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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오징어

라이더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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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thepan
작품등록일 :
2022.05.21 12:45
최근연재일 :
2022.08.07 21:51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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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79
글자수 :
49,608

작성
22.06.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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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subversion (7)

DUMMY

그때 '그녀'가 바라보고 있던 내 표정은 어땠을까.


하얗게 질려있었을까?


아니면 안 그래도 빨개져 있던 얼굴이 화를 더해 더 빨개져 있었을까.


나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그 '표정'을 앞에 두고 그녀는 그저 다시 생긋 웃어버렸다.


그러면서 내 반응 따위는 전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방금 전의 '냉기'를 한 번에 싹 날려버리고는 친절한 톤으로 말했어.


"C.a.l.m. a.n.d. s.i.t. d.o.w.n."


뭐?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 앞에 두 발로 벌떡 일어서 있었어.


옆쪽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이제는 정체를 알아버린 그 안드로이드 여배우 '제품'의 시선에 더해, 구입 전 '제품'을 감상 중이던 노블 3명도 나를 흘끔 쏘아보고 있다.


격한 반응에 조금 스스로 무안해지며 다시 벤치 위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어.


'그녀'의 목소리가 이제는 친절하게 무섭다.


"나는 [AMP] 소속 수사관일 뿐이야."


이런 성의없는 답변에 내 표정이 '그녀' 처럼 다시 친절해 질 수 없었을 거야.


당시 혈기 넘치던 내 강아지 근성이 조금의 '비아냥'도 참아낼 수 없었거든.


"아니, 불공평해."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당신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나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을거야.


내가 무얼하고 살았고 어떻게 이 사건과 연관이 됐고,"


이쯤되니 중간에 너털웃음이 자연스럽게 나와 내 대사의 중간을 잘라먹는다.


"심지어 내가 사는 공간에서 몇 끼를 굶다가 그 잘난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 얻어 먹고 평생 타보지도 못할 로켓이라는 것 까지 타고 여기와서,


또 당신들이 잡아준 어느 비싼 호텔 방안에서 뭘 했는지 까지도 다 알고 있겠지!"


말하다 생각났다, 아 이런 젠장, 방안에서 엄한 짓 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인가!


점점 드라마틱 해지는 내 대사에 답례로 날리는 그녀의 답변이라는 것이 또 그저 '있는 그대로'다.


"I don't lie: Yes, I do."


'그녀'의 표정이 이번에는 백치의 미를 날리는 궁금함으로 바뀐다.


"하지만 . . . 당신이 왜 그런 선택들을 했는지는 모르니까.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그녀'는 가장 진지한 얼굴을 띌 때의 습관대로 (드디어!) 두 다리를 그 근사한 비율과 길이에 어울리게 자연스레 꼬았지.


그런데, 약간 벌어져 있던 허벅지의 안쪽이 마주 겹쳐지며 금속제의 긁히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린다.


치마 속에 숨겨진 두 다리 사이의 허벅지가 여전히 조금 어색하게 벌어져 있어.


이 모습들을 몇 초 만에 상상한 것이 들킬까봐 다시 '그녀'와 시선을 맞추니, 이미 머리가 멍해져 바짝 세우고 있던 꼬리를 온순하게 내려버렸다.


'그녀'는 꼬리내린 강아지의 머리를 자연스레 쓰다듬어 주듯이 질문을 시작한다.


"당신이 평생 보지 못할 크레딧을 손에 쥐어 줬는데,


고작 그 크레딧으로 한 거라고는 . . .


룸서비스로 시킨 점심 때 피자 한 판?


그걸로 저녁까지 때우고 . . .


처음 와본 외국의 도시에서, 호텔방 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다, 저녁 7시 30분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 . .


. . . 란 이유는?"


이 아가씨, 진짜로 궁금한 거야? 이런게 이렇게 심각하게?


"그 . . . 그건 . . . !"


한방에 화난 사람의 가드를 무너뜨리고 말까지 쑥스러워 더듬게 만들어 버리는 이런 기술을 . . . 내가 갖고 싶다?!


정신을 차리자.


이미 이 여자에게 너무 말려버렸어.


"내가 한국을 떠날 때부터 이미 [Sir Kim]의 감시와 견제가 시작 됐으니까.


공항에서는 이미 미행까지 붙은 어딘가의 요원들까지 봤고.


당신 말대로 처음 와본 외국의 도시라면 오히려 현재 내 위치가 더 취약한 거지."


'그녀'의 표정이 '그래서?' 하며 기다려 준다.


이제 다시 내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 같아.


"그래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 (이 대사는 지금 생각하면 명백히 '오바'한 거다),


이 도시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가장 비싼 로얄 호텔의 가장 좋은 경비 시스템에 보호 받는 객실 안이니까."


'Uh huh' 하는 '그녀'는 이제 꼬은 다리의 무릎에 오른 팔목을 대고 턱을 손에 괴고는 그 얼굴과 상체가 조금 더 내쪽으로 다가온다.


좋은 냄새가 난다.


"그럼, 말해봐요."


'그녀'가 다시 입술을 열었다.


"룸서비스 메뉴에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고급음식들이 넘쳐났을텐데,


고작 피자 한 판으로 두 끼?


호텔을 나서서 여기 올 때까지 목이라도 말랐으면 커피 한 잔이라도 사 마실 수 있지 않았을까?


공.짜.로.?"


일부러 그랬던 걸까?


'그녀'의 마지막 대사가 순해진 강아지의 '자존심'을 다시 건드렸어.


"아냐."


강아지는 다시 이빨을 살짝 드러낸다.


"공짜가 아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가 받아친다.


"Why not?"


이때의 내 표정은 기억이 나.


'그녀'에게 받은 그대로, 이번에는 내 얼굴이 한번에 영하 100도까지 내려간 냉기가 서려있었지.


그렇게 대답했어.


"내 돈이 아니니까."


당시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었는데.


너무 유치했던 걸까, 아니면 어이가 없었던 걸까.


'그녀'의 얼굴이 허를 찔린 듯 아주 잠깐 멍, 해졌다가,


"Good answer."


살짝 '시익' 하는 눈웃음을 치더니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뻗어 아주 자연스럽게 내 뺨을 쓰다듬었어.


바로 옆의 벤치에 앉아있는 두 여성 '노블'들께서는 서로 더한 곳도 만지고 있는데, 뺨을 한 번 만져준 거야 여기서는 아무것도 아닌 거겠지?


'그녀'는 조금 늘어진 지금까지의 템포를 다시 추스려야 겠다는 듯, 꼬은 두 다리를 풀고, 조금 벌어진 치마 속의 허벅지에 힘을 주며 두 다리를 곧게 앞으로 세워 폈어.


두 발이 땅에 닿자마자 '그녀'가 가벼운 몸동작으로 일어섰다.


한 번 더 생긋 웃어주며 말했어.


"자 이제 가죠. 21시 . . . 저녁 9시가 됐어요!"


아직 억울해서 할 말이 많은데, 이제 갑자기 긴장해야 하는 건가? 하며 일어나서 어색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 걸어간다.


이제 '그녀'와 나는 무도회가 펼쳐지는 바벨성의 본관을 향해 다시 '레드 카펫' 위에 올라섰다.


다시 한 번 더, 그렇게 너무도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이 '레드 카펫' 위를 '그녀'가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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