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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I

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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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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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7,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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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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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4편

DUMMY

제 4편








“킬킬킬. 너 나 보이는거 맞잖아. 그치? 아까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말야. 내가 맞지? 킬킬킬 내가 보이지? 아까도 그 쓰레기 백작 새끼한테 내 얘기 했었잖아. 응?”


“······하아.”


“그런데 너 몸주변에 그거 뭐야? 신성력은 아니고··· 느낌이 조금 다른데? 응? 응? 나한테 말해줄래? 응? 아냐, 내가 맞춰볼까? 넌 분명 사제는 아니야. 킬킬킬. 아니야, 사제인가? 이상하긴 한데··· 그럼 이교도인가? 아닌가? 아냐, 너는 이교도야. 내가 맞을거야. 맞아야 해. 나는 눈이 안 보여도 항상 잘 맞추거든.”



어느덧 창문을 통과해서 병실에 서있는 눈파인 젊은 여자귀신.

산발인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빛 면상은 여러 귀신을 보아온 나로써도 침음을 삼킬 정도로 끔찍했다.


얼굴에는 날카로운 칼로 난자된 흉터가 가득했고, 두 눈이 파내어진 구멍이 더욱 더 선명해 보였는데, 어쩌면 내가 누워있는 침대의 끄트머리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는 태연함을 가장하며, 보이지 않는척 원귀를 무시했다.




‘살굿은 커녕 장군신도 떠났고··· 몸도 움직이기 힘들어.’


몸 속에서는 마나가 야생마처럼 날뛰고 있었고, 뒤를 봐주던 장군신도 없는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

급기야 철문쪽으로 향하는 내 눈 바로 앞에 원귀의 흉칙한 얼굴이 들이밀어졌다.



“까꿍? 킬킬킬”


“하하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허세가 아닌, 진심으로 터져나온 웃음.


그나마 조금은 영험한 무당이다는 소리를 듣던 내가 눈 떠보니 별나라에 와있고, 그것도 별나라의 원귀에게 죽는 결말이라니.


그저 헛웃음이 나왔다.





“킬킬킬. 웃어? 왜? 너도 내 얼굴이 웃기니?”


웃음소리와는 다르게 점점 더 흉악하게 일그러지는 악귀의 얼굴.


나는 아무런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악귀의 손톱이 내 얇은 뱃가죽위에 올려져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포기해버리니 그저 마음이 평안해졌다.




“응? 응응? 왜 그러는거야?? 왜? 죽을 것 같으니까 이제야 내가 제대로 보여? 어때? 나 이뻐? 너도 나랑 자고 싶어?”


"......하아."


"사실 한 번에는 잘 안 죽더라고. 그러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백 일만 괴롭혀 줄게. 킬킬킬."


“······”


그런 태연한 내 얼굴을 보고 이상하다고 여겼는지 호기심이 어리는 원귀의 얼굴.


하지만 나는 원귀의 너덜너덜한 얼굴을 보고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원귀의 뒤편.

원귀의 몸집보다 세 배는 건장한 누군가를 보고나서부터 마음이 평안해졌다.





“예쁘다고 말하면 살려줄게 킬킬······? 응? 자꾸 어딜 보는거야?”


[감히···]


“······?!!!”



-덥썩



솥뚜껑만한 손이 원귀의 작은 머리통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머리가 붙잡힌 원귀가 양손의 손톱을 뒤로 황급히 휘둘러댔지만, 장군신이 입고 있는 갑옷에는 얕은 생채기조차 남기지 못했다.


-깡깡. 우득



“끄어어어?!!”


오히려 손목이 붙들린 원귀의 손목이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덜렁거렸다.

순식간에 양손을 제압당한 원귀.


‘귀신도 뼈가 부러지네?’


급기야 양 발마저 부러뜨린 장군신이 원귀의 머리를 잡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존재감이 희미해지면서 달아나려고시도하는 악귀.


하지만 하위신이자 신령한 존재로까지 모셔지는 장군신의 앞에서는 헛된 발버둥일 뿐이었다.



-퍽.퍽.퍽.퍽.퍽


“끄아악. 끄륵. 살···살려”


[이미 죽은 잡귀 따위가 살려달라니··· 원한이 깊은 원귀로고. 그냥 여기서 명계로 꺼져라.]


-퍽.퍽.퍽.퍽.퍽


“끄르르륵···”


병실안에서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졌다.

