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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룡 님의 서재입니다.

슬기로운 던전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송창룡
그림/삽화
송창룡
작품등록일 :
2020.07.10 09:04
최근연재일 :
2021.02.10 16:05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56,821
추천수 :
773
글자수 :
1,344,990

작성
21.01.15 18:20
조회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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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제 155화. 너 잘 걸렸다.

DUMMY

“크앙. 마스터다! 어서와라용”


“헤헤. 오셨습니까?”


아공간에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용용이와 쩌리가 대한이를 맞아주며 인사했다.


“그래 그래. 그런데 내가 오는줄 어떻게 알고 이렇게 마중을 나왔대?

..너네 또 나만 훔쳐보고 있었구나?”


그러자 용용이가 쩌리 어깨에서 튀어 나와 대한이 볼에 얼굴을 부벼대며 애교를 부리고는 대꾸하였다.


“베이거횽이 하루 종일 잠만자니 심심해서 어쩔수 없었다용!”


그렇겠지. 어쩐지 웬일로 나한테 애교를 부리나 했다.

그런데 말투가 뭐가 그리 당당한거야? 쳇. 하여간 요 귀여운 자식. 크크..


“이쪽으로 오시죠.

자리를 준비해 놨습니다”


역시나 사회 생활 만렙인 쩌리가 잽싸게 근처에 놓인 의자 하나를 빼내며 대한이에게 권하자, 대한이는 괜찮다는듯 손사레를 저으며 쩌리에게 대답했다.


“아, 괜찮아. 잠깐 할게 있어서 들어온거니까 말이야.

나는 신경쓰지 말고 너네 할거 하라고?”


“뭐 그러시다면야.. 알겠습니다.

용용 보스도 이리 오시죠”


“크앙! 그럼 나는 쩌리랑 계속해서 놀고 있을거다용.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라용!”


“오냐. 알겠으니 어서 가봐”


용용이가 다시 가볍게 튀어올라 쩌리의 어깨에 올라섰고, 쩌리는 그 상태로 저 멀리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음. 그러고보니 평소에는 둘이서 뭘하고 지내려나?

내가 그동안 너무 무심했나?

뭐, 생각보다 아공간이 막 어둡다거나 답답하진 않은데?”


새삼 대한이는 아공간을 다시 한번 둘러보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현재 아공간은 크게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뉜것처럼 보였다.


먼저 용용이와 베이거가 꾸며놓은 주거(?) 구역(그래봤자 집도 없이 가구들 몇 개가 전부였지만)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무 등이 여기저기 산재해 쌓여있는 넓은 공간.


한 쪽에 연금술사의 인벤토리와 합쳐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템이 잘 정리되어 있는 공간.


마지막으로 쩌리가 향한 저 멀리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진 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곳은 광원을 알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새어나온 적절한 양의 빛으로 인해 일상 생활 정도는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밝았다.



“헤에. 아공간이라 그냥 어둑 어둑 할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잖아? 가구들도 있고..

아, 저건 딱 레니아의 취향인데?

..그러고보니 레니아도 이곳을 왔다 갔다 했지? 그걸 깜빡했군”


대한이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 가구들이 이곳에 놓여진 이유는 아마 레니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 정도 환경이면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그동안 신경도 쓰지 않았으면서 말은 잘하는 양심 리스 대한이였다.


“이크.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시간은 금 이니까..”


대한이는 잡생각에서 벗어나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바로 그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며 정신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전령. 아까 나한테 하려던 이야기를 마저 해주겠어?”


이제 주위에 신경쓸 사람도 없으니 편하게 육성으로 말하는 대한이였다.


<..‘던전 디렉터의 수련법’ 말씀 이십니까?>


“그래. 바로 그거야.

아까 분명 이것과 ‘던전 디렉터의 오의’ 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려고 했었지?”


<네. 그렇다면 먼저 ‘던전 디렉터의 수련법’ 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전령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하나의 창이 대한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던전 디렉터의 수련법(히든 보상. 획득 완료)

아공간의 특성을 이용한 던전 디렉터 클래스 고유의 수련법.

일정 레벨 이상의 던전 디렉터가 직접 아공간에 들어가야만 획득 가능하다.

······]


대한이는 생각보다 꽤나 긴 설명에 필요한 부분만 스킵해가며 읽었다.


