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AUI

귀신보는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0,292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2.12.21 23:05
조회
428
추천
10
글자
12쪽

제 3편

DUMMY

제 3편






“충! 왕자 전하를 뵙습니다!!!”


“······ 누구지?”


마력의 고리라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하지못하던 도넛맨.

결국 그는 문 밖에서 시립하고 있던 이를 급하게 불러들였다.


그런데 문을 열고 힘찬 경례를 하는 잘생긴 청년은 분명 구면이었다.


잠깐 머리를 굴려보니 처음 병상에서 눈을 떴을 때, 병실 밖으로 부리나케 달려나갔던 사람이 바로 저 청년이었다.


은빛 갑주에 방패의 문양이 새겨진 건장한 체격의 청년. 원래 몸뚱아리의 기억에도 없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내 표정을 눈치챈 도넛맨이 끼어들었다.



“전하, 저 기사는 전하께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후, 1년 전 모국에서 파견 온 에이든 로드리히 경입니다. 전하가 의식을 잃으셨을 때 밤낮으로 곁을 지켜온 충직한 기사입니다.”


“기사?”


내 반문에 대답한 것은 에이든이라는 청년이었다.



“맞습니다 전하, 부족한 몸이지만 전하의 호위를 맡고 있던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담백하게 인사를 마친 젊은 기사.

저 꾸밈없는 태도와 표정을 보아하니, 성실하고 고집있는 부류의 인간이 틀림없었다.



‘무엇보다···’


칼을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이라면 원귀가 따르기 마련, 하지만 아무런 원귀가 붙지 않았다는 점은 칭찬해줄 일이었다.



‘아니면 실전 경험이 전무하거나.’



잠깐 의문이 들었지만, 1년동안 환자의 곁을 꿋꿋이 지켜왔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너무 민감하게 굴 필요는 없겠지.’


사실 이 몸뚱아리로 갑자기 빙의한 것에 대한 의문이 먼저 들었었다.


말 그대로 이 몸뚱아리의 원래 주인에게 무슨 암수라도 있었나? 라는 의구심도 잠깐 가졌었지만, 딱히 신체에 손상이 갔거나 문제있는 부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결국 내려놓은 의구심.



‘말라 비틀어진 몸이 문제기는 하지만···’


아무튼 나는 쇠약해진 육체라는 감옥에 갇힌 혼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빠져나가버린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에 닿았다.


병굿을 다니던 당시 혼이 사라진 육체가 병상에 누워 있는 일 또한 여러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이해하고 혼자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흠흠··· 고맙습니···아니, 고마워.”


뒤늦게 건넨 인사.


하지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는 듯, 조금 감동한 얼굴의 기사였다.

그다지 감정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내 말이 의외였던 모양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옆에 앉아있는 도넛 돼지의 입은 찢어질 듯 벌어져 있었기 때문.



“저···전하가 맞으십니까? 아, 아니. 혹시 아직도 머리가 아프신건··· 꽤액!”


“이 새끼가 돌았나?”


홧김에 흐느적거리는 다리를 올려찼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돼지놈의 턱주가리에 정통으로 꽂혔다.


그러자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그러면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되돌아오는 도넛 돼지의 눈빛.


하지만 왠지 안도하는 저 얼굴을 보고있자니 이상하게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죄송합니다 전하.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됐다.”


“소신 죽을 죄를······”


“아, 됐다고!!!”


도넛 돼지놈을 샤우팅 한번으로 침묵시킨 나는, 어느덧 얼굴에 감동이 사라지고 긴장이 가득한 젊은 기사를 노려보았다.


어찌되었든 내가 차지한 이 몸뚱아리의 계급이 높은 모양이었고, 나는 그 사실을 기꺼이 이용해먹을 생각이었다.




“그래 에이든이라고?”


“네, 전하. 에이든 로드리히라고 합니다.”


“좋아. 아까 저 도넛 돼지한테 문 밖에서 대충 설명 들었지? 내가 머리가 좀 아파서 그러니까··· 그 마력 고리라는거랑 여기 이 마력수라는 것에 대해서 아는대로 한번 읊어봐.”


