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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살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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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링거링
작품등록일 :
2023.02.14 11:50
최근연재일 :
2023.02.24 15:1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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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수 :
61,456

작성
23.02.1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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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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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2 튜토리얼 (1)

DUMMY

002화







오감이 차단된 짙은 어둠 속.


사고만이 존재를 입증하던 그 상황에서, 불현듯 밝은 문자열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매칭이 완료되었습니다. 100/100】


【01:59】

【01:58】······


'뭐?'


곱씹을 여유 따윈 없었다.

나머지 감각들이 한꺼번에 깨어나 머릿속을 어지럽혔으니까.


갑작스레 일어난 변화에 익숙해지자,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데이아의 거래에 응해 게헨나로 전송된 그날.


9년 전의 아침이라는 것을.


'정말 돌아온 것인가?'


감상을 남길 여유도 없이 타이머에서 째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01:38】

【01:37】······


'거부할 수도 없게 참 엿 같은 타이밍으로 돌려보내 놨군.'


2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나는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5평 남짓한 작은 거실.

노이즈가 낀 조그마한 텔레비전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앵커.


모든 것이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떠나기 전에 가족들 얼굴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았겠건만, 지금 시각은 9시 58분.


엄마는 병원에, 하준이는 학교에 있을 시간이었다.


집안을 둘러보다 이내 포기하고 발걸음을 멈춰섰다. 뉴스에서는 '전송'에 관한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병오년 새해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신년을 기념하고 희망의 새 출발을 다짐해야 할 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전송의 날'이기도 합니다. 남대문 지구라트 앞에서 신상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신상호 기자?」


「네, 저는 지금 남대문 지구라트 앞에 서 있습니다. 지구 곳곳에 지구라트가 생겨난 지도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게헨나 삼신三神'의 제안에 응해 게헨나로 떠났는데요. 매년 두 번씩 총 8번의 전송이 있었고, 오늘이 9번째 전송이 일어날 예정입니다.」


「예, 신상호 특파원. 그들이 신의 제안에 응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삼신'이 전송에 대한 보상으로 황금을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사기라는 의견이 팽배했습니다만, 그들은 처음 약속한 것처럼 황금을 주었습니다.」


「어차피 지구를 떠나는데 황금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떠난 이들은 황금을 수령할 장소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아닌 지구에 남을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특파원의 말대로였다.


황금 한 덩이.


과거의 나는 이 황금 한 덩이를 엄마와 하준이에게 남기기 위해 이 선택을 했다.


어쩌면 이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삼신三神?'


게헨나엔 네 명의 신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9년간 살아왔던 나였기에 잘 알고 있다.


'하여간 기자들이란······.'


나는 고개를 돌려 탁자 위에 놓인 가족사진을 바라봤다.


가족사진 옆에 놓인 하얀색 편지 봉투.


9년 전이지만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봉투 안에는 가족들을 위해 남겨놓은 편지가 들어있다.


【00:11】

【00:10】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손을 뻗어 봉투 옆에 놓인 가족사진을 집어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와 하준이 모습.


나는 필사적으로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이번에는······ 꼭 돌아오겠습니다.'


【00:01】

【00:00】

【전송을 시작합니다.】


-파앗!




* * *




정신을 잃었다 깨는 것도 연달아 3번을 하니 금세 익숙해졌다.


나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돌벽과 철창으로 둘러싸인 원형의 무대.

마치 콜로세움의 경기장과도 같은 이 곳에 100명의 사람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어지러움에 이마를 부여잡은 이들.

갑작스레 변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려움에 떠는 이들.

침착하게 주변을 살피는 이들까지.


모두 기억 속 그대로였다.


'오랜만이군.'


모두가 신의 제안에 응해, 참가비로 생명력까지 바쳐가며 온 이들이다. '여긴 어디?'와 같은 나약한 소리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긴장감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그때, 무대의 중앙에서 밝은 빛이 떠올랐다.


빛은 뭉쳐지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더니, 날개를 활짝 펼친 천사의 형태로 변하였다.


[튜토리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녀석도 오랜만이군.'


[저는 여러분이 원활하게 튜토리얼을 치를 수 있도록 도울 안내자, 아리엘입니다.]