[..이렇듯 공간과 시간을 왜곡하는 아공간 특유의 특성을 이용하면, 짧은 시간안에 많은 양의 경험치를 획득 가능하다.

시간을 왜곡하는 방법은..]



“응? 시간 왜곡? 이곳은 그런것도 가능하다는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예를들어 지금은 아무런 조치가 가해지지 않은 상태로, 마스터가 있는 현실 세계와 정확히 동일한 속도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이유는 애초에 마스터께서 생성한 아공간이기 때문에 동기화가..>


“아, 그건 알겠으니 그 방법 이란걸 좀 알려주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설명 드리자면, 본래 시간 왜곡은 공간을 왜곡하는 방법을 마스터 하신 후 습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현재 마스터의 경우 ‘던전 디렉터의 오의’ 를 이미 획득하신 상태이므로, 오의와 연계하여 더욱 업그레이드 된 수련법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호라. 조금전에 하려던 말이 바로 그거 였구나?

좋아. 그럼 그 방법으로 알려주겠어?”


<네, 알겠습니다>



[획득하신 두 비기가 하나로 합쳐집니다]



“오잉? 합체?”


..띠리링.



[축하드립니다. 던전 메이킹(lv. 1) 을 획득하셨습니다!]


[던전 메이킹(lv. 1)

하나의 아공간을 지정해 가상의 던전을 시전자 임의대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능력.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아공간 속 던전의 시간 흐름 역시 조절 가능하다.


던전 메이킹 레벨에 따라 만들 수 있는 던전의 난이도, 즉 몬스터의 종류가 달라진다.


가상의 던전은 실제 던전과 거의 같으며, 아이템의 획득은 불가능 하지만 경험치의 획득은 가능하다.


현재 던전 메이킹(lv. 1)로 만들 수 있는 던전의 최고 난이도 - F급]



<두 개의 비기가 하나로 합쳐져 ‘던전 메이킹’ 기술로 바뀌었습니다.

던전 메이킹의 사용법은..>


한차례 상태창이 지나가고 전령이 다시 대한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지만, 이미 대한의 머릿속은 그것에 대한 생각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던전 메이킹. 즉, 드디어 내 마음대로 던전을 만들수 있다는 것이겠지!

게다가 시간의 흐름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말은, 같은 시간을 수련해도 지구에서보다 훨씬 많은 양의 경험치를 획득 가능하단 말이겠고.

아직 레벨이 1이라 F급 부터 시작인게 조금 걸리지만, 어차피 시간이야 충분할테고 또 나 혼자 하는 레벨업 이니까..!


알다시피 대한이는 게임 이라면 도가 튼 폐인이나 다름 없었기에, 레벨업 노가다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 보다 쉬웠다.


“좋아. 나 혼자서만 하는 레벨업 이라면 이야기가 또 다르지.

지금까지는 다같이, 그리고 천천히 성장하는 그런 방식 이었으니까.

..그럼 이제부터가 진짜 폭업과 노가다의 시작이구나. 크크..!”


마치 자신이 벌써부터 강해진것 같은 착각에 크게 소리내어 웃는 대한이였다.


<..저..>


“아차, 전령!

너를 그만 깜빡했네. 미안”


<아닙니다..>


아니긴? 조금 삐진것 같은 말투인데?


“히히. 미안 미안.

하지만 다 듣고 있었다고? 던전 메이킹의 사용법 이라든지 말이야”


<후후, 네.

그럼 더 궁금하신 사항이나 질문이 있으신지..?>


전령의 대답에 왠지 모르게 웃음이 묻어난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대한이였다.


“아냐, 없어.

고마워 전령! 덕분에 정말 좋은 정보.. 아니, 기술을 얻었으니 말이야!”


<후후. 도움이 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응! 바이 바이~”


대한이는 퍽이나 기분이 좋았는지, 평소에는 절대 하지도 않았던 인사까지 하고는 가부좌를 풀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중얼거렸다.


“요즘따라 전령 역시 꽤나 변한 것 같다는 말씀이야?

처음엔 전혀 없었던 ‘감정’ 같은 것도 이제는 제법 느껴지고 말이지.

음, 역시 세상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건 없어.

..오! 나 뭔가 철학적인 말을 했던것 같은데? 히히..”


대한이는 그 상태로 기지개를 쭉 펴며 가부좌로 굳어있던 온 몸을 가볍게 이리 저리 풀기 시작했다.