감히 장군신이 깃든 무당의 몸을 해하려한 죄. 장군신의 눈에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더욱 더 애처로워진 원귀의 몰골이 희미해지다 못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나는 침대에 누운채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어따 그 양반 야무지게도 패네.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내가 묻고 싶은게 있는데···저기 왜 돌아왔어?”


[······]


“분명 아까는 미련없이 떠난것 아니었나? 아니면, 막상 떠나려고 했더니 여기 세계가 만만치는 않은 모양이야?”


[네놈······ 방금 내가 네놈이 죽을 뻔한 걸 도와준건 알고도 그렇게 말하는거냐?]


“왜, 내가 고마워 할 줄 알았어?”


나는 반쯤 다져진 원귀를 턱으로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된 장군신.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쪽 세상으로 끌려온게 그쪽 때문이 아니었나? 저 원귀를 만난것도, 이 거지같은 몸에 들어온 것도 다 누구때문인데 내가 고마워해야되지?”


[······내가 원해서 이쪽으로 끌려온 것이 아니다. 분명···]


“알어, 안다고. 그 대악귀 때문이라고? 그래서 뭐? 뭐가 달라지냐?? 여기도 천신, 일신, 월신, 성신님이 계시는 선계(仙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늦었어. 여튼 나 먼저 간다. 이쪽 인계에서 혼자서 잘먹고 잘 살아봐”


[······?]


“왜? 척 보면 모르냐? 쿨럭.”



태연한척 말을 하기는 했지만 도저히 버티지 못한 구토감. 비릿한 혈향과 함께 비선혈을 한웅큼 토해버렸다.


나는 앞섬을 붉게 물들인 피를 내려다보다가 입가를 닦으며 씨익 웃었다.



“마력수인지 뭔지, 아주 그냥 독이네 독. 이러니까 아무거나 주워먹으면 탈난다고들 하는거구나?”


[네놈··· 원력(原力)이 상해가고 있구나?]


“응. 어쩔.”


[··· 오장육부에 퍼져있는 그 기운때문인가? 담을 단전도 없는데 감당치못할 기운이 들어와서 그런지, 약해진 오장육부를 뒤짚어엎고 있군.]


“그래. 그러니까 진단은 잘 들었구요. 그럼 의사양반? 극락으로 가든 지옥으로가든 알아서 할테니까 저리좀 가세요. 이왕이면 지가 예쁜줄 아는 저 핫한 친구도 좀 데리고가고, 쿨럭.”


나는 묵사발이되어있는 원귀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말을 많이했더니 다시금 치밀어 오르는 핏덩어리.


육신을 누일 자리가 한 평생 살던 고향이 아닌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딱히 삶에 미련도 없었다.


돈도 없었고, 고아였기에 친족관계도 없었으며, 사랑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어쩌다 신내림을 받은 박수무당.


그게 내 이전의 삶이었고 새로얻은 삶 또한, 명줄이 짧은 허무한 삶이었던것.

그게 다였다.



원귀를 마주했을때 웃은 것도 결국은 나 스스로에 대한 자조어린 비웃음.



[웃기고 있군. 네놈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건가?]


“······흔한 장군신? 크큭.”


나는 점점 흐려져가는 시선 속에서 발끈하는 장군신놈을 비웃었다.


[멍청한놈. 개똥밭을 구르더라도 이승이 낫다는 말을 모르나? 약해빠진놈.]


“······어쩌라고.”


이제는 정말로 대답할 기운도 남지 않았다. 오장육부에서 느껴지던 고통은 마치 마취라도 된 듯, 아무런 느낌조차 없었다.


그렇게 무거운 두 눈꺼풀을 감기 직전.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장군신놈의 커다란 손이 내 배를 꿰뚫었다.













*****











“······끄으으”


분명 얼마전에도 이렇게 깨어났던 것 같은데, 또다시 병실의 천장을 보면서 깨어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몸의 통증도 없을 뿐더러, 병실밖으로 뛰쳐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응??”


왼쪽 다리에 묵직한 느낌이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 다리를 베고 잠들어있는 덩어리 하나가 보였다.


“도넛맨?”


“······”



대체 내가 얼마나 잠들었던 거지?

그리고 왜 여자도 아닌, 저런 땀내나는 놈에게 간호를 받고 있었던 거지?