아리엘은 사실 실체가 아닌, 튜토리얼을 위해 제작된 홀로그램이다. 녀석은 미리 설정된 절차에 따라 앞으로 한참 동안 설명을 이어갈 것이다.


'어차피 다 아는 내용.'


나는 아리엘로부터 시선을 거뒀다.


'상태창.'



【플레이어 정보】


◾ 이름 : 백서준

◾ 나이 : 25세

◾ 클래스 : (-)

◾ 칭호 : (-)

◾ 소속 : (-)

◾ 능력치

【근력 5】 【체력 5】

【재주 5】 【방어 5】

【감각 5】

(잔여 능력치 포인트 : 0)

◾ 포스 : (-)

◾ 어빌리티 : (-)

◾ 업적 : (-)


(보유 카르마 포인트 : 0KP)



'깔끔하기 그지없군.'


튜토리얼에 들어온 순간부터 모든 이들의 능력치는 5에서 시작한다. 현실과 다르게 이곳에선 모두가 동일선상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혹시나 회귀를 거치면서 딸려온 특전이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없었다.


'뭐, 상관없다.'


머릿속에 남아있는 미래 지식. 그것이야말로 S급 어빌리티와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었으니까.


미래에 일어날 굵직한 사건들을 떠올리며 향후 계획을 고심하기를 한참, 아리엘의 설명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무기 소환입니다. 머릿속으로 소환하고 싶은 무기의 형태를 떠올리십시오.]


나는 즉시 글라디우스를 떠올렸다.


'검신 길이는 70cm, 곧고 넓게 뻗어 찌르기 좋은 형태.'


곧이어 묵직한 날붙이가 허공에서 생겨나 손에 쥐어졌다.


[······정확한 형태와 세세한 수치까지 떠올려야 무기가 소환됩니다. 그럼 이제 첫 번째 튜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관문은 '자격 증명'입니다.]


-띠링!


【튜토리얼 #1 : 자격 증명】


약화된 랩터 200마리를 상대로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세요.


클리어 조건 : '약화된 랩터'를 1마리 이상 죽이기.

성공 시 보상 : 100KP(Karma Points)

실패 시 페널티 : 튜토리얼 탈락.


(랩터 소환까지 29:59)



'주어진 시간은 30분.'


퀘스트창을 치우고 주변을 살폈다. 다들 무기 소환에 여념이 없었다.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 쥐어짜고 있는 중년 남성부터 허공에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주황 머리 여자까지.


"에잇! 이거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야! 그냥 칼 달라고 칼!"


주황 머리 여자는 나와 내 손에 들린 검을 번갈아 보더니 소리쳤다.


"저기요! 그거 어떻게 하신 거예요?"


나는 대답 대신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저기요! 안 들리세요? 어떻게 하냐니까요?"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 막연한 상상으로는 무기 소환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30분을 준거겠지만······.'


나는 손잡이를 굳게 쥐었다.


여자는 계속해서 무어라 소리치는 듯했지만, 그런 것 따위 내게 하등 중요치 않았다.


1회차와는 다를 것이다. 기회가 주어진 이상, 주어진 모든 것을 활용할 것이다.


30분.


내가 활용해야 할 첫 번째 단서다.


-푸칵!


나는 검을 굳게 쥐어 여자의 목에 정확히 찔러넣었다.


【살인을 저지르셨습니다.】


【100KP를 획득하셨습니다.】



【'최초의 살인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최초의 살인자】


칭호 효과 : 살인 시 100KP를 추가로 얻습니다. (튜토리얼 한정)



죄책감 따윈 없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튜토리얼은 플레이어를 게헨나로 전송되기 전에 거치는 일종의 자격시험.


게헨나와 다르게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가상현실에 불과하다.


게헨나에 가서 개죽음당할 바에야 이곳에서 탈락해 생을 이어가는 것이 백번 낫다.


-쨍그랑!


이곳이 가상현실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목이 잘린 여자의 몸이 유리 조각처럼 깨져 허공에 흩뿌려졌다.


그 소리가 도화선이 되었을까? 홀 안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기 시작했다.


"저, 저 개자식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안내자 말 못 들었어? 인간이 아니라 약화된 랩터를······."


