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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살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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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링거링
작품등록일 :
2023.02.14 11:50
최근연재일 :
2023.02.24 15:1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24
추천수 :
11
글자수 :
61,456

작성
23.02.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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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9 역할극 (3)

DUMMY

009화







탁유림의 방은 1층에 있었다.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가서 노크를 했다.


-똑똑똑.


"됐어요. 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주세요."


방 안에서 탁유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녀의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탁유림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여태껏 울고 있던 것인지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들어오지 마시라니까요?"

"그건 네 사정이고. 여기가 아직도 지구인 줄 알아?"


탁유림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녀의 눈빛을 무시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대체 이런 녀석이 어떻게 살아남아서 그 위치까지 오른 거지?'


동료 영입은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나는 꾹 참고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대충 이야기는 들었다."

"······."

"근데 네가 살리지 못한 그거. 도플갱어야."

"······네?"


탁유림의 목소리에는 황당함이 담겨 있었다.


"네가 살리지 못한 건 네 동료가 아니라 도플갱어라는 몬스터라고."

"······그게 무슨 소리예요? 도플갱어는 또 뭐고요?"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몬스터의 일종이야. 네가 본 건 전부 환상 마법의 일부라고."

"하지만 언니는······."


탁유림은 감정에 북받쳤는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언니가 마지막 방에 없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냐?"

"······."


대답은 없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맞는다는 것을.


"네 언니는 빌어먹게도 착했나 보군. 널 두고 떠날 수 없었던 모양이야."


잠시 갸우뚱거리던 그녀는 이윽고 내 말의 의미를 파악했는지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대체 뭐가 다행이라는 거죠?"


그녀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전송의 방에서 못 들었나? 튜토리얼은 가상 현실에서 진행된다는 거?”

“그래도 튜토리얼에서 탈락하면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요?”

"아니, 튜토리얼에서 죽으면 다시 현실에서 깨어나. 기억을 모두 잃은 채지만."


물론 탁유림이 이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소환에 응했던 이가 지구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를 본 적이 없으니까. 그녀가 튜토리얼에서 죽으면 실제로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도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튜토리얼에서 죽으면 기억을 잃은 채로 다시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


1회차 때의 나조차, 소환되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

"근데 여기서 죽으면 진짜 죽어. 살아서 언니 만나고 싶으면 밥 먹으러 올라와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2층으로 올라가니, 사람들은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탁 한쪽에는 유인제의 모습도 보였다. 아까까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믿냐며 소리 지르던 그도 식욕은 참을 수 없었는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얌전히 고기를 뜯고 있었다.


건너편에 앉아있던 오주연은 혼자 온 나를 발견하곤 '뭐래요? 안 온대요?'라고 물으며 '그럼 그렇지.' 등의 말을 내뱉었다.


식탁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닭 다리 구이. 안심 스테이크. 프렌치 렉. 등.


나는 빈자리에 앉아 닭 다리를 집어 들었다.


첫 번째 닭 다리를 가볍게 해치우고 두 번째 닭 다리를 다 먹어가고 있을 때쯤, 계단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탁유림이었다.


눈물 자국은 다 닦았는지 그녀의 얼굴은 깨끗해져 있었다.


결연함마저 묻어나는 표정으로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는 나를 발견하곤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그리곤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고마워요."


나는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닭 다리를 건넸다.




* * *




식사를 마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접시와 나이프가 부딪치는 소리가 멈추고, 모두가 침묵을 지키며 서로의 눈치만을 보고 있던 그때.


이도훈이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제 얘기를 한 번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의 정중한 요청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아까 한 얘기긴 하지만 10명이 전부 모였으니 한 번 더 얘기하겠습니다. 혹시 이 저택으로 소환될 때, 인벤토리에 들어있던 ‘테사투르의 낡은 지도’를 다들 보셨나요?”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수긍했다. 박선호 같은 경우는 아예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내 식탁 위에 펼쳐놓았다.


이도훈은 지도 구석에 그려진 갈색 표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섬 외곽을 따라 촘촘하게 그려진 이 갈색 표시들. 아까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서 확인해보니 저택을 그려놓은 것 같습니다.”


옆에 앉은 오주연이 그의 말을 거들었다.


“맞아요. 저도 방금 도훈 씨랑 같이 나가서 확인했어요. 해안가를 따라서 똑같이 생긴 저택들이 쭉 이어져 있더라구요.”


오주연의 어시스트에 힘을 얻었는지 이도훈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말하길 이 섬에 플레이어가 자그마치 2,000명이 넘게 있다고 합니다. 저택 하나당 10명씩 배치되니 저택 수만 200개죠. 여러분, 시스템이 우리에게 지도를 준 이유가 뭐겠어요? 이건 완전 시작일 뿐이에요. 지도에 그려진 다른 지역들을 보세요. 이 ‘역할극’ 퀘스트가 끝나면 새로운 퀘스트들이 계속 이어질 게 분명해요.”


그의 말은 어느 정도 타당했다. 지금 상황을 게임으로 비유한다면 초대형 크기의 맵을 줘놓고, 아주 조그마한 공간에 가둬놓은 거나 다름없었으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조형주가 팔짱을 낀 채, 이도훈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가 당장 눈앞에 놓인 역할극 퀘스트에 매몰되어있지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게 핵심이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끼리 싸울 게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한단 말입니다.”


이도훈은 손가락으로 지도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내일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뻔하죠. 다른 저택에 있는 플레이어들과 경쟁을 시작할 겁니다. 저택당 한 팀만 나와도 무려 200팀입니다. 당장 지도만 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표시들이 여럿 있어요. 아무래도 선점해야 할 물건들이나 장소들을 표기해놓은 거겠죠. 역할극 퀘스트만 하다가 서로 감정 상하고 반목하게 되면 다른 플레이어들과 우리가 경쟁이 될까요? 지금은 힘을 합쳐서 다음을 논의하는 게 이성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어요.”