“네, 전하 그럼 소신의 짧은 식견으로나마 알고 있는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잘 알고 계시겠지만 마력의 고리라는 것은 검을 수련하는 이들이 마나를 담는 그릇입니다. 정확하게는 심장 근처에 정배열로 꼬아진 고리를 만드는 것으로 마나 운용의 핵심이 됩니다··· 그리고”


“잠깐.”


“네, 전하.”


“······마나? 방금 마나라고 그랬어??”


“···네?”


이건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라는 내 표정이 너무도 뻔히 드러난 모양인지,

잠깐 어벙벙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에이든이라는 젊은 기사.

옆에서 듣고 있던 도넛맨의 표정 또한 조금은 심각해졌다.


저들이 그러건 말건, 소싯적 읽었던 만화에서나 보았던 마나라는 존재.

마나라는 단어를 여기서 듣게될 줄은 몰랐던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마나라면 애들 만화속이나 게임에서 나오는 단어 아닌가? 그러고 보니 마력이라는 단어도 그렇군··· 이러다가 검에서 막 오러도 나가고 그러는거 아냐?’



세상에 마나를 쓰는 세계라니··· 이렇게 고마울수가.


흔한 만화에서나 보던 전개였고, 나는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게다가 눈치를 보아하니, 내가 마나를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자 이상하게 보는 얼굴들.


내가 빙의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조심하는게 옳았다.

나는 헛기침으로 주위를 환기시켰다.



“험.험! 아니, 당연히 마나는 뭔지 아는데··· 깨어난지 얼마 안되서 그래. 응? 기억이 좀 뒤죽박죽이라서 그러니까, 계속 읊어봐.”


왕자놈의 기억을 자세하게 훑어볼 이유가 늘어났다.

아무튼 내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도넛맨. 에이든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미 아시겠지만, 전하께서 사고로 정신을 잃으셨던 날, 마나를 담는 고리가 크게 망가져버렸다는 치유사의 진단이 있었습니다.”


“······시발. 이것도?”


“네??”


“아니 됐고··· 계속해봐.”


대충 들어보자니 내 몸뚱아리는 엔진이 망가진 차량이랑 비슷한 상태.

가히 충격적이었지만 일단은 마저 들어보기로 했다.


평생 처음 듣는 찰진 욕설에 움찔했던 에이든이 주저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소신이 알기로 마력의 고리는 매우 민감한 부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고리를 엮은 사람이 온전한 정신으로 있어야지만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전하께서 엮어두신 마력의 고리는 1년간 망가진채로 방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



어쩐지 혼이 빠져나갔더라니,


이 새끼는 분명 답이 없어진 신체를 버리고 도망간 것이 분명했다.

지 딴에는 천국이나 윤회를 꿈꾸며 육체를 떠나면 끝이었지만, 엔진 망가진 차에 강제로 올라탄 나는 어쩌란 말인가?


나는 분을 삭히려고 애를 쓰면서, 손에 꼭 쥐고 있던 마력수라는 것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도 남아있는 유일한 희망.


원귀붙은 제국놈이 지껄인 말을 떠올려보자면, 분명 약빨이 죽여주는 마력수일 터. 아직 희망이 남아 있었다.



“이건?! 이걸 먹으면 괜찮아지는 거지?”


“복용 방법은 간단합니다만, 그것이···”



주저하면서 도넛맨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는 기사 에이든.

이 말을 꺼내도 되는지를 몰라 허락을 구하는 눈빛이었다.


그러자 단춧구멍처럼 작은 눈을 비장하게 꼭 감은 도넛맨. 아니, 도우텃 백작이 에이든을 제지하며 대신 사형선고를 날렸다.


누가 듣는다면 모든 것을 짊어지려는 숭고한 누군가의 말투.


“아무리 최상급 마력수라 하여도 원래의 마나량에 비하자면 아마 10퍼센트도 회복하기 힘드실 것으로··· 꽤애액!!”


“야이 돼지새끼야아아아!!!”


“끄어억!”


결국 폭팔한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힘없는 주먹이기에 그리 아플리 없었건만, 요란스러운 비명을 내질러대는 도넛돼지.



“뭐?! 10퍼센트으으??!! 한 병으로 안되면 열 병을 구해와! 지금 당자아아앙!!!!”


“꺼으윽!!!”



결국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나뒹구는 도우텃 백작. 살찐 명치에 맞아서 그리 아플리 없었지만, 그는 다음에 방문하겠습니다를 연신 외치면서 병실 밖으로 뒤뚱뒤뚱 달아났다.


