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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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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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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1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2.12.20 23:05
조회
478
추천
10
글자
12쪽

제 2편

DUMMY

제 2편







“그게 그러니까······제국의 귀족이시라고?”


“그렇다만?”


뭔가 이상한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낯선 중년인.

앞서 병실을 드나든 도넛맨보다 더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귀족이었다.


혹시나 알던 사람인가 확인하기 위해서 원래 몸의 주인의 기억을 뒤져 보았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기억이 뒤죽박죽이라 그런가?’


재확인을 해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일어난지 얼마 안되서 잘 기억이 안나는데··· 누구시더라? 저희 만난 적이 있었던가요?”


“먼 발치에서 몇 번. 왕자가 우리 제국이 자랑하는 황실 아카데미에서의 ‘교육’을 목적으로 도착했던 첫날 인사를 한 적이 있지.”


“아, 그렇군요. 그런데······”


나는 말끝을 흐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탐색의 시선을 보내는 제국의 귀족. 내가 어디까지 회복했는지 살피는 기색이 확실했다.


덕분에 기분이 다시 더러워졌다.



“나는 왕족. 너는 귀족.”


“······?”


“근데 왜 반말이야?”


“······하!”



여유만만한 시선으로 나를 줄곧 관찰하던 제국의 귀족이 코웃음을 내질렀다.



‘음···이게 아닌데?’


조금은 기선제압을 할 목적으로 질러 보았는데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무안함에 눈만 끔벅거리고 있는데 놈이 먼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면서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하는 제국의 귀족.



“원래부터 망나니 새끼라더니··· 꼴에 자존심은.”


어이 아저씨.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어떡해?

망나니짓을 한건 내가 아니지만 조금 빡칠려고 그러잖아?


그나저나 왕족이라고 거드름을 피울 수 있는 깜냥이 못되는 모양이었다.

말이 제국에서의 유학이지, 사실상 볼모 신세인 것은 기억을 뒤져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인줄은 몰랐다.




“아아, 농담이야 농담. 아시다시피 죽다 살아나서 아직 정신이 깜박깜박하네?”


“······”


혹시 모를 적은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능청스럽게 말을 하며 이마를 짚었다.


그때였다.




-콰앙!!


“이. 이게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 고루난 자작!”


병실의 문을 부서져라 열어젓힌 도넛맨이 구르듯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정말 무례하게 내 온몸을 구석구석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치 눈앞의 제국귀족놈이 나에게 몹쓸 짓이라도 했다는 듯, 한참을 살피던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마침내 돌아섰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것도 없이, 일국의 왕위계승자가 머무는 병실에 난입하다니! 이건 절대로 묵과할 수 없습니다!!”


비지땀을 흘리면서 소리치는 도넛맨.


그런데··· 그 말보다 왕위계승자라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이따위 몸으로? 무슨 나라 말아먹을 일 있어?’


심히 걱정되기 시작하는 사실.

그런데 눈 앞의 두 사람은 정작 일국의 왕자 앞이라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묵과 하지 않으면 어쩔 것이오?”


“···이 무슨 경우 없는!!!”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카르트로 공작님의 명을 받아 온 것이오. 불만있다면 공작님께 직접 항의하시오.”


“그···그건······”


“왜, 못하겠소? 그럼 그 땀냄새나는 몸 좀 비키시오. 공작님의 말씀을 그쪽 왕자께 전해야겠으니.”



치욕적인 발언에도 볼을 부들부들 떨고만 서있는 도넛맨. 당장이라도 엎어버릴 것처럼달려들던 도넛맨은 카르트로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도우텃 백작을 신경질적인 손짓으로 밀친 고루난 자작이 입을 열었다.


병상에 기대앉은 나를 못마땅하다는 듯 내려다보는 놈의 건방진 시선.


지구의 상식을 가지고 와서 생각해 보더라도, 자작 정도의 귀족이 보일 만한 눈빛이 아니었다.



“험험. 그럼 토씨하나 틀리지 말고 전하라고 하셨으니, 그대로 말하겠소.”


