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version (9)
그리고는 . . .
나타나 버렸어.
'그녀'의 '콘투쉬' 안의 새하얗디 하얀 속살이.
그 하얀 알몸을 하얀색의 스포츠 팬티와 브라가 중요한 부분만을 가리고 있어.
여기까지만 본 나는 새빨개진 얼굴을 재빨리 숙이며 가렸다.
사타구니를 가린 두 손에는 더 힘이 들어갔어.
살짝 훔쳐봤을 뿐인 '그녀'의 벗은 몸의 형체가,
여태까지 바로 '그녀' 옆에서 상상했던 막연한 여체를 아득히 뛰어넘은 그 현실적인 굴곡의 자극에,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곤란해져 버렸어.
이렇게 찰나의 영원에 빠져버린 것 같은 내 수치심이 사실은 몇 초 밖에 되지 않는 억겁의 세월을 이겨내고,
이제는 절대 더렵혀서는 안 될 아름다운 존재가 이 두 불한당 녀석들에게 겁탈당하고 유린당하고 있다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 열화에 차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녀'에 대한 내 순결을 지키겠다는 헛된 망상 속의 진심과 순수 때문인지 절대로 '그녀'의 벌거벗겨진 몸에는 다시는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바로 내 옆에 서 있는 검은색 정장 떡대의 옆얼굴을 노려보는,
내 두 손은 이제 두 주먹을 꽉 진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검은색 바이저에 숨겨져 있던 녀석의 눈빛이 옆에서 노려보는 내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녀석의 끈적이는 음탕한 눈이 '그녀'의 알몸의 구석구석을 핥아대고 있어.
'그녀'의 얼굴에서 이어지는 긴 목과, 여기서 아담한 각도로 아치를 그리며 내려가는 어깨와 쇄골을 지나,
이제 브라 한 장에 꼭지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채 슬림한 사지에 맞지 않는 반칙같은 크기의 탐스런 두 젖가슴의 곡선을 따라 눈동자가 양 옆으로 원을 그린다.
그리고는 다시 밑으로 내려가는 떡대의 눈동자는 '그녀'의 군살없는 잘록한 허리와 여전히 숨길 수 없는 자궁의 완만한 둔덕을 넘어 '그녀'의 육체 정중앙,
바로 그 벌어져 있는 허벅지 사이 절대 넘어서는 안 될 두 개의 갈라져 벌어진 선을 후벼 파고 있다 . . .
. . . 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이 녀석 의외인데 싶은 프로페셔널한 바운서의 눈매로 바뀐다?
지금까지 억누르던 스스로의 '음탕함'이 아니라,
도대체 뭘 보고 이러는 거지 하는 한순간의 '궁금함' 때문에,
내 두 눈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녀석이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두 허벅지 사이로 돌아가버렸어.
Y자의 교차점을 모두 숨기지는 않게 파여져 있는 '그녀'의 스포츠 팬티가 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다리 사이의 마지막 둔덕과 그 밑으로 이어지는 틈 아래,
매끈하게 뻗어 내려가는 '그녀'의 두 허벅지 사이에,
마치 자그만 권총을 숨겨놓는 '홀더' 처럼 생긴 두 개의 가죽띠가 그녀의 두 장딴지에 마치 가터벨트에 연결된 스타킹의 맨 윗쪽 고무밴드처럼 묶여져 있다.
그 두 끈에 연결되어 '그녀'의 두 허벅지 안쪽으로는 권총이 아닌,
검은색의 매끈한 금속제의 손목보호대 같은 물건 두 개가 홀더 안에 넣어진 채 서로를 마주보고 있어.
(롤러블레이드 보호장구로 파는 경량탄소강화제의 딱딱한 손목보호대, 손등과 손바닥부터 손목의 조금 더 위까지 접히지 않도록 위아래 양쪽으로 보호해주는 그 물건 같이 보였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손가락 다섯개 만이 딱딱한 껍질에서 나와있는 모양의 그 물건 말이야!)
계속해서 조금씩 벌어져 있던 치마 속 '그녀'의 두 허벅지의 틈이,
가끔씩 스쳐 소리나던 그 금속제의 소음이,
바로 저 물건 둘 때문이었나? 하는데,
위험하다, 떡대의 눈빛이 이제는 프로페셔널의 살기에 좀전의 육욕이 다시 더해지면서 발정난 매조키스트의 그것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등 뒤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360도로 빙글 돌아가며 펼쳐지는 누드쇼를 '그녀'의 뒤태와 함께 즐기던 또 다른 떡대 녀석이 내 눈 앞의 녀석에게 고개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저 녀석의 눈빛도 이 녀석과 지금 똑같겠지,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식은 땀이 흐른다.
