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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살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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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링거링
작품등록일 :
2023.02.14 11:50
최근연재일 :
2023.02.24 15:1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23
추천수 :
11
글자수 :
61,456

작성
23.02.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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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010 역할극 (4)

DUMMY

010화







그때, 지금까지 별말이 없이 듣고만 있던 한지유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클리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역할도 있지 않을까요? 역할에 따라 그럴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모두가 1,000KP를 내라는 전제조건이 틀어지게 되는데요.”


한지유의 말은 정론이었다. 하지만 내 귀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인지. 그저 긴장하고 있을 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군요.”


다들 답답해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빠르게 수긍했다. 그리곤 주변을 한번 살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안 되겠군요. 밤새 이럴 수도 없고, 제가 말을 꺼냈으니 제가 먼저 역할을 밝히겠습니다. 보상은······ 양심에 맡기겠습니다.”


“예?”


조형주가 놀란 눈으로 반문했지만, 나는 바로 다음 말을 꺼냈다.


“제가 부여받은 역할은 암살자입니다.”


나는 역할을 밝힘과 동시에 모든 이의 시선을 살폈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때, 딱 한 사람만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보고 있지 않은 사람.’


그것은 바로 한지유였다. 그녀는 눈동자는 내가 아닌 유인제를 향하고 있었다.


“암살자 클리어 조건이 희생자를 죽이는 것인데, 제 성격상 사람을 죽이는 건 못 할 거 같네요. 해서······ 퀘스트를 포기하겠습니다. 어차피 승리 조건도 달성하지 못할 거, 광대에게 역할 들켜봐야 상관없는 상황이고요.”


김하성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페널티가 있을 텐데요?”


나는 짐짓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에게 대답했다.


“능력치 몇 개 정도야······ KP를 벌어서 충당하면 되겠죠. 특수 클리어하셔서 다들 절 도와주실 거라 믿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지만 역시나 다들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섣불리 자신의 이익을 포기한다니? 인간은 태생적으로 그런 동물이 아님을 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팔짱을 끼고 상황을 주시하던 조형주가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곧이어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그가 말을 이었다.


“서준 씨의 말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차피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니까요. 근데 그전에 광대 역할을 맡으신 분······ 나오실 생각은 없습니까?”


당연하게도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었다.


“후우······ 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어차피 서준 씨 역할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으니, 저도 그냥 역할을 밝히겠습니다. 전 경찰입니다.”


“그건 또 어떻게 믿죠?”


오주연의 물음에 조형주가 대답했다.


“간단하죠.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경찰이신 분 있으십니까?”


조형주가 몇 번 더 물었지만, 자신이 경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뒷마당에서의 대화도 그렇고, 내가 암살자임을 밝히자마자 자신의 역할을 밝힌 것도 그렇고. 경찰 역할을 맡은 이가 할법한 행동 양식이다. 일단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봤을 때, 조형주가 경찰일 확률은 매우 높아 보였다.


“하지만, 광대 때문에 말 못 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오주연의 딴지에 조형주는 한숨을 내쉬더니 인벤토리를 열어 한 가지 아이템을 꺼냈다.


“경찰 역할을 맡으면서 암살자를 포박할 수 있는 특수 아이템을 함께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제가 경찰이라는 건 확실하죠?”


내 기억과 일치한다. 경찰은 특수 능력으로 ‘속죄의 포승줄’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찰이 암살자를 향해 던졌을 때, 암살자를 포박할 수 있는 특수 아이템이다.


‘일회용 아이템이라 사용에 신중해야 했었지. 조형주는 의도적으로 그 부분을 빼고 말한 듯하지만······.’


게다가 조형주는 또 하나의 거짓말을 했다. 경찰의 특수 클리어 조건은 광대가 누군지 알아내는 것이지, 광대에게 역할을 들키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는 아무런 리스크 없이 자신의 직업을 밝힌 것이다.