“······”


“나, 카르트로 공작은 대련중 ‘불의의 사고’로 거동이 불편하진 노르트 왕국의 루크 디트리히 왕자에게 심심치 않은 위로를 보이는 바. 이를 위로하고자 소량의 황금과 위로품을 지급하겠소, 그러니 양국의 발전을 위해서 질로트 카르트로와의 일은 함구하도록 하시오.”


“그···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요?!

일국의 왕자가 일년동안 병상에 누워있는 사고를 당했는데 아무런 추가 조사도 없이 이렇게 덮는다고?!”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불만을 말하는 도우텃 백작.

살찐 목에 핏대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몹시도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에 비해서 매우 여유만만한 표정을 짓고있는 제국의 고루난 자작.


“아까도 말했지 않소? 불만 있으면 카르트로 공작님께 가서 직접 말하시오. 그리고 여기.”



-툭


내 병상 발치에 던져진 작은 가죽 주머니와 작은 유리병.



“마력의 고리에도 타격이 있다는 것을 들으신 우리 자비로우신 공작님께서 챙겨주신 마력수요. 최상급 물품이니 먹든 팔든 왕자 알아서 하시오.”


“······”


“이···무례한 자가!!!”


“왜 가만있어? 쳐봐. 자신있으면.”


“이···이익”


대답 없는 나를 대신해서 제국 귀족의 멱살을 감아쥔 도우텃 백작.

하지만 결국 들어올린 주먹을 내지르지는 못했다.



-툭툭


백작이 힘없이 손을 풀자 피식하고 웃은 고루난 자작이 한마디를 하고 돌아섰다.



“어디서 굴러먹던 소국의 거지새끼들이 꼴에 왕족이라는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말도 못하는 도넛맨. 조금은 관전하듯이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그를 조금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야.”


문을 열고 나가려는 놈을 불러세웠다.

그러자 짜증가득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는 고루난 자작.



“······?”


“너··· 운좋은줄 알아라. 응? 내가 복채는 받은 걸로 치고 말해줄테니. 너··· 요새 꿈자리가 좀 사납지?”


“······??”


“목도 천근만근 무겁고, 눈깔도 모래 들어간것 마냥 시도때도 없이 따갑고 응? 내말이 맞지? 약도 소용이 없고?”


“······그.그걸 어찌?!”




돌아서던 발길을 뒤로하고 황급히 다가오는 제국의 귀족놈.

무언가 해결방법을 찾는 간절한 눈빛을 보아하니, 최근 어지간히도 괴로운 모양이었다.


나는 병상 바로 옆까지 다가온 놈을 자세히 뜯어보면서 입을 열었다.



“어허~! 어허헛~! 어디 보자 다시 보자 살펴 보자······ 쯧쯧쯧. 이거 안 되겠구먼.“


“······?! 뭐가 안 됬다는 말입니까?!”



어느새 경어채를 사용하는 제국의 귀족놈.

불안하게 흔들리는 놈의 눈깔을 보아하니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너 최근에 억울한 사람을 세 명이나 죽였구나?”


“······?!!”


“어깨에 귀신이 셋이나 붙었으니··· 어디보자, 한명은 양쪽 눈이 없다보니 니놈 눈깔을 가져가려고 눈을 손톱으로 쑤시고 있고, 다른 두 놈은 목이 반쯤 잘린것을 보아허니 네놈 목 또한 자르려고 용을 쓰고 있구나! 어허이···. 불경스러운지고······”


내 말에 무언가가 떠오른 듯, 다급해진 고루난 자작의 얼굴.

절박함을 넘어서 구원을 바라는 전형적인 얼굴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면전에다가 아껴두었던 막타를 날렸다.



“쯧쯧쯧··· 이건 해결 못해. 그냥 포기하고 그렇게 살어.”


“······예?”


“길면 3 년. 짧으면 올해. 이제 나가봐”






*****







혼이 빠져서 걸어나가는 고루난 자작의 뒷모습.


그 모습을 통쾌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도우텃 백작이 갑자기 중요한 무언가가 생각이라도 난 듯 입을 열었다.



