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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오징어

라이더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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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thepan
작품등록일 :
2022.05.21 12:45
최근연재일 :
2022.08.07 21:5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317
추천수 :
79
글자수 :
49,608

작성
22.08.0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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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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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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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subversion (11)

DUMMY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내 바로 옆으로 '그녀'가 다가와 섰어.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은 차가운 그라핀 코팅에 오른뺨을 찰싹 붙인 채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최대한 내 옆에선 '그녀'를 보려 눈동자를 내려깔아보았지만,


겨우 '그녀'의 신발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어.


재밌다.


검은색의 농구화처럼 생긴 매끈하게 윤기가 흐르는 벨벳 운동화였네.


왜 이제야 신발이 보이는 걸까.


입고 있는 '콘투쉬'와는 . . . 어울리지 않잖아 . . .


저 신발을 신고 서서 '그녀'는 지금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건가.


한심한 쓰레기라고 생각하겠지 . . .


. . . 란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내 허리 위에 걸터앉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하체가 내 몸 위로 느껴진다.


아 . . . 이래서 신발에는 눈이 가지 않았구나.


'그녀'의 몸이 얼마나 부드러울까만 생각했으니까 . . . 주욱 . . .


하는데 '그녀'의 또 부드러운 두 손이 내 오른팔목을 잡더니 . . . 두둑 . . .


부러진 뼈를 한번에 무심하게 맞춘다.


머리 속에서는 '으악!!!'하는 비명 소리가 시끄러운데 다시 피가 가득 찬 내 입은 어버, 거릴 뿐이였어.


'그녀'의 검은색 신발이 나를 떠나 벽에 처박혀 바닥에 나뒹굴어진 두 덩치를 향했어.


패티없는 햄버거처럼 두 겹으로 쌓인 떡대들 중 위의 녀석을 발로 밀어내버린다.


밑에 깔린 녀석이 천장을 바라보며 大자로 뻗어있다.


'그녀'는 다시 오른발을 들어 녀석의 자켓 왼쪽을 걷어낸다.


안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어.


그 무언가를 열어서 달그락, 하며 왼손바닥 위에 또 다른 무언가를 떨어뜨리고는 필요 없어졌는지 오른손에 든 물건은 뒤로 휙 던져버린다.


땅바닥에 탁 하는 가벼운 소리가 나더니 더 작은 알갱이들이 바닥에 흩뿌려지는 소리가 들렸어.


'그녀'의 왼손 주변의 공간이 다시 이그러지더니 아주 작게 탁탁, 경쾌하게 깨지는 소리가 난다.


'그녀'의 왼손은 여전히 손바닥을 쫙 편 채였는데.


'그녀'가 다시 나에게 다가온다.


검은색 신발이 내 눈앞에 다가와 멈추더니,


곧 '그녀'의 숙인 얼굴이 나와 눈을 맞춘다.


"제일 아픈 응급처치는 끝냈으니까 . . ."


그래, 그걸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도 없이 . . . 쿨럭 . . .


"지금부터 괜찮아질 거에요."


라면서 왼손바닥 안에 쥐고 있던 작은 물건을 내 눈앞에 보였어.


파란색의 타블렛 알약이 칼로 자른 것 처럼 1/4 크기만 남아있다.


파란색도 기분 나쁘게 선명한 파란색이다.


'그녀'가 내 입안에 그 끔직한 색깔을 억지로 집어넣더니,


저항할 새도 없이 알약은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식도 너머로 사라져 버렸어.


"이게 . . . 컥 . . . 뭐지?"


하고 물어본 두 입술을 다물기도 전에,


알약이 내려앉은 몸 안쪽에서부터 무언가 울컥하는 것이 신경을 타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묵직하게 몸 위로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몸이 조건반사적으로 이 생경한 감각을 막아내려고 숨이 막히며 큰 헛기침이 연달아 났지만,


이 처음 느끼는 막강한 '센세이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어.


찌릿하며 전선에 과다한 출력의 전류가 스파크를 튀기며 목까지 올라온 것이,


곧 뒤통수로 전신의 신경을 타고 모여서 쌓이기 시작하더니,


댐이 터지듯 한꺼번에 뇌로 쏟아져 들어왔어.


기분 나쁜 생경함이 뇌세포의 곳곳으로 퍼지며 머리 전체를 덮어가는데,


이 생경함이 이제는 행복감이 되어버려.


한꺼번에 느끼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행복감이 압도적으로 머리 속의 모든 뉴런 소자들을 태워버리면서,


이제는 머리 꼭대기의 그 높이를 알 수 없는 상공을 향해 두개골을 뚫고 올라가는데,


그제서야 두 발가락을 꼬고 눈이 뒤집힌 채 격하게 헐떡이며 몸 전체가 전율하고 있는 내 모습을,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한 것 처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희열감 속에서 내려다 보자,


그래, 그제서야 알 수 있었어.


이건 극한의 '오르가즘'이다.


무슨 소리야, 이런 느낌이 어떻게 . . .


