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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살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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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링거링
작품등록일 :
2023.02.14 11:50
최근연재일 :
2023.02.24 15:1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27
추천수 :
11
글자수 :
61,456

작성
23.02.21 11:08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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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008 역할극 (2)

DUMMY

008화







그때, 등 뒤에서 조형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호 씨, 잠깐 둘이 대화 좀 할까요?"


이어서 박선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시죠."



'여기부터 알아볼까?'


나는 빠르게 2층으로 올라가 창문을 통해 저택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곤 재빠르게 수풀 뒤에 숨어 상황을 지켜봤다.


'저기 있군.'


조형주와 박선호는 함께 마당을 산책하고 있었다.


"저게 울타리인가 보군요."


조형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손을 뻗어 마당 한쪽을 가리켰는데, 그곳에는 오주연과 이도훈이 울타리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둘은 울타리를 넘어가려고 시도하는 듯했지만, 투명한 벽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게 저런 뜻이었군요."


"그런가 봐요."


둘은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오주연과 이도훈이 없는 저택 뒤편 마당으로 걸어갔다.


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이며,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래서 왜 따로 보자고 하신 겁니까?"


"선호 씨, 암살자가 몇 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


"아니, 그렇잖아요. 사람은 열 명인데 역할은 여섯뿐. 중복되는 역할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예 뭐, 그렇겠죠?"


"마피아 게임에서는 보통 밸런스를 위해 암살자 숫자를 복수로 설정하기 마련이거든요. 특히나 지금처럼 사람 수가 많으면 더더욱."


"······그래서요?"


"방금 사람들이 흩어질 때, 짝지어서 가는 사람들에 집중했습니다."


"그 말씀은······? 그들 중에 암살자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럴 확률이 높은 거죠. 중복되는 역할은 암살자뿐만이 아닌 거 같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런데 이런 말씀을 왜 제게······?"


"사실 아까부터 지켜봤었는데, 대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더군요. 별로 사람들의 역할을 알아가고 싶은 생각 없는 것처럼 말이죠. 마치 그런 것과 관련 없다는 것처럼."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선호 씨의 역할을 유추해보는 겁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휴식 시간에 선뜻 저에게 시간을 내주시는 걸 보니 암살자는 아니신 거 같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걸 보면 광대도 아니신 거 같은데. 어째 제 말이 틀렸습니까?"


"······."


"······맞는 거 같군요. 그렇다면 우린 적이 아닙니다."


"형주 씨가 맡은 역할은 뭔데요?"


"에이, 그건 말할 수 없죠. 다만, 선호 씨가 암살자나 광대가 아니라면 저랑 척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저 또한 그 역할 중 하나라는 건 보장하죠."


"흐음······."


"어차피 이거 시간이 흐르면 머릿수 싸움으로 번질 게 분명합니다. 확실한 동료를 만들어두는 편이 서로에게 나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알겠습니다."



* * *



대화가 끝날 때까지 둘은 서로에게 직업을 밝히지 않았다.


'쉽게 되는 일이 없군.'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봐서는 조형주가 암살자일 확률은 낮아 보였다.


녀석의 말처럼 '역할극'에서 암살자는 두 명이고,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고 시작한다.


녀석이 암살자라면 이 귀중한 시간을 박선호랑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이라더니, 진짜 경찰일 수도?'


더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조용히 수풀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마당 한쪽에 있는 헛간으로 들어갔다.


헛간 바닥에는 밧줄 여러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1회차 때도 썼던 물건이다. 나는 그중에서 몇 개만 집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곤 벽을 타고 올라가 2층 창문을 통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1층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잠시 숨을 돌린 뒤, 천천히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선 남녀 세 명이 '테사투르의 낡은 지도'를 펼쳐두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거실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한지유와 방금까지 마당에 있었던 오주연과 이도훈.


그렇게 셋이었다.


"아까 이곳에 소환된 플레이어가 총 2,000명 정도 된다고 했죠?"


"네, 저택 하나당 10명씩 배정되었으니 저택만 대략 200개는 넘겠군요. 여기 섬 외곽에 갈색으로 표기된 점들이 전부 저택인가 봐요."


"대체 얼마나 큰 섬일까요? 이곳은."


"지도를 한번 살펴보죠."


이도훈이 한창 지도를 살피고 있을 때, 나는 그들 근처로 다가갔다. 인기척을 들었는지 오주연이 고개를 돌려 내게 인사를 건넸다.


"나오셨네요?"


"네, 혼자만 있기 심심해서."


나는 한지유에게도 가볍게 목례를 건네고, 이도훈을 바라봤다.


계속 지도를 보고 있던 이도훈은 때마침 찾던 것을 발견했는지 아 소리와 함께 우리에게 지도를 들이밀었다.


"아, 여기 있네요. 음··· 지름이 대략 25km 정도 되네요. 거의 서울 만한 크기군요."


옆에 있던 한지유가 이도훈에게 물었다.


"그럼 저 선들은 대체 뭐죠? 섬 전체가 무슨 화살 과녁 같은 모양인데."


"모르겠네요. 구역을 나눠놓은 건지. 아니면 뭐 등고선이라도 표기해놓은 건지."


한지유가 말한 선은 링을 나눠놓은 선이다. 따지자면 구역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앞으로 몸소 체험해가며 얻어내야 할 지식이지만 말이지.'


나는 가만히 서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섬 여기저기에 회색 표시도 있고, 파란색 표시도 있고······ 뭐가 많군요."


"그러게요. 하, 근데 그 빌어먹을 역할극보다 이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이곳 이름 자체가 시작의 섬이잖아요. 지금 서로 역할이 뭐니 하면서 싸울 게 아니라 힘을 합쳐서 지도부터 분석해야 하는 게 아닌지······."