건너편 떡대에게 신호를 받은 내 앞의 녀석이 '그녀'의 몸을 훑어대는 스캐너의 전원을 내려버린다.
이번에는 앞 녀석의 고개짓 신호를 받은 '그녀' 뒤의 녀석이 '그녀'의 몸 뒤로 바짝 다가서더니 양복 안에서 흉악스럽게 생긴 권총을 꺼내 들고는 '그녀'의 등 뒤에 겨눈다.
시대에 맞지 않는 6연발 리볼버다.
등 뒤의 총구를 느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제는 부끄럽게 시선을 피하지 않아도 되도록,
'그녀'의 방금 전 새하얀 알몸은 다시 '콘투쉬'에 가려져 있다.
'그녀'의 두 눈은 옷이 벗겨진 채 남자들의 앞에서 몸의 여기저기를 보여주던 때도 변함없던,
그 '무심함'이 그대로다.
그 평정이 흔들리지 않는 두 눈빛으로 '그녀'는 이제 두 손을 항복자세로 그녀의 머리 뒤로 모은다.
그런 '그녀'의 앞으로 내 눈 앞의 검은색 정장 녀석이 건들거리며 다가간다.
'그녀'의 두 가슴에 자신의 딱딱한 가슴팍을 바싹 붙여대며 서더니,
'그녀'의 얼굴을 바로 앞에 내려보며 녀석이 섰어.
('그녀'는 이 떡대 녀석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크기로 작다.)
봉긋 솟은 두 가슴을 압박하는 녀석의 각진 가슴을 살짝 내려본 후,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이 생긋 웃으며 녀석에게 말했어.
"무슨 문제가 있나요?"
녀석이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더듬는다.
"손님. 얼굴은 전혀 문제없이 만족스럽습니다."
녀석은 상체를 뒤로 젖히고는,
'그녀'와 사이에 생긴 상체의 공간에 이제는 두 손을 옮겨 '그녀'의 두 젖가슴 위에 살포시 둔다.
"여기까지도 더욱 만족스럽습니다."
여기에 맞추어 '그녀'의 등 뒤에 서있던 녀석도 바싹댄 권총은 그대로인 채, '그녀'의 몸 뒤쪽에 자신의 몸을 바짝 갖다 붙인다.
'그녀' 눈 앞의 녀석의 입가가 최대로 삐쭉대며 광대뼈까지 올라가면서 다음 대사를 지껄였다.
"그런데 문제는 말입니다 . . . 여깁니다."
녀석이 조금의 주저함 없이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 넣는다.
이때였다.
맹견들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있던 강아지의 머리속 약골 회로가 파지직 하고 타며 나가버린 것이.
"야 이 개새끼야!!"
라는 단발마를 외치며 나라는 강아지가 이빨을 드러내고 눈 앞의 불독에게 달려들었어.
그 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시간이 몇 년이 지난 뒤에 한번씩 생생하게 악몽으로 머리 속에서 리플레이되어 이해가 되는데,
당시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 없게,
전광석화처럼 당해버렸지.
지금 기억해보면,
혼자서 살기에 찬 허둥지둥대는 개싸움 초보가 달려드는 것을 본 검은색 정장의 바운서께서는,
바로 1미리 정도를 남겨놓은 '그녀'의 치마 속 손을 거두고는,
우선 가볍게 그 짧은 다리로 너무나 간편하게 내 낭심을 후벼 차 주시고,
바로 주저앉아 버리며 앞으로 고꾸라지는 내 얼굴을 축구장에서 프리킥 하듯 가볍게 한 번 더 날려주셔서,
나는 한순간에 진행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나가떨어져 버렸어.
여기까지만 해도 죽을 것 같은 나를 향해 함박 웃음을 지으며 녀석이 또 다가왔다.
녀석에게서 멀어지고 싶어도 이미 완전히 풀려버린 두 다리에는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
이런 나에게 다가온 녀석은 마치 쓰레기를 뒤집듯 발로 내 몸을 뒤집어 버리더니 그 무거운 덩치로 내 몸에 걸터 앉아 내 오른손을 뒤로 꺾으며 양 손으로 휘어 잡았다.
"손님, 이 얇은 팔로 저한테 한대 날리려고 하셨나봐요."
내 등뒤에 내려앉아 있는 녀석의 몸이 역겹게 느껴질려는 찰나에,
녀석은 내 오른손목을 부러뜨려 버렸다.
으악! 으악! 거리고 절규하며,
맹견에게 바로 목을 물리며 뻗어버리는 강아지는,
이 저주받은 강아지 근성의 본능 때문인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불쌍한 눈길을 깽깽 거리며 여기저기 날렸고,
그러다 '그녀'의 눈을 보게 되었는데,
그 '무심'한 얼굴이 나를 한심하게 보고 있다고 나는 느꼈다?!
[완전판]
Rider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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