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환영합니다.

신살의 회귀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말링거링
작품등록일 :
2023.02.14 11:50
최근연재일 :
2023.02.24 15:1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28
추천수 :
11
글자수 :
61,456

작성
23.02.17 13:12
조회
58
추천
1
글자
13쪽

#004 튜토리얼 (3)

DUMMY

004화







두 번째 철문을 통과하자, 새로운 메시지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튜토리얼 2 : 협동’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00KP가 지급됩니다.】


【세 번째 튜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다. 세 번째 관문은 ‘솎아내기’입니다.】


- 띠링!


【튜토리얼 #3 : 솎아내기】


함정을 피해 다음 장소까지 이동하세요.


클리어 조건 : 복도 끝에 있는 철문에 도달.

성공 시 보상 : 300KP.

실패 시 페널티 : 튜토리얼 탈락.


(제한 시간 59:59)



이번 방도 전 방과 거의 유사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500m 정도 돼 보이는 타일 복도와 복도 끝에 있는 철문.


다른 점이라고는 복도와 양 벽이 온통 체스판 모양으로 타일이 깔려있다는 점과 양측에 있던 방호시설이 없다는 점뿐이다.


나는 퀘스트창을 끄고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밟은 타일 바닥이 푹 들어가며 딸깍이는 소리를 냈다.


- 덜컹!


다음 순간, 왼쪽 벽에 있던 검은색 타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화살이 쏘아졌다.


나는 날아오는 화살을 가볍게 쳐낸 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1회차 때 이곳에서 재미난 말을 해대던 녀석이 있었다.


우리는 게헨나에 가서 대리전을 치러줄 용병이나 다름없는데 왜 이런 시련을 내리느냐고.


녀석의 말엔 어느 정도 타당한 부분이 있었다.


자격 증명, 협동, 솎아내기.


신들이 제시한 세 가지 관문.


앞에 두 개는 그럭저럭 이해가 가는 관문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팀워크에 능한 유능한 전투원이지, 나약한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신들이 제시한 세 번째 관문.


솎아내기는 대체 뭘 솎아낸다는 의미일까?



우리가 그 의미를 파악한 것은 튜토리얼이 모두 끝나고 나서였다.


- 딸깍!


이번에는 검은색 타일이 딸깍이며 푹 들어갔다.


그러자 천장에 있던 타일이 요란하게 열리고 그 틈으로 낡은 철검이 쏘아졌다.


나는 급히 몸을 틀어 가볍게 철검을 피했다.


복도에 설치된 함정은 모두 이런 식이다.


큰 소리로 무언가 있음을 알리고 나서야 함정이 발동된다. 마치 플레이어들에게 미리 위협을 알리는 것처럼.


-저벅. 저벅.


함정을 피해 가며 걷다 보니, 한참 뒤에야 복도 후반부에 다다랐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그곳엔 인간의 형체를 닮은 액체 괴물이 서 있었다.


도플갱어, 녀석의 정체다.


녀석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왜? 관객이 한 명이라 연기하기가 좀 그래?”


나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손을 뻗어 녀석의 복부에 글라디우스를 박아넣었다.


순식간에 바람구멍이 난 도플갱어의 몸이 마구 물결쳤다. 마치 감정에 동요라도 인듯한 모양새였다.


나는 글라디우스를 뽑아냄과 동시에 횡 방향으로 휘둘러 녀석의 목을 갈랐다.


【도플갱어를 처치하셨습니다.】


【상정 외의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달성하신 업적은 튜토리얼 최종평가에 반영됩니다.】


두 번째 상정 외의 업적이다.


‘하긴······ 1회차 때는 튜토리얼이 모두 끝나고 나서야 놈이 도플갱어였다는 걸 파악했지.’


실상은 이랬다.


복도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모든 플레이어는 각자의 환영 세계에 빠져든다.


그 환영 세계 속에서 플레이어는 모두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복도 뒤편에서 거대한 돌이 굴러오고,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동료가 함정에 걸려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


당연하게도 동료의 정체는 실제가 아닌 도플갱어다.


플레이어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비정하게 동료를 버리고 철문으로 달려가야만 튜토리얼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그리고 철문을 열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깨닫는다.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모두 제 목숨을 위해 동료를 버린 자들이라는 것을.


좋게 말하면 결단력을, 나쁘게 말하면 플레이어 간의 불신을 심어 넣는 마지막 관문.


