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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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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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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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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2.12.25 23:05
조회
328
추천
8
글자
12쪽

제 8편

DUMMY

제 8편






“음······”


제국 공방을 빠져나온 에이든의 미간이 찌푸러들었다.


무쇠덩어리를 특이한 모양으로 주문해서 그런지몰라도, 생각보다 더 시간이 걸린다는 대장장이의 답변.


그는 도우텃 백작에게 대략적인 금액을 말하러 가는 길에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


분명 왕자가 체력 단련을 일주일 넘게 계속하고 있을리가 없다는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으며 루크 왕자전하를 욕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전하께서 그럴리가 없다니? 역시··· 소문은 믿을 것이 못되는군.”


왕자의 신변을 보호하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십여명의 조촐한 병력들을 데리고 제국으로 오기 전 일이었다.


에이든은 노르트 왕국의 첫째 왕자에 대한, 수 많은 소문과 조언을 접했었다.


그중 대부분은 루크 디트리히 왕자에 대한 악담이자 망나니짓에 대한 이야기들.


때문에 선배라는 기사들 또한, 가서 조심해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었다.



게으름, 술, 여자, 도박.

이 모든것이 루크 왕자를 둘러싼 염문이었고, 국왕마저 내놓은 장자라는 소문이 수도에 파다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왕자는 조금 달랐다.


병상에서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미친듯이 체력단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자신 또한 수련을 늘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물론 도우텃 백작에게 갑자기 주먹을 날리거나 허공을 쳐다보며 말을 하는 모습은 심히 염려스러웠지만, 그동안 들어온 악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저 사고의 후유증이라고 생각될 정도일 뿐이었다.



“음··· 일단은 이걸로 괜찮으실까?”


오늘부터는 검술 훈련을 시작하겠다고 말씀 하시며 연무장을 달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에이든은 제국 공방에서 구해온 밋밋한 목검 두 자루와 수련용 철검 한 자루를 내려다보다가 바로 전날 보았던 인상적인 장면을 떠올렸다.



“나는 할 수 있었을까?”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연무장 바닥이 흙탕물이 되어버렸음에도 체력단련을 멈추지 않았던 왕자.


타국의 볼모 신세이기는 하지만, 진흙탕 속에서 뒹굴면서도 수련을 멈추지 않는 그 모습은 기사인 자신도 본받고 싶은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전문가도 아닌 자신의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이시며 체력 단련을 시작하신 것 부터가 아랫사람의 말을 허투로 듣지 않는 좋은 군주의 증명.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어느덧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귀감이 되어버린 왕자의 수련시간.


에이든은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









“끄응···오늘은 더이상 아무것도 안하고 뒹굴거리고 싶다.”


나는 괜시리 투털거리면서 맨몸 운동을 마무리했다.


오늘부터는 머릿속에 있는 왕자놈의 검술을 시연해볼 생각이었기에 기본 훈련에는 큰 무리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실 갑작스럽게 검술을 수련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분명 움직일 듯 움직이지 않는 단전의 마나가 바로 그 이유.


처음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정말로 아주. 아주 미세하게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마치 밑밥을 뿌려 낚시를 하듯.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소량의 마나를 단전 근처에 살살 흩뿌려 놓으면 꿈틀 하면서 반응을 보이는 단전의 마나.


그런데 분명 가장 활발한 반응을 보이는 장소가 있었으니, 그 부분이 이론으로 말하는 고리의 시작점.

바로 마력 고리의 시작점과 비슷한 역활을 하는 것 같았다.


고리의 순환이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마도 저 부분을 공략하는 것이 맞다고 여겨졌기에 계속해서 시도를 해 보았지만, 몇 일동안 지지부진한 결과.


때문에 나온 해결책이 바로 검술이었다.



“왕자놈이 마나를 사용했었으니··· 분명 익숙한 몸짓으로 마나를 움직이면 반응이 있을지도 모르지.”


바로 이것이 내가 세운 가설.


꾸준히 회복되고 있는 마나의 통로는 이미 닦여져 있는 상태.

그렇다면?

나는 이 상황이 교통 체증과도 비슷하게 여겨졌다.


