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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살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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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링거링
작품등록일 :
2023.02.14 11:50
최근연재일 :
2023.02.24 15:1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26
추천수 :
11
글자수 :
61,456

작성
23.02.16 09:41
조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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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003 튜토리얼 (2)

DUMMY

003화 튜토리얼 (2)







랩터들은 슬금슬금 다가오는 척하더니 빙글빙글 내 주위를 맴돌았다.


'의심 많고 교활한 습성까지 제대로 구현했군.'


생각해보니 전 회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녀석들은 주변을 맴돌며 의도적으로 긴장 상태를 유발해 플레이어들을 지치게 했다.


놈들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친 플레이어들이 빈틈을 보인 이후였다.


"굳이 기다릴 필요 없지."


글라디우스는 베기보다는 찌르기에 특화된 무기.


나는 글라디우스를 역수로 바꿔 쥐고 땅을 박찼다.


-타앗!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근력 12가 내는 힘은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다.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첫 번째 희생양이 될 녀석이 눈앞에 보였다.


급작스러운 등장에 놀랐는지 녀석의 몸뚱어리가 높이 튀어 올랐다.


그러건 말건 상관없다. 나는 글라디우스를 높이 들어 녀석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었다.


-빠각!


글라디우스의 검신이 녀석의 두개골을 꿰뚫고 아래턱으로 빠져나왔다.


푸른색 피가 뿜어져 나오며 허공을 적셨다.


【약화된 랩터를 처치하셨습니다.】


【50KP를 획득하셨습니다.】


【튜토리얼 1. 자격 증명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KP가 주어집니다.】


【튜토리얼 2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모든 랩터를 죽여야 합니다.】


"역겨운 렉틸리언 새끼들······."


눈앞의 모든 상황이 가상현실임은 중요치 않다.


나는 힘을 주어 손잡이를 옆으로 비틀었다.


-퍼칵!


랩터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터지며, 뇌수가 푸른 피와 섞여 검신을 따라 흘러내렸다.




* * *




이어진 것은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녀석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는 이빨조차도 내 피부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약화된 랩터.


게헨나에 있는 진짜 랩터와는 다르게 플레이어의 초기 능력치로도 죽일 수 있도록 약화된 녀석들이다.


방어 능력치가 상승하면서 생겨난 투명한 방어막.


놈들의 연약한 이빨로 뚫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 피슉!


【약화된 랩터를 처치하셨습니다.】


【50KP를 획득하셨습니다.】


검신에 물든 피를 털어내며 휑해진 주변을 살폈다.


200에 달했던 랩터의 숫자는 어느새 100마리 이하로 줄어들어 있었다.



-크롸로라롸라!


잠깐의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멀찍이 떨어진 반대편에서 랩터 한 마리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동족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게 화를 내는 것인지.


녀석은 자신의 동족들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낮은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마치 지시라도 내리는 것처럼.


-크르르르르르.


'우두머리 개체인가?'


랩터들은 무리 생활을 하며, 우두머리의 지시에 따라 떼를 지어 사냥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만약 저 녀석이 우두머리가 맞다면, 곧 랩터들의 집단공격이 시작되리라.


-크르르르르.


녀석이 낮은 울음소리가 한 번 더 울려 퍼지자, 남은 랩터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서주면 내가 다 고맙지."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우두머리 랩터는 2m 앞에서 높이 뛰어오르더니 발톱을 세워 찔러 들어왔다.


동시에 양옆과 뒤로 랩터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사방으로 에워싸인 상황.


피할 공간이 없어 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대등했을 때의 이야기다.


나는 망치를 쥐듯 글라디우스를 꽉 쥐어, 높이 떠오른 우두머리 랩터의 심장에 박아넣었다.


오직 급소만을 노리는 직선적인 움직임.


랩터를 처치했다는 알림이 미처 울리기도 전에 검을 뽑아내 양옆에서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드는 녀석의 목구멍에 차례로 박아넣었다.


뚫린 구멍으로 푸른 피가 솟구쳐올랐다.


감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글라디우스를 역수로 바꿔 쥐어 뒤에서 달려드는 녀석의 미간을 향해 내리찍었다.


-빠칵!


머리가 반으로 갈라진 랩터의 몸뚱어리가 볼썽사납게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글라디우스가 다시 휘둘러졌다.