‘어찌 됐건 조형주가 경찰인 건 확실하군.’


오주연은 조형주의 말을 듣자마자, 나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그럼 저 사람한테 쏘면 되겠네요!”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나는 당황한 척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요. 저는 협조한다 쳐도 다른 암살자도 그럴까요? 암살자는 한 명이 아닙니다. 게다가 저를 공격하면 다른 암살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당신들을 믿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츠르릉.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검투사의 철검’을 꺼내 들었다.


“혼자는 안 죽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


먼저 꼬리를 내린 것은 조형주였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진정하시죠.”


나는 그를 경계하는 것처럼 서서히 칼을 내려뒀다.


조형주가 언제든지 속죄의 포승줄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다지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속죄의 포승줄이 날아가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3m 정도 거리만 보장돼도 육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조형주가 속죄의 포승줄을 내려놓는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이 되었다.


“그래도 진위를 밝히긴 해야 할 텐데요.”


나는 검을 쥔 채로 조형주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럼 다른 암살자 한 명을 알려드리죠. 그 사람을 포박하세요. 그러면 제 말이 증명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시죠.”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나는 천천히 식탁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탁유림, 정가혜, 김하성을 지나 내가 도착 한 곳은 한지유가 앉아 있는 의자 뒤였다. 나는 한지유 뒤편에 서서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녀의 양어깨를 짓눌렀다.


내 신호를 알아챘는지 조형주는 한지유에게 포승줄을 던졌다.


사실 한지유를 고른 것은 반쯤 도박이었다.


쉬는 시간에 홀로 계속 거실에 남아있긴 했지만, 유인제가 일련의 사건 때문에 방에 들어가 버린 상황이었다는 점.

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알림이 떴을 때, 모두가 기피하던 유인제를 본인이 직접 데리고 오겠다고 했던 점.

마지막으로 내가 암살자임을 밝힐 때, 유인제를 쳐다보고 있었다는 점.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휘릭!


조형주가 던진 포승줄이 한지유에게 맞자, 생명이라도 깃든 것처럼 제멋대로 휘리릭 움직이더니 한지유의 몸을 둘러싸 버렸다.


“읍읍읍―.”


그녀는 무언가 소리치려 했지만, 포승줄은 그녀의 입까지 묶어버렸다.



- 띠링!


【경찰이 암살자 1명을 포박했습니다.】



“뭐야 진짜 맞잖아?”


곳곳에서 놀라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곧바로 유인제의 눈치를 살폈다. 녀석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래. 지금 나서봐야 이상한 꼴이 되겠지. 어쩌면 광대로 몰릴 수도 있고 말이야.’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자, 그럼 제가 암살자인 것과 형주 씨가 경찰이라는 것은 명확해졌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 자신에게 말한 것이기도 했다.


광대는 나.


경찰과 암살자는 이미 확실해졌고, 남은 것은 연인, 희생자 그리고 시민.


연인은 구분하는 방법이 따로 있기에, 남은 것은 희생자와 시민을 구분하는 것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해가 졌는지 하늘은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내일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상황을 종식할 필요가 있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유인제가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소리쳤다.


“너, 너 암살자 아니잖아? 이 미친 새끼야! 너 정체가 뭐야?”


입가로 비릿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나서줬군.’


예상보다 이르긴 했지만, 오히려 잘됐다. 처음부터 이 상황을 바란 거였으니까.


나는 유인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특수 클리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암살자를 연기해야한다.


“네가 광대구나? 이제와서 연기한다고 되겠냐?”


이제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됐다. 남은 것은 제압 뿐이다.


-빠각!


나는 검 손잡이를 높이 들어 옆에 있던 감하성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김하성이 기절함과 동시에 왼손 날로 포박당해 있던 한지유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무슨 짓입니까!”