“응? 그런데 저 녀석들은 저게 대체 뭣들 하는 짓이지?”


대한이가 바라본 방향에는, 날렵하게 통 통 튀기며 온 사방을 헤집고 다니는 용용이와, 그런 용용이를 육중한 몸으로 애처롭게 뒤쫒는 쩌리의 눈물겨운 술래잡기가 한창 이었다.


“..저 녀석들, 매일 저러고 노는거야?

쩌리 자식. 저 몸으로 어떻게 용용이를 잡겠다는 건지.. 쯧쯧..”


실제로 쩌리는 술래잡기를 시작한지 벌써 몇 달째 아직 한 번도 술래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이곳에 게임기나 운동 기구라도 좀 가져다 놔야겠는데?

이거 쩌리 녀석이 불쌍해서 안되겠어.

아냐, 그럴게 아니라 이참에 이곳을 좀 꾸며보는게 좋겠다.

어차피 이제부터는 나도 이 아공간에 자주 오게될 것 같으니까”


대한이는 용용이를 쫒아 다시 저 멀리 사라져가는 쩌리의 뒷모습을 보며, 재빨리 머릿속으로 필요한 용품들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했다.


“용용아~ 쩌리~

나는 이만 지구로 돌아간다~”


“크앙. 알겠다용. 나도 베이거횽이 깨면 같이 놀러 가겠다용.

..부하 1호! 지금 뭐하는거냐용?! 어서 나 잡아봐라용!”


“헉헉.. 조, 조금만 천천히 움직여주시면..

아, 마스터..”


“..쯧쯧. 그래, 알았다”


대한이는 뭔가 애처로운 신호를 보내는 쩌리의 눈을 끝까지 마주보지 못하고, 끝내 고개를 돌리며 아공간을 소환해 다시 지구로 돌아갔다.


“빨리 안따라오고 뭐하냐용?!”


“네, 네! 가, 갑니다! ..헥헥..”


그렇게 불쌍한(?) 쩌리는 오늘도 강제 체력 단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우우웅..


“음. 다행히 아무도 방 안에 들어온 것 같진 않군.

..들어왔어도 딱히 상관 없었으려나? 어차피 나중에 다들 알게 될 일인데 뭐..”


아공간에서 돌아온 대한이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벽면에 놓인 시계를 바라보았다.


“9시라.. 이제 30분 후면 포탈은 사라지겠네..”


그때 마침 바깥에서 뭔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기에, 대한이는 자연스레 일어난척 바깥으로 나가보았다.




“..그러니까 애들은 지금 다 자고있으니 나랑 이야기 하자구요. 네?”


“그, 그래도 저희는 당사자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좀 들어봐야..”


“아 놔, 거참. 그렇게 말해도 말 귀를 못 알아 들으시네?”


수호 아빠 중훈은 은근하게 그의 무식한(?) 근육을 과시하며 눈 앞의 남자들을 압박해 들어갔다.


“저기, 혹시 나 몰라요?”


“네? 그, 그럴리가요.

제가 어떻게 올림픽 유도 영웅이자, 요즘 가장 핫한 최수지 양과 최수호 군의 아버지를 몰라볼리가 있겠습니까..”


“흠흠. 뭐, 보는 눈이 아예 없으신건 아니구만”


중훈은 왠지 올림픽 영웅이란 말보다 뒤에 나온 수지, 수호 아버지란 말에 더욱 기분이 좋아짐을 느꼈다.


‘이제 나도 늙었다는 거겠지.

어째 나보다 자식들이 칭찬 받는게 훨씬 기분이 좋으니까 말야. 하핫..’


잠시 딴생각을 하던 중훈은 계속해서 그 정부 요원에게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아무튼 저~기 가서 나랑 이야기 합시다”


“그게 곤란한데..”


그때 중훈에게 꼼짝 못하는 삐쩍 마른 남자와는 달리, 묵묵히 옆에 서 있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희는 분명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고 이곳에 왔습니다.

그러니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허, 거참. 그렇게 말을 해도..”


“..”


이번 남자는 그의 위협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듯 보였기에, 중훈은 고민에 빠졌다.


‘이 위압감. 분명 이 남자는 각성자 임에 틀림 없어.

..그렇다면 아무리 나 라고 해도 좀..

허, 이걸 어쩐다?..’


