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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살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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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링거링
작품등록일 :
2023.02.14 11:50
최근연재일 :
2023.02.24 15:1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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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수 :
61,456

작성
23.02.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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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11 역할극 (5)

DUMMY

011화







기나긴 대화 끝에 탁유림과 나는 협력관계를 맺기로 약속했다. 그 과정에서 탁유림은 신뢰를 보여준답시고 자신이 희생자임을 밝혔다.


그녀를 동료로 영입하려고 했던 내 목표는 절반쯤은 성공. 반쯤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었다.


불안한 출발이긴 하지만 뭐 어떤가. 앞으로 신뢰를 쌓아가면 해결될 일이다.


"서준 씨, 이 사람들은 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탁유림이 식탁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일단 한군데로 모아보자."


나는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한군데로 모았다. 탁유림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리곤 인벤토리에서 밧줄을 꺼내, 역할이 확실해진 애들부터 묶었다.


'조형주, 경찰. 유인제, 암살자.'


한지유는 이미 포승줄에 묶여있으니 다시 묶을 필요는 없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오주연, 이도훈, 정가혜, 김하성, 박선호.


이 중에 2명은 연인, 3명은 시민이다.


나는 먼저 김하성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쉬는 시간을 정가혜와 함께 보냈다. 오주연과 이도훈도 둘이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둘은 같은 튜토리얼 출신. 그곳에서부터 쌓인 친분 때문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정가혜와 김하성은 아니지.'


김하성은 정가혜를 이곳에서 처음 봤을 것이 분명함에도, 유인제가 정가혜에게 욕설을 내뱉었을 때 그녀를 지켜주려고 했다.


또한, 쉬는 시간에 일면식도 없던 둘이 같이 있던 것 또한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게다가 연인의 승리 조건은 서로의 생존뿐이다. 퀘스트와 상관없이 평화롭게 있자는 정가혜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둘이 연인일 확률이 높아.'


나는 김하성의 팔을 집어 들었다.


연인은 서로의 생존만이 클리어 조건인 대신, 한 사람이 피해를 입으면 다른 사람도 같이 피해를 입고, 한쪽이 죽으면 다른 쪽도 같이 죽는다. 쉽게 말해 피해를 공유한다.


'이 점을 이용하면 연인을 확실히 구분해 낼 수 있지.'


나는 칼을 들어 김하성의 팔뚝에 얕은 상처를 냈다. 손등을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상처가 생겼음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정가혜에게 다가가 팔뚝을 확인했다.


그녀의 팔뚝에도 어느새 상처가 생겨나 있었다.


'역시 맞았군.'


김하성과 정가혜가 연인이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남은 셋. 오주연, 이도훈, 박선호는 모두 시민이 된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밧줄을 더 꺼내 그들을 전부 묶었다.


마지막 사람을 묶고 있을 때, 옆에 있던 탁유림이 넌지시 말을 걸어왔다.


"혹시 묶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까 보니까 상대도 안 될 것 같던데요······."


"잘 땐 편하게 자야지."


내일부터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충분히 쉬어둘 필요가 있었다.


'혹시나 밤사이에 시끄럽게 할 수 있으니 재갈까지 물려야겠군.'


나는 인벤토리에서 밧줄을 더 꺼내서 녀석들에게 전부 재갈을 물렸다. 그리곤 턱짓으로 방 하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유인제랑 조형주 빼고 나머지는 저 방에 다 집어넣자."


"알겠어요."


탁유림은 순순히 내 말에 따라 밧줄에 묶인 사람들을 한 명씩 옮기기 시작했다.


유인제와 조형주를 제외한 이유는 간단했다.


'유인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조형주가 알게 해선 안 되니까.'


탁유림과 함께 나머지를 전부 한방에 몰아넣은 뒤, 조형주와 유인제는 양옆 방에 각각 집어넣었다. 그리곤 식탁을 옆으로 세워 세 방문을 모두 막아버렸다.


혹시나 저들 중에 방을 탈출하려는 녀석이 나오더라도 식탁이 알람 역할을 해줄 것이다.


식탁 반대편 잡고 있던 탁유림이 손을 털면서 말했다.


"철두철미하시네요."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 * *




작업을 모두 끝낸 뒤, 우린 1층 거실로 내려왔다.


