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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Jyny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아 ! 어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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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지니(Jyny)
작품등록일 :
2019.07.18 23:39
최근연재일 :
2019.09.10 06:0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0,062
추천수 :
294
글자수 :
254,313

작성
19.08.09 06:00
조회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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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023

DUMMY

이랑은 출근하기 전날 이사를 했다.


회사 숙소 입주 통보서를 휴대폰으로 받고, 부랴부랴 서둘러서 회사 숙소로 이사를 한 것이다.


회사 숙소는 차례를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데, 이랑은 입사와 동시에 숙소 입주 통보를 받은 것이다.

물론 동석의 작업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이사를 하면서 셋집에서 같이 살던 여자들이 이사 소식을 듣고, 꼬치꼬치

묻는 말들에 대꾸하다 보니까 여자들이 모두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 축하, 축하, 그동안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결국, 그런 좋은 회사에 들어갔네!“


“ 혹시, 공장에 일자리가 생기면 나 좀 넣어 줘.

신세는 꼭 갚을게.“


“ 나도, 나도, 내가 이랑이 하라는 것은 전부 다 해줄게.”


이삿짐이래야 새로 산 하드캐리어 하나에 고향에서 들고 온 가방 하나뿐인데 모두 나서서 짐을 들어 주고, 이랑이 택시를 타는 곳까지 바래다주었다.


숙소는 일인용으로 침대와 책상, 작은 샤워실이 있고, 밖으로 나가면 좁은

베란다가 있는데, 소형 세탁기와 빨래 건조대가 놓여 있었다.

게다가 작은 냉장고가 있어서 이제 먹을거리가 쉬어질 염려도 없을 것 같다.


이랑으로서는 처음 살아 보는 별천지였다.

앨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방으로 들어가고, 혼자만 지낼 수 있는 나 혼자만의 방이면서, 언제나 샤워를 할 수 있다니.

꿈 같은 일이 지금 이랑에게 이루어진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소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그 도시의 정부, 한국으로 말하면 시청으로 견학 갔을 때, 처음 타봤고, 이 대도시에 와서는 쉬는 날 시내의 백화점에 구경 가서 몇 번 타본 것이 다였다.


샤워하는 것과 화장실 사용하는 것도 그랬다.

그동안 셋집에서는 공동 화장실과 공동욕실, 공동 부엌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녔다.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으면,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냉장고는 또 어땠는데?

셋집에서는 역시 공동으로 사용하는 대형 냉장고가 있었는데, 작은 PVC 박스에 음식을 담고 뚜껑을 닫은 다음, 박스 뚜껑 위에 싸인 펜으로 자기 이름을 써놔야 했다.


그런데도 박스를 두 개 이상 사용하면 안 되고, 간혹 내용물이 없어져서 상자 임자들은 소리 들을 지르고는 했다.


빨래도 욕실에서 손으로 빨아서 옥상의 빨래 건조대에 널어야 했는데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혼자만의 화장실과 혼자만의 냉장고, 혼자만의 세탁기, 빨래 건조대를 갖게 됐다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이랑은 너무 기뻐서 이곳저곳 살펴보노라고 한 동안 정신이 없었다.


이랑은 벽에 붙은 옷장에 하드 캐리어에서 옷을 꺼내 정리해 넣었다.

침대 위를 정리하고, 냉장고 문을 열고 무얼 사서 넣을까 생각했다. 책상 위에 책들을 정리해 놓고 필요한 물건들을 메모했다.


이랑은 잠시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방안을 휘돌아 보면서 쉰 다음 방문을 열고 지하에 있는 상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상가는 복판에 슈퍼 마케트가 있고, 옆으로는 식당 같은 작은 상점들이 장사하고 있었다.

이 상가는 이 숙소 빌딩에 있지만, 주변에 별다른 상가가 없어서 빌딩 주위의 사람들도 같이 이용하는 곳이었다.


이랑은 우선 슈퍼 주위에 있는 전자 제품 상점에 들어가서 그동안 꿈에 그리던 노트북을 사고,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 종이 울리는 전자시계, 탁상 램프 등을 산 다음, 배달을 부탁했다.


핸드폰 매장에 가서 역시 사고 싶었던 신형 스마트폰을 샀다.


의류상점으로 가서, 출근하면서 입을 옷들을 서너 벌 사고, 신발도 마음에

드는 것으로 샀다.


슈퍼로 들어가서 냉장고에 넣을 먹을거리를 사서 들고 부지런히 방으로 돌아왔다.


약간 지친 몸으로 침대에 기대앉아 고향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했다.


“ 엄마!”


“ 아이구, 이랑아!