한 번의 휘두름에 한 마리의 랩터.


본능적으로 검을 휘두르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번 생은 다를 것이다.


가로막는 모든 것을 쳐부수리라.




* * *




- 끼이이익.


랩터가 모두 죽자, 돌벽 한쪽에 있던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두 번째 튜토리얼로 가는 문이다.


나는 철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


◾ 이름 : 백서준

◾ 나이 : 25세

◾ 클래스 : (-)

◾ 칭호 : 첫 번째 살인자 (적용 중)

◾ 소속 : (-)

◾ 능력치

【근력 12】 【체력 12】

【재주 12】 【방어 12】

【감각 12】

(잔여 능력치 포인트 : 0)

◾ 포스 : (-)

◾ 어빌리티 : (-)

◾ 업적 : (-)


(보유 카르마 포인트 : 10,720KP)



랩터를 잡으면서 얻은 KP가 더해져 제법 많은 양이 쌓였다.


'능력 두어 개쯤 더 올릴 수 있을 양이지만······'


후에 있을 상점을 이용하기 위해 KP를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지금 능력치만으로도 튜토리얼 기준으로는 차고 넘치는 수준.


나는 상태창을 끄고 철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철문을 통과하자,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 튜토리얼을 통과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두 번째 튜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다. 두 번째 관문은 '협동'입니다.】


-띠링!


【튜토리얼 #2 : 협동】


'약화된 알로우스'를 피해 다음 튜토리얼 장소까지 이동하세요.


클리어 조건 : 복도 끝에 있는 철문에 도달.

성공 시 보상 : 200KP.

실패 시 패널티 : 튜토리얼 탈락.


(알로우스 소환까지 00:29)

(제한 시간 59:59)



나는 퀘스트창을 꺼버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반대편 철문까지 이어진 500m 정도 돼 보이는 복도.


복도 양 가장자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방호시설들.


그리고 퀘스트창에서 말한 대로 30초 뒤에 소환되는 '약화된 알로우스'까지.


튜토리얼이 제시하는 바는 간단했다.


두 팀으로 나눠 양측 방호시설에 들어가, 한쪽 팀이 어그로를 끄는 동안 반대쪽 팀이 그다음 방호시설로 이동하는 것.


튜토리얼의 제목처럼 플레이어들이 서로 협동한다면, 모두가 튜토리얼을 클리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었다.


'전 회차 때는 엉망이었지.'


시작부터가 문제였다. 플레이어들은 첫 관문에서 죽인 '약화된 랩터'를 떠올리며 '약화된 알로우스'를 자신들의 힘만으로 잡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녀석들은 지형지물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자신만만한 얼굴로 알로우스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30초 뒤에 등장한 알로우스는 그들이 상대할 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높이 2.5m에 몸길이 7m, 대략 미니버스 정도의 크기.


녀석은 소환과 동시에 열댓 명을 반으로 찢어버렸다.


아비규환 속에서 나는 모두에게 방호시설로 들어가라 외쳤고, 내 말을 따른 이들은 알로우스로부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지.'


한쪽 팀이 어그로를 끄는 동안 반대쪽 팀이 그다음 방호시설로 이동하는 것.


언뜻 보면 모두가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맹점이 있다.


바로 마지막 어그로를 끄는 팀은 희생된다는 것.


복도의 중간부에 도달했을 즈음에 그 사실을 파악한 이들이 생겨났다.


참상은 그때부터 벌어졌다.


마치 대학생 시절 즐겨 했었던 아이스크림 31 술게임처럼.


서로 마지막에 남는 팀이 되지 않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한 칸이 아닌 두 칸 세 칸씩 건너뛰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발이 느린 자들은 알로우스에게 찢겨 죽었다. 불과 몇 번의 이동 만에 생존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방호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방호가 철문과 연결된 구조로 되어 있어 애초부터 누군가 희생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뭐 결과적으로 본다면 그때 죽는 게 좋았을 테지만.'


나는 상념을 털어내고 정신을 집중했다.


전 회차에서 가장 먼저 죽은 바보 녀석들이 하려던 미친 짓.


그 짓을 내가 하려고 하니까.


- 띠링.


