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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447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3.22 02:00
조회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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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16쪽

람의 계승자 - 생존자니까 살아남는다(7)

DUMMY

“대체...”


또 가린워드다. 루도가 람카디스를 만난 곳도 그 마을이었다. 그가 새로운 터전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곳도 그 마을이었다. 로샤단 사람들이 그를 생각해 쉬쉬하고, 류이너스 교단 사제들이 그를 보며 혀를 찼던, 그렇게 반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겨우 그 단어를 잊어갈 때쯤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납치되었다. 그가 가린워드의 생존자라는 이유로. 루도는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대체 가린워드가 뭐 하는 곳이기에 자신의 인생에 이리도 끼어든단 말인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 잠시 머물렀던 것이, 살아남은 것이 그렇게 죄가 되는 일인가? 루도는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벽을 세게 쳤다. 지켜보던 일당들도 그의 의외의 행동에 놀란 것처럼 보였다.


“대체 그 빌어처먹을 가린워드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요? 제발 좀 알려주세요.”


후드 입은 남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질문을 되받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는지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질문을 한 건 나다. 다시 하지. 가린워드 마을에서 보았던 것이 뭐냐.”


치밀어오른 분노가 두려움을 없앴기 때문일까, 루도는 그의 눈길도 피하지 않은 채 턱을 세우고 당당하게 말했다.


“나도 모르니까 질문한 거죠. 내가 가린워드 마을에 있었던 것 같기는 해요. 거기서 누군가에게 칼에 찔려서 죽을 뻔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그곳에서 대체 뭘 보았길 바라는 거죠? 아니, 내가 뭔가를 보긴 봤나요?”


“무슨 뜻이지?”


루도는 말을 멈추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자신이 내뱉는 말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았다. 이들이 람카디스의 존재를 알고 있을까? 만약 마리네와 유미르네가 제대로 행동해주었다면 지금쯤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로샤단 전체가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들이 자신을 구하러 와줄 것인가?

어찌 됐든 지금은 그들과의 관계를 은폐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기억을 되짚어보는 것처럼 뜸을 들이며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했다.


“기억이 나질 않아요. 내 기억은 엄마와 함께 그 마을에 들어갔던 것에서 끊기고, 저 아줌마가 있던 병원에서 눈을 뜨면서 시작되죠. 나도 그때의 일을 기억해내고 싶어서 되물었던 거예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이었다. 그건 루도가 오랜 시간동안 고심했던 문제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쏟는 관심의 대부분은 가린워드 마을에서 그가 보았을 정보였다. 람카디스 또한 내심 그걸 바랐기 때문에 루도도 생각해내려고 머리를 싸맸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생각해내려고 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을 손으로 훑는 기분이었다. 마치 기억이라는 종이의 한 부분을 가위로 싹둑 잘라낸 것처럼.

루도는 사실을 말하며 교묘하게 거짓을 일부 섞었다. 기억이 병원에서부터 돌아왔다는 말이 그것이었다. 사실 그의 기억은 가린워드의 골목길에 혼자 피 흘리며 죽어가고 있을 때부터 다시 시작됐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옆구리를 쥐어뜯는 듯한 엄청난 고통, 몸을 타고 흘러 바닥에 떨어지던 핏방울 소리, 추위, 그리고 어느 순간 나타났던 람카디스. 루도는 그때의 일이 생각나 작게 몸을 떨었다.

검은 옷의 일당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앉아있는 당돌한 꼬마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하는 중이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슬라크였다.


“으하하! 제법 나쁘지 않았어 꼬마야. 핵심을 아주 절묘하게 피해갔구나. 그럴 듯해.”


루도는 볼 맨 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에요. 지금 상황에서 거짓말을 해서 내가 얻을 게 없잖아요? 아는 건 모두 얘기할 테니 어서 절 마을로 돌려보내 주세요.”


그는 호쾌하게 웃으며 루도에게 다가왔다. 그가 앉은 의자 앞에 멈추어 섰을 때, 꾸며낸 웃음이 그의 얼굴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한 가지는 틀렸어. 어째서 우리가 널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뭐?”


“또 한 가지. 사실 네가 이 자리에서 무슨 말을 늘어놓는지는 우리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넌 우리 군주와 대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일이니까. 그때가 되면 네가 보았던 광경들이 입 밖으로 술술 나오게 될 거야. 네가 기억하든, 기억하지 않든.”


“슬라크,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군.”


“흐흐, 뭐 어떤가? 이런 꼬맹이한테.”


후드 쓴 남자는 슬라크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넘겼다.

