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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아르 님의 서재입니다.

심연의 바다를 항해하는 어느 마왕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투덜이아르
작품등록일 :
2024.03.29 11:37
최근연재일 :
2024.05.06 14:44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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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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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수 :
25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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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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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성마전 - 탐욕의 서 34

DUMMY


그리드가 눈앞에 떠있는 세계수의 열매, 하위 세계를 보면서 그곳에서 알아낸 것들을 마왕성에 재현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렇게 인가?”


쿵쿵. 퍽퍽.


“아닌가? 이건가?”


철컥. 철컥. 퍼펑.


“흐음···”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의 규칙을 보고 그 규칙을 변경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세계의 규칙 자체를 새롭게 정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복사 + 붙여 넣기 수준이 아니다. 하위 세계와 마왕성의 차이만큼 변경할 게 수없이 많았다. 이정도면 하위 세계는 말그대로 참고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대충 다 오기는 한 것 같은데···”


그런데 딱 한 걸음이 모자라다.


그리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탐탁치 않다는 기운을 풍겼다.


“뭔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까?”


그때 지투가 끼어들었다. 그리드가 한가득 펼쳐 놓은 재료와 물건들을 하나씩 주워담아 아공간에 다시 집어넣으며 주인에게 질문했다.


“그래. 하위 세계를 이쪽에 재현하려고 하는데 말이야···”


그리드의 길고 긴 설명을 듣고 있자니 지투의 머릿속에서 뭔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러니까 죽음의 기운을 담을 수 있는 재료가 필요한 거군요.”


“그래. 저쪽 세상에서는 검은 안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별로 안 이쁘잖아?”


“그렇군요··· 안 이쁘다···”


지투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의 주인은 어째서인지 마왕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게도 미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뭐든 무조건 이쁘고 멋져야 한다는 논리다.


‘가장 중요한 건 효율이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주인의 보조다. 주인이 아름답고 이뻐야 한다면 무조건 그래야 하는 거다.


“대충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침 원하시던 재료가 있기도 하고요.”


“엥? 있어? 나도 다 뒤져 본 것 같은데?”


물론 뒤져 보기는 했을 거다. 지금도 그 뒷정리를 지투가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리드가 뒤져본 쪽은 방랑상인들이 가져온 아이템쪽이다.


촤악.


지투가 오랜만에 시스템 창을 사용해 캐시 상점을 열었다.


타타닥. 드르륵.


캐시 상점의 검색창에 내용을 적고 떠오른 목록을 아래쪽으로 밀어 내렸다.


“여기 있군요.”


“영혼의 모래?”


“네. 죽음의 기운을 담을 수 있고, 또 반짝거리는 하얀 모래라서 보기에도 좋죠.”


다만 기체 상태인 죽음의 안개가 훨씬 더 상위의 아이템이다. 영혼의 모래는 입자가 작기는 해도 어찌되었든 고체라서 사용에 제한이 있다.


“오··· 괜찮아 보이는데? 이거 이쁘다.”


물론 효율 따위는 개나 줘버린 마왕님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문제는 캐시 아이템이라는 건데···”


“그게 문제가 되나요? 차원 게이트나 공허차원 탐색기도 다 캐시 템이었잖아요?”


평소처럼 권능으로 만들어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투의 생각과 달리 그리드는 난처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말이야. 이건 지금 상태에서는 만들기 힘들 것 같다.”


카탈로그만 보고도 만들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할 수 있다.


만들 수 있는 건 보는 순간 그냥 만들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큐브로 생명체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이것도 아직 그에게는 이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흐음··· 주인님이 그런 말씀을 할지는 몰랐군요.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응? 왜?”


“그야 이건 상점이니까요. 지금까지는 카탈로그만 보고도 그 물건을 만들어 버리셨으니 의미가 없었지만, 이건 방랑상인들처럼 거래가 가능한 녀석이거든요.”


“거래를 하라고? 하지만 이건 캐시 상점이잖아?”


그리드는 캐시(정확히는 어머니의 권능)를 사용할 생각이 없다. 그건 지투도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는 하죠. 주인님이 항상 캐시 상점이라고 하셨으니까요. 하지만 처음에는 그냥 시스템 상점이었어요. 기억하시나요?”


그리드가 지투를 처음 봤을 때 게임 가이드라 불렀기에 지투는 게임 가이드가 되었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시스템 상점을 그리드가 계속 캐시 상점이라 불렀으니 캐시 상점이 된 거다. 정확히는 캐시도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인데 말이다.


지투가 화면을 조작하자 캐시 상점이 처음 시스템 상점이었을 때로 되돌아갔다.


“차이점이 뭘까요?”


“차이? 아···”


그리드도 눈치챘다. 상점의 가격표가 두개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걸보자 자연스럽게 처음 상점을 열었을 때 지투가 설명해 줬던 재화도 떠올랐다.