그것이 솎아내기의 비밀이다.


나는 찰박거리는 도플갱어의 시체를 지나쳐 마지막 철문으로 걸어갔다.


【‘튜토리얼 3 : 솎아내기’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300KP가 주어집니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20평 남짓한 사각형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튜토리얼의 마지막 대기실이다.


대기실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자,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튜토리얼을 모두 통과하셨습니다.】


【구석에 있는 포털에 입장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포털은 ‘전송의 방’으로 향합니다.】


마지막 방을 바라보고 있자니 1회차 때, 서로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던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버린 자들.


사신四神의 의도대로 불신의 감정이 모두에게 진득하게 내려앉았었다.


‘이번엔 네놈들 뜻대로는 안될 것이다.’


텅 빈 공간.


나는 포털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 * *




【‘전송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잠깐의 어지러움이 지나가고 나는 백색 공간에서 눈을 떴다.


‘전송의 방.’


데이아를 만났던 신전 내부와 비슷한 공간이다.


백색 바닥 위로 보이는 백색 계단.


양 날개를 넓게 펼친 여인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튜토리얼에서 봤던 안내자, 아리엘이다.


‘홀로그램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낫군’


튜토리얼에서와는 다르게 이곳의 아리엘은 실재한다.


[플레이어 백서준, 전송의 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 이름은 아리엘. 당신을 도울 안내자입니다.]


“그래.”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튜토리얼은 게헨나가 아닌 가상현실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상황은 가상이 아닌 실제. 즉, 현실입니다.]


모두 알고 있던 사실이다. 나는 별다른 감흥 없이 대답했다.


“그랬군.”


내 무덤덤한 반응이 신기했는지 아리엘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납득이 빠르시군요. 좋습니다. 그럼 안내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플레이어의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안내는 세 가지 절차로 진행됩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질문하시면 됩니다.]


[첫 번째 절차, 게헨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입니다.]


게헨나에서 9년을 굴렀던 나다. 모르는 게 있을 리가 만무했지만,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 좋을 게 없는 상황이다. 잠자코 아리엘의 설명을 듣는 것이 상책이었다.


[게헨나는 세 명의 신과 하나의 대륙이 존재하······.]


‘뭐? 세 명의 신?’


튜토리얼에 오기 전에 봤었던 TV에서도 그렇고, 심지어 아리엘까지 네 명의 신을 세 명의 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설마······?’


나는 아리엘의 말을 끊고 질문을 던졌다.


“잠시만, 신들의 이름은 어떻게 되지?”


아리엘은 눈썹을 말아 올리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


[······버니샤, 알레흐, 아투아입니다.]


‘데이아가 없다고?’


게헨나에는 네 명의 신이 존재했다.


버니샤, 알레흐, 아투아 그리고 데이아.


적어도 내가 살았던 1회차 때는 그랬었다. 데이아는 심지어 나를 이곳으로 돌려보낸 이가 아닌가?


‘설마······ 신살神殺이 그런 의미였나.’


잠시 감정에 파문이 일었지만, 금세 침착함을 되찾았다.


아무래도 좋다.


엄밀히 말하자면, 데이아 또한 지구인의 적이었으니까.


‘기회를 받았으니, 제대로 이용해 줄 뿐이다.’


나는 아리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군. 알려줘서 고마워.”


[······이어서 하겠습니다. 대륙에는 여섯 왕국이 존재합니다. 각 왕국의 이름은 북쪽에서부터 마르고츠, 칼다이어, 미호첸, 아후르, 네사크, 그리미빅입니다.]


[게헨나는 현재 렉틸리언이라는 외계 종족에 의해 침공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놈들은 여러 가지 세부 분류가 존재합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종류는 모두 네 분류입니다. 플레이어 백서준이 튜토리얼에서 봤을 랩터와 알로우스는 모두 수각류에 속하는 렉틸리언입니다.]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더 많은 종류의 렉틸리언이 게헨나로 넘어온다. 소환 9년 차, 회귀 직전에는 여섯 가지 분류가 존재했다.


이후로도 아리엘은 게헨나와 렉틸리언에 관한 설명을 한참이나 이어갔다.


[······여기까지 질문 있으십니까?]


“없어.”


내 단호한 대답에 아리엘이 의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그뿐이었다. 이내 별수 없음을 느꼈는지 그녀는 순순히 두 번째 절차로 넘어갔다.