그때 마침 건물 안에서 대한이가 나오며 중훈에게 인사 하였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오, 우리 대한이. 벌써 일어났나?

왜? 더 자지 않고..”


실은 대한이는 이미 밖에서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중훈이 곤란할 수도 있는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나온 것이었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도 밖이 ‘시끄러워서’ 잠이 다 달아났는 걸요?”


정작 잠은 자지도 않았으면서, ‘시끄러워서’ 에 특히 강하게 악센트를 주는 짓꿎은 대한이였다.


“아. 그랬구나?

이거 미안해서 어쩐다. 내가 너무 소란을 피웠나보네”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저씨.

저는 아저씨 말고 저기 두..”


그러면서 중훈의 옆에 있던 두 남자를 흘끗 째려보는 대한이.


“..뭐, 아무튼 이왕 잠은 다 깼으니 신경쓰실것 없어요.

기껏해야 밤을 ‘꼬박’ 새고 겨우 ‘한 시간’ 잔 것 뿐인데요 뭐..”


“..미, 미안해요”


둘 중 삐쩍 마른 남자는 의외로 착한 심정을 가졌는지, 대한이의 심술궂은 말에도 불구하고 먼저 사과하며 입을 열고는 대한이게 물었다.


“그런데 이 분께서 지금 당신보고 대한이 라고 부르신거 맞죠?”


“네. 그런데요?”


“..흠. 네가 대한민국수호 길드의 송대한 이냐?”


그러자 그제서야 옆에 있던 건장한 남자가 대한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뭐야? 이 근육 아저씨는 또.

나를 언제 봤다고 다짜고짜 반말 이람? 쳇..


“..그러는 ‘아저씨’ 는 누구세요?”


“뭐? 아저씨..?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총각한테 그게 무슨..”


“아, 그랬어요?

저는 다짜고짜 말부터 놓으시길래 나이가 많으신줄 알았죠.

뭐, 실제로 그래 보이기도 하고..”


그러자 우람한 몸매에 맞게 험상궂은 얼굴을 한 그 남자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대답했다.


“뭐라고? 이 녀석이 지금 나를 놀리는것도 아니고..”


“크흠..!”


“..”


무언가 더 말을 하려던 그 남자는 중훈의 언짢아하는 기침 소리를 듣고는 한 발 물러서며 조용히 대한이를 노려보았다.


“대한아. 아무리 네가 조금 ‘언짢’ 았기로 해서 윗 사람에게 그러면 못쓰지!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중훈 역시 조금 전의 불쾌함이 남아 있었는지, 은근 그 남자를 돌려까는 말을 하며 대한이 대신 사과를 하였다.


하지만 처음 삐쩍 마른 남자에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자신보다 훨씬 어린 두 남자에게 꼬박 꼬박 존대하는 중훈의 인성은 그 남자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네, 뭐..”


찝찝하지만 결국 사과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남자. 길동 이었다.


어쭈? 지보다 한참 나이 많으신 아저씨께서 직접 사과를 했건만.

뭐라? ‘네, 뭐..’ 라고?

이런 건방진 XX를 봤나.


이미 첫 인상부터 시작해 철저히 대한이에게 완전히 찍힌 길동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절 찾으시는 거죠?”


괜히 중훈이 옆에 있으면 자신이 처신하기가 더 힘들것 같다고 판단한 대한이는, 가지 않겠다는 중훈을 억지로 돌려 보내고는 이미 뻔히 알고 있으면서 괜히 한번 더 그들의 목적을 물어보았다.


“일은 무슨 일. 너네 길드가 허가도 없이 마음대로 던전을 탐사 하였다 하길래 조사차 나온거지”


“저기 그게.. 그러니까..”


삐쩍 마른 남자, 진호는 중간에서 땀을 쩔쩔 매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 모습에 왠지 미안하고 더 기분이 나빠진 대한이는, 애써 진호의 말을 무시하며 계속해서 퉁명스레 길동에게 대꾸하였다.


“마음대로?

그 문제는 제가 알기론 분명 저희 김 이사님과 경호형이 처리 하셨을텐데요?

아, 경호형은 알고 있죠? 나같은 이런 듣보잡은 몰라도 말이에요”


“물론 강경호 검사야 잘 알고있지.

그는 어쨌든 우리 각성자들에겐 신과도 같은 존재니까.

