않는다.]


“환검?”


[상대의 눈을 어지럽히다가 치명적인 약점을 파고드는 검. 저 아이린이라는 여아가 사용하는 검술이지.]


“나도 저런게 가능한건가?”


[왜? 알고싶나?]




마침내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눈빛이 희번덕거리는 척준경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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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 10편 +1 22.12.27 298 7 11쪽
10 제 9편 +1 22.12.26 317 6 11쪽
9 제 8편 +1 22.12.25 328 8 12쪽
8 제 7편 +1 22.12.25 344 8 11쪽
7 제 6편 +1 22.12.24 374 8 11쪽
6 제 5편 +1 22.12.23 390 9 12쪽
5 제 4편 +1 22.12.22 424 12 12쪽
4 제 3편 +2 22.12.21 428 10 12쪽
3 제 2편 +1 22.12.20 478 10 12쪽
2 제 1편 +1 22.12.19 611 10 12쪽
1 프롤로그 +1 22.12.19 626 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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