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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서 똥광 잡고 쓰리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7
최근연재일 :
2023.05.30 00:1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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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1
추천수 :
574
글자수 :
98,454

작성
23.05.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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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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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닉네임을 불랙홀이라고 지었다.

DUMMY

***


교관의 말에 나는 한동안 망설였다. 딱히 생각나는 명호가 없어서였다. 무심코 장안사에서처럼 무적검객이라고 쓰려다가 멈칫거리게 되었다.


그것은 변변찮은 스승님이 사용한 명호라서 함부로 기록할 수가 없었다. 교관이 망설이는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신중히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요?”

“아니요.”

“그런데 어찌 망설이는지요.”


“내가 명호를 밝히면 전부 놀 날 것 같아서 그렇소.”

나는 게임을 통해서 당락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접수하는 순간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캐릭터가 당선된다는 사실을·····,


나는 다소 건방진 표정으로 엔을 쳐다보면서 명령하듯이 말했다.


“나를 대신해서 멋지게 써봐라.”

나를 지켜보던 엔이 붓을 들고 방명록에 서명했다.


-블랙홀·····제다이,-


호명을 보게 된 나는 왠지 모르게 쑥스럽다. 망나니인 일도양단과 벼락 검객이 아니라 블랙홀이라 적었기에 그랬다.


블랙홀이란 글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스승님도 번개를 타고 등장했었으니까·····,


엔은 나도 모르는 닉네임을 방명록에다가 거창하게 서명으로 남겼다. 그러자 방명록을 보게 된 객주가 화들짝 놀라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


“닉네임이 블랙홀을 사용하시는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물러서자 엔이 다가와 속삭이듯이 말했다.


“혹시! 블랙홀이 누군지 제다이님은 알고 계세요?”

나는 엔의 질문에 머리를 흔들었다. 그가 누구든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게임에서 해악을 끼치는 일회용 악당만 아니면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좀팽이나 나쁜 놈이면 곤란한데·····그것만 아니라면 뭐라도 상관없어!”


닉네임 하나로도 레벨의 급수가 내리기도 올라갈 수도 있기에 그랬다.


“그는 좀팽이보단 아주 유명한 주술법사로서 여기선 악마라 불립니다.”


엔이 나지막하게 들려주는 말에 내 가슴은 저절로 덜컹 내려앉았다. 꿈속의 스승님은 언제나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고 말했고 가르쳤었다.


그런데 악마라니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내 표정이 험악스럽게 변했다.


불꽃 마법사가 악마라면 자신도 어쩌면 악당으로 변신할 공산이 높았다. 원래 게임상에서의 콘셉트가 호명에 따라서 좌우되기 때문에 그랬다.


명호에 따라서 캐릭터의 능력이 따로따로 생성되기에 할 말이 궁했다.


“엔·····정말 이러기냐?”

엔이 나의 표정을 살피며 변명하듯이 말했다.


“그렇게 쓰지 않았다면 아마도 떨어졌을 겁니다.”

“오-호·····그건 또 무슨 말인가?”


“지난번엔 마(魔)란 글자를 쓴 자들만 모두 합격했고 싸우다 죽었는데 그이 예명이 섬전마도에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악마들만 합격했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아카데미 마술사로 합격시켜 놓고 죽음의 마법을 가르쳤다.


물론 악마의 성으로 출격한 그들은 용감했지만 싸우다가 몽땅 죽었다.


악마성엔 백팔마귀가 존재했고 그들은 용사들을 용서치 않고 죽였다. 블랙홀이란 캐릭터는 대장이지만 실제로는 실종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엔은 생각에 잠긴 나를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부언했다.


“더군다나 블랙홀은 유일하게 악마인 제사장과 싸웠던 마법사였죠.”


엔이 자랑스럽게 말하자 나는 그나마 기분이 좋아져 질문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찌 되었는가?”

“뭐가요?”

“실종된 블랙홀 마법사란 섬전마도.”


“나중에 밝혀졌으나 제사장과 싸우다가 사지가 몽땅 잘려 죽었습니다.”


약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내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고 말았다. 나도 블랙홀 마법사처럼 사지가 잘려 죽는 것인가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도 블랙홀 마법사는 그냥 개차반으로 죽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반박하듯이 엔을 향해서 말했다.

“그만하면 됐으니까 나를 위로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제사장에게 백주에 해당하는 치명상을 입히고 죽었죠.”


“·····그게 정말인가?”

“제사장을 불구로 만들 때 사용한 수법이 일도양단이란 수법이었지요.”


“장렬하게 전사한 그분은 백정이면서도 대단한 마법사였던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그분을 기리는 뜻으로 적어봤으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나는 엔의 말을 이해하고는 약간 흥분한 상태로 머리를 끄덕였다.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용감했던 사람이라면 본받을 만하겠지!”

나는 말하다가 왠지 모르게 숙연해진 표정과 다르게 뱃심이 생겨났다.


나와 엔은 한동안 얼굴을 쳐다보고는 말없이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어느새 서류심사와 면접시험이 끝났는지 합격자들이 몽땅 몰려들었다.


수백에 달하는 용사와 마법사들이 내기를 일으켰는지 살기가 번뜩였다. 그들 중에 여자도 상당수가 합격을 받았는데 하나같이 미인들이었다.


나는 그녀들 중에 제일 만나고 싶은 크리스란 캐릭터를 찾아보았다. 은백색의 머릿결에 붉은 눈동자를 지녔기에 찾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디에도 없었고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폭풍의 마법을 지녔던 그녀가 이런 성대한 축제에 빠질 리가 없었다.


게임에선 단골 메뉴로 출현했고 대회에 빠진 적이 없었던 그녀였다.