..운 좋게 그 사람과 같은 길드에 들어갔다고 유세는. 쳇..”


어쭈? 나를 더 열받게 만든다?

어디 계속 해보라고?


“아, 그래요? 알고 있었다니 다행이네요.

우리 형이 워낙 ‘인기인’ 이라 모를 수가 없었겠지만.

그런데 그걸 알고서도 이렇게 무례한 거였어? 참나..”


존댓말과 반말, 혼잣말을 교묘히 섞기 시작하는 대한.


“..지금 뭐라고?!”


“아. 죄송. 혼잣말 이에요, 혼잣말.

그래서, 위에서 그것에 대해 듣고 온거 아니었어요?”


“..그래도 윗 분 들께선 따로 이 나를 믿고 직접 조사해보라 명하셨다.

이제 막 태어난 신참 길드가 뭐가 잘났다고 측정도 마치지 않은 포탈을 마음대로..

쳇. 강경호만 믿고 너무 나대는거 아냐?”


강경호? 이제보니 이 녀석 경호형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구만?

뭐, 잘됐네. 이왕 나쁜놈인거 그게 낫지.

..어쭈? 설마 지금 나한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풉. 귀여운데? 크큭..


대한이는 길동이 자신의 혼잣말 스킬을 따라해 한 방 돌려줬다고 티나게 기뻐해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콧방귀를 뀌고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뭐, 사자가 없는 곳에선 늑대.. 아니, 쥐새끼도 왕이 될 수 있으니까.

왜 있지도 않은 사람을 들먹인담?”


“뭐라고? 이 자식이 아까부터 계속..!”


“네? 뭐가요?”


“뭐긴 뭐야? 이 XX.

그래 너 잘 걸렸다. 아까부터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

어디 막 각성자가 된 풋내기 녀석이 하늘 같은 선배님에게 일일히 대들고 말이야”


길동이 분노를 감추지 않고 마력을 뿜어대며 대한이를 압박해 들어갔다.

아니, 최소한 자신은 그렇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흠. 이 정도 마력이면 대충 A급 비기너(beginner) 정도겠군.

뭐야, 난 또 적어도 A급 익스퍼트(expert) 쯤은 된다고? 풋..


이제 마력 SSS급 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 AA급 직업 클래스를 갖게 된 대한이에겐, 지금의 길동 정도는 우스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한편 길동은 자신이 이렇게 대놓고 마력을 분출 하는대도 눈 하나 깜빡 하지 않는 대한이를 보고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뭐지? 왜 반응이 없는거야? 혹시 내 위압감에 너무 얼어 붙은건가?

..그래. 그런거겠지.

나 정도의 마력은 제깟 놈이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을테니 말이야.

그러고보면 강경호 그 자식도 다 허풍 아니야? 크크큭..’


그게 하필 다른쪽으로 단단히 착각하고만 길동이었다.


“뭐야. 고작 이 정도에 쫀 거야?

아직 내 본 실력의 절반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대한민국수호 길드도 별것 아닌데? 크큭..”


눼에 눼에. 그러시겠죠~ 하암..

에구. 자꾸 하품만 나네?

켈라드랑 발록을 상대하다, 이런 얼빠진 녀석을 보니 그럴만도 하겠지.

응? 또 나온다..


“하암.. 흡!


대한이는 자신도 모르게 멋드러지게 하품을 하고는, 재치를 발휘해 어색한척 자신의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이 자식. 지금 사람이 말하는데 하품을..!”


“아, 죄송 죄송.

제가 원래 뻘소리는 기가 막히게 걸러 듣는 능력이 있어서 그만..

하암..흡. 히히. 죄송!”


“이, 이 XX가!”


길동은 더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자신의 등에 매달려있던 커다란 도(刀)를 움켜쥐며 대한이에게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 어서 들어와라.

그날이 바로 네 제삿날 일테니..!

..이거 정당방위 맞겠지? 크크..


대한이는 속으로 웃음을 감추며 조용히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이미 길동과 말싸움을 하는 와중에, 디렉터스 초이스를 사용해 마법사로 전직해 놓았던 철두철미한 대한이였다.


“이XX, 받아라..!”


“헬 파이..”


6서클 마법 헬 파이어의 주문이 막 캐스팅 되려는 찰나.


“이게 대체 무슨짓인가!”