타이밍 좋게 알로우스의 소환을 알리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30초가 지났습니다.】


【'약화된 알로우스'가 소환됩니다.】


-쿵!


알로우스가 긴 꼬리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크롸롸라라라라!


나를 피식자로 인식한 알로우스가 아가리를 쩍 벌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회귀 전만 해도 눈도 못 마주치던 잡몹새끼가······.'


울화가 치밀었지만, 지금 나는 과거 내가 아니다.


'방심은 금물이다.'


- 쿵! 쿵! 쿵! 쿵!


녀석은 거대한 뒷발로 땅을 부술 듯이 박차며 돌진해왔다.


나는 글라디우스를 역수로 바꿔 쥐고 녀석이 거리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수각류의 약점.'


알로우스는 랩터와 마찬가지로 렉틸리언 수각류에 속한다.


거대한 뒷발을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면서 날카로운 이빨로 상대를 물어뜯어 죽이는 것이 녀석들의 특기.


하지만 녀석들은 그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서 포기한 부분들이 많았다.


거대한 뒷발로 인한 기형적인 신체 구조를 가졌다는 점.


그리고 무게를 가볍게 하다 보니 뼈의 구조가 약해졌다는 점.


나는 이 두 가지를 이용해 녀석을 사냥할 생각이었다.


어느새 녀석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지금이다!'


내 선택은 간단했다.


바로 녀석을 향해 뛰어드는 것.


나는 땅을 박차 추진력을 얻어 녀석의 정면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끼이이익.


마찰력으로 인한 열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녀석은 아가리를 들이밀었지만 나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거대하게 발달한 뒷발로 인해 녀석은 아무리 몸을 숙여도 아가리가 땅에 닿지 않는다.


특히나 달리기 위해 발을 뻗은 와중이라면 더더욱.


관성에 의해 녀석의 머리가 지나치고 나니 드디어 녀석의 뒷발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재빨리 글라디우스를 들어 녀석의 발 중앙에 내려찍었다.


- 빠가각!


녀석의 발뼈가 꿰뚫리면서 주변 뼈들 또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 크르아아아아아!


고통에 젖은 녀석의 울음소리가 복도 전체를 가득 메웠다.


숨 돌릴 틈도 없었다. 기회를 잡았을 때 끝내야 했다.


나는 즉시 글라디우스를 뽑아낸 뒤, 이번에는 녀석의 정강이뼈를 향해 검신을 박아넣었다.


- 쩌거거걱!


정강이뼈마저도 박살이 난 상황. 녀석은 한쪽 다리로 몸을 지탱하는가 싶더니 곧 균형을 잃고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 쿠웅!


쓰러지고 나서도 녀석은 쉴 새 없이 남은 발로 발버둥 치며 아가리를 들이댔다. 하지만 이미 기동력을 잃은 상황에 녀석의 이빨은 전혀 위협요소가 되지 못했다.


나는 차분하게 반대쪽 뒷발을 부순 뒤, 아가리에서 먼 쪽에서부터 차례로 뼈를 부숴갔다.


- 푸칵! 콰각! 빠각!


녀석은 계속해서 반항해댔지만, 그뿐이었다.


글라디우스가 녀석의 허리춤에 다다랐을 때.

녀석은 그제서야 들썩임을 멈췄다.


- 띠링!


【'약화된 알로우스'를 처치하셨습니다.】


【상정 외의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달성하신 업적은 튜토리얼 최종평가에 반영됩니다.】


'상정 외의 업적이라······.'


게헨나에서는 플레이어가 업적을 달성했을 시, 업業에 따라 합당한 KP나 여타 보상을 수여한다.


하지만 이곳은 가상현실.


모든 것은 신들이 짜놓은 알고리즘에 맞춰 돌아가는 세상이다.


'하긴······ 이제 막 첫 관문을 통과한 햇병아리가 알로우스를 잡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겠지.'


어차피 튜토리얼 최종평가에 반영된다고 하니 상관없다.


보상은 그곳에서 제대로 받아내면 된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나는 건너편에 있는 철문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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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04 튜토리얼 (3) 23.02.17 58 1 13쪽
» #003 튜토리얼 (2) 23.02.16 54 1 12쪽
2 #002 튜토리얼 (1) 23.02.15 61 1 12쪽
1 #001 회귀 23.02.14 9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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