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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오징어

라이더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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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thepan
작품등록일 :
2022.05.21 12:45
최근연재일 :
2022.08.07 21:5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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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79
글자수 :
49,608

작성
22.07.03 19:34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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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subversion (8)

DUMMY

7.


바벨성 안의 무도회는 그 열기가 더욱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어.


방금 전까지 환한 조명 속에 전통적인 무도곡에 페어를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던 무도장의 분위기가,


'그녀'와 내가 본관 안에 발을 딛자 툭 꺼져버리는 조명과 함께 그 방향을 180도 바꾸어 버린다.


어둠 속에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하는 트랜스 조명 속에 음악도 한여름 더위처럼 끈적이는 일렉트리카의 트랜스로 튠업되었어.


초현대적인 트렌디 복장들 속에 '그녀'의 '콘투쉬'와 내 남루한 복장이 더욱 틔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무도장의 서번트들의 복장이 또 '콘투쉬'로 통일되어 있어.


어두침침한 실내에서 나란 존재도 이미 자연스레 사라져 버렸다.


본관 안의 목적지까지 길은 이미 '그녀'의 머리속에 '입력'되어 있는 것처럼,


'그녀'는 조금의 주저함 없이 타겟까지 일직선 최단거리를 그어 갔어.


서로의 몸을 압착시키고 리듬에 취한 커플들의 사이를 절묘하게 뚫으며 홀의 가장 안쪽 구석에 도착하자,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조명 하나 없이 완벽한 검은색으로 우리를 맞았다.


그 검디 검은 공간의 계단들까지 모두 외우고 있는 것처럼,


그 칠흙의 '심연' 속으로 내려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계속 막힘이 없었고,


나는 겨우겨우 '그녀'의 발자취를 찾아가며 엉거주춤 계단을 끝까지 내려갈 수 있었어.


콘크리트의 투박한 바닥이 아닌 값비싼 그라핀 코팅의 맨들맨들한 표면을 느끼며, 이제야 허리를 편히 펴고 '그녀'의 뒤에 서서 앞을 바라보면, 내 앞에 '그녀'의 형체만이 겨우 보이는 '심연'이 이어진다.


'그녀'가 다시 앞장서는 발자국 소리를 따라 앞으로 앞으로 그렇게 제법 몇 미터를 걸어갔을까, 우뚝 멈추어선 '그녀'의 등에 살짝 몸을 부딪혀서 고개를 드니, 차가운 파란색 조명에 비친 그녀의 옆얼굴이 왼편을 바라본다.


딥블루의 바닥까지 깔린 무거운 파란색의 조명띠가 출입문의 사각 모양을 따라 주변을 비추며 우리를 부르고 있어.


'그녀'의 뒤를 따라 이번에는 갈 길을 아는 자신감으로, 나름 성큼성큼 걸어서 냉정한 파란색 조명 앞에 섰다.


문의 저편에서 분명한 인기척이 느껴진다.


문을 살펴보니 손잡이가 없어.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출입문을 경쾌한 리듬으로 노크한다.


"탁, 타탁, 타탁, 탁, 탁, 타탁."


이게 암호인가? 란 생각을 하기도 전에 출입문이 '쉬익' 하는 차가운 소리를 내며 우측의 벽면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녀'는 아주 자연스런 템포로 문이 사라지자 마자 안으로 두 발을 타탁! 하고 놓으며 방금 전 오른손의 리듬을 알레그로로 마친다.


'그녀'의 두 발은 전혀 급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미숙한 나는 문이 다시 닫힐 것을 염려하는 게 빤히 들어나 보이게, 포르티시모의 터턱! 하는 둔탁한 발자국으로 엉거주춤 '그녀'의 옆에 섰다.


안쪽에는 냉랭한 파란색의 낮게 깔린 조명 속에 제법 큰 공간이 전신 스캐너가 달린 출입 게이트 하나로 안쪽과 바깥쪽이 나뉘어져 있다.


안쪽과 바깥쪽에는, (그래 또 그 식상한 검은색 수트야,) 거구의 남성 보안요원이 한 명씩 자리를 지키고 서있어.


무표정한 거구 둘은 눈빛을 알아볼 수 없게 (그렇게 또 굉장히 식상한) 짙은 검은색의 (선글라스라고는 하지 않겠어) '바이저'를 끼고 있어.


무표정하다고는 하지만, 왠지 저 검은색 바이저 너머의 눈매는 굉장히 야비한 색깔로 '그녀'와 나를 내려깔고 있는 것 같아.