먼 쪽에 있던 녀석들이 소리를 내지르며 인벤토리에서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대꾸할 필요도 없다. 오주연의 뒤통수까지 폼멜(검 손잡이 끝)로 내려찍은 뒤, 테이블을 건너뛰어 검을 뽑아 들려 하는 이도훈의 턱을 발로 걷어찼다. 오른쪽에서 정가혜가 스태프를 집어 드는 것이 보였다.


-틱!


나는 재빠르게 칼을 휘둘러 녀석이 들고 있던 스태프를 멀리 치워버렸다. 그리곤 테이블을 밟고 높이 뛰어 정가혜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쿵!


뒷벽에 부딪혀 정신을 잃은 정가혜.


어느새 무기를 거머쥔 박선호, 유인제, 조형주가 나를 에워쌌다.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어.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이럴 거였으면 왜 암살자인 걸 밝힌 거지?”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경찰인 조형주 만큼은 철저히 속여야 했다.


“크크큭. 광대가 죽어버리면 광대에게 들키지 않게 된거 아니겠어?”


내가 웃고 있는 사이, 뒤에 있던 박선호가 틈을 노리고 검을 휘둘러왔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동작. 나는 몸을 가볍게 틀어 녀석의 검을 피해내고 녀석의 허벅지에 검을 박아넣었다.


“끄아아악!”


녀석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검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나는 손잡이 방향으로 녀석의 턱을 향해 휘둘렀다.


-빠직!


폼멜이 턱을 부수고 들어가버렸다.


‘힘 조절이 어렵군.’


죽는 건 곤란했다. 광대의 클리어 조건에 어긋났으니까.


쿵 소리와 함께 박선호가 쓰러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다.


조형주와 유인제가 겁에 질린 채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무리 튜토리얼을 거쳤더라도 녀석들은 아직 일반인에 가깝다.


이제껏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된 적이 없는 온실 속 화초와도 같은 녀석들이다.


나는 검을 들어 녀석들을 향해 겨눴다.


“조형주, 넌 검 내려놔. 그럼 편하게 기절시켜줄게. 옆에 넌 악감정은 없다. 광대로 배정받은 네 잘못이지.”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둘은 기합 소리와 함께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전광석화와도 같은 움직임으로 녀석들의 검을 전부 피해내고 둘의 뒤통수에 폼멜을 박아넣었다.


이제 남은 것은 탁유림 하나뿐이다.


‘일단 기절시켜놨다가 깨워야 할까 아니면 어떻게든 설득해야 할까?’


뭐가 더 나을지 고민하며 나는 그녀가 서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활시위를 건 채, 활을 아래로 늘어뜨려 놓고 있었다.


긴장될 법한 상황인데도 탁유림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다음 순간, 그녀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신, 광대죠?”


‘뭐?’


어디서 놓친 거지? 내 연기는 완벽했다고 자부한다. 심지어 중간에 계속 방에만 있었던 탁유림이다.


회귀한 후 처음으로 긴장감이 피어올랐다.


“쉬는 시간 때, 지유 씨가 인제 씨 방에 노크하는 걸 들었어요.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그것도 그 인제 씨한테 노크할만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곳에서 지유 씨가 암살자로 밝혀졌을 때, 자연스럽게 인제 씨도 암살자인 걸 눈치챘어요.”


“······.”


“그래서 일단 암살자는 제외. 경찰도 밝혀진 상황에서 암살자를 연기한다? 그럴만한 역할은 광대밖에 없죠.”


“단지 그것만으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제 씨 죽인대 놓고 기절만 시켰잖아요.”


나는 할 말을 잊었다. 이제야 내가 알던 탁유림답다고 해야 하나? 어찌 됐건 나쁠 건 없었다.


‘경찰에게만 들키지 않으면 되니까 특수 클리어 조건도 문제없다.’


나는 계산을 마친 뒤, 그녀에게 말했다.


“······잘했군.”


“그럼 저 방해는 안 될 테니까. 기절시키는 건 그만둬주시면 안 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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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2 튜토리얼 (1) 23.02.15 6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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