온갖 질문이 스쳐 지나갔지만 가장 안도한 부분은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


사실 조금 허세를 부렸을 뿐, 살고 싶었다. 장군신놈이 했던 말이야말로 너무도 공감했던 말.


개똥밭에 구르더라도 이승이 나았다.

게다가 명부에가서 심판을 받기에는 캥기는 일이 너무도 많았거든.


‘이건···?’


그리고 무엇보다 몸속에서 힘차게 돌고 있는 마나가 느껴졌다.

에이든이라는 기사놈이 설명한 심장 부근이 아닌, 배꼽 아래쪽에서 묵직한 마나의 덩어리가 느껴지는 것이 조금은 이상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죽다 살아난 마당에 뭐가 대수냐라는 생각이었다.



“흐음···”


나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내가 정신을 잃기 전 주먹을 휘두르던 장군신. 그런데 상황을 보아하니 꼴에 몸신이라고 나를 살려준 모양이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오갈곳 없는 타지에서 기댈 곳이라고는 같은 고향출신인 나 밖에 없었기에 살려준 것이거나.


“이걸 봐줘 말어?”


이렇게 살아난 마당에 놈과 척을 지어서 좋을 것은 없어 보였다.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초자연적인 존재인 신령. 장군신의 힘을 빌리는 것이 옳았다.


원귀가 설치는 곳이라는 것은 확인했으니, 더욱 필요로해진 몸신의 존재.


사실 영력이 강한 사람으로써, 스스로의 힘으로 원귀를 물리칠 힘을 얻기 전까지는 놈과 화해할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는 어떡하지?”


일단 마나라는 것을 얻었으니 몸은 서서히 회복될 터.

그렇다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스스로의 힘을 기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이라는 것은 내 머리속에 넘치고 있었다.



“얼마나 멍청하고 능력이 없으면 배운것의 십분의 일도 못얻은거야?”


원래 몸뚱아리의 주인인 왕자의 기억을 꼼꼼히 살펴보니 기가 막혔다.

그야말로 왕국 최고의 스승들과 영약을 어릴때부터 끼고산 왕국의 첫째 왕자.


하지만 둔재에 머리까지 나빴는지, 대부분의 가르침은 놈의 뇌에 자국만 남기고 튕겨나갔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질 높은 제국아카데미의 체계화된 가르침까지 머릿속에 남아있는 상황.

마침내 이곳이 칼과 창이 난무하는 위험한 세상이라는 것과 마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신세계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나는 실소를 머금었다.



“이거 해볼만한데?”



노르트 왕국의 왕자 루크 디트리히.

비록 세간의 평은 최악인듯한 망나니였지만 나는 최악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전 삶과 비교하자면······”


왕자와 밑바닥 인생.

게다가 신내림을 받아 정상적인 사회생활마저 힘들었던 박수무당.

비교조차 불가능했다.


장군신 놈과 관계를 회복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발판을 만들어가기에는 이만한 배경은 없어보였다.


그때였다.



“쓰으으읍. 저···전하?!”


침을 황급히 빨아들이며 일어나는 도넛맨.

일명 도우텃 백작.

축축해진 내 발을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걷어차주고 싶었지만, 앞으로 좋게좋게 타일러서 부려먹어야할 부하놈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화가 가라앉았다.


“일어났나?”


“전하아아!!!”


눈물을 글썽거리며 달려드는 도넛돼지.


나는 그 상판떼기에 그대로 주먹을 꽂아넣고는 조금전의 생각을 정정했다.



“역시 망나니가 최고지?”


다시 병상에 얼굴을 박고 쓰러져자는 도넛돼지의 옷에 주먹에 묻은 놈의 코피를 닦는사이, 병실문이 확 하고 젖혀졌다.



“저···전하?!! 무슨 일이십니까?!!”


급박한 외침과 함께 경험 부족한 청년 기사가 뛰어들어왔다.

그리고는 뛰어들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는데, 아무래도 도넛돼지의 옷에 주먹의 피를 닦고 있는 나를 보아서인것 같았다.




“응. 별일 없어. 넌, 별일 없지?”


“······추.충!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아아. 그래그래. 고생이 많아. 그럼 들어온 김에 부탁좀 하자. 이것 좀 치워줘.”


나는 무거운 돼지를 발로 밀어 버리고는 병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뚜둑.뚜둑


굳은 몸이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는 일어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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