도로는 잘 닦여 있지만, 교차로 구간의 정체로 인한 혼잡함.


그렇다면 누군가가 나서서 막혀있는 구간을 뚫어줄 필요가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교통 경찰의 역활이 바로 검술이었다.



[쯧쯧···]


그런 내 가설을 비웃는 누군가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깔끔히 무시한 나는, 마침내 돌아온 에이든을 보자마자 검을 받아들었다.



그리 무겁지도, 길지도 않은 목검.


분명 낯선 수련용 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전생에서는 굿판에서 허공에 휘두른 것이 칼질을 해 본 전부였건만, 이번생에서는 진짜로 누군가를 베어야 할지도 몰랐다.



-부웅


목검을 높게 치켜들었다가 내리그었다.


그러자 바람을 가르는 파공성과 함께 익숙한 감각이 일깨워졌다.


그것은 오랜 훈련을 통해서 몸에 각인되어 있는 근육의 움직임.

비록 게으르다고 소문이 자자한 왕자였지만 주변의 환경이 환경이니만큼, 검술에 쏟아부은 시간은 결코 작지 않았다.


오히려 좌절하기 전, 능력의 한계라는 벽에 부딪혀서 미친듯이 검을 휘둘러대던 왕자의 기억또한 존재했다.


그 결과 기사의 종자는 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원래 몸의 주인.



“··· 괜찮은데?”


오랜기간 쓰지않던 근육을 움직여서 그런지 약한 근육통이 있었지만, 할 만했다.


나는 그렇게 머릿속에 저장되어있는 검술이라는 그림을 하나씩 그려보기 시작했다.


노르트 왕국의 왕족으로써 편하게 전수받았던 왕국의 검.

그리고 제국 아카데미에서 신세를 한탄하며 익혔던 제국의 검.


모두 어색하다 못해 남의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나는 가장 기본적인 내려치기와 횡베기, 그리고 기수식부터 수련하기 시작했다.







*****







그날 밤.


아무도 없는 병실에 불쑥 나타난 척준경이 근육통으로 뒤척이고 있던 내게 질문을 던졌다.



[대체 어쩔 생각이지?]


“뭘?”


[네놈의 생각은 대충 알고있다. 너는 그 육신의 전주인을 위해서 복수라도 할 생각인가?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던가?]


“······복수? 내가 왜?”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아직 눈앞 척준경과의 내기도 끝나지 않았기에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기도 벅찼다.



[네놈 주변 상황을 살펴보다보니 알았다. 수료식이라는 곳에 참여한다고?]


“그래서?”


[그 육신에게 해를 입힌 인간들에게 되갚아줄 생각인가?]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첫번째 목표로 삼은 일에 대해서 물어오는 척준경.

나는 피식 웃었다.



“쓸데없이 오지랖도 많군. 그래. 그럴 생각이다.”


[검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그 상태로는 역으로 당할게다. 건방진 네놈이 얻어맞는 것은 환영이다만··· 아무튼 의문이군. 너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영혼을 위해 대상도 없는 진혼제라도 지낼 생각인가?]


“진혼제? 웃기지마.”


나는 놈의 쓸데없는 질문을 끊고 이를 드러냈다.

멋대로 떠들어대는 놈이 쩗은 내 휴식을 방해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 전부 나를 위한 일이다.”


[왜 그렇지?]


의문을 표하는 장군신.

나는 빨리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귀찮지만 속을 가라앉혔다.



“하··· 끈질기군. 그래. 역으로 생각해보자고. 만약 누가 너를 심하게 때려서 니가 기절했다고 치자. 그런데 나중에 깨어난 니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그놈이 다음에는 무슨 짓을 할까?”


[······더한 짓을 하겠지.]


잠깐 침묵했던 척준경이 대답했다.



“그래. 자신이 한 짓을 덮으려 하기위해, 또는 자신의 어디까지 힘을 휘둘러도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더한 일을 저지를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누구지?”


[···무슨 말이지?]


“내가 누구 몸에 들어가있지?”


[그렇군.]


내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이해한 척준경.