라우더 마법을 사용했는지, 민철의 커다란 목소리가 온 사방에 쩌렁 쩌렁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이런 미친 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칼을 뽑아? 칼을..!”


어디선가 유비가 그야말로 번개같이 튀어나오며, 순식간에 길동의 목 덜미에 자신의 발 끝을 갖다대며 외쳤다.


“..지정 절대 결박. 발동”


뒤따라 조그맣게 들려오는 민국의 주문에, 길동이 들고 있던 도가 갑자기 뿅 하고 사라져버렸다.


“허억. 내, 내 도가..!”


“헤헤. 나는 나설 필요도 없겠네”


“후훗. 뭐, 보스께선 애초에 전부 필요 없으셨겠지만 말이야.. 그렇죠?”


수호와 천천히 뒤따라 나오던 두기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듯, 한 쪽 눈을 찡긋 하며 대한이에게 말을 걸었다.


“모두들 일어나셨군요?”


“헤헤. 밖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잘 수가 있어야지”


“..뭐래. 방금 내가 깨우기 전까지 신나게 코 골면서 자고 있던 놈이..”


“앗. 그건 비밀 이랬잖아. 비밀!”


“에휴. 네가 그럼 그렇지.

아, 레니아는요?”


“그녀는 거한이를 만나러 가겠다고 아까전에 먼저 출발했습니다”


“히히. 역시 사랑이란?

그러지말고 나한테 포탈을 열어달라고 하시지.

레니아도 오늘 많이 피곤했었을텐데..”


“호호. 걔가 뭐 그런 성격은 아니니까”


유비가 여전히 발 끝은 길동에게 겨눈채 소리내어 웃었다.


"이, 이유비..!"


"어머, 나를 알아? 왜 반말을..

응? 그러고보니 너는 분명.."


유비가 짧게 고민하더니 곧 생각났는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꺄하하. 너 걔 맞지? 이름이 특이한 녀석.

아마 고길동 이라고 했었나? 호호홋!"


"고길동..?

아! 그 둘리네 불쌍한 아저씨? 하하핫!"


역시나 연식이 좀 되는 민철이 가장 먼저 웃으며 대답했다.


"네. 호홋.

저도 그래서 저 녀석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니까요? 웃기죠?"


"그게 뭐지? 넌 알아? 민국"


"..아니. 대한이 너는?"


"나도 잘.."


"뭐얏? 내가 너네랑 벌써 그 정도의 세대차이가 난다곳?!"


"하하. 너도 이제 인정할때가 된거지. 유비야"


"뭐라고욧..!"


"아, 아냐.."


"헤헤. 하여간 형들이나 아저씨는 전부 유비 누나한테 꼼짝들을 못한다니까?"


"..수호 너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었나?"


"네? 네..! 아직 시작 단계지만요. 헤헤"


거한이 들었다면 한바탕 뒤집어졌을 소리를 잘도 하는 수호였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민철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수호에게 대답해주었다.


"그래.. 너도 임마, 곧 알게 될 거다.

그러니 나처럼 되기 싫으면 초장에 확 잡으라고, 알았어?"


"네? 저랑 예인이는 그런거 없는데요? 헤헤"


"..저 녀석도 어린데 벌써부터 앞 길이 훤~ 하군.."


민철은 안됐다는 얼굴로 수호를 잠시 바라보다,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 없이 돌아섰다.


한편 이제 완전히 관심 밖으로 내몰린 길동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유비가 언제 이정도의 실력을.. 분명 나보다 한 단계 아래 였거늘..

그리고 저건 또 뭐야. 결..계? 이 조그만 녀석이 A급 정도의 실력자라고?

아니 저 돼지같은 꼬마도??

..잠깐. 저 키 큰 기사에게서 풍기는 이 오싹한 느낌은 대체..'


"저, 저기요.."


길동은 이제 완전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입을 열았다.


"뭐!"


"또 뭐냐?"


"..이번에는 저 손 한쪽을 그냥 통째로 결박.."


"기다려 민국.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그냥 내가 내 사랑의 십자 조이기로.."


한참 대화에 열중하던 일행들은 하나같이 사나운 눈빛으로 길동을 바라보며 한 마디씩 으르렁 대었다.


"하하.. 아, 아닙니다.

계속해서 일들 보십쇼!"



마치 막 입대한 이등병이 된 듯한 길동이였다.


작가의말

몇일 전 약속드린 분량 챙겨서 왔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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