이도훈의 말은 지당했다. 테사투르에 산재한 위협. 그것에는 여타 플레이어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모두가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면, 10명이 팀을 꾸려 그다음을 대비하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인 법.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날 리 없었다.


좌중이 조용해진 가운데, 이도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왜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던져졌지만, 실상은 힘을 합쳐야 빠져나올 수 있는 트릭. 영화 속 인물들은 자기들끼리 싸우지만, 모든 것을 아는 관객 입장에선 답답하기 마련이죠. 이 상황도 그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우리끼리 싸우는 건 시스템의 농간에 놀아나는 겁니다!”


이도훈의 해석은 매우 흥미로운 접근이었다.


‘맞는 말은 아니지만······.’


언뜻 신들이 플레이어들에게 생존 게임이라도 시켜놓고 보면서 즐기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플레이어는 신들에게 있어서도 귀중한 자원이다. 아무리 튜토리얼 참가비로 생명력을 거둬가서 신력을 충당한다지만, 플레이어를 게헨나 전송시키는 데는 막대한 양의 신력이 소모된다.


튜토리얼 때의 플레이어와 다르게, 게헨나로 전송된 플레이어는 삼신三神의 투자가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게헨나에서 플레이어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버리는 것 자체가 신들에겐 손해나 다름없지.’


세르반 급 렉틸리언조차도 당해내지 못하는 연약한 신규 플레이어들.


그들에게 KP를 주기 위한 삼신三神의 고심 속에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역할극 퀘스트인 것이다.




* * *




사람들에게 이도훈의 논리가 꽤나 타당하게 다가온 듯했다. 누군가는 침음을 흘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고, 누군가는 지도를 살피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 침묵을 깨고 조형주가 입을 열었다.


“흐음······ 도훈 씨의 말은, 앞으로의 퀘스트를 생각해서라도 우리끼리 다퉈선 안 된다는 말이군요. 다른 저택들도 전부 팀을 꾸려올 테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면 혹시 방법을 생각하신 게 있으십니까? 상황이 어떻게 흐르든 간에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입기 마련일 텐데요?”


조형주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이도훈에게 집중됐다.


이도훈은 아직 방법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얼굴을 붉혔다.


‘슬슬 지치는군.’


이도훈이 방법까지 이끌어주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그 정도 역량은 없는 듯했다. 이제 내가 나서야 할 차례다. 내일 퀘스트를 생각해서라도 이 역할극을 빨리 끝낼 필요가 있었다.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내 한마디로 이도훈에게 집중되어있던 시선이 내게로 이동했다.


“오, 뭡니까? 그 방법이라는 게.”


“암살자, 연인, 희생자, 경찰, 광대, 시민. 지금 상황은 마치 슬라이딩 퍼즐과 같습니다. 하나를 움직여야 나머지가 맞물려 움직일 수 있죠. 당연하게도 첫 번째 퍼즐은 광대입니다. 모두의 특수 클리어 조건이 광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요?”


“광대에게 우리가 제안을 한가지 하는 겁니다. KP로 보상을 할 테니 정체를 밝혀달라고. 일단 제 클리어 보상은 2,000KP에 신력 능력치 +1이군요. 다들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특수 클리어 조건까지 만족하면 보상이 3배로 불어납니다. 그러면 6,000KP에 신력 능력치 +3이죠. 신력 능력치는 전달할 수 없으니 각자 1,000KP씩 총 9,000KP를 광대에게 보상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정체를 밝혀주는 대가로 말이죠.”


조형주가 내게 팔짱을 낀 채로 내게 물었다.


“플레이어 간에 KP 거래를 할 수 있었나요?”


조금 지나서야 알게 될 내용이지만, 나는 튜토리얼에서 들었다고 둘러댔다.


“튜토리얼 때 말해주던데요. 거래는 악수를 통해 가능합니다.”


“흐음, 그렇군요. 그렇다고 쳐도 그 제안을 광대가 믿을 수 있을까요? 퀘스트가 끝나면 입을 싹 닦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어차피 도훈 씨 말처럼 향후 퀘스트는 힘을 합쳐야 할 확률이 높지 않습니까? 6,000KP와 신력 능력치 +3에서 1,000KP만 내놓는 겁니다. 정말 일부분에 불과하죠. 그 정도도 내놓지 못한다면 신뢰를 저버리는 셈인데 누가 그와 동료를 맺고 싶어 할까요?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셈인데······ 저라면 그런 선택을 하진 않을 것 같네요.”


“흐음······.”


물론 내가 제안한 내용은 알량한 양심에 모든 것을 맡긴 조악한 궤변이다.


하지만 어차피 광대는 나.


광대가 아닌 저들에겐 제안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전혀 해가 될 게 없는 상황이다.


‘물론 클리어 조건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암살자의 경우는 애가 타겠지만.’


다들 내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설령 허점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암살자를 제외한다면 특별히 자신이 손해 볼 게 없기에 나서서 반대할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다.


그때, 지금까지 별말이 없이 듣고만 있던 한지유가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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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튜토리얼 (4) 23.02.18 45 1 13쪽
4 #004 튜토리얼 (3) 23.02.17 58 1 13쪽
3 #003 튜토리얼 (2) 23.02.16 53 1 12쪽
2 #002 튜토리얼 (1) 23.02.15 61 1 12쪽
1 #001 회귀 23.02.14 9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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