“경황이 없어서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만······ 몸이 회복되시는대로 아카데미에 잠깐 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미처 뒤져보지 못한 왕자의 기억.

심지어 반말로 대꾸해 버렸다.


하지만 내 반응이 이상하지는 않았는지, 도넛맨이 말을 이어나갔다.




“왕자님께서는 막 일어나셔서 모르고 계실 겁니다. 이미 졸업반이셨던 왕자님께서는 따로 심사 없이, 수료식에 참석만 하시면 된다고 합니다.”


물론 무슨 말인지 아직 파악이 힘든 나는 잠자코 있었고, 도넛맨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얼굴이었다.



“아카데미 학생들의 대련중에 발생한 사고였기도 하고··· 아무래도 심사를 패스할 수 있게 된 것도, 카르트로 공작가에서 힘을 쓴 모양입니다.”


듣자하니 이 몸을 이렇게 만든 것이 카르트로 공작이라는 놈의 아들인 모양이었다.

별달리 반박할 마음도, 힘도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랬더니 조금은 안심한 듯한 표정의 도넛맨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제국 아카데미라는 곳이 사건사고도 많은 곳이기도 하고 세간의 이목이 많이 집중되는 곳이기 때문에··· 어쨌든 왕자님의 신분을 숨기고 입학했던 것은 좋은 판단이었습니다. 왕자님의 진짜 신분을 모르고 벌인 행동이니 양국의 앞날을 위해서 이번만은 넘어가는 것도 현명하지 않나···라는 소신의 생각입니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대충 훑어 보았던 왕자놈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있는 도넛맨이었다.


“어쩌면 왕자 전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덮고 넘어가는 편이 나을 지도 모릅니다.”


말을 내뱉으면서 연신 내 눈치를 살피는 도넛맨.

내가 자신의 조언에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이 몸뚱아리의 원래 주인의 기억을 뒤지다보니 알게된 사실.



‘분명 질로트라는 놈이 촌구석 국가의 왕자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도발했었는데?’


그리고 대련 또한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처음에 발끈해서 달려든 것은 사실이었으나, 명백히 다대 일의 싸움.


그것도 일방적인 구타였다.




‘하··· 이 새끼들이?’


조금씩 굳어지는 나의 표정.


하지만 이를 눈치채지 못한 도넛맨이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마음고생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중략하자면 내가 누워있는 동안 모국에 시달렸던 것, 그리고 사건을 덮으려하는 제국과의 치열한 공방.


중간중간에 양국의 발전이라는 말을 교묘히 뒤섞는 것을 보아, 나를 설득하려 열심히 노력중인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말하는 그 어떠한 것도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료식.”


“그러니까······네,네?!”


“아카데미 수료식이 언제지?”


“대략 3달 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어찌······?”



조금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도우텃 백작.

나는 그 눈빛을 가뿐히 무시해주면서 몸을 풀었다.


비록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었지만, 이 몸에 빙의해 있는 이상 내 일이었다.




“이제 그만 나가봐.”


“와,왕자전하?”


“빨리 나가라고, 더워 죽겠는데 방 온도 올리지 말고.”


“네,넵. 그럼 소신은 내일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축객령에 무거운 엉덩이를 떼는 도넛맨.


아직 아까의 고루난 자작과의 일을 포함해서 내게 묻고 싶은 것이 남아있는 눈치였지만, 아래것들의 물음에 일일이 답해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더우니까 좀 가라고!”


짜증을 내니 땀을 닦으면서 황급히 걸음을 옮기는 도넛맨.

저놈의 망나니 내 저럴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읽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망나니 컨셉이야말로 가장 편한 컨셉이었기 때문.


앞으로 쭉 유지할 생각이었다.



“아 잠깐!”


“네···넵?!”


“가기전에 이거. 병에든 요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가.”



병상에 굴러다니는 최상급 마력수라는 것이 발에 채였다.

그리고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까 대화중에 그놈이 말했던 마력의 고리가 깨졌다는게 무슨 말이지?”





이쪽 세상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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