놈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네놈··· 이쪽 세상에 진심이로군?]


“어. 기회는 잡아야지.”


[큭큭큭··· 좋아. 지켜보지.]


처음으로 재밌다는 표정을 보이는 척준경.

놈을 알아온 세월이 십 년이 넘었지만 처음보는 표정이었다.


[내기는 내기이니 네놈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 그리고 만약···]


“아 좀 닥쳐. 내일 수련하려면 자야되. 좀 꺼져줄래? 나가는 길에 불도 좀 꺼주고.”


[······]





잠시후, 나는 불꺼진 방에서 순식간에 골아 떨어져버렸다.










*****






한 달이 지났다.


기초 체력훈련을 극한까지 밀어붙였던 덕분인지, 연약했던 육신은 몰라보게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제국 공방에서 주문 제작한 운동기구들이 도착했기에 근력 운동 또한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물론 한 달 사이에 극적인 변화라고 해보았자 멸치가 꽁치된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휘두르는 목검이 무겁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부웅


-부우웅


바람을 가르는 파공성과 함께 천 번째의 기본 참격을 끝낸 나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흠··· 이제 조금 붙는 느낌이 드네.”


처음에는 목검조차 제대로 쥐지 못했기에 놓치기 일쑤였던 목검.


하지만 나는 머리속의 기억을 이용함과 동시에 내가 이용해 먹기 제일 편한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는 좀 어땠어?”


“자세가 더욱 안정되셨습니다. 전하. 다만 아직 내딛는 발걸음이 불안합니다.”


내 질문에 망설임없는 대답과 조언으로 답해주는 에이든.

나는 이론과 실전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 에이든을 주구장창 이용해 먹었다.


“흠··· 내딛는 발걸음이라? 아까 데드리프트를 해서 그런가··· 아무래도 검술 훈련전에 근력 운동은 조금 줄일 필요가 있겠군. 아무튼 고마워.”


“아닙니다 전하.”


“아, 그러고보니 오늘부터 였나?”


“네 전하.”


“좋아. 그럼 딱 십 분만 있다가 시작하지. 그리고 물건은?”


내 물음에 테이블에 있던 마력수 병을 황급히 가져오는 에이든.

상등품이 아닌 하급 마력수라도 수십 골드에 달하는 물건이었기에 가지고 오는 걸음만큼은 조심스러웠다.


-꿀꺽꿀꺽.


나는 단숨에 마력수 반을 비우고서는 에이든에게 내밀었다.



“먹어.”


“저···전하?”


내가 내민 마력수에 두 눈이 휘둥그레져버린 에이든.

그 얼타는 모습에 나는 마력수를 재차 내밀었다.



“내가 가르쳐준 빚은 갚는다고 그랬지? 지금 에이든은 내 수련을 돕는 스승이나 다름없으니까 내가 이런거라도 도와야지.”


“아닙니다 전하. 제가 어찌 감히···”


“닥치고 먹어. 먹을래 맞을래?”


“······ 감사합니다 전하.”


아직도 믿기지 않는듯, 두 손으로 마력수를 받아드는 에이든.


대략 10골드 내로 측정되는 일반 평기사의 봉급을 생각했을 때.

수십 골드의 가치를 가지는 마력수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심지어 공을 세운 기사에게 상으로 지급되기도 하는 물건이 바로 마력수.

복용한 사람의 마나를 일정량 늘려준다는 이 물건은 어느 수준으로 오르기 전까지는 몹시 귀한 물건이었다.


나는 마지막 한방울 마저 남김없이 들이킨 에이든에게 덧붙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오늘처럼 나를 도와주는 날에는 무조건 반병이다. 거부라는 옵션은 테이블에 없어.”


“··· 알겠습니다 전하.”


“준비됬지?”


“······네, 전하. 조심하십시오.”



-스릉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은 에이든.

마찬가지로 목검을 내동댕이치고 수련용 진검을 빼내어든 내가 그를 겨누었다.



“시작하지.”


“전하, 검에는 눈이 없사옵니다. 그러니 부디··· 피하십시오.”


“······?!”





눈앞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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