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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I

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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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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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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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2.12.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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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 11편

DUMMY

제 11편







”훔··· 어디갔지?”


오늘따라 연무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에이든.


물론, 기사가 자리를 비웠다고 해서 내 호위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에이든이 쉬는 짧은 시간에는 4명의 병사들이 사방을 경계하는 것이 거의 일상이었다.


무엇보다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파랑이가 있었기에, 나 또한 의도적으로 수련에만 집중하려 노력했다.



“이제야 조금씩 손에 익기 시작하는군.”


어느덧, 두 달이라는 시간이 넘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와서 적응할 시간도 없이 시작된 수련.

누가보면 바보같은 짓이라고 말할지언정, 나는 나쁘지 않았다.



잘 모르는 곳에서 생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만큼 어떠한 상황에도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나는 이 몸뚱아리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칼날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험한 신분과 볼모라는 상황.


나는 수련검을 더욱 굳건히 움켜쥐면서 검을 휘둘렀다.


흘러내린 땀으로 연무장 바닥이 축축해졌을 정도로 지속되는 수련.



“후우.”


나는 가장 먼저 가장 손에 익은 왕국의 검술을 시전했다.

검을 비교적 부드럽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 디트리히 왕가의 검술.


그렇게 이어지던 검의 유연한 궤적이 갑자기 강렬해졌다.


바로 제국에서 익힌 검을 접목시킨 나만의 검술.

벼락처럼 사선으로 그어진 내 검법에 강한 파공성이 터져나왔다.



“좋아.”


어느새 단전에서 피어오른 소량의 마나가 검을 휘두른 오른팔로 부드럽게 이동했다.

속도가 빠르지는 못했을지언정, 훨씬 더 안정적으로 변한 마나의 음직임.


나름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쯧쯧··· 아직도 멀었구나. 멀었어. 그렇게 어설픈 검으로는 동네 개새끼도 못 때려잡겠다.]


“······뭔 개소리야?”


어느새 내 옆에서 나타나 혀를 차고있는

척준경을 보자마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나름 연구해서 접목시킨 검술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유에서 강으로 변화를 준 것까지는 좋았지만 거기서 끊기면 어쩌자는 거냐? 검 한번 휘두르고 죽을래? 그러다 누가 막으면? 발은 바닥에 붙여놨냐?]


“······”


할 말이 없어진 나는 놈이 하는 잔소리를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맞는 얘기였기에 반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변화는 끝이 없어야 한다 이놈아. 특히나 그 괴상한 방식으로 단전을 이용하는 한··· 네놈은 지금의 백배는 노력해야 해. 그딴 실력으로는 금방 죽어나자빠질거다.]


“어쩌라고. 도움도 안될거면 꺼져.”


[쯧쯧쯧···말하는 본새 하고는··· 이놈아. 내가 오늘 특별히 네놈에게 가르침을 주마. 자고로 실전보다 나은 훈련은 없는 법이지.]


“···?”


[숙달된 조교 앞으로.]


뜬금없는 놈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져있는데, 연무장 바닥에서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 장님 원귀가 솟아 올라왔다.


그런데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르겠지만, 귀기어린 시퍼런 검이 손에 들려있었다.


실제로 현실에 실체가 있는 검은 아닌 모양이었지만, 날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귀검을 본 나는 기가 막혀 소리쳤다.



“미.미쳤어? 나보고 저거랑 싸우라고?”


“킬킬킬···”


무슨 훈련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근 두 달 사이에 몸이 더욱 더 탄탄해진 장님 원귀의 체구.


분명 여성체로 만났었지만, 지금은 남자 귀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근육이었다.



[저 애송이놈한테 이기면 오늘의 특훈은 없는 것으로 해주마. 대신 죽이지만 마라.]


“넵!!! 마스터. 킬킬킬··· 그럼 시작해볼까요 왕자님?”


척준경의 말에 길쭉한 혓바닥으로 검을 핥으면서 다가오는 장님 원귀.

저 칼에 베였다가는 영혼에 어떠한 상처가 남을지 몰랐다.


“이···이 미친귀신이?!”


-슈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시퍼런 검날.

나는 기겁을 하면서 몸을 뒤집었다.


그러자 간신히 피해낼 수 있었던 원귀의 검.


막을 수 조차 없을 것 같은 그 검을 피하면서 나는 척준경 놈에게 고함을 질렀다.


“야 이 새끼야!! 적어도 검을 막을수 있게는 해줘야지!!”


[아. 그렇군.]


그걸 이제야 깨달은 놈이 내가 들고있는 수련검으로 손을 내뻗었다.


-우우웅


그러자 기묘한 소리와 함께 푸른 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수련검.

그와 동시에 원귀의 검이 막기 힘든 각도에서 날아왔다.


-채애앵



자신의 검이 막히자 조금은 당황한 원귀.


나는 그대로 거리를 좁히면서 미소를 지었다.




“니가 선빵친거다?”


“키···키륵?”










*****









에이든은 자신의 옆에서 거칠게 자란 턱수염을 쓰다듬고 있는 중년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벌써 몇 시간동안 모습을 감춘채로 연무장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


그는 에이든이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아니, 노르트 왕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물이라고 해야 맞았다.



‘대체 이분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외교를 담당하는 도우텃 백작에게도 아무런 언질을 듣지 못한 상황.


하지만 에이든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쓰레···.아니, 1왕자가 언제 깨어났다고?”


“2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흠······”


에이든의 대답에 자신의 턱수염을 꼬면서 미간을 찌푸리는 사내.