나는 내 방문을 열며, 탁유림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얼른 자둬, 내일부턴 바빠질 테니."


"저기······ 서준 씨."


탁유림은 방문을 닫으려는 나를 불러세웠다.


"왜?"


"내일부터 새로운 퀘스트가 진행될 거라고 하셨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때, 저도 데려가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 방해는 안 되겠습니다! 이래 봬도 양궁 국가대표 출신이라 활 하나는 진짜 잘 쏘거든요."


탁유림은 주먹까지 불끈 쥐어 보이며, 자신감을 표했다. 하루 내내 시무룩해 있던 그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입가에 실없는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지."


나는 짧게 대답하곤 방문을 닫았다.


'정신없는 하루였다.'


튜토리얼부터 역할극 퀘스트까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나는 오늘 얻은 것들을 떠올렸다.


다이아몬드 등급 포스에 탁유림 영입까지, 일단 첫 단추는 제대로 끼운 셈이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테사투르의 마법 지도'를 펼쳐 들었다.


섬 외곽에 찍혀있는 하얀색 발자국이 탁유림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에 시작 위치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었어.'


만약 탁유림과 같은 저택에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일 퀘스트를 시작함과 동시에 주변 지형을 봐가며 내 위치를 파악했어야 했을 터였다.


'운이 좋았어.'


어찌 됐건 지금 내 위치는 테사투르의 북동쪽이다. 시계로 방향을 따지자면 대략 1시에서 2시 사이.


'가장 가까운 포털이······. 여깄군.'


나는 지도에 선을 그어가며 루트를 만들었다.


'1회차 때의 경험과 도굴왕한테서 들은 정보 그리고 마법 지도에 표시된 히든피스까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야 한다.'


나는 각 링에서 꼭 얻어가야 하는 것들을 체크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만들어갔다.


'이곳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어가야지.'


장장 두 시간에 걸쳐 계획의 뼈대를 만든 뒤, 나는 푹신한 침대로 몸을 던졌다.


1회차까지 합친다면 이렇게 편안하게 잠자리에 드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무려 석 달이다. 스테고루스가 이끄는 군단에 맞서, 매일 밤을 불안 속에 보낸 나날들이.


달리 말하자면 인류 최후의 저항군은 단 석 달 만에 전멸당한 셈이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퀘스트창을 열었다.


【시작의 섬 #2 : 금강산도 식후경】


내일 아침부터 본격적인 테사투르의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그때까지 저택 안에서 충분히 쉬어두세요.


*플레이어는 '시작의 섬 #2 : 금강산도 식후경'이 진행되는 동안 울타리를 벗어나실 수 없습니다.


클리어 조건 : 내일 아침 8시까지 생존.

성공 시 보상 : 100KP

실패 시 페널티 : 사망.


(남은 시간 01:13:57)



'6시 47분.'


이곳에는 시계 따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은 이런 식으로 확인해야 했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탁유림이 있던 방문이 활짝 열려있고,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당에라도 나갔나 보군.'


울타리 밖으로는 아직 나갈 수 없으니, 마당에 있을 게 분명했다.


'뭐, 일단 2층을 확인해볼까.'


나는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상황은 어제 해놓은 그대로였다. 녀석들을 가둔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식탁 또한 반듯이 세워져 있었다.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겠지.'


녀석들의 근력 수치로는 밧줄을 풀어낼 수도 없거니와, 각 방에는 창문도 없어 식탁을 넘어뜨리지 않고는 탈출이 불가능했다.


나는 몸을 돌려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1층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저택 문이 열리고 탁유림이 걸어 들어왔다.


"산책이라도 한 건가?"


"네, 주변을 좀 살피다 왔어요."


궁금할 만도 했다.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곳이 바로 다음 퀘스트의 무대가 될 장소였으니까.


문 앞에서 쭈뼛거리며 서 있는 탁유림. 그녀의 표정엔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저 긴장감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울타리 너머를? 아니면 나를?


뭐가 됐든 상관없다. 적당한 긴장은 생존에 도움이 될테니까.


역할극을 거치면서 그녀 또한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이다음 퀘스트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샤워부터 하지. 곧 8시다."


"알겠어요."


욕실은 1층에 있었다. 남은 30일 동안 제대로 된 샤워를 할 수 있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나는 뜨거운 샤워를 만끽하며, 향후 계획을 재점검했다.