루도는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들이 쉽게 자신을 풀어주지 않으리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하지만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어느 곳으로 끌고 간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심장이 격렬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 말은 로샤단과, 디리터와, 마리네와, 유미르네와, 람카디스와 헤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익숙한 것이 사라진다는 것은 어린 소년에게 너무 큰 자극이었다. 그는 고동치는 심장만큼이나 빠르게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침착해, 침착해, 침착해, 침착해!’


그는 람카디스가 해준 얘기를 떠올렸다. 람카디스는 검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태를 파악하는 통찰력과 얼음 같은 침착함이라고 말했다. 통찰과 침착. 통찰, 침착. 루도가 두 단어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억누르려 애쓰고 있는데, 슬라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는 확실하지. 그게 뭘까? 그건 말이지, 어찌 됐든 네가 가린워드 마을의 생존자가 맞다는 거야. 우리는 지금까지 널 찾으려고 오랜 시간을 허비했거든. 그리고 난 이제 더 이상 내 시간을 죽이고 싶지 않아. 내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겠나?”


“그....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런 말이지.”


눈 깜짝할 새였다. 루도는 처음엔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그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 입만 뻐끔거렸다. 무언가를 잘못 본 것이 틀림없다는 듯, 눈꺼풀이 떨리며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갔다. 넋 놓았던 정신이 천천히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무...무슨 짓을!”


“꺄아아아악!!!!”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른 건 칼에 찔린 간호사가 아니라 뒤편 창가에서 울먹이던 여자아이였다. 간호사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배에 꽂힌 검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동공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슬라크는 검을 뽑지 않은 채 히죽거리며 다물지 못하는 그녀의 입을 혀로 핥았다. 그는 안타까운 듯 나직이 탄식했다. 얼굴에 난 그의 흉터가 흉측하게 꿈틀거렸다.


“미안해 아가씨. 보내준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이제 아가씨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거든. 쓸데없이 저 꼬마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던 자신을 탓하라구. 그리고...”


그는 천천히 검을 뽑으며 말했다.


“아가씨와, 함께 했던, 추억은, 잊지 못할 거야!”


살점이 비틀리는 소리가 몇 번 이어지더니, 시뻘건 피를 머금은 검날이 물고 있던 송곳니를 드러냈다. 출구를 막고 있던 검이 뽑히자, 핏물이 상처를 비집고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


꽂혀있던 검이 그녀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뽑힌 뒤에도 그녀는 쓰러지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니, 허물어진 몸뚱이가 의자에 걸려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았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쏟아지는 피를 손으로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피는 갈라진 살점 사이로, 손가락 틈새로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출구가 좁아져 수압이 높아진 탓일까, 앞에 있던 루도의 얼굴로 핏물이 튀었다.


“으아아아악! 아버님! 아버님!!”


여자아이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했다. 슬라크의 동료들도 그의 갑작스런 살인은 예상하지 못했던지, 다들 어이없다는 듯 입만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후드 입은 남자가 분노한 듯 그의 멱살을 잡았다.


“누가 멋대로 여자를 죽이라고 했나!”


“언제든 죽이긴 할 거였잖아? 저년은 쓸데없는 사실을 많이 알고 있다구.”


그는 후드 입은 남자의 반응을 예상한 듯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는 오히려 이죽거리며 말했다.


“천하의 나젠크루거가 언제부터 성인군자가 되었지? 일은 서두를수록 좋다고 했던 건 너였잖아?”


“네놈...”


“고분고분 행동할 때 이 손 놓는 것이 좋을 거야. 네 지시를 따르긴 하겠지만 너를 대장으로 인정한 건 아니니까.”


나젠크루거는 입술을 몇 번 떨더니 이내 잡고 있던 멱살을 놓아주었다. 생각 같아선 당장 검을 뽑아 목덜미에 꽂아 넣고 싶었지만 그는 가까스로 마음을 추슬렀다. 지금은 임무를 완수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토드는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간호사를 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정말 악취미로군. 죽일 거면 한 번에 끝내지 일부러 폐를 찔렀잖아. 너 언제 그러다 된통 당할 날이 올 거야.”


“킥킥킥, 내가 대신 죽어주는 것도 아닌데 한방에 가든 좀 고통스러워하다 가든 무슨 상관이야? 의외로 여자 죽어가는 표정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구.”


슬라크는 휘적휘적 걸어가더니, 식탁보를 집고는 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여자아이는 얼마나 비명을 질러댔는지 보다 못한 나젠크루거가 등을 다독이며 사랑방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피는 아직도 그녀의 배에서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둘렀던 하얀 앞치마는 이미 피를 몇 사발이나 빨아들인 상태였다. 그녀의 웃옷이, 바지가, 속옷이 굶주린 흡혈귀마냥 자신들의 주인이 내쏟는 핏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옷들이 미처 먹지 못한 것들은 그대로 땅바닥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가 앉은 의자를 중심으로 피 웅덩이가 서서히 그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사람이 죽는 광경을 처음 본 까닭에 루도는 넋이 나가 시선조차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에 가득 튀긴 피를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 하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아마 루도와 그녀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경악에 찬 눈동자가, 죽어가는 눈동자가 순간 루도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휘몰아치는 감정이 여과 없이 루도에게 흘러들었다.