“링크!”


“네. 공간큐브를 만들 때마다 랜덤하게 소량씩 확보할 수 있는 재료죠. 그리고 시스템 상점에서 캐시 대신에 쓸 수 있는 재화기도 하고요.”


“맞다. 깜박 잊고 있었어!”


처음 그리드가 차원 게이트를 만들려고 했을 때부터 있었던 녀석이다. 다만 이후부터 필요한 아이템을 직접 만들다보니 기억에서 제쳐 놓았던 녀석이다.


“이거 지금 얼마나 모였어?”


처음에는 저걸 얻으려고 공허속에 있는 광맥(저것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일이다.


“워낙 희귀한 녀석이라서 생각보다 많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영혼의 모래를 일정 수량 확보하실 정도는 충분합니다.”


“오옷!”


생각지도 못한 소득에 그리드의 기분이 좋아졌다.


예상외의 소득은 언제나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역시 지투다. 앞으로도 집사로 개명하는 일은 없을 거야. 계속 이대로 가자고.”


“아하하···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모시는 주인의 기분이 좋다는 건 지투에게도 청신호다.


“그래. 그럼 이걸로 사면 된다는···”


주인의 기분이 계속 좋다면 말이다.


“어? 갑자기 왜 그러세요? 불안하게.”


그리드가 말을 하다 말고 굳었다. 그리고 무서운 눈으로 한 손에 움켜쥔 링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거···”


“그거요?”


“만들 수 있겠는데?”


“갑자기요? 링크를요?”


그리드가 지투의 대답을 무시하며 무언가를 시작했다.


“어? 링크를?”


링크를 만든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링크를 재료로 사용했다.


링크를 재료로 사용해서 순식간에 뚝딱거리며 한줌의 새하얀 모래를 만들어 냈다.


영혼의 모래다. 시스템 상점의 카탈로그에 있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물건이었다.


“아직 만들기 힘들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그랬는데 말이야.”


링크를 보는 순간 그리드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걸 재료로 하면 영혼의 모래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캐시 상점, 아니 시스템 상점이라고 했나? 어찌되었든 상점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직접 만드는 쪽이 효율이 더 좋을 것 같다.”


말해 뭐 할까? 효율로만 따지면 수백 수천배 더 좋을 거다. 그리고 그 말은 즉···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겠는데? 그럼 아예 이걸로 세계를 덮어 버릴까? 새하얀 모래사막도 운치 있을 것 같아. 어때?”


“네··· 그렇고 말고요. 운치··· 있겠네요. 아마도 있겠죠.”


이미 할 생각 충만한 주인을 말릴 수는 없다. 말릴 이유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자포자기한 지투도 그리드의 계획에 한발 얹었다. 이왕 만드는 김에 아예 몽환적인 모래사막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예 밤의 사막은 어떨까요? 푸르고 창백한 달빛이 있으면 운치가 더 살 것 같은데요.”


“오옷! 그래 그럼 만드는 김에 달도 하나 만들자.”


그리드의 머릿속에서 한폭의 수채화가 그려졌다. 그리고 그리드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림을 따라 열심히 공간을 나누고 구성했다. 완전히 새로운 죽은 자들의 세계를 아름답고 몽환적인 형태로 완성시켰다.



***



쿠르르르.


대기가 울리고 공간이 펼쳐지며 세상이 변했다.


지투는 자신의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넓어지는 새하얀 모래사막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한가지에 꽂히면 거기에만 몰두하는 게 어린아이들의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어째 그의 주인은 간단히 특징이라고 넘어가기에는 상태가 좀 심한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이미 넓게 공간을 확보해 두었는데도 그걸 수십배는 더 확장하고 있다.


이유도 간단했다. 링크를 통해 영혼의 모래를 만들다 보니 너무 많이 만들었다는 이유다.


“설마 그동안 모아둔 링크를 모조리 사용하실 줄이야···”


앞으로도 분명히 쓸 일이 있을 텐데 말이다.


“물론 링크가 모이는 속도도 계속 빨라지고는 있지만···”


마왕성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그리드의 권능이 커질수록 공간큐브가 쌓이는 속도도 빨라진다. 당연히 공간큐브를 만들다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링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게 모이는 속도가 빨라진다 해도 그리드가 살 아이템 가격이 그것보다 빠르게 오르면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는 뭔가 필요하면 그리드가 카탈로그를 보고 직접 만드는 형태였지만, 이번 영혼의 모래(이것도 링크를 보기 전까지는 만들 수 없다고 했다.)처럼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뭐 어쩔 수 없죠. 일단은 방랑상인들을 좀더 활용하는 방법으로···”


방랑상인들이 가지고 오는 아이템들도 시스템 상점과 비교해서 모자라지 않은 물건들이다. 물론 품목 자체는 시스템 상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이쪽에 없는 게 저쪽에 있다던가 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지금부터 차곡차곡 쌓아두고 목록화해 둬야 했다.