내가 아쉬워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순간에 누군가 단상에 올라왔다. 반백(흑백 머리)에 호리호리한 체격을 지닌 대머리가 까진 마법사다.


각진 얼굴에 밤송이처럼 까칠한 수염을 길렀고 눈에선 살기가 넘쳤다. 과연 도수제국 아카데미의 교관에 걸맞게 풍채가 우람해 멋져 보였다.


“지금부터 면접시험을 통과한 생도들은 주목해 들어라!”

우렁찬 음성에 모두가 중년 사내를 쳐다봤다.


“나는 도수제국에서 죽어버린 부상자도 살리는 스티브라는 교관이다.”


스티브 교관의 인사가 끝나자 여기저기 대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교관이며 의사인 스티브 선생을 여기서 뵙다니 정말 영광이오.”

“뭐야? 스티브는 흑사파의 대주로 살았던 놈이었는데?”


“맞아. 지난번 전란을 승리로 장식한 장본인이야.”

“지미···환자나 돌보던 놈은 살아남은 이유로 승리의 월계관을 썼지.”


스티브는 웅성거림이 잦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일단 면접시험을 통과한 여러분을 교관을 대표해서 환영합니다.”

스티브의 음성에는 어쩐지 모르게 찬바람이 쌩하게 불도록 차가웠다.


“올해는 응시시험방식이 바뀌었음을 공시합니다.”


스티브의 말에 한동안 장내가 침묵으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술렁거렸다.


“응?·····뭐야·····지금 응시시험방식이 바뀌었다고 공시한 거야?”

응시생들은 당황해서 웅성거렸다. 나와 엔도 그 웅성거림에 속해있었다. 언제나 도수제국 자격시험은 일정하게 정해진 방식과 규칙이 있었다.


처음엔 서류심사와 외관과 용모를 살피고는 일차로 합격자를 뽑았다. 그런 다음에 제국에서 특별하게 지정한 마법사인 교관과 싸웠었다.


거기서 승리하면 일차적으로 합격을 받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었다. 이건 여태껏 바뀌지 않았던 도수제국의 규칙이었고 대결방식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대결방식이 바뀌었다고 공시하자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응시방법이 바뀌어 응시자들끼리 직접 대면하고 싸우는 방식이었다.


승리자가 다음 단계로 올라갔는데 마법과 레벨이 높은 엔만 신이 났다. 반면에 내 표정은 싱글벙글거리는 엔과 달리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제기랄! 벼락검법이 문제야. 일도양단과 쓰리 스텝으론 어림없겠어.”


여태껏 싸움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나였기에 대결방식이 불리했다. 죽도록 도끼만 휘둘렀을 뿐이지 스승처럼 벼락을 생성해내지도 못했다.


그런 상태로 저들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생각할수록 눈앞이 캄캄했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아무래도 올해는 무사히 넘기지 못하게 생겼구나.’


매년 생도들을 뽑는 행사였는데 이번에는 특별하게 사령관을 뽑는단다. 지금까지 용사들을 가려서 뽑았기에 사상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도수제국의 마법사가 직접 응시생과 싸우는 대결을 펼쳤기에 그랬다. 위험한 순간까지 몰아붙여서 실력을 드러나게 만든 다음에 멈췄었다.


하지만 수험생들끼리 대결을 펼치면 양상은 얼마든지 달라질 것이다. 일단 대결에서 이겨야 평점이 오르고 교관의 눈도장을 찍게 될 터였다.


방법이 그렇다면 모두가 이기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대결의 목적은 승리에 있기에 자연히 싸움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잘못하다가는 하나밖에 없는 모가지가 떨어질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걱정이 앞서자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현기증까지 몰려 들어왔다. 용사들 모두가 각오를 다졌는지 일찌감치 눈길이 사납게 변해 있었다.


누구와 싸우게 될지 몰라 서로가 경계하며 훑어보고는 핏대를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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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함정을 찾아내라, +16 23.05.27 61 12 9쪽
21 흡혈박쥐, +19 23.05.26 98 17 9쪽
20 위기를 넘겼지만, +16 23.05.25 75 14 9쪽
19 위기일발, +24 23.05.24 113 19 9쪽
18 난관을 극복하라. +21 23.05.23 138 19 9쪽
17 환상의 진법에서 벗어났다. +21 23.05.22 172 20 9쪽
16 도전자들을 모두 물리친 제다이, +21 23.05.21 172 20 9쪽
15 배짱이 승리를 가져왔다. +23 23.05.20 225 23 9쪽
14 벼락검법의 위력, +26 23.05.19 246 28 9쪽
13 유령갑옷을 가져와라, +30 23.05.18 255 25 9쪽
12 배짱이 행운을 불렀다. +36 23.05.17 287 30 9쪽
» 닉네임을 불랙홀이라고 지었다. +37 23.05.16 318 33 9쪽
10 장안사에 위패를 모시고, +36 23.05.15 364 32 9쪽
9 아직은 포기할 수 없었다. +29 23.05.14 381 36 9쪽
8 망나니의 칼춤, +26 23.05.13 412 29 9쪽
7 꿈속에서 비술을 배우다. +16 23.05.12 396 26 9쪽
6 음식 맛이 기막혔다. +21 23.05.11 454 28 9쪽
5 제다이가 만든 보양식, +14 23.05.10 483 23 9쪽
4 엔을 구해 주었다. +14 23.05.10 450 22 9쪽
3 마리화나 가문의 무남독녀, +11 23.05.10 492 23 10쪽
2 백호의 등장, +15 23.05.10 531 30 10쪽
1 게임 속에 빙의했다. +39 23.05.10 989 4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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