“저 인간 말종이 일어나자마자 저렇게 수련을 시작했다고? 믿기가 힘들군···게다가 본국의 보고서에서 봤던 것보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군.”


마치 평가하듯이 왕자에 대해서 독설을 날려대는 중년인.

공적인 임무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호위하고 있는 대상인 1왕자에 대해서 비난하는 그의 말투에, 에이든의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대상은 왕국 기사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북부의 설호로 불리는 사내.


실력이나 직위을 보더라도, 감히 대놓고 반박할 수 없었던 에이든은 그래도 조금의 설명을 더했다.


그간 왕자의 노력에 대해서 조금은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왕자님께서 처음 병상에서 일어나셨을 때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셨고, 마력의 고리또한 완전히 망가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흥.참고하지.”


왠지 알게모르게 왕자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는 듯한 중년인이 에이든의 말을 끊었다.


북부의 설호라는 별호와 더불어, 후작이라는 높은 작위에 올라있는 데칼리온 후작이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하는 1왕자를 보다가 나지막하게 혀를 찼다.



“쯧. 아직 여물지도 않은 디트리히 검술에 제국검 따위를 섞다니··· 왕께서 보시면 피눈물을 흘리시겠군.”


“······”


“아카데미 수료식? 그깟 수료식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제국 쪽과의 조율이 끝나는 대로 본국으로 출발할 터이니 준비를 해두도록.”


“본국으로 말입니까?”


에이든의 물음에 데칼리온 후작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답했다.



“이제 곧 성인이 되는 쓰···아니, 루크 디트리히 1왕자는 건강상의 문제와 왕위 계승에 대한 이유로 본국으로 송환된다. 대신······”


“······?”


“아니, 알것 없다. 준비나 잘 하도록.”


무언가 얘기를 꺼내려다가 입을 굳게 닫아버리는 데칼리온 후작.

노르트 왕국에는 한 명도 없는 소드마스터. 하지만 그 지고의 경지에 유일하게 근접해 있다는 검사의 안면에는 깊은 수심이 어려있었다.


그리고 가라앉은 표정으로 루크 왕자의 검술을 묵묵히 지켜보는 후작.



“네, 후작각하.”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기뻤지만,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답답함을 가라앉히려 애를 쓰던 에이든.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우당탕.


치료소 내부의 빈방에 앉아 왕자를 관찰하던 후작이 자리에서 벌떡일어났다.


때문에 뒤로 나자빠진 의자가 커다란 소음을 만들어 내었지만, 눈이 왕방울 만큼이나 커진 데칼리온 후작의 경악한 얼굴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저···저건?”


“···?”


후작의 시선을 따라 연무장을 돌아본 에이든.

그곳에는 칼에 푸른 검기를 두르고 있는 왕자의 모습이 보였다.


일반적으로 몸에 마나를 품고 싸울 수 있는 검사를 소드유저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는 검에 검기를 두를수 있는 검사인 소드 익스퍼트.


그 위로는 검의 완성형에 가깝다는 그래듀에이트와 단신으로 군단을 상대한다는 소드마스터가 있었지만, 소드 익스퍼트 또한 쉽게 오를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에이든 그 자신 또한 소드 익스퍼트 단계에 오른 기사였으며, 다섯 살부터 검을 쥔 이후, 20년간 수련해서 오른 경지가 익스퍼트였기 때문.


“···저 말종이 언제부터 익스퍼트였나?”


“저.저도 처음 봤습니다.”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한 후작과 에이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허공에대고 검을 살벌하게 휘두르기 시작하는 왕자의 모습.

때로는 바닥에 뒹굴기도, 임기응변으로 허공에 흙을 뿌리기도 하는 것이 마치 가상의 적과 결투라도 벌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


놀랍게도 가상의 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관전하는 다른 사람에게도 전투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박진감 넘치는 결투.



“하···끝났군.”


한참동안 이어지던 결투의 승자는 왕자 본인인 모양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가상의 적을 검면으로 두들겨 패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군더더기 없는 결투의 모습이었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후작이 에이든에게 질문했다.



“대체 왕자의 마력의 고리는 어떻게 고쳐지건가? 분명 사고가 있었을 때 망가져버렸다고 들었거늘···”


“그것이···”


에이든은 왕자가 마력수를 먹고 배꼽아래에 새로운 마력의 고리를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마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시작한 기초 체력 단련부터 2달간의 노력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묵묵히 듣고 있던 후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말이 안된다. 소드유저가 2달만에 익스퍼트가 된다니? 그것도 게으름의 상징이었던 저 말종이?”


“하지만 사실입니다.”


“무언가 속임수가 있었을 것이다. 저놈이 익스퍼트일 리가 없어. 방금 저 훈련 방식이 놀랍기는 했으나, 분명 익스퍼트 수준의 움직임이 아니다.”



마치 왕자에 대한 불신이 뼛속까지 남아있는 듯한 데칼리온 후작의 말투.

그런데 에이든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그 또한 무언가 착각이라고 생각이 될 만큼 극적인 왕자의 성장이었다.


익스퍼트의 상징인 검기를 둘렀던 것은 사실일지언정, 아직 검술과 체력, 모든것이 그 수준에 올라있지 않은 왕자였기 때문이었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에이든의 모습을 보며 턱수염을 한번 쓰다듬은 데칼리온 후작의 표정이 일변했다.

마치 북부의 설호라는 세간의 별명 만큼이나 냉담해진 후작의 표정.


그레듀에이트라는 경지의 끝에 닿은 검사가 질문했다.




“수료식이 정확히 언제라고 그랬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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