지투가 주인의 기행을 애써 무시하며 자신이 할 일(집사?)을 다시 하려 했다. 갑자기 눈앞에 솟아오르는 거대한 삼각뿔을 보기 전에는 말이다.


“하아··· 이건 또 뭔···”


지투의 깊은 탄식과는 달리 그리드는 오랜만에 진정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역시 사막에는 피라미드지!”


순식간에 수십개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은색의 사막위에 쌓아 올렸다.


만들기도 쉬웠고 보기에도 뭔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그냥 내부까지 꽉 차 있는 삼각뿔이다. 이걸 사용가능한 건물이라 보기는 힘들었다.


“이왕 만드실거면 내부도 좀 만드시죠.”


“응? 내부?”


그리드가 지투의 조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난 피라미드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피라미드 외형만 알고 있다.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당연히 모른다.


“그냥 사각형으로 공간을 남겨두면 되나?”


“그러세요. 어찌되었든 나중에 쓸려면 내부 공간이 필수니까요. 정밀한 내부 구조는 나중에 쓸 일이 있을 때 더 다듬으면 되겠죠.”


“그래? 그런거면 간단하지.”


공간큐브로 피라미드 중앙을 날려버리는 그리드의 모습에 지투가 다시 조언했다. 놔두면 그걸로 끝낼 것 같아서다.


“아 그리고 입구도 만드셔야 합니다. 입구랑 중앙 방을 통로로 연결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오케이!”


작업은 간단했다. 공간큐브를 늘여서 복도가 될 부분을 파내고 그렇게 연결된 입구에 공간큐브를 변형한 모래블럭으로 사각형 테두리를 입히는 걸로 끝났다.


그리드의 권능이 성장한 만큼 수십개의 피라미드에서 동시에 같은 작업이 진행됐고 작업 시작과 동시에 끝났다고 할 만큼 걸리는 시간도 짧았다.


다만 내부 작업이니 만큼 외형적으로는 차이가 거의 없다. 있어봐야 입구의 사각형 테두리 정도다.


“흐음? 피라미드를 조금 더 다듬어야 할까?”


은색 사막에 은색 모래블럭으로 쌓은 피라미드라서 조금 묻히는 감이 있다.


“색을 바꿀까?”


“그것도 좋겠지만, 계단식 피라미드는 원래 외장 공사가 따로 있습니다.”


“외장공사?”


“네. 이런 거죠.”


지투가 그리드의 눈앞에 이미지를 한 장 띄웠다.


황금빛 모래 사막 위에 솟아 있는 새하얀 피라미드다. 그리드가 만든 것과 달리 투박한 계단식이 아니라 그 계단을 전부 메우고 있는 새하얀 대리석이 인상적이다. 대리석을 깎아서 계단을 메워 버렸기에 매끄러운 사각뿔 형태를 하고 있었다.


“오~~ 멋진데? 그런데 이건 꼭대기에도 뭐가 있네?”


그리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처럼 이미지에 있는 피라미드는 꼭대기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킵스톤이라고 하죠. 순금으로 도금한 대리석입니다. 피라미드에 안장될 왕의 이름과 축문이 적혀 있다고 하죠.”


지투가 이미지를 확대하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리드도 마음에 든다는 듯 눈을 빛냈다.


“나도 만들어야 겠다.”


“그러십쇼.”


그러라고 이미지를 보여준 거다.


“일단 외장공사부터?”


그리드가 테스트용으로 가장 큰 피라미드 하나만 작업을 시작했다.


대리석으로 변형한 정육면체의 공간큐브를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깎아내고 계단식으로 만든 피라미드의 겉면에 하나씩 가져다 붙였다.


“좋아! 마음에 든다.”


그렇게 대리석 타일(?)을 붙인 피라미드는 말 그대로 새하얀 사각뿔이 되어 존재감을 자랑했다. 익숙하기는 하지만 투박한 계단식 피리미드 보다 이쪽이 훨씬 더 보기 좋았다.


“그럼 킵스톤도 넣어 볼까?”


피라미드의 정상부분을 잘라내고 그와 크기가 같은 공간큐브를 사각뿔 형태로 다시 만들었다.


이집트의 고대 상형문자는 당연히 모르니 그 대신 한글로 킵스톤의 외부에 자신을 찬양하는 글들을 적어 놓았다.


[최강이며 최악인 마왕을 찬양하라!]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그리드님 최고! 그리드님 멋져!]


[나란 남자 어찌 이리 멋질 수가! 이것이야 말로 창조신의 실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뭔가 아니다.


“으음···”


킵스톤 외부에 적혀 있는 글이 늘어날수록 그걸 보고 있던 지투의 인상이 썩어 들어갔다.