놀라서 떠들어대는 그들을 향해 나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용서를 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종국엔······ 내게 고마워하게 될 거야."


나는 빠르게 '최초의 살인자.' 칭호를 장착하고 다음 대상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살인을 저지르셨습니다.】

【살인을 저지르셨습니다.】

【살인을 저지르셨습니다.】······



모든 행위는 결과와 원인의 연쇄에 묶인다. 우리는 매 순간 저마다의 판단에 따라 행동을 선택한다.


그리고 행위자는 행동에 대한 업을 짊어지게 된다.


검이 휘둘러지고, 경쾌한 목소리가 KP가 쌓여감을 알린다.


KP에 선악 구분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행위의 난이도.

행위가 인과에 미치는 영향.


두 가지만을 판단한다.




* * *




-쨍그랑!


마지막 플레이어의 몸이 유리 조각으로 깨져 흩뿌려졌다.


나도 저들을 따라갈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이대로 돌아간다 한들 현실의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나는 상념을 털어내고,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랩터 소환까지 02:43)


'숨 돌릴 시간은 충분하군.'


검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낸 뒤, 상태창을 열었다.



【플레이어 정보】


◾ 이름 : 백서준

◾ 나이 : 25세

◾ 클래스 : (-)

◾ 칭호 : 첫 번째 살인자 (적용 중)

◾ 소속 : (-)

◾ 능력치

【근력 10】 【체력 10】

【재주 10】 【방어 10】

【감각 10】

(잔여 능력치 포인트 : 0)

◾ 포스 : (-)

◾ 어빌리티 : (-)

◾ 업적 : (-)


(보유 카르마 포인트 : 14,740KP)



전투 중에 능력치를 올리면서 소모한 KP까지 합하면 얻은 KP는 19,700.


'19,700KP라······.'


1회차 때, 튜토리얼에서 벌어들인 KP가 전부 합해 10,000 남짓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 띠링.


【랩터 소환까지 1분 남았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


소환되는 랩터의 수는 200마리.


홀로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스펙업이 필수적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KP를 소모해 능력치를 올리는 것뿐이야.'


나는 빠르게 능력치 칸으로 손을 가져갔다.


【근력 10 -> 11】

【소모 KP : 1024】


【KP를 소모하여 근력 1을 올리시겠습니까? (Y/N)】


“Yes."


【근력 11 -> 12】

【소모 KP : 2048】


【KP를 소모하여 근력 1을 올리시겠습니까? (Y/N)】


“Yes."


능력치 1을 올릴 때마다 KP 요구량은 두 배씩 늘어난다.


처음에는 금방금방 능력치를 올릴 수 있지만, 능력치가 높아질수록 KP 요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플레이어에게는 능력치 20이 한계로 작용한다.


초기 능력치 5.

마의 벽 20.


딱 15계단뿐이지만, 능력치의 세계에서는 숫자 한두 개 차이가 엄청난 능력 차로 나타난다.


'특수능력치를 얻기 전까지는 기본 능력치를 골고루 찍는 게 좋아.'


나는 근력에 이어 체력, 재주, 방어, 감각까지 모두 12로 올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띠링!


【랩터가 소환되었습니다.】


준비를 마침과 동시에 경쾌한 알림음이 울렸다.


돌벽 사이에 있던 철창들이 일시에 위로 올라갔다.


-철컥!


열린 철창들 사이로 약화된 랩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르.


1m가 채 안 되는 작은 키.

몸통에 비해 거대하게 발달한 뒷발.

날카로운 이빨과 큰 갈고리발톱.


녀석은 렉틸리언 수각류의 말단 계급인 밀레스 급 개체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군.'


입가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서서히 다가오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나는 글라디우스를 힘껏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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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시작의 섬, 테사투르 23.02.19 43 1 12쪽
5 #005 튜토리얼 (4) 23.02.18 46 1 13쪽
4 #004 튜토리얼 (3) 23.02.17 59 1 13쪽
3 #003 튜토리얼 (2) 23.02.16 54 1 12쪽
» #002 튜토리얼 (1) 23.02.15 62 1 12쪽
1 #001 회귀 23.02.14 9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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