내 뒤를 이어 탁유림까지 샤워를 마친 뒤, 우리는 거실 바닥에 앉아 인벤토리에서 전투식량을 꺼냈다.


전투식량 안에는 딱딱한 빵과 걸쭉한 고기 수프, 생수 등이 들어있었다.


치아가 박히지도 않을 것 같은 돌 같은 빵. 그래도 수프에 푹 찍어 먹으니 그런대로 씹을만 했다.


생존을 위한 식사를 이어가고 있을 때, 옆에서 빵을 우물거리던 탁유림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세 개밖에 없는데 벌써 먹어도 되는 거예요? 앞으로 식량을 구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는 상황인데 아껴두는 게 낫지 않나 해서요."


그녀의 의문은 타당했다.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정된 식량은 비축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내가 회귀하지 않았더라면, 그녀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빵을 마저 물어뜯으며,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다음 퀘스트에서도 더 구할 수 있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죠?"


"KP상점에서 테사투르에 대한 정보를 샀거든."


"아······ 그러셨군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반복될 터, 미리 변명을 만들어두는 것이 상책이다.


탁유림은 찝찝함이 남아있는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회귀했다는 것은 끝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이니까.




* * *




식사를 끝마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8시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30분. 나는 마지막으로 인벤토리를 점검한 뒤, 2층 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탁유림도 그걸 의식했는지 나를 보며 물었다.


"남은 사람들은 어쩌실 건가요?"


어려운 질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이번 회차의 행동 방식을 결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어려운 선택이기도 했다.


게헨나에서도 튜토리얼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면 KP를 얻을 수 있다.


튜토리얼에서는 인당 100KP 뿐이지만, 게헨나에서는 다르다. 죽인 플레이어가 강하면 강할수록 얻는 KP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그것도 죽은 플레이어가 사용한, 혹은 가지고 있던 KP 양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장리엔수처럼 아예 이걸 노리고 인간 사냥으로 빠르게 강해진 녀석들도 있었지만······.'


플레이어 사냥을 통한 성장은 빠르고 효율적인 면이 있지만, 플레이어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 행동은 결국 손해를 유발한다.


아무리 죽은 플레이어가 남긴 KP를 취하더라도, 죽은 플레이어 몫까지 렉틸리언을 죽일 순 없었으니까.


렉틸리언의 멸절을 원하는 나에게, 자신의 성장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이다.


물론 미래의 토롤러나 후환이 될 가능성이 있는 상대에겐 자비란 없다.


하지만 녀석들은 조금 애매하다. 만에 하나 후환이 될 가능성이 존재하긴 했지만, 정말 미약한 가능성일 뿐이다.


그때, 탁유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제넘은 말이란 건 알지만······ 몇 명 더 데려가는 건 어때요? 그 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도 있잖아요."


나는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탁유림 말대로 동료를 만들 필요성은 있어.'


내 개인의 성장만을 위한다면 탁유림도 버리는 게 맞다. 하지만 1회차 때 뼈저리게 느꼈듯, 렉틸리언은 결코 개인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저들은 탁유림처럼 검증된 유망주가 아니다.'


자칫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빡세게 굴린다면? 어쩌면 그들의 미래가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치 내가 게헨나의 미래를 바꾸려는 것처럼.


'그래 초반부터 제대로 키우면 다를지도 몰라.'


어쩌면 도박에 가까운 실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걸어볼 만한 베팅이다.


본 대륙에 넘어가서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반복될 터.


탁유림에게 시간을 쓰는 김에 시간을 더 할애해서 그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식탁부터 치우지."


"네!"


탁유림은 폴짝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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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10 역할극 (4) 23.02.23 29 2 12쪽
9 #009 역할극 (3) 23.02.22 36 1 12쪽
8 #008 역할극 (2) 23.02.21 31 1 12쪽
7 #007 역할극 (1) 23.02.20 47 1 13쪽
6 #006 시작의 섬, 테사투르 23.02.19 43 1 12쪽
5 #005 튜토리얼 (4) 23.02.18 45 1 13쪽
4 #004 튜토리얼 (3) 23.02.17 58 1 13쪽
3 #003 튜토리얼 (2) 23.02.16 53 1 12쪽
2 #002 튜토리얼 (1) 23.02.15 61 1 12쪽
1 #001 회귀 23.02.14 9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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