잘 있었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 아냐 엄마!

나 취직했어.

상하이 전자개발 공사라구, 아주 큰 회산데, 정식 사원으루 들어가게 돼서, 내일부터 출근해!“


“ 응?

정말!

우리 이랑이가 해낼 줄, 엄마는 믿었었지.

그런데, 한 달에 얼마나 주는데?

큰 회사니까, 작지는 않을 거 아녀?“


“ 아주 많이 줘. 숙소두 혼자 쓰는 방으로 배정받았는데, 아주 넓은 방이고, 화장실도 있고, 책상도 있구, 옷장두 있구, 15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구, 내려가구 한다고요.“


“ 그 먼 데로 학교를 매일 다니면서 그 고생을 하면서도 비가 억수루 쏟아지구 태풍이 온다구 하는 데두, 하루두 안 빠지구 학교를 다녀서 우등생으로 졸업하더니 결국, 이렇게 좋은 날이 우리 이랑이 한에 찾아 왔네.”


엄마의 감격스러운 목소리가 한동안 계속됐다.


결국, 이랑이 휴대폰으로 찍은 숙소 빌딩과 방안, 이곳저곳을 찍은 사진을 전송하면서 전화를 끝마쳤다.


이랑은 조금 지쳐서 그대로 누웠다가 일어나 슈퍼에서 사 온 만두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기다렸다.


시골에서 이 도시로 올라온 다음, 쉬는 날마다 시내로 나가 아이 쇼핑을 하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처음 보는 것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전부 알아 놓은, 이랑은 처음 같지 않게 휴대폰이나 세탁기,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전자레인지에서 만두를 꺼내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먹으면서 내일

출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옷부터 신발, 휴대 가방, 출입증, 사무실에서 사용할 소소한 물건들을 챙겼다.

컴퓨터 운영실에 들어갔을 때, 이랑은 눈썰미 있게, 직원들의 복장과 책상 위를 봐두었기 때문에 차질 없이 출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저녁이 돼서 이랑은 밖으로 나와,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니까, 오늘은 좀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생각이었다.

작은 매대가 통행로를 따라 오픈으로 설치된 작은 식당들이 늘어선 저쪽에, 그럴듯한 간판이 붙어 있는 큰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지금까지 이랑이 들어가 본 식당들보다 훨씬 넓고, 고급스럽게 치장되어 있었다.


입구 양쪽에 서 있던 종업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를 했다.

보통,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고급 음식점에서는 입구에 서 있는 이런 종업원들이 들어오는 손님 중에 다소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것처럼 보이거나, 무전 취식자처럼 보이면 붙잡고, 물어보고, 내쫓기도 한다.


오늘은 이랑을 보고 망설임 없이 그들은 환영의 인사를 했다.

식탁으로 안내하는 여종업원이 이랑의 앞에 서서 안내한 뒤 의자를 빼서, 이랑을 앉게 해줬다.

이랑은 자기가 귀족이 된 듯했다.


메뉴를 살펴봤다.

이런!

대부분의 음식값이, 이랑이 물류 창고에서 일하고 받았던 한 달 월급의 반 정도 가깝게 적혀 있었다.


이랑은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코스 요리를 시켰다.

메뉴를 들고 옆에 서서 주문을 받던 여종업원이 눈을 크게 뜨고, 질문을 했다.


“ 어떻게 지불하실 건가요?”


이랑은 회사 출입 카드를 보여주었다.

회사 출입 카드는 이 빌딩 안에서, 각종 결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주 편리했다.


메뉴를 들고 서 있던 여종업원이


“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앞으로 자주 왕림해 주십시오.“


하고서, 부지런한 걸음으로 주문 데스크로 향했다.

여종업원은


“ 처음 보는 어린 아가씨가 상등급 카드를 가지고 있네, 아주 높은 자리에서 일하는 게 틀림없어“ 하고 생각했다.


처음 맛보는 음식들이 줄줄이 코스로 나오면서, 이랑은 먹는 동안에 고향에 있는 아버지, 엄마, 특히 큰 집에 계시는 할머니 생각이 났다.


이랑이 큰 집에 갈 때마다, 할머니는 천정에 달아 놓은 바구니에서 이랑이

오면 준다고 아껴 놨던 먹을거리를 꺼내어 이랑이 먹는 동안 미소를 띄고 이랑을 보고는 했었다.


이랑은 이제 고향에 가면, 할머니, 엄마, 아버지를 모시고 고향 도시에서 제일 좋은 식당으로 가서, 이렇게 보기 좋고, 맛있는 코스 요리를 꼭 사드릴 거라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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