「아아아아! 무서워!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너무 무서워! 아파! 너무너무 아파! 피가, 피가 멈추지 않아!」


“아...!”


루도의 눈이 커졌다.


「살려줘, 살려줘! 꼬마야, 나를 구해줘! 아파, 추워, 무서워, 피가, 피가, 내 피가!!!!!!」


“으아아아아악!!!!!”


루도는 공포에 질려 절규했다. 오두막 안에 있던 남자들이 흠칫 놀라 그를 쳐다볼 정도였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공포. 앞으로도 영영 느낄 수 없을 공포. 한 생명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느끼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공포. 그런 끝을 알 수 없는 공포가 루도의 몸을 휘감았다. 그는 겁에 질려 달아나려다 의자 다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는 후다닥 벽난로에 붙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간호사를 향한 채였다.

그녀는 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 폐가 뚫려 입에서도 피가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외침은 또렷하게 루도의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죽고 싶지 않다고, 도와달라고, 제발 자신을 살려달라고.

눈을 마주쳤을 때였다. 그 순간 갑자기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루도에게도 전해져왔다. 공포에 질린 커다란 눈동자. 어째서 그녀의 감정이 자신에게 쏟아져 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루도는 그게 눈을 마주쳤기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눈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패닉상태에 빠져 기괴한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만은 그녀의 눈동자에 못 박혀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채를 붙잡고 강제로 눈꺼풀을 움켜쥐고 있는 것 같았다. 보라고, 똑똑히 보라고. 죽음을,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을.


“히, 히이이익! 아으...아아아!!!!”


「안 돼, 안 돼! 난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어! 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병원 옆 의상실에서 보았던 새틴 드레스도 입어봐야 하는데, 재작년에 담근 올리브 꿀 절임도 아직 못 먹어봤는데, 프란츠랑 몇 년에 걸쳐 짓던 우리 집이 이제야 겨우 완성됐는데! 프란츠, 프란츠, 어디 있어? 무서워, 나 너무 무서워!」


“으....흐.....아악....”


그녀의 숨소리가 엷어질수록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는 더욱더 커져만 갔다. 루도는 복받치는 두려움과 슬픔에 질려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울고 있는 것처럼. 그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머릿속에 울리던 그녀의 비명소리가 잦아들더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덧 온 천지를 뒤흔들 것처럼 요동치던 공포가 고요한 슬픔에 묻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녀의 울림이 바뀌어감에 따라 루도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여전히 눈물만은 터진 강둑처럼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프란츠, 보고 싶어. 나 무서워. 앞으로 영영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너무너무 무서워. 당신의 눈동자, 입술, 날 따뜻하게 안아주던 팔. 모든 것이 못 견디게 보고 싶어. .....나, 나는....죽는 거겠지? 추워. 온몸이 추워. 당신이 안아줬으면 좋을 텐데.」


그녀의 눈동자는 체념한 듯 서서히 땅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공포로 가득 차 있던 눈에 점점 초점이 사라지고, 그렇게 반쯤 감은 눈으로 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는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고 시선이 떨어질수록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구멍 난 폐 사이로 들려오던 바람 소리가 점점 약해져갔다.


「미안해 프란츠. 나 당신과 한 약속 지키지 못할 것 같아. 당신을 닮은 예쁜 아들을 낳고 싶었는데....오래오래 행복하게....살고 싶었는데...」


이제 그녀의 눈은 새벽녘 어스름 속에 꺼져가는 샛별처럼 마지막 빛을 다하고 있었다.


「다시 볼 수 있을까? 당신과 함께.....류셰프 강가에.....」


머릿속을 울리던 목소리는 거기서 뚝 끊겼다. 그것이 떨어지던 눈동자가 루도의 시선을 벗어났기 때문인지, 아님 그 순간 그녀의 목숨이 다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의자에 앉은 모습으로 눈을 감았다.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뜨개질을 하다 나른함을 못 이기고 잠시 잠든 것처럼.

루도는 울었다. 슬픔에 못 이겨 울었다. 단지 자신의 얼굴을 기억했다는 이유만으로 타지까지 끌려와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그녀가 너무나 불쌍해서, 그리고 죽어가는 순간까지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던 그녀의 마음이 너무나 슬퍼서, 루도는 하염없이 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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