[두 번째 절차는 튜토리얼 최종평가입니다. 플레이어가 튜토리얼 과정에서 보인 행위에 따라 그에 상응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먼저 처지 목록입니다. 인간······.]


권태로운 표정으로 아나운서처럼 대사를 읊던 아리엘의 표정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99······?]


“문제라도 있나?”


[아닙니다. 이어서 진행하겠습니다. 인간 99, 약화된 랩터 200, 약화된 알로우스 1······?]


아리엘의 표정이 점차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도플갱어까지? 대체 어떻게?]


“빨리 좀 하지?”


재촉에도 아리엘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손짓으로 양해를 구하곤 가만히 서서 허공을 응시했다. 마치 누군가와 통신을 나누는 것 같았다.


‘보나 마나 신 중 하나겠지.’


통신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기나긴 침묵 끝에 아리엘의 입술이 열렸다.


[플레이어 백서준.]


“무슨 일이지?”


[플레이어 백서준의 튜토리얼 진행 상황을 되짚어 보았지만, 별다른 부정행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하지만 플레이어 백서준이 보인 행위는 우리가 상정했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었습니다.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누구긴 누구야. 네놈들이 여기로 데려와 놓고 내가 누구냐고 묻는다고?”


[······플레이어 백서준의 말이 옳습니다.]


“알아들었으면, 튜토리얼 최종평가나 빠르게 진행하지.”


[······알겠습니다.]


아리엘은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처치 목록, 인간 99, 약화된 랩터 200, 약화된 알로우스 1, 도플갱어 1.]


[구원 목록, 0.]


[칭호, ‘첫 번째 살인자’ 획득.]


[업적, 상정 외의 업적 2.]


[플레이어 백서준의 튜토리얼 최종평가 등급은······ EX. 등급 외입니다.]


놀란 것은 아리엘뿐만이 아니었다.


‘뭐?’


튜토리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최고 등급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내가 놀란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EX등급.


9년 동안 게헨나에서 굴렀던 나조차도 처음 듣는 등급이었다.


놀랄 새도 없이 아리엘의 말이 이어졌다.


[최종평가 등급(EX)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겠습니다.]


[첫 번째 보상은 KP입니다.]


- 띠링!


【100,000KP가 지급됩니다.】


아리엘은 곧바로 두 번째 보상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보상은 신력 능력치입니다. 신력 능력치에는 오러와 마력, 두 종류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마력와 오러, 둘 다 신력에서 비롯된 힘이긴 하지만, 발현에 차이가 있습니다. 오러를 선택하면 육체를 단련하고, 무기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마력을 선택하면 마법이나 주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하세요. 마법서나 주문서를 구매하지 못하면, 마력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참고로 마법서와 주문서는 후에 이어질 KP상점 무기란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최소 10,000KP에서 시작합니다.]


[향후 성장 방향을 결정짓는 선택이 될 수 있으니 신중히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오러로 하지.”


한 치의 고민도 없는 대답에, 아리엘은 미간을 찌푸렸다.


[플레이어 백서준. 게헨나에서 마력 사용자는 무척이나 희귀하고 강력한 존재입니다. 플레이어 백서준이 받은 100,000KP. 고등급 마법서를 구매하고도 남는 양입니다. 재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계산을 다 끝낸 사안이다. 마력 사용자로 가는 길도 나쁘지 않지만, 미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오러 사용자가 되는 편이 더 나았다.


“오러로 하겠어.”


아리엘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


[······플레이어 백서준의 뜻대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살의 회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011 역할극 (5) 23.02.24 26 1 13쪽
10 #010 역할극 (4) 23.02.23 30 2 12쪽
9 #009 역할극 (3) 23.02.22 37 1 12쪽
8 #008 역할극 (2) 23.02.21 32 1 12쪽
7 #007 역할극 (1) 23.02.20 47 1 13쪽
6 #006 시작의 섬, 테사투르 23.02.19 43 1 12쪽
5 #005 튜토리얼 (4) 23.02.18 45 1 13쪽
» #004 튜토리얼 (3) 23.02.17 59 1 13쪽
3 #003 튜토리얼 (2) 23.02.16 54 1 12쪽
2 #002 튜토리얼 (1) 23.02.15 61 1 12쪽
1 #001 회귀 23.02.14 9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