오주연의 말에 이도훈도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 저택 문이 열리고 두 남자가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 뒷마당에서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던 조형주와 박선호였다.


그 둘까지 합류하자, 거실에 없는 사람은 정가혜와 김하성, 탁유림 그리고 유인제뿐이었다.


조형주도 같은 것을 느꼈는지 모두를 향해 물었다.


"네 분이 안 보이네요? 유인제 그분은 뭐 그렇다 치고. 나머지 세 분은 뭐 하고 있죠?"


오주연이 대답했다.


"아까 그 일 때문에 하성 씨가 가혜 씨 위로해주러 간 거 같던데요?"


"유림 씨는요?"


"몰라요 걘. 그냥 내버려 둬요. 꼴에······."


오주연의 반응은 누가 봐도 적대적이라고 느낄 만큼 날이 서 있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어쩌면 탁유림과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오주연에게 다가갔다.


"유림 씨와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네? 아니에요."


오주연은 말을 꺼내기 싫은 듯 주저하더니, 마지못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실은 여기 10명 중 5명은 같은 튜토리얼을 거쳤어요. 그곳에서 유림 씨가 한 행동이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바람에 모두하고 사이가 껄끄러워졌죠."


이어서 오주연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꽤 충격적이었다.


탁유림, 오주연, 이도훈, 정가혜, 유인제.


이 저택에 배정된 10명의 플레이어 중 5명이 같은 튜토리얼을 거치고 왔다고 한다. 정가혜와 유인제가 다툰 것이 튜토리얼 때부터 이어졌던 거였고, 탁유림은 마지막 관문에서 트롤짓을 하는 바람에 모두와 사이가 껄끄러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군.'


내가 기억하는 탁유림은 냉철한 판단력이 돋보였던 사람이었다. 슈타하르 방어군에 있던 시절 짧게 만나본 게 다였지만, 그녀는 결코 남에게 해를 끼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오주연에게 물었다.


"튜토리얼에서 어떤 일이 있었길래······?"


"하······ 말해봐야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그냥 말해드릴게요."


오주연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말은 안 하지만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마지막 관문에서 유림 씨가 동료를 등에 업고 철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죠."


'동료? 도플갱어를 말하는 건가?'


도플갱어는 함정에 걸려 뭔 짓을 해도 빠지지 않는다. 거기서 어떻게 데려갔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오주연의 말을 전부 들어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유림 씨가 철문에 들어오자마자 인원수 초과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닫혀있던 철문이 갑자기 열리더군요. 그리고 복도에선 큰 돌덩어리가 우릴 향해 굴러왔어요."


철문이 열렸다고? 이건 처음 듣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들은 것을 종합하면 도플갱어가 철문으로 넘어갔을 때 일어나는 특수 이벤트인 듯했다.


'정의감 넘치는 플레이어가 소환되는 걸 극도로 꺼렸나 보군.'


"그래서 제가 유림 씨한테 말했어요. 등에 업은 사람 밖으로 버려라. 인원수 초과다. 이러다 다 죽는다. 그런데 말을 뒤지게 안 듣더라고요. 등에 업힌 사람 발목도 잘려있어서 살려놔도 어차피 얼마 못 갈 텐데도 끝까지 듣질 않더군요."


오주연의 말이 끝나자, 옆에 서 있던 이도훈이 입을 열었다.


"답답하긴 했죠."


나는 이도훈의 반응을 무시하고 오주연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거기서······."


오주연의 입에서 흘러나온 뒷이야기는 무척이나 게헨나 다웠다.


보다 못한 유인제가 대표로 나서서 탁유림을 복도 방향으로 걷어찼고, 탁유림과 그녀가 등에 업은 동료는 복도 방향으로 나가떨어졌다.


뒤에서 돌덩어리가 굴러오는 긴급한 상황에서 탁유림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동료를 버리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된 거였군.'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상황을 대략 유추할 수 있었다. 탁유림은 함정에 걸린 도플갱어의 발목을 잘라서 도플갱어를 구출했고, 그대로 업고 철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이 동료를 버렸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오주연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옆에서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조형주가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그거 결국 다 환각 아닌가요? 죽은 줄 알았던 동료들 다 마지막 방에 살아있던데."


"다른 사람들은 다 그랬는데, 유림 씨가 데려온 사람은 그 자리에 없더라구요."


"······그랬군요."




-띠링!


【2층 식탁에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때, 모두에게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첫날 저녁.


테사투르에서 있을 30일 동안 유일하게 챙겨주는 사람다운 식사다. 이후로는 전투식량을 먹거나 야생에서 직접 음식을 구해야 했기에, 오늘만이라도 양껏 먹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알림이 울림과 동시에 박선호는 2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러더니 난간으로 고개를 내밀어 1층을 향해 소리쳤다.


"정말이에요! 식탁에 음식들이 차려져 있어요!"


박선호의 외침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2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들 오늘 한 끼도 못 먹었을 테니 배가 고팠을 것이다.


"가혜 씨와 하성 씨는 제가 데려올게요."


오주연은 바삐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인제 씨는 제가 데려올게요."


유인제를 데려오겠다고 나선 것은 한지유였다. 바삐 계단을 내려가는 한지유를 바라보며, 나는 말했다.


"그럼 다른 분들은 껄끄러울 수 있으니 유림 씨는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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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튜토리얼 (4) 23.02.18 45 1 13쪽
4 #004 튜토리얼 (3) 23.02.17 58 1 13쪽
3 #003 튜토리얼 (2) 23.02.16 54 1 12쪽
2 #002 튜토리얼 (1) 23.02.15 6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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