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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왈튼 대륙 유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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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6.27 23:23
최근연재일 :
2024.01.28 10:09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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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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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814,136

작성
24.01.24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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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96. 형제단

시작합니다.




DUMMY

*


“······벵거 형제단을 건드리다니.”


어둔 밤, 초원을 더듬어 걷는 사내들이 있었다.


여러 명의 사내들이 넓은 지역을 면밀히 살피면서 걸었다.


그러다가 결국 원하는 것을 발견했고, 참상을 보았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인간의 몸이었다. 거기에 비슷하게 넘어져 있는 말들의 몸뚱이.


아무런 소식도 없는 형제들을 찾아 데이버드 초원을 한참 뒤지고 다닌 이들이다. 마지막으로 연락을 취했던 곳을 기점으로 찾았기에 그나마 모두 발견할 수 있었다.

참극은 여러 군데서 일어났던 듯, 그리고 시간이 꽤나 지나 들짐승들이 옮겨둔 듯 여기저기 흔적들이 흩뿌려진 채였다.


초원과 들에 양분으로 뿌려진 시체와 핏자국을 모두 살피고서야, ‘벵거 도적단’의 남은 자들은 분노를 드러내며 이를 갈았다.


달빛 아래의 참상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악의만은 순수했다. 초원을 달리는 마적떼를 이런 꼴로 만들어두다니.

범접할 수 없는 괴물일 수도 있었다. ‘적’의 흔적이 남지 않은 걸로 보아서는 아마 분명 그럴 테다. 혹은 정규군 따위의 집단일 수도 있겠지.


퀘런의 아랫 도시, ‘수백’의 근처는 그들 벵거 형제단의 영역이었다. 데이버드 초원 말이다. 다른 도적떼들이 더 있었지만 결국 가장 큰 위세를 자랑하면서 돌아다니는 건 그들이다. 이곳에서 형제단을 공격했다는 건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말이었다.


단순한 마적떼의 무리였지만, 초원 전역에 뻗어 있으면서 수렵과 약탈을 반복한다. 퀘런의 병사들도 그들의 움직임이 까다롭고 잡기가 쉽지 않아 번번히 놓쳤고, 그대로 오랜 세월을 방치한 탓에 나타난 놈들이었다.

벵거 형제단은 그것이, 자신들의 위세가 너무 대단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퀘런은 자국민들을 보호하는 단체였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면, 여러 부족으로 지역이 나뉘어 있었고, 각 부족은 자기들 휘하의 부족민들을 보호하고 관리한다.


타국에서 퀘런으로 오는 이들까지 크게 신경을 써줄 여력은 없다는 말이었다. 그들에게는 풍부한 땅과 목초지, 다양한 자연 환경과 자원들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의 생활을 하는 곳이었고, 무역이라면 아래의 사히디 국에서 오는 게 아니라 맞닿은 국경을 통해 서방의 루트를 이용하는 방식이 주된 편이다.


사히디 국과 퀘런 사이에 만들어진 거대한 무국적 지대에 가까웠고, 데이버드 초원은 당장은 쓸데없는 그저 넓은 땅에 불과하다. 이따금씩 수백 등 남부 도시에서 가축들을 먹이기 위해서 초장을 오가기는 하지만.

퀘런으로 오는 자들이 아니라 퀘런에서 나오는 이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큰일난다는 사실을 아는 도적떼들이다.


벵거 형제단같은 마적떼들이 있기에, 더욱이 사히디에서 퀘런으로 곧장 오는 쪽의 여행자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바그너 일행은 그런 참상을 다름없이 만난 것이었고, 무력으로 해결했다.


형제단의 두목과 부두목은 목숨을 잃었다. 기골이 장대한 자들이었고, 전투 실력이 뛰어났는데. 그럼에도 그들 무리는 아직 많은 수가 남아 있었다. 한 번 약탈이나 수렵을 갈 때, 숫자를 정해서 움직이는 탓이었다.

일이 잘못 되더라도 일망타진을 당하지 않기 위한 수작이었다. 그것이 이번에도 주효했다. 이토록 깔끔하게 모두 죽어버릴 줄은 몰랐지만.


형제단의 일부는, 감시병들의 눈을 피해 수백 같은 남부 도시의 외곽지 정도는 오가기도 했었다. 결국 누군가의 물품을 약탈했을 때 그걸 환전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술이나 고기 따위를 가져오기도 해야 했고. 성벽 내의 중심가까지 들어가기는 아무래도 무리였지만.


새벽녘, 날이 밝기 직전 밤을 새는 경비병들의 시야가 아득해질 때 즈음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편이었다. 들어가는 자들은 검문이 엄격하지만 나갈 때는 별다른 절차가 없었으므로 생각보다 자주 들락거리고 있었다.