“왜? 무슨 문제 있냐?”


“아뇨. 아무 문제없습니다.”


물론 문제는 없었다. 음? 없는 게 맞다.


어찌 되었든 작업을 마무리 지은 그리드는 그렇게 만든 피라미드가 마음에 드는지 다른 파리미드도 전부 그렇게 바꿔 버렸다.


“흐음··· 그런데 이걸로는 좀 부족하군.”


“또 뭔가가 필요하신가요.”


“응.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려면 설계도나 참고자료가 필요해.”


“설계도나 참고자료요?”


“그래. 조금 전에 네가 보여준 이미지 같은 거 말이야.”


“아···”


“분명히 외부 인터넷은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건 어디서 꺼낸 거냐?”


“어디냐고 말씀하셔도···”


그리드의 말에 지투가 은글슬쩍 시선을 피했다. 이건 아무리 주인이어도 말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대답할 수 없는 건가?”


“아마도요?”


다만 그리드도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게 지투의 뜻에 따라 바뀔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어차피 개발자들이 막아 놓은 부분일 테니 말이다.


“그럼 출처는 상관없고 참고로 사용할 이미지나 더 꺼내 봐, 이집트풍 도시를 만들 고 싶은데 참고할 거 없냐?”


“으음··· 스핑크스랑 피라미드 말고요?”


“그거 말고는 없냐?”


“그게 저도 그렇게 정보가 많은 건 또 아니라서요. 지금 참고로 할만한 이미지는 이런걸까요?”


지투가 그리드의 눈앞에 몇 장의 이미지를 꺼내 놓았다.


지투의 말처럼 그 대부분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관련 자료들이다. 거기다 어쩌다 있는 다른 건물들의 이미지도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게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쳇··· 어째 쓸모가 있다 했더니.”


“죄송합니다···”


“아니다. 어찌 되었든 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나머지는 지금까지처럼 해보지.”


그리드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돌아섰다. 그리고 실제로도 별일 아니었다.


사막 도시라고 해봐야 어차피 그리드 입장에서는 미니어처 장난감이고. 그걸 만드는 것 과정도 놀이였다.


오히려 쉽게 물러나는 그리드를 보며 지투가 아쉬운 눈빛을 보냈다.


지투가 꺼낼 수 있는 정보는 일부 시스템적 정보를 제외하면 전부 그리드의 기억에 기반한다.


지투는 그리드가 자신이 가진 방대한 기억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기에 추가된 보조적 존재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점을 그리드가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는 큰 문제다.


‘쩝··· 제가 꺼내 놓은 이미지가 전부 익숙하다는 점에서 뭔가를 눈치채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아직은 너무 이른 것 같다.


지투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물러났다.


다만 그리드도 아무 생각이 없던 건 아니다.


‘한순간이지만 지투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어.’


원래 그리드는 지투의 마음속 생각을 전부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전에는 아니었다. 완벽히 막혀 있어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개발자 녀석들이 뭔가를 해둔 거겠지만···’


단순히 외부 인터넷을 막아 놨을 때는 게임 컨셉을 특이하게 잡은 짜증나는 녀석들이라고 생각했었는 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뭔가 숨겨 놓은 뒷 이야기가 있는건가?’


그리드가 이것저것 생각을 해봤지만, 역시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로는 유의미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었다.


‘뭐 당장 급할 일은 아니니까.’


이번 하위 세계와 관련된 컨텐츠를 보고 알 수 있었다. 느낌점이 있었다.


언제나 운빨망겜이라고 투덜거리고는 있지만, 이 게임은 불친절할 뿐 못 만든 게임은 아니었다.


특히 컨텐츠의 구성은 생각이상으로 탄탄하게 엮여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단순한 컨셉이 아니라 뭔가와 엮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처럼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결국 자연스럽게 알게 될 확률이 크니···’


굳이 지금 알아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뿐이다. 플레이어 중에서는 이런 쪽을 미리 알아내서 어떻게 해서 든 플레이에 활용하려고 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리드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게임을 후벼 파는 쪽은 아니었다. 귀찮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은 모래놀이나 계속 즐겨야 겠다.


“피라미드를 만들었으니 이번에는 스핑크스도 추가해 볼까?”


역시 피라미드하면 세트로 떠오르는 게 스핑크스다. 하지만 기존의 스핑크스를 만들 생각은 없다. 그건 너무 식상하다.


피라미드야 아직 건축에 자신이 없어서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 만들 수밖에 없었지만, 석상 제작에는 이미 다양한 경험이 있다. 충분히 재창조할 수 있다.


“지투 녀석이 나중에 보면 깜짝 놀라게 해주지.”


흐흐흐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그리드가 [건설! 은빛의 사막도시]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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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성마전 - 탐욕의 서 31 24.04.25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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