누가 보더라도 불편한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술수.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힘없이 떨구었을 뿐.





“내 황금색 오러의 꿈은······”


“······”


“마왕을 때려잡고··· 예쁜 공주를 얻어서······ 토끼같은 자식을 열 한명 낳아서 축구팀을 꾸린다는 내 원대한 꿈은······”


“······저,전하?”



“······”


“전하?”


“······나가.”


“네,넵! 그럼 편히 쉬시길!”


황급히 거수경례를 마친 에이든이 병실 밖으로 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지지 않고 문 앞에서 멈추어 선 것을 보면, 병실을 지키고 서있는 모양.


아무튼 그런 사소한 일은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혼자남은 나는 최대한 빠르게 루크라는 놈의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천천히 떠오르는 놈의 생전 기억들.


비록 흑백영화를 멀리서 지켜보는 것 같이 희미하고 단편적인 기억들이었지만, 꽤나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가 있었다.



‘······대충 마시고 심장쪽으로 마나를 유도하면 된다 이거로군.”


일단 놈이 느꼈다는 방식으로 마나를 느껴보려 했지만, 허공을 잡으려는 것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때문에 손에 꼭 쥐고있던 마력수를 마셔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마력수를 들이마셨다.


왜냐하면 이 망나니놈은 조금 질이 낮은 마력수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마력수를 자주 들이 마셨던 적이 있었기 때문.


놈의 기억을 살펴보니 그냥 마시면 끝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단숨에 입에 털어넣자마자 식도에서 화끈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50도가 넘는 높은 도수의 술을 병 째로 들이킨 것과 흡사한 느낌.




“크윽?!”


마나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마력수 자체가 마나의 덩어리였기 때문.

그리고 마력수는 일반적인 액체와는 그 결을 달리했다.


식도를 넘어감과 동시에 가슴에서부터 온몸으로 뻗어나가는 청량한 기운.

뜨거웠던 마나의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그 형질이 바뀌었는지 차가운 느낌이 신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온몸의 핏줄이 가닥가닥 끊기는것 같은 느낌. 마치 과거 무협지에서나 읽었던 혈도가 강제로 타공되는 듯한 격통이 온몸을 갉아대기 시작했다.



‘이···이대로는 큰일난다.’


나는 필사적으로 왕자놈의 기억을 뒤져보았다. 이미 길이 닦여져 쉽게쉽게 마력수를 들이키던 때보다 훨씬 이전의 기억.


나는 결국 어린 왕자가 비명을 지르면서

첫번째 마력수를 들이키던 때의 기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떨어지는 잠재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려 다른 3명의 도움을 받으면서 마력의 고리를 심장에 엮어가는 왕자의 고통스러운 기억.



하지만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어떡하지?’


신음소리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해서 꼼짝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나.

그리고 두꺼운 철문너머에서 내 욕을 하고 있을 경험 미천한 기사.



결국 나는 야생마처럼 날뛰는 마나의 흐름을 스스로 통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미 왕자놈이 닦아놓은 길이 있다는 점.


비록 깨어지고 부서진 좁은 길이었지만, 처음 걷는 길은 아니었기에 해볼만했다.


아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병실의 어두운 창밖 너머에서 나를 지켜보고있는 낯익은 귀신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었다.


두 눈이 파내어진 끔찍한 얼굴.




“킬킬킬킬킬킬킬킬··· 너, 내가 보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보는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제 12편 +1 22.12.29 288 6 12쪽
12 제 11편 +1 22.12.28 294 7 11쪽
11 제 10편 +1 22.12.27 299 7 11쪽
10 제 9편 +1 22.12.26 318 6 11쪽
9 제 8편 +1 22.12.25 328 8 12쪽
8 제 7편 +1 22.12.25 345 8 11쪽
7 제 6편 +1 22.12.24 375 8 11쪽
6 제 5편 +1 22.12.23 390 9 12쪽
5 제 4편 +1 22.12.22 424 12 12쪽
» 제 3편 +2 22.12.21 429 10 12쪽
3 제 2편 +1 22.12.20 479 10 12쪽
2 제 1편 +1 22.12.19 611 10 12쪽
1 프롤로그 +1 22.12.19 627 8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