. . . 란 생각이 갑자기 쾌락에 녹아내리던 머리속 전체를 수만 개의 스파크로 일순간에 지져버리며,


끝도 없이 증폭되는 흥분이 공포로 바뀌었다.


갑자기 1인칭 시점의 스스로에게 너무나 놀라 정신이 번쩍 뜨이는 3인칭 시점으로 무리한 격변처럼!


힘없이 풀려있던 두 눈동자에 올곳이 초점이 맞춰지며,


돌아왔어.


내 온전한 정신과 생기가.


목 안에 고여있던 피덩이들을 모두 토해내는 너무나 우렁찬 '푸악!!' 소리와 함께.


마치 물속에서 건져져 인공호흡으로 방금 생명이 다시 돌아온 사람처럼.


몇 번의 기침을 더하면서,


몸 속에 찬 물 대신 피덩이들을 마저 뽑아냈다.


바로 방금 전까지도 죽어가던 몸둥이가,


그 고통을 모두 잊은 듯 아주 자연스럽게 상체를 바로하며 땅바닥에 주저 앉았어.


크윽, 몸이 낫은 게 아니지.


스러지는 상체를 지탱하려 성한 팔처럼 오른팔로 땅바닥을 짚었다가,


아직도 따끈하게 부러졌던 뼈의 이음새에서 정신차리라는 고통을 신호로 보냈다.


이거 . . . 환상이다, 내가 몸이 괜찮다는 . . . 페이크야?


"이거 각성제야?!"


평소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격양된 톤의 목소리가 질문을 뱉어냈다.


몸 전체가 흥분해 있는 거였어.


'그녀'는 이제 내 앞에 그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서있다.


"[RX-78].


3개월 전에 폴스카의 어느 [랩]에서 만들어낸 신제품이에요."


"[RX-78]?!"


'그녀'의 무심한 표정이 또 생긋 웃었다.


이제 슬슬 얄밉게 보이는데?


"오 . . . 그쪽으로도 관심이 있나보죠?


그 [RX-78]이 맞아요.


만든 사람도 그쪽에 관심이 있었나보지.


지금 몸상태면 앞으로 2시간 정도는 [뉴타입]이 될 수 있으니까,


안심해요."


'그녀'가 다시 두 덩치들에게 운동화를 옮긴다.


"그 녀석들이 이 약을 가지고 있는건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 . . 한 번에 약을 숨긴 곳을 알고 있는 거지?"


내 질문 따위는 무시,


'그녀'는 밑에 깔린 덩치 녀석을 공중에 띄웠어.


이번에는 '그녀'의 양 손 모두가 주변의 공간을 이그러트리고 있었지.


덩치의 검은색 자켓이 벗겨지더니,


검은색 타이와 흰색 와이셔츠가 후두둑 풀어헤쳐졌어.


공중에 뜬 자켓과 타이와 셔츠를 손으로 낚아채어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데,


그 뒤편으로 덩치 녀석의 몸은 땅바닥에 다시 풀석 고꾸라졌다.


'그녀'는 나에게 먼저 셔츠를 던졌어.


"얼굴부터 닦아요."


이어서 자켓이다.


"옷을 갈아입을 순 없으니 그 큰 자켓을 입으면 여기서 소란을 감출 수 있을 거야."


또 아픔을 망각하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닦으려 했어.


움찔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나를 향해,


'그녀'의 눈빛이 조금은 여려졌었던가?


공간을 휘는 왼손의 움직임과 함께,


스캐닝 기계의 외부 파트들 중 부러진 팔의 부목으로 쓰기에 딱 알맞은 두께와 길이의 파이프 하나가 뽑혀져 나왔어.


왼손으로 경쾌하게 날아오는 파이프를 잡아채고는,


내 부러진 오른손에 파이프를 대고 덩치의 검은색 타이로 깔끔하게 고정시켰어.


"응급실 도착 전에 덧나면 안 되니까."


이 소리가 내 귀에는,


같이 있어봤자 도움이 안 되니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도 돼,


라고 들렸다.


그래서 멀쩡한 왼손이 '그녀'의 오른팔을 덥석 잡아버렸어.


알아서 움직이는 몸과는 달리 입에서는 선듯 말이 나오지 않았지.


1초도 안되는 시간 동안,


방금 전까지 '그녀'에게 보여준 내 무력한 추태들이 10번은 넘게 리플레이 되었거든.


고맙게도?


'그녀'가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주었어.


"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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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subversion (10) +6 22.07.24 40 4 10쪽
10 subversion (9) +14 22.07.17 58 6 8쪽
9 subversion (8) +8 22.07.03 48 5 8쪽
8 subversion (7) +8 22.06.20 42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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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ubversion (4) +6 22.05.29 147 5 11쪽
4 subversion (3) +4 22.05.28 142 5 9쪽
3 subversion (2) +10 22.05.22 172 8 9쪽
2 subversion (1) +8 22.05.21 200 11 12쪽
1 the story so far: the world +14 22.05.21 257 1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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