'그녀'와 내 편의 검은색 수트가 아니꼽게 정중한 손짓으로 나에게 먼저 게이트를 통과하라고 안내했어.


거구의 손짓에 맞추어, 게이트의 건너편 앞, 그러니까 내가 게이트를 통과하는 진행방향의 끝에는 내 몸 크기의 두 배되는 모니터가 또 불길한 파란색 화면을 내보이며 나타난다.


지금 [Sir Kim] 주최의 은밀한 모임이 진행 중인 메인 스테이지를 향한 출입구는 게이트를 통과해 우측으로 꺾어지는 안쪽 복도의 끝에 위치해 있다.


게이트가 스캐닝할 준비를 끝내고 레디 사인에 초록색을 보내면, 내 눈 앞의 게이트 너머 커다란 전신 모니터가 내 몸을 훑어 모두에게 보여줄 준비를 마친다.


극히 중요한 모임에서, 프라이버시니 신체 데이터 공개니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초극침범적'인 전신 스캐너가 쓰인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어.


그래, 이렇게 중요한 장소를 덮치는 대가라고 생각하고 스캐닝 따위 당해주자, 란 각오로 스캐너의 중앙으로 몸을 옮겼다.


내 몸을 원형으로 둘러싸는 스캐너 몸체에서 별도의 스캐닝 바가 한 번 더 내 몸을 360도로 훑어 간다.


두 녀석 다 푸른색 보다 더 불길한 녹색을 뿜고 있어.


거의 동시에 내 눈 앞의 거대한 모니터에 내 벗은 몸이 비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겉옷과 신발 까지만 날려버리고 양말과 팬티와 러닝셔츠까지는 입혀주었어.


뒤에 서 있는 '그녀'도 이 모습을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완전히 알몸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생각하며 스캐너에서 나가려 하는데,


게이트 반대편의 검은색 수트 녀석이 위압적인 손짓으로 나오지 말라고 제지한다.


그렇게 제지하는 그 떡대 녀석의 입가가 아주 약간 쪼개지는 모습을 난 분명히 봤어.


할 일이 끝난 줄 알았던 스캐너의 초록색 불빛이 더 세지더니, 그렇게 더 강력해진 녹색의 스캐닝 바가 한 번 더 내 몸을 훑었다.


눈 앞의 모니터에는 속옷까지 다 벗겨진 내 알몸이 나타나 전신을 보여주려 천천히 돌아간다.


뒤의 '그녀'의 존재를 다급히 너무나 준엄하게 느끼며,


나는 내 사타구니를 두 손으로 덮었어.


그런데, 바로 앞의 그 수트입은 떡대 녀석이 이제는 위협적인 이빨을 드러내는 얼굴로 가운데 손가락으로 내 사타구니를 가리키더니 두 손을 치우라고 지시한다.


얼굴이 새빨개진 나는 도움을 청하는 표정으로 왜 하필 고개를 뒤로 돌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을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는데, 그 표정이 'DO IT' 이었어.


아주 어릴 적 어머니란 여성을 빼고는 보여준 적 없는 내 성기를 '그녀'와 처음 만난 땀내 나는 두 떡대에게 드러냈어.


뒤의 '그녀'가 보고 있을 거란 생각에, 이제는 너무 서글픈 무력함에 눈물까지 맺히려 할 때, 앞의 수트입은 거구가 나오라고 손짓한다.


드디어 게이트를 통과하며 검은색 수트를 바라본 내 표정은 그 녀석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살기에 차 있었어.


게이트를 넘어 반대편으로 건너온 나는,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아직 벌거벗은 것처럼 아직 빨간 얼굴로 내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었어.


바로 내 옆에 선, 그 죽여버리고 싶은 안전요원 녀석이 이제는 '그녀'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이 녀석의 입가는 더욱 비열하게 쪼개지고 있어.


'그녀'는 변화없는 그 얼굴 그대로 덤덤하다 못해 당당하게 스캐너의 중앙에 걸어와 섰어.


스캐너의 불길한 녹색 레디 사인이 들어오더니, 스캐닝 바가 1차 스캔을 시작한다.


들어오는 입구쪽의 검은 수트놈은 '그녀'의 뒤태를 유심히 훑어보더니, 대놓고 혀를 낼름 거리며 입맛을 다시고는 정면의 전신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곧 드러날 '그녀'의 콘투쉬 안 육체를 기다리고 있다.


[완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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