물론 정식으로 검문소나 목재 문을 이용하지 않았고, 목책과 목책 사이의 빈틈을 노려보다가 몰래 들어가는 식이었다. 특별한 아티팩트나 함정 따위가 설치되어 있지는 않았으므로, 소규모로 몸이 날랜 자들이 간다면 그리 어렵잖게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는 않았고 경비병들의 정신이 헤이해질 무렵에 조심해서 들어가는 게 좋은 팁이었다.


형제단들은, 퀘런으로 오던 방향의 여행자들이 일을 저질렀으리라 생각하고 그들을 추적하려 했다.


형제단의 의리는 제법 두터운 편이었다. 도적떼의 이름을 ‘형제들’이라고 지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두목과 부두목이 한 번에 죽어버리 것 역시 그들의 전의를 불태우는 이유가 되었다. 말단이 죽어나갔다면 모를까, 단숨에 머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마적떼를 죽였으니 그들로부터 무구나 온갖 전리품 따위를 가져다가 마을에 팔았으리라.


그들은 수상한 방문객을 찾기 위해서, 발걸음을 수백으로 옮겼다.


야음을 틈타 움직이는 수상한 무리들이 부지런하게 걸었다.


물론 형제들의 시신을 대강이나마 땅에 묻어준 뒤의 일이었다.


*


“고생했소.”

“고생하셨습니다.”

“길었지. 참.”

“네······. 야영이 나쁘지 않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길어지면 몸이 결리기는 하는 걸요.”

“음. 도시가 좋아, 도시가.”


유서, 바그너, 에스나엠, 엘리, 두실의 이야기였다.


그네들은 낮이 밝아 성내 도시로 들어와 있었다. 아침이 되고 경비병들이 빠릿한 자들로 교대가 되자마자, 바그너들은 다가가 신분증을 제시하며 들어가기를 요구했다.

그다지 큰 실랑이 없이 신분패만을 보고 들여보내 주었고, 다시 적당한 쉴 곳을 찾아 짐을 풀고서 모인 참이었다.


짐말로 쓰고 있는 녀석은 마구간에 메어두고 건초 더미를 먹게 했다. 주인들도 에너지를 충당할 시간이었다.


인기가 좋은 여관은 아닌지도 몰랐고, 단순히 시간대가 애매해서인 지도 몰랐다. 바그너 일행이 있는 여관의 식당 자리는 허전했다. 군데군데 테이블을 채운 행인들이 고개를 푹 처박고는 자기 밥을 먹고 있을 뿐이다.


“푸후우우우우···.”


일행들 중 술을 즐기는 자는 딱히 없었다. 우연이었다. 가리지 않고 모인 이들의 성향이나 습관이 제법 잘 맞는 것은 말이다.


알코올은 없는 음료를 벌컥벌컥 마셔대며 허기와 갈증을 달랬고, 다음 계획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의논하기 시작했다.


‘수백’의 거리 안쪽은 독특한 양식의 건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라시아 대륙에서의 그것과도 조금 닮아 있었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목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퀘런 내에 양질의 목재를 제공하는 숲이 있는 지도 몰랐다.


특이한 양식의 지붕과 벽면, 기둥 등이었다. 단층보다는 2층, 3층짜리 건물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 이야기는 건축 기술이 발달했다는 뜻이었고, 자원과 인력이 상당히 많이 모여 있다는 말이다. 나름대로 발전한 동네였다.


여관의 1층 식당은 한산했지만.


“근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군?”


유서 홀튼이 말했다.


“흠. 그러게요. 외곽지라 그럴 수도 있고···. 모르겠군요. 여기는 초행길이니 결국.”

“여기서도 그래, 똑같은가. 정보 수집 후 의뢰?”

“예. 대개는 대동소이합니다.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특이한 일이 있는지 정도는 살펴 봐야죠. 벨그라임 시때 처럼 말입니다. 멋모르고 지내다가 사건에 휘말리거나 뒤통수 맞는 일은 사양이라서 말입니다. 그럴 바에야 직접 사건의 혼란 속에 걸어 들어가는 게 낫지.”


바그너의 말에 유서가 고갤 끄덕인다. 맞는 말이다. 어딜가나 인생사의 큰 흐름들잉 ᅟᅵᆻ었다. 피할 수 있는 사건이라면 피하는 게 맞고.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주체적으로 움직여 들어가는 게 맞다. 단적인 예로 근처에서 벌어지는 전쟁 따위가 있을 테다.


탁!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여관의 점원 하나가 말없이 지나가다가 그들 테이블에 나무잔 하나를 내려놓았다.


“서비스입니다.”

“아, 예···.”


손님이 없어서 그런가. 무뚝뚝한 얼굴의 청년은 여러 명이 마실 수 있을 양의 음료를 두고 갔다. 이 근방의 특산품이라면서. 양의 젖을 발효시키고 꿀 종류를 조금 섞은 음료수 같았는데.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에스나엠은 개중에서 마음에 들어했고.


‘수백’이라는 도시에서 평범한 하루를 일단 보냈다.


*


“음.”


에스나엠은 바그너와 함께 방을 쓰고 있었다. 그들의 옆방에는 유서가 있었고. 반대쪽 옆방에는 엘리와 두실이 있었다. 가운데에 창문이 있었고, 방의 양쪽 끝으로 침대가 달려 있어 떨어져 자는 형태였다.


에스나엠은 방문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기준으로 오른편에 붙어서 자다가, 아침에 잠이 깨어 창문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을 걸치고, 바깥에서 무슨 소란이 있나 보는 중이다.


“······.”


많은 말을 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긴 머릴 대강 다듬듯이 손으로 쓸어서 넘긴다. 빗이 있으면 더 좋기는 하다. 몇 도넬을 내고 물을 좀 얻어다가, 세수를 하고 머리도 감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건 부가적인 생각이었고,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일단은 집중하는 그다.


누군가가 길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유없이 어떤 전위적 예술 행위를 하는 건 아니었다. 눕고 싶어서 누운 것도 아닌 듯했고. 누군지 모를 사내 한 명이 죽은 모양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여관 앞 거리가 시끄러운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뭔··· 일이여.”


에스나엠은 졸린 눈을 비비면서 거리를 관찰했다. 도시, 수백의 남부를 담당하는 수비대가 와서 정황을 조사하는 듯했다. 여관의 종업원과 주인도 바깥에서 자신들이 목격하고 느낀 바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고.


에스나엠은 그저 그 모습을 뚱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제법 덩치가 있는 사내였다. 누워있는 꼴만, 그가 있는 3층의 방 창문으로 볼 뿐이었지만.

시력이라고 한다면 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것이 그였으니까.


더벅머리를 하고 있었고, 길거리에는 피가 흐르고 있다. 누군가가 죽은 모습을 보는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에스나엠은 벙찐 표정으로 가만히 현장을 내려다본다. 근처 건물에 그와 같은 이들이 더 있는 모양이었다.

힐끔 시선을 돌리자 근처 건물의 고층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는 얼굴들이 있다. 에스나엠은 그들 중에서도 가장 추레한 꼴이다. 마른 세수를 하듯 손바닥으로 제 얼굴을 씻었다. 잠기운을 멀리 쫓으면서, 에스나엠은 다시금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흠···.”


사람은 죽는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말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살아가는 데 살인 사건을 보는 경우가 크지는 않지만. 이 시대에는 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몬스터나 맹수의 위협도 크다. 사람들 간의 분쟁, 도적떼의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정도로 큰 규모이고.


왈튼 대륙을 유랑하듯 거닐다보면 별에별 꼴을 다 보게 된다.


에스나엠은 창틀을 안듯이 상체를 내밀고, 바깥을 바라보다가, 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는 수비대니 주민들이니 하는 이들의 인상착의를 머리에 넣어놓고, 다시금 스르르 주저앉았다.


그대로 벽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가서, 여관의 맨바닥에 누웠다. 잠이 영 깨질 않는다. 차가운 나무 바닥의 질감이 썩 나쁘지 않았다. 에스나엠은 잠옷을 입은 채 그대로 있었다. 깍지를 껴서 뒷머리에 댔다.


여관의 천장을 조금 바라보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




시~~~~~~~~~~~~~~~~~~작 합니다~.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보던 때가 생각나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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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 전말 24.01.27 11 0 21쪽
117 116. 발길을 돌리고 24.01.27 10 0 12쪽
116 115. 선회 24.01.27 11 0 18쪽
115 114. 평범하지 않은 날 24.01.27 8 0 12쪽
114 113. 평범한 아침 24.01.27 6 0 16쪽
113 112. 불청객의 고민 24.01.27 8 0 21쪽
112 111. 출항을 하듯 24.01.26 12 0 14쪽
111 110. 엿듣는 사람들 24.01.26 8 0 11쪽
110 109. 케일리 24.01.26 11 0 17쪽
109 108. 루소라는 사내 24.01.26 9 0 12쪽
108 107. 뒷사정 24.01.26 8 0 13쪽
107 106. 체베시, 소 24.01.26 8 0 19쪽
106 105. 미행 24.01.26 8 0 13쪽
105 104. 눈치 24.01.26 7 0 14쪽
104 103. 블루지, 영감, 데이라 24.01.26 7 0 15쪽
103 102. 연원 24.01.25 9 0 15쪽
102 101. 떼, 사냥 24.01.25 9 0 15쪽
101 100. 단검들 24.01.25 9 0 14쪽
100 099. 감정적 트랩 24.01.25 9 0 17쪽
99 098. 두 명째 24.01.25 7 0 12쪽
98 097. 거리에서 24.01.24 10 0 15쪽
» 096. 형제단 24.01.24 9 0 12쪽
96 095. 입성 24.01.23 12 0 16쪽
95 094. 대강의 마무리 24.01.23 14 0 16쪽
94 093. 마빈 24.01.23 11 0 15쪽
93 092. 첫 타격 24.01.23 9 0 14쪽
92 091. 강도단 24.01.23 11 0 11쪽
91 090. Dream